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정보 입양과 파양 사이 상처받는 고양이들
2,316 9
2017.05.27 16:11
2,316 9
십년 전, 헌책방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스푸트니크의 연인>을 발견했다.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책이 헌책방 책꽂이에 꽂혀 있기에 ‘거참…빠르군’ 하면서 주욱 넘기다보니 책 안쪽에 전 주인이 적어둔 글귀가 있었다. “이 책이 내 인생의 길잡이가 되어줄 거라고 믿는다.” 글 아래 적힌 날짜를 보니 내가 집어든 날보다 한 일주일 전이었을까? 남의 책, 남의 인생, 남의 취향이니 나무랄 일은 아니지만 고작 일주일 동안 어떤 인생의 길잡이가 되었을 그 책, 아마 그 책 처지에서는 꽤 섭섭한 일이었을 거다. 

사료를 사려고 들른 인터넷 고양이 쇼핑몰의 짧은 상품평 하나에 또다시 아득해진다. “전에 잠깐 키우던 냥이는 이 사료 잘 안 먹더라구요.” 등록일은 일주일 전. 카트에 물건을 쓸어담는 것도 잊을 정도로 오만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잠깐 키우던 고양이라니? 상품평을 남기는 수고를 하는 것으로 보아 다시 고양이를 키우는 것 같은데, 예전 고양이는 어떻게 된 걸까. 일찍 죽은 걸까? ‘우리 공주님는 이 사료 싫어했어요’ 식으로 고양이 이름까지 적어가며 애정을 주체 못하는 수많은 팔불출 애묘인들에 비교해볼 때 이 상품평은 꽤나 건조하다. 설마, 전의 고양이는 파양된 걸까? 


아무 문제 없는 글에 사서 불길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테지만, 실은 고양이의 입양과 파양을 반복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다. 이유도 가지가지. 유학 때문에, 결혼을 앞뒀으나 시댁에서 고양이를 싫어해서, 군대 때문에, 원래 있던 고양이와 사이가 안 좋아서 등등. 심지어 어릴 때는 귀엽지만 크고 나서 감당이 되지 않아 버리는 사람도 봤다. 남의 고양이, 남의 인생, 남의 취향이라도 이건 크게 나무라고 싶다. 천성이 사람을 가려 정 붙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고양이가 파양을 겪으면 남은 묘생(猫生)은 어찌 될까? 

인터넷 고양이 카페의 입양신청서 양식은 시험 보듯 까다롭다. 길고양이라도 입양비 3만원이 있고 중성화에 동의해야 하며, 미성년자는 물론 군대나 결혼을 앞둔 사람은 반기지 않는다. 직업을 묻기도 하며, 이후로도 고양이 소식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하는 조건들이 붙는다. ‘고양이라도 길러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고양이 카페에 들른 사람들은 대개 너무한 참견이라고 불만을 토로한다. 저 까다로운 입양 조건에는 다 이유가 있다. 다시 길에 버려지는 고양이 혹은 운 좋게도 다른 집을 찾아가는 고양이라도, 사랑받던 생물이 버려지는 일에 대해 마음을 쓰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 많은 관심과 의미를 쏟아 붓고 이내 버려지는 고양이들. 사랑을 듬뿍 담아 지어붙인 이름, 밥을 줄 때 부르던 그 이름으로 더 이상 불리지 않게 되었을 때, 고양이는 영문도 모르고….
<저작권자 ⓒ 시사IN (http://www.sisai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목록 스크랩 (0)
댓글 9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넷플릭스x더쿠 팬이벤트❤️] 시간이 흐르는 만큼 무한히 쌓이는 상금, 혹하지만 가혹한 <The 8 Show>의 팬 스크리닝&패널토크 초대 이벤트! 2 13:00 7,392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923,237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3,461,400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4,223,432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0,636,700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급금지단어 필수!! 확인) 16.05.21 21,723,380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44 21.08.23 3,533,688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18 20.09.29 2,384,529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354 20.05.17 3,087,827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53 20.04.30 3,660,543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글쓰기 권한 포인트 상향 조정) 1236 18.08.31 8,038,314
모든 공지 확인하기()
2402849 이슈 그림으로 남아있는 베트남 옛날 황족들과 고관대작들.jpg 21:16 94
2402848 이슈 아직까지 비 오고 있는 지역들 1 21:15 327
2402847 정보 제주를 제외한 전국적으로 가씀 비가 이어지겠고 낮기온은 평년보다 낮을 내일 전국 날씨 & 기온 & 강우량.jpg 21:14 327
2402846 유머 원우가 그린 케리아와 케리아가 그린 원우.jpg 2 21:11 606
2402845 기사/뉴스 동남아 휩쓰는 폭염…베트남, 4월에만 고온 기록 110개 깨졌다 7 21:09 686
2402844 이슈 122만원 주워서 경찰서에 가져다 준 여고생 근황 20 21:07 2,848
2402843 유머 동네어르신들께 오마카세를 해드린..그 뒷이야기 (ㅠㅠㅠ) 21 21:07 2,512
2402842 기사/뉴스 장애인 딸 위해 무릎 꿇은 엄마…누리꾼들 '감동' 2 21:06 682
2402841 이슈 개미들이 주식시장에서 돈을 잃을 수밖에 없는 이유 21:05 767
2402840 유머 태양 : YG에서 우리를 동방신기처럼 키워준다고 했다.jpg 42 21:05 2,704
2402839 기사/뉴스 'KBO 100승' 류현진이 롯데를 만난다…7일 선발 등판 예고, '안경 에이스'와 맞대결 성사 2 21:04 220
2402838 정보 BABYMONSTER, 일본 5/20「CDTV」출연 5 21:04 273
2402837 유머 판신공격 당하는 푸바오 12 21:02 1,720
2402836 이슈 팬들과 함께한 유병재 36살 생일파티ㅋㅋㅋㅋ 10 21:02 1,390
2402835 유머 내일 출근하는 사람들이 보면 속터지는 짤 3 21:01 1,805
2402834 이슈 오랜만에 만난 친한 형한테 미소 보여주는 홀란드.jpg 1 21:01 922
2402833 기사/뉴스 “브리트니 스피어스, 제발 전과자 남친과 헤어져!” 친구들 걱정[해외이슈](종합) 8 21:01 750
2402832 유머 닛몰캐쉬 마에스토로 탭댄스... 11 21:01 594
2402831 정보 🍗이번주 KFC 이벤트[닭껍질튀김/치즈 슈퍼박스/치킨나이트] (~20日)🍗 6 21:00 698
2402830 유머 얼마전 톤붕이임을 인정한 세븐틴 원우의 주력 게임은 사실... 14 20:59 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