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그외 태어나서 단 한번 길게 짝사랑했던 여운이 어느 한 장면에 머물러 있는 후기
683 6
2018.03.25 00:32
683 6
내 나이 이십대 중반이 됐는데 지금껏 누굴 좋아해본 건 그 때 단 한번 뿐이었어
중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3년간.
혼자 몰래 좋아하면서 바라보는 동안 그 애는 여자친구를 사귀었고 어느 때는 내 친구를 사귀었고 또 다른 여자친구가 생기고 했어.
내가 다닌 중,고등학교는 붙어있었고 보통 중학교에서 그대로 고등학교로 진학했기 때문에 걔랑 같은 반이 되었던 기회가 한 번 있었어. 평소 남자애들이랑 잘 어울리고 지금까지도 남자인 친구들이 많은 나인데, 걔랑은 이상하게 말 섞는 것도 어렵고 같은 반이 되어도 친해질 수가 없더라.
그래서 데면데면 인사는 하고, 공통적으로 어울리는 친구들 사이에 섞여 웃기만 하는 사이가 되었어.
아직까지도 그 장면이 기억이 나.
해가 질락 말락해서 주황빛 햇살이 창문으로 들어오고 있었고, 나는 창가 자리 책상에 걸터 앉아서 핸드폰 게임을 하고있었어. 자세히 기억은 안나지만 왜인지 교실에는 나 혼자뿐이었는데 문이 열리더니 걔가 들어오는 거야. 진짜 심장이 너무 빠르게 뛰고 시선이 자꾸 그쪽으로 가는데 참았어. 힐끗 보면서 인사하고 눈은 핸드폰 액정으로 고정했는데, 내가 게임을 잘 하고 있는건지 어쩐지 모르겠더라고.
걔는 그 사이에 내 바로 앞으로 와서 자기 자리의 책상 두개를 붙이더니 그 위에 누웠어. 졸리다고 좀 잘거라면서. 그리고 나한테 안추우면 입고 있는 가디건을 빌려달라고 했어. 나는 냉큼 어깨에 두르고 있던 가디건을 건넸고, 걔는 그걸 이불 삼아 덮고 정말로 자기 시작했어. 핸드폰 게임을 켜 놓은채로 자는 그 애를 흘끗 흘끗 쳐다보다가 게임에 애써 집중하다가.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는데 종이 울렸어. 잠에서 깬 그애가 졸린 눈으로 일어나서 몸 위에 덮여져 있던 가디건을 들었어. 그리고 핸드폰 게임을 하느라 양손으로 핸드폰을 붙잡고 있는 내 어깨에 가디건을 둘러줬어.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그 순간은 정말 그렇게 느껴졌어. 그 애는 가디건을 둘러주고 난 후에 씩 웃더니 고맙다고 인사하고 교실을 나갔어. 그 후에 졸업할때까지 우리는 이렇다할 접점이 없었고 지금은 거의 모르는 사이나 마찬가지가 됐어. 겨우 이십분 남짓한 별 거 아닌 일인데도 벌써 6년이 지난 지금, 그 순간이 생생하게 기억 나는 게 신기해. 그 때 그 햇살과 가디건의 감촉, 걔의 웃는 얼굴 같은 거. 걔가 그립고 아직도 좋은건 아니지만 그 때 그 장면을 떠올리면 아직도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것 같아. 살면서 그런 감정, 느낌을 다시 받을 수 있을까? 꼭 한 번 다시 느껴보고 싶은데.
목록 스크랩 (0)
댓글 6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 삼성전자 X 더쿠 ] 덕질은 갤럭시💙 덬들의 오프 필수템, 해외 스케줄도 Galaxy S24와 함께! 2 05.04 56,203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975,059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3,536,372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4,288,520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0,674,271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급금지단어 필수!! 확인) 16.05.21 21,785,031
모든 공지 확인하기()
178860 그외 어버이날에 왜 배우자의 부모에게 연락을 해야 하는가 28 09:41 412
178859 그외 초딩 공부 멘탈 잡아주는 법이 궁금한 중기 9 09:35 123
178858 그외 아직도 신서유기 새로운 시즌 기다리는 중기.. 1 09:31 46
178857 그외 시골집 보안을 어떻게 해야할지 의견을 묻고싶은 중기 9 08:01 468
178856 그외 보험 부담보 궁금한 중기 7 06:09 185
178855 그외 가족을 전부 잃은 거 같은 기분이 드는 후기 5 05:21 989
178854 그외 문과 성향인 아이가 수학을 (일부나마) 재미있게 배우게 해 준 책 후기 (스압) 11 01:42 602
178853 그외 운전자보험도 들어야하는지 궁금한 초기 11 01:21 365
178852 그외 K패스 체크 덬들 카드사 어떤거 쓰고 있는지 중기 10 00:57 327
178851 그외 밖에서 어머님 소리듣고 나혼자 충격받은 후기 58 05.07 2,628
178850 그외 직장에서 일 잘할수록 보상없이 일만 몰아주는거 흔한지 궁금한 후기 18 05.07 1,249
178849 그외 웃는게 진짜 안이뻐서 짜증나는 중기 4 05.07 726
178848 그외 k-pass vs 기후동행카드,, 뭐 써야 좋을까? 그리고 케패 덬들 어떤 거 썼는지 초기 7 05.07 524
178847 그외 어버이날 챙겨드릴 부모님 안 계셔서 서글픈 후기 5 05.07 591
178846 그외 아무도 아는사람없는곳에 가서 인생리셋하고싶은데 4 05.07 750
178845 그외 내가 이상형이 아니라서.. 남편이 야동이나 야한사진 보는지 궁금한 중기 51 05.07 2,258
178844 그외 자차 트렁크에 뭐 들고 다니는지 궁금한 후기 14 05.07 375
178843 그외 아무리 생각해도 운전에 재능없는 듯한 초기 7 05.07 640
178842 그외 지방 아파트 매매하려고 생각중인데 어디가 좋을까 36 05.07 1,645
178841 음식 파스타는 원래 잘 안부는지 궁금한 초기 5 05.07 8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