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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의욕 없는 고2 남동생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는 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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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6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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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년이었나, 아니 작년부터였던 것 같아. 동생이 학교 다니기도 싫고 공부하기도 싫다고 자퇴를 하고 싶대. 검정고시를 치겠다면서. 막 그러면서 자기가 얼마나 힘들었냐면 자살 위험 설문지 같은 거 하면 위험도가 높게 나와서 학교 상담소 다니기도 하고 그랬다고, 고등학교 와서 친구들이랑 잘 어울리지도 못한다며 부모님한테 크게 충격을 줬어. 원래 여리고 섬세한 편인 애긴 한데 평소에 이런 말 한 적 없어서 엄마 아빠가 상처 많이 받았지. 여리다니까 덧붙이는 말이 어릴 때 동생이랑 많이 투닥거리잖아. 막 그때 내가 동생 싫다고 하고 장난식으로 놀리고 그랬던 게 자기는 아직까지 상처래. 근데 평범한 남매들 투닥거리는 거 이하였으면 이하였지 절대 높지 않은 수위였음. 아무튼 그 정도로 애가 심성이 여리더라고.

 

원래 이런 애는 아니었어. 중학교 때는 성적도 무난하게 평균 80점정도 받아오고, 시험기간이면 새벽까지 공부 열심히 하는 모습 보였어. 그 정도면 나쁜 성적 아니라고 생각해. 근데 얘가 나한테 열등감 같은 게 있었나봐. 나는 음.. 소위 전교에서 1~2등 하는 그런 누나였거든. 내가 공부는 학교에서 하고 집에서는 노는 편이어서 얘가 보기에 누나는 노는데 성적도 잘 나오고 자기는 해도 안 되는 것 같고 뭐, 그런 식으로 느꼈나봐. 그 과정에서 의욕도 잃고, 고등학교도 평준화 지역이긴 하지만 나름 사립에 들어가서 분위기에 기도 죽고 교우 관계도 잘 안 풀리고 그랬나 봐. 근데 나도 불만이었던 게 동생 기죽는다고 나는 1등해도 어, 잘했네, 하고 말았으면서 동생은 50등만 해와도 오구오구 해주고 그랬거든. 뭐 그랬다는 이야기. 아무튼 그렇다고 애가 성격 탓인지 엇나가고 그러지는 않아. 그냥 종종 야자 째고 그런 수준. 고등학생인데도 학교에서 전화가 온대. 담임에 의하면 학교에서 존재감이 없는 애래. 엄마는 아침에는 죽을상을 짓다가 학교 다녀오면 살판이 난대. 그냥 폰 하고 컴퓨터하고 그러겠지. 얘가 한참 이럴 시기에 나는 고3이어서 야자하고 늦게 오고, 대학은 타지로 가서 어떤지 잘은 모르겠어. 공부는 하기 싫다는 말이 사실이었는지 시험기간도 몰라. 시험 전날에 책도 안 가져오고 평균 성적이던 애가 성적표 숨기고 어쩌다 발견된 성적표 보면 7~8등급 받아오니 엄마가 환장할 노릇이지.

 

아무튼 그래서 그 이후로 학원은 다 끊었고 자퇴는 안 된다고 말려서 엄마도 처음에는 애가 스트레스 받는다고 별 말 안 했어. 정말 극단적으로 빠질까봐. 아빠가 살짝 다그치는 성격인데 그런 것도 못 하게 말리고. 근데 시간이 지나니까 부모님도 조급해지시는 거지. 벌써 고등학교 2학년이고 내년이면 수험생인데 당장 학교 진도도 못 따라가고, 그렇다고 따로 뭘 하는 게 있는 것도 아니고 지나가는 시간이 아깝기만 하셔서 조금 공부하라고 하면 동생은 바로 싫은 내색 하고. 첫째인 나는 따로 말 안 해도 알아서 하고 성적도 괜찮게 받아왔는데, 곧잘 따라오기는 하던 둘째가 이러니까 당황스럽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시겠나봐.

