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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어느 애국우익보수의 유행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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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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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는 부른다 환희의 빛나는 숨쉬는 거리다 
미풍은 속삭인다 불타는 눈동자 
불러라 불러라 불러라 불러라 거리의 사랑아 
휘파람 불며가자 내일의 청춘아 
바다는 부른다 정열에 넘치는 청춘의 바다여 
깃발은 펄렁펄렁 파랑새 좋구나 
저어라 저어라 저어라 저어라 바다의 사랑아 
희망봉 멀지 않다 행운의 뱃길아 
- <감격시대>, 강해인 작사/박시춘 작곡/남인수 노래

1939년에 발표된, 흔히 대표적인 친일가요로 알려진 노래 <감격시대>다. [나무위키]에는 이런 해설 부분이 있다.

= 노래에서 묘사한 거리는 “기분 좋은 미풍이 부는 환희의 거리”이고, 바다도 “정열이 넘치는 청춘의 바다”이다. 하지만 노래에서 지향하는 “희망의 대지”와 “행운의 뱃길”은 누구나 쉽고 편하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3절에 나와 있듯 “꽃 피는 마을”에 도달하려면 “언덕”이라는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게다가 1절의 “불러라”와 2절의 “저어라”에서 알 수 있듯이, 명령형 가사는 듣는 이의 구체적인 행동을 촉구한다.=

성공회대 대우교수인 이영미는 이 노래를 두고 “군가를 연상시키는 강한 트럼펫 연주로 시작”될 뿐 아니라 “시종 전진을 선동하는 분위기”이며, “특히 ‘희망봉 멀지 않다’나 ‘저 언덕을 넘어 가자’ 등에서는 선명한 선동성을 드러낸다”며 노래에 군국주의 일본으로부터의 강요된 의도를 덧칠하는 데 주저하지 않다. 이영미는 386 세대들에게 익숙한 대중문화비평가로 주로 한국 대중가요, 특히 뽕짝(트로트) 풍의 대중가요들에 담긴 친일의 흔적을 찾아내 고발해 온 성과로 대중음악계에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이는 지금까지 그래 왔듯 한국 사회에 만연한 반일, 극일 도그마가 일제시대의 대중가요에마저 터무니없는 마녀사냥을 한 것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다음 인용 부분을 통해서 비교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

= 당시 일본은 중국 대륙으로 전선을 확대해 갔다. 만주(국) 건국(1932년)도 있었던지라 소위 '만주 개척'을 비롯하여 "젊은이들이여, 가라. 대륙으로!" 식으로 대륙 붐이 일어나고 있었다. 영화나 가요 역시 '대륙으로의 웅비'를 독려하고 있었다. '좁은 일본에서 살기에 이제 질렸다'는 투정이 나오던 시절이었다.
이듬해 1940년에는 하세카와 가즈오(長谷川一夫)와 리꼬란(李香蘭) 주연의 영화 <열사의 맹세>가 개봉되었고, 이토 사오(伊藤久南)가 '사막의 들국화가 아침이슬에......'라고 호쾌하게 부른 동명의 노래도 그 전형이다. 한국(조선)에서의 <감격시대>는 그 같은 시대 배경 가운데 히트를 쳤던 것이다.
그밖에 지금도 흘러간 대중가요 프로그램 등에서 테마곡으로 자주 나오는 <대지의 항구>라는 노래가 있다. 이 역시 1941년, 만주 진출을 구가한 한국인을 질타 격려한 것이다. 경쾌한 곡으로, 가사는 '말을 매는 나그네야 해가 졌느냐 쉬지 말고 쉬지를 말고 달빛에 길을 물어 꿈에 어리는 꿈에 어리는 항구 찾아 가거라'고 등을 떠민다. 
일본인과 마찬가지로 한국인 역시 대륙 붐, 만주 줌에 실려 많은 사람들이 대륙으로 '진출'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도 같은 시대에 초등학교 교사를 그만두고 만주로 건너가 군인이 되었다. 이른바, 일제하의 한국인들에게도 당연한 일이로되, (식민지 조선의 청춘들에게도) '희망의 청춘'이 있었던 것이다. =
- [날씨는 맑으나 파고는 높다](구로다 가쓰히로, pp.198~199)

이렇듯 <감격시대>를 비롯, 적어도 태평양전쟁이 발발해서 전시동원 체제로 들어가기 전까지의 대중가요에서 이영미 등이 주장하는 일제 군국주의의 의도가 노골적으로 개입, 강요되었다는 주장은 지나친 견강부회가 아닌가 싶다. 1930년대 초반을 넘어서면서부터 세계는 대공황의 파국을 벗어나 새로운 도약을 기약하고 있었다. 자본주의 체재는 자본주의 체재대로, 공산 소비에트는 또한 그들대로.

