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뭐꼬?"
프로페서의 사투리 섞인 질문이 가벼운 종이와 함께 팔랑거렸다.
그녀의 시야에서 떠나간 종이를 무력하게 바라보며, 무묭 영애는 뼈마디가 하얗게 질리도록 치마를 부여잡았다.
"이르딘은 거칠게 문틈 사이로 유디트를 밀어넣었다. 그리고 유디트의 입술을 향해 돌진했다."
무묭은 여성의 비율이 많은 편인 로판학교를 선택한 것이 인생에서 최고의 선택이었음을 다시 한 번 자각했다.
학생 일동은 웃음에 빠져들었지만, 다행이도 그녀를 이상하게 볼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필체가 제각각인 그 종이는 수업시간의 지루함을 한움큼씩 덜어내기 위한 롤링 페이퍼였으니까.
"하악. 으윽."
신음을 묘사하는 프로페서의 목소리는 마치 질문체여도 단 반음도 올라가지 않고 국어책을 읽는 학생의 모습과 똑같이 닮아 있었다.
"유디트의 선홍빛 입술이 빨갛게 부어 올랐다. 이러지마세요. 오라버니껜 약혼녀가 있잖아요. 그만 돌아가요."
그의 눈빛이 잠시 갈 곳을 잃은 듯 무묭 영애를 스쳤다 제자리로 돌아갔다. 무묭은 부모님의 호출을 걱정하며, 동시에 더 빨간 맛이었던 어젯밤의 소설이 아님을 그나마 위안삼았다.
"싫어. 왜. 넌 이제 나의 노예니까."
그 이후는 공백이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학생들의 쿰쿰한 웃음소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프로페서가 기함할 듯이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
"이게 뭐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