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상에서나 현실에서나 셀털하는거 꺼려하는데, 생략하자니 감정이나 맥락이 어색해져서 다 넣고 써본다ㅎ
되게 오래전 일 부터 써서 주절주절해.
음.. 우선 나는 어렸을 때 부터 꽤 오랫동안 동경하고 흥미있던 학과에 수시를 넣었고, 전문대여서 어렵지 않게 붙었어.
그런데 현실이 그렇게 녹록지만은 않더라고.
학과, 직업 특성상 체력을 많이 요하는데 내가 지병이 있어서 몸을 많이쓰니까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지기 시작했고
흔히 총,칼,불 쓰는 곳은 군기가 심하다고들 하잖아? 내가 다니던 학과가 그 중 하나였는데
소위 말하는 똥군기가 너무 심했어. 다나까체 사용하고 선배들보면 90도로 인사해야하고 수시로 집합시키고 등등.
또 전문대 특성상 한 학과 인원이 150~200명 정도라 반이 몇개로 나눠져있는데
내가 속해있던 반이 유난히 산만하고 집중을 못해서 모든 교수님들이 수업하다 주의주고 중간에 나가버리시고 난리도 아니었어.
수업은 좋았는데 다른 이유들로 정신적+신체적 데미지를 계속 입다보니까 너무 피폐해지더라.
결국 어떤 사건 하나가 트리거가 되었고 마침 그 날 친구들하고 첫 술자리를 가졌는데
그때 내 주량도 모르고 소주맥주 병나발 불고 친구들한테 질질 끌려왔던 흑역사가..ㅎ 친구들아 미안.
그렇게 꽐라 상태로 도착 당하고나서 다음날 집에서는 학교 힘들면 그만두라고, 그리고 앞으로 사업을 하려고 하는데
당장 하고싶은 공부나 가고 싶은 학과가 없으면 네가 직원으로 일을 하면 좋겠다고 그러는거야.
나도 몇 년을 이 직업 하나만 바라봤는데 학교도 학교지만 필드 자체에 나갈 자신이 없어져서 그렇게 하겠다고 했어.
그렇게 학교 그만두고나서 필요한 학위조건 충족하고, 자격증도 따고, 치료도 받고 알바도 하고.. 그러다가 사업장을 오픈했어.
이게 보편적인 가게가 아니고 특수한 사업이어서 표현하기가 좀 그런데 편의상 손님이라고 할게.
오픈하고 5개월정도 손님이 없었어. 완전 파리도 없는 상황이었지. 그러다가 8개월 차 부터 조금씩 수익이 나기 시작하고 자리가 잡혔어.
그리고 나는 이때부터 우울증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어.
우선 낮에는 손님들 상대하는데 내 성격이 내향적이어서 사람들이랑 부대끼는 거 자체에서 기가 빨렸고
내가 목소리도 작고 낮고 무표정한데 웃는 낯에 하이톤에 밝은 척 하다보니까 가면 쓴 내모습에 현타오기도하고.
갖춰야 할 서류나 해야 할 업무가 너무 많은데 알려주는 사람도, 아는 사람도 없어서 나 혼자 이거저거 찾아보면서 야근을했어.
몇개월을 그렇게 일하면서 나는 정말 죽어도 이 일이랑 안맞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이 직업은 사람을 많이상대하고+정해진 업무를 반복하는 사무적 특성이 강한데
내가 적성검사나 심리검사쪽에 관심이 많아서 이거저거 테스트 해보면 늘 인간친화나 사회성 점수는 바닥을 치고 ㅋㅋㅋ
예민하고 창조적인걸 선호하며 권위적이거나 틀에 박혀있는걸 싫어한다, 자유롭고 예술적인 활동에 재능이 있다,
반복적인것에 거부감을 느낀다 등등 하나같이 전부 다 그런식으로 나오거든. (재능은 아니지만) 실제로 그렇기도 하고.
이게 처음에 뭣 모르고 할때는 그다지 큰 문제가 없었는데, 어느정도 익숙해지고 자리가 잡혀가고
사무직 특성상 매일 반복적인 일을 하다보니까 그때부터는 멘탈에 무리가 오더라고.
뭐랄까. 정말 재미없고 나랑 안맞는 책/영화 보고 감상문 쓰는 과제를 하는 기분이었어.
의식의 흐름으로 정신줄 놓고 막 치다보면 분량은 충족되고 완성은 되는데 정작 나는 뭘 한건지도 모르겠어서 힘은드는데 허무하고
이게 한두번, 서너번까지는 하기싫다 징징대고 하소연 하면서 꾸역꾸역 할만하지만
그게 매일, 매 주, 매 달 반복되고 종강도 방학도 없고 다음달이 되면 모든 과제가 초기화돼서 계속 다시 제출해야하는 그런기분.
