더쿠다네 영애의 일상
"아가씨 세숫물을 받아왔습니다."
"으응.. 고마워.."
내 이름은 김무묭. 분명히 어제 로판카테에서 더쿠다네 영애를 사칭해 좋아하는 소설 남주들을 루팡하며 놀았을 뿐인데 다음날 일어나 보니 흔한 소설 속 이야기처럼 어느 집안 영애로 깨어났다. 로판 읽은 짬바만 xx년 나 김무묭은 이런 상황에서 절대 당황하지 않는다!!
"저기, 네 이름이 뭐더라?"
"어머 아직 잠이 덜 깨셨나봐요 호호 저 에이미잖아요~"
"하하 그런가봐, 저기 에이미 식사후에 서재에서 역사책을 좀 가져다 줄래?"
여기서 내 이름이 뭔지 묻는다거나 여기가 어느 나라냐고 묻는건 기억상실 취급내지 미친년이 되기 딱 좋기때문에 나는 역사책으로 대략적인 배경을 알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이 몸의 주인은 어지간히 책을 안읽는 성격이었는지 에이미가 눈물을 글썽거리며 엄청나게 감격했다.
"어머나!! 드디어 아가씨께서 공부를 제대로 할 마음을 먹으셨군요!! 주인님께서 아시면 정말 기뻐하실거에요!! 그런데 오늘은 일정이 있어서 독서할 시간은 없으실것 같아요."
"그래? 무슨 일정인데?"
"아가씨 약혼자분과 가볍게 티타임을 가지시기로 하셨잖아요. 그 전에 예쁘게 치장해야죠!"
"아..하."
역시 로판 속 세계답게 이 몸도 약혼자 하나쯤은 있는 몸인가 보다.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리는데 이게 바로 사랑?! 지금까지 읽었던 수많은 소설 속 남주들의 일러스트가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성격이야 개쓰레기라도 껍데기만 존잘이면 오케이~ 아니 오히려 쓰레기였으면 하고 내심 바라게 된다.
"에이미 네가 보기에 내 약혼자 어떤거 같아?"
"네? 제가 감히 말씀드려도 될지.. 음, 아주 풍채가 좋으시고.. 붙임성이 있으시고.. 뭐든지 잘 드시는것 같아요..?"
갑자기 에이미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애매하게 말을 끝냈다.
이거이거 뭔가 수상한데.. 암만 봐도 존잘남과는 거리가 먼 칭찬들이다. 그야 이 세계관에서 남주자리정도 되는 사람이라면 엄청난 외모를 극찬하느라 바빴을텐데, 설마.. 아니겠지..? 설마 내 빙의는 망한 로또였나?!?! 그치만 내가읽은 소설은 다 존잘남밖에 없는데.. 로판 빙의의 법칙 그 첫번째! 무조건 이전에 읽었던 소설 중 하나로 빙의 한다는것! 로판의 신도 마냥 매정하지는 않은지 뜬금없는 상황에 던져주지는 않는다 이거야~ 따라서 못생긴 등장인물이 하나라도 나오는 소설은 팍식하는 내 취향상 내 약혼자는 존잘일 확률이 백퍼센트였다. 그치만 뭔가 찜찜해서 확인차 이름을 물어보기로 했다.
"에이미.. 내가 누구랑 약혼했더라..?"
"아이참 아가씨도~ 장난하시는거에요? 오수님이잖아요!"
오수..? 내가 아는 오수는 하나밖에 없는데.. 그 대답을 듣는 순간 충격으로 손이 덜덜 떨려왔다.
"혹시.. 오수님이 안경을 쓰시던가..?"
"네!"
"머리가 오대오 가르마시던가..?"
"네!"
"입이.. 붕어입이니..?"
"네!"
믿을수 없어... 설마 더쿠하다 잤다고 이러는거야???
"나 돌아갈래~~!!!!!!"
"꺄악! 아가씨 왜그러세요!! 진정하세요!!"
그렇게 더쿠다네 영애의 아침이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