그러나 중국 대륙은 장개석 국민당 정부와 모택동 공산반군 세력이 대륙의 소유권을 두고 각축을 벌이는 대혼란의 시기였다. 그 중에서도 만주 일대는 군벌들이 난립하며 자기 편의에 따라 국민당 정부와 공산반군 세력에게 붙었다 떨어졌다 했다. 게다가 일제 관동군과도 편의에 따라 제휴하고는 했다.

1932년 만주국이 세워지면서 일본 본토에는 대륙 개척 붐이 일었다고 한다. 기성세대와 국가의 강요가 아니더라도 일본에는 대륙으로 건너가 꿈을 이루고자 하는 그 나름 프론티어의 꿈을 가진 젊은 세대들로 들끓었다는 것.

그 붐이 식민지 조선을 비껴가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2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동경에서의 유행은 곧바로 경성으로 흘러들었다. 앞선 서구 문물이 동경에 선을 보이기가 무섭게 경성으로 넘어와 경성의 대중들을 매료시키고는 했다.

정치적인 것만 빼면 물질적인 것뿐 아니라 사상·이념적인 것, 문화적인 것도 마찬가지였다. 30년대는 경성이 곧 작은 동경이고, 조선의 주요 도시와 항구는 식민지라는 딱지를 붙일 이유도 없는 일본 그 자체였다. 말 그대로 19세기말 서구 질풍노도의 시기가 몇 십여 년 지나 일본과 조선에서 재현된 셈이다.

1939년에 발표된 <감격시대>가 당대 조선 사람들을 매료시켰던 건, 일본에서 이미 그런 개척의 바람과 그에 편승한 노래가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유행이 자연스럽게 조선으로 흘러들었고, 다른 유행가들처럼 사멸할 수도 있었던 <감격시대>가 그 수혜를 톡톡히 보면서 조선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는 것. 이를 뒷받침하는 게 바로 8월 15일 일제 패망과 함께 조선의 거리거리에 환희와 감격을 담아 울려 퍼진 <감격시대>다.

그리고 1995년 8월 15일, 김영삼의 결단으로 철거된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 기념식’ 맨 앞머리를 장식한 오케스트라의 <감격시대>까지, <감격시대>는 누구의 강요와 선동이 아니라 이 땅 대중들의 ‘청춘과 희망’, ‘욕망과 성공’을 부추기는 계몽적 성격이 좀 있는 애창곡일 뿐이었다.

1930년대, 조선의 청춘들에게도 당연히 꿈이 있었다. 식민지 조국의 현실에 비애감을 느끼며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며 자조하는 부류가 있었는가 하면, 독립을 되찾겠다거나 소비에트 공산 사회를 꿈꾸며 '압록강과 두만강을 뛰어건넌' 총칼을 든 부류도 있었다.

그리고 더 많은 경우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현실 속에서 전혀 새로운 세상을 꿈꾼 청춘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 꿈은 막연한 환상이 아니었다. ‘도전’과 ‘개척’, ‘성공’을 위해 그 청춘들도 앞다투어 현해탄을 건넜다. 더 많은 젊은이들이 압록강을 건넜고, 상해로 가는 배를 탔다. ‘희망의 청춘’은 일본 젊은이들뿐 아니라 조선 젊은이들의 몫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광복, 해방된 조국의 궁핍과 고난 속에서도 공산 침략자를 물리치고 단기간에 산업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힘, 오늘날 이 나라의 유복함 뒤에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성공을 위해 도전과 개척에 나섰던 ‘희망의 청춘’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그것을 애써 지우려는 자들과 역사의 회전문을 공유하고 있다. 회전문은 양방향으로 돌게 되어 있다(요즘의 자동식 회전문 말고^^). 그럼에도 회전문은 한 방향만으로 돌아야 한다. 그래야 다른 사람이 다치지 않는다. 이 회전문이 어느 방향으로 돌아야 하는지는 이미 명확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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