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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평창을 살린 '여제'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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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0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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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뉴스24 김형태 기자] 갑자기 그럴줄은 몰랐다. 레이싱을 마친 이상화(29, 스포츠토토)는 허리를 굽힌 뒤 북받치는 감정을 이기지 못한 듯 눈물을 흘렸다. 평소 냉철한, 언제나 흔들리지 않는 승부사의 모습만을 목격한 터라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하지만 이내 나 자신도 모르게 눈가가 뜨거워졌고, 억지로 안면에 힘을 주느라 한동안 고생했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은메달리스트 이상화의 우는 모습에서 만감이 교차했다. 금메달을 놓친 아쉬움에 나오는 눈물은 아닐 것이라고 지금도 믿는다. 그것은 척박한 한국 빙상에서 혜성처럼 나타나 오랫동안 세계를 지배한 '여제'가 기나긴 선수생활의 한 챕터를 덮으면서 나온 뭉클한 감정의 표현일 것이다.

2번의 올림픽, 2번의 금메달, 그리고 조국땅에서 열린 자신의 마지막일지 모르는 올림픽까지. 10대 소녀의 사춘기 및 20대 청춘기의 대부분을 오로지 빙판과 웨이트장에서만 보낸 그로선 오랫동안 어깨 위에 짊어졌던 큰 바위덩어리를 시원하게 내려버린 느낌이었을 것이다.

오로지 정상만을 바라보며 달려온 시간. 그를 오랫동안 괴롭힌 무릎부상(負傷)에 라이벌 고다이라 나오(일본)의 갑작스런 부상(浮上). 여기에 모국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반드시 금메달을 따야한다는 보이지 않는 압박까지. 이상화의 눈물은 이 모든 과정을 통과하고 마침내 자기 인생의 한 장을 넘겼다는 데서 나온 감정의 카타르시스였을 것이다.

그의 눈물이 더욱 특별한 것은 대회 개막 전부터 불거진 여러 잡음에도 불구하고 스포츠의 순수성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음을 확인시켜준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러시아 선수들의 집단 도핑에 따른 국가단위의 참가자격 제한,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의 대회 보이코트, 그리고 대회 직전 불거진 북한발 이슈로 인한 혼란과 잡음까지.

성공적인 대회 개최가 쉽지 않아 보일만큼 수많은 장애물이 나타났지만 그럼에도 평창동계올림픽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일부 정치인들의 '숟가락 얹기식' 얼굴내밀기 및 체육단체 관계자들의 부적절한 행동이 눈쌀을 찌푸리게 했지만 그래도 대회는 기대이상이라는 평가와 함께 국민들의 시선을 잡아끌고 있다.

그것은 의원님도, 나리님도, 회장님도 아닌 오로지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펼친 선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기 역할을 다한 이름 없는 자원봉사자, 안전한 대회 운영을 위해 불철주야 감시의 눈길을 번뜩인 안전요원 덕분일 것이다.



무엇보다 뜨거운 눈물을 흘린 뒤 결과를 깨끗하게 인정하면서 라이벌의 정상등극을 축하해준 이상화, 그런 그의 속마음을 안다는 듯 따뜻하게 안고 위로해준 고다이라의 우정어린 모습이야말로 이번 올림픽을 빛낸 최고의 장면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이상화는 눈물의 레이스를 마친 다음날 언제 그랬냐는 듯 쾌활한 표정으로 나타났다. "전설이 되고 싶었는데, 사실 지금도 전설이죠"라며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다음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까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좀 더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싶다"며 은퇴설을 단호하게 일축하기도 했다.

빙상여제는 역시 빙상여제였다. 이상화는 언제나처럼 그 자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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