그렇게 반 년 정도? 어찌저찌 버티면서 울면서 막연하게 죽고싶단 생각도 하고, 폭식에 주제넘는 과소비도 하고
공허하고 기댈곳이 없어서 사이비 단체에 빠질뻔도 했고, 주말에 장거리로 여행도 다녔어.
그만두고 싶긴 했는데 경제적으로 도저히 그럴상황이 아니기도 하고
내가 장녀컴플렉스가 심한편이기도 해서 섣불리 말이 안나오더라.
그러다 자격증 교육 받을 일이 생겼어. 하필 교육장소도 멀리 떨어진 곳이었고
월~토 주 6일 2주간 하루 9시간씩, 왕복 3시간을 이동해서 교육을 들었어.
그때 하필 때이른 폭설이 와서 고속버스도 1시간씩 지연되고 빙판에 크게 자빠져서 무릎도 손도 다 까지고
가뜩이나 힘든데 엎친데 덮친격이었지ㅋㅋ 아무튼 그렇게 정신없는 2주를 보내고 다시 업무에 복귀하고
해야하는 일, 밀린 일 정신없이 처리하고 좀 한가해지고 나서 내돌 콘서트에 가게됐어.
음.. 이건 여기 다 적자면 너무 길고 그 때 콘서트 보고나서 쓴 글인데 http://theqoo.net/191761138 읽을 덬들은 참고해줘.
요약하자면 콘서트 보는 내내 정말 행복했고, 집에 가는 버스안에서 이제 죽어도 되겠단 생각이 들었어.
'죽어도 여한이 없다'랑은 다르게 이제 더는 살고 싶지가 않더라. 죽고싶다기보단 그만 살고 싶단 생각이 더 강했어.
지금 이렇게나 행복한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생각하니까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었고
앞으로 내 인생에서 이렇게 행복한 순간보다는 힘들고 괴로운 날이 더 많을텐데 그걸 겪어낼 자신도 없고
그냥 너무나 행복한 지금 이대로 죽어버림 좋겠단 생각이 들었어. 나 여태 힘든지도 몰랐는데 되게 힘들었었구나 싶기도 하고.
아무튼 그때부터는 모든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졌어. 간단한 문서작성도 못하고 하루에 16~18시간씩 자고
눈 떠 있을때는 하루종일 어떻게 해야하나 답 없는 고민만 했어.
당장 이 일을 그만둔다고 치면 난 뭘 해야하지? 내가 잘하는 건 뭐지? 내가 하고싶은건 뭐지?
(나는 10대때부터 원래 정한 학과-직업 하나만 생각하고 다른건 선택지에 놓지도 않았는데
그게 무너지고 나니까 다른건 뭘해야하나 생각도 안들더라. 내가 재능 있는 분야도 없는 거 같고.)
안 그래도 지금 아슬하게 적자 면하고 있는데 여기서 나 까지 빠지면 어떡하지?
나 너무 나약한거 아냐? 진짜 쓰레기다, 겨우 이정도가지고 앞으로 사회생활 어떻게 하지? 등등.
또 예전하고 다르게 막연히 '죽고싶다'도 아니고 구체적으로 죽을 궁리를했어.
밖에서 고층빌딩 볼때마다 저기는 좀 애매하다, 저정도에선 떨어지면 죽겠다 생각하고
집에서도 저 높이에서 목매면 한번에 죽어질까, 차에 연탄가스 피우는게 더 깔끔할까 그런 생각들만 하다가
막상 죽을 용기는 없고 너무 괴로워서 자살예방센터에 갔어.
그때 썼던 일기보는데 우울증, 스트레스, 자살위험도 다 고위험군이었고 그걸 중점으로 상담을 시작했고
왜 죽고싶은지, 내가 죽는다면 어떻게 죽을 것인지 물어봐서 좋아하는 가수 콘서트에 갔는데
행복의 절정에 다른 것 같은 그때 그냥 삶이 끝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살아갈 자신이 없다,
그리고 죽는다면 인적이 드문 시간에 투신이나 목을 매 자살할 것 같다고 대답했고
상담사는 아직 시도는 안해봤는데 계획이 꽤나 구체적이어서 문제가 있다고 얘기했어.
쓰다보니까 시간 너무 많이 걸리고 말도 너무 많아서; 여기까지 쓰고 다음에 상담받고 병원간 얘기 쓸게
별거 없는 글이지만 힘들어하는 덬들한테 조금이나마 도움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