 

사실 얘가 자퇴 선언을 하면서 음악을 하고 싶다고 했거든. 고등학교 와서 친구가 실용음악을 하는데 그 친구랑 노래방을 다니면서 그쪽 길을 생각하게 됐나봐. 근데 엄마 아빠는 반대했지. 나도 반대했고. 우선 얘가 간절하지 않더라고. 공부는 하기 싫고 노래방 가면 즐거우니까 일종의 도피처같이 생각한 걸로 밖에 안 보였어. 난 얘가 정말 노래가 하고 싶었으면 집안에서 반대하더라도 알바를 하든지 해서 학원 알아보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한다고 생각해. 근데 자기 공부하기 싫다, 스트레스 받았다, 자살까지 생각했다 이러면서 감정에의 호소 만 하고 설득력이 없었지. 검정고시도 비슷한 이유로 반대했어. 학교 공부도 이렇게 쉽게 떄려치는 마당에 니가 자퇴를 하면 공부를 하겠냐고. 현실적으로 그런 의지가 안 보인다고. 그리고 보컬쪽 얼마나 힘든지 알잖아. 내로라하는 실력인 애들도 안 되는 마당에 객관적으로 노래 들어보면 진짜 미안하지만 가망이 없고, 애가 하고 싶다고 뭐든 투자해줄만한 여유가 있는 집안이 아니야. 2년 전까지만 해도 아빠가 나한테 너 하고 싶은 거 다 하라고 그랬는데 요새 경제가 이 판이다 보니 회사가 어려워지셔서 나한테 안정적인 직업 바라시더라고. 나도 사실 서울에 있는 대학 가고 싶었고 갈 수 있었는데 현실적으로 지방 교대 가고 말았어. 요지에서 조금 어긋났는데 그래서 그쪽으로 밀어주긴 힘들다고 했고, 음악학원 입시반은 안 되겠고 취미반이라도 보내주겠다고 해서 1년 정도 다니다가 지금은 엄마가 이제 고3인데 그만해야하지 않겠냐고 해서 그만둔 상태야. 사실 부모님이 말로는 하고 싶은 거 하라면서도 결국엔 그들이 원하는 방향(공부)으로 밀어붙인 부분이 없지 않아 있어. 아니 사실 크지. 근데 나는 부모님 사정도 이해가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해. 나도 처음에는 하고 싶은대로 하게 놔둬라, 다그치지 말고 쉬게 둬라, 자기가 알아서 정신 차리겠지, 그랬는데 이렇게 이도저도 아닌 모습만 보이니까 답답하고 모르겠어. 벌써 2학년 1학기가 끝나가잖아. 대학도 가기 싫다는데 이대로 졸업해서 평생 엄마아빠 옆에서 빌붙어 지낼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내가 먹여 살리는 것도 말도 안 되고. 지금은 또 패션 디자인이 하고 싶대. 옷 사는 거 좋아하거든. ... 또 말만... 진짜 하고 싶긴 한 걸까? 얘기를 해 봐야겠지.

 

내가 동생이 아니라서 얘 마음이 어떤지 모르겠고 내 심정이랑 엄마아빠가 한탄한 얘기 이것저것 쓰다 보니까 글이 길어지기도 했고 다분히 주관적인 면이 있을 거야. 오늘도 엄마가 방학동안 동생 공부 좀 가르쳐보래. 선택과목 뭐 할지 물어보고 같이 서점에 가서 책도 보고. 아무래도 부모님이 하는 것보다 내가 그 얘기 하는 게 거부감이 덜할 거라고 생각하시나봐. 몇 번 얘기 꺼내보니까 싫은 내색이던데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공부하게 회유하는 게 맞는 건지도 모르겠어. 그리고 나는 문과고 동생은 이과라 도와줄 수 있는 부분도 많지 않고. 어떻게 해야 할까? 작년에는 당장 내 앞의 수능이 급해서 노답이라고 그냥 넘겼는데 방학 되고 집 돌아오니까 뭐라도 해야할 것 같아.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막막해서 글이라도 올려 봐. 쓰다 보니 글이 길어졌네. 다 읽어줄 덬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읽어줬다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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