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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콘서트 보고나서 살기 싫은걸 깨달은 후기
4,922 17
2015.12.23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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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글, 극도로 암울하고 우울하고 찌질함 주의
느끼는 감정 다 담으려고 일기식으로 씀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보고오던 날이었다.
듣고싶던 모든곡들을 다 불러줬고, 라이브 실력도 지난번보다 더 좋아진 것 같아서 꽤나 만족스러웠다.

연출에서 조금 잡음이 있던게 느껴졌지만 티켓을 어렵게 구해 나름 큰 돈을 지불한것이 전혀 아깝게 느껴지지 않을정도로 공연은 매우 마음에 들었다. 

공연이 끝나고 기분좋게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너무 행복하다, 이제 죽어도 되겠다- 라고.

그것은 극도의 행복감과 만족감에서 오는 감탄사인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와는 확연히 다른 감정이었다. 

그저 담담하게, 집에가서 씻고 자야지 같이 아무 의미없이 그냥 떠오른 생각이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내가 정말로 더이상 살고싶지 않음을 자각했다. 

상처가 있는지 몰랐다가 그 상처를 발견 했을 때 고통이 더 크게 느껴지듯이 한번 자각하고 나자 생각은 겉 잡을수 없이 증식해나가기 시작했다. 

모든것이 의미없고 버겁고 갑갑하게 느껴졌고 전보다 먹고싶은것도, 하고싶은것도 없어졌으며, 

맛있는것을 먹고 재밌는것을 보고 즐겨도 행복을 느끼긴 했지만 그게 곧장 행복하니 이대로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더 이상 삶을 영위해봤자 좋은 꼴을 못 볼것 같기도 하고, 앞으로 더 좋은날이 온다고 해도 

그게 1년 뒤 일지 10년 뒤 일지, 50년 뒤 일지 알 수도 없으며 그 과정에서 겪게될 힘든일, 고통스러운 일들이 더 부담스럽고 크게, 무섭게 다가왔다. 

설령 그 미래가 행복 하더라도 지금이 괴롭고 고통스러운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으며 무엇보다 그런 날이 올지 안올지 조차 확신이 없지 않은가. 

그냥 아주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지금 삶이 마감된다면 너무 좋을 것 같았다.

평소에도 늘 우울증을 앓고있었지만 이번엔 이전 들과 비교해 확연히 달랐다. 

전에는 내가 너무 싫고 우울하고 속상해 목놓아 엉엉울면서 "죽고싶다"는 생각을 강하게 했었는데, 이번엔 내가 힘든지 조차 자각하지 못했으며 

사실 지금도 다소 그런 것 같다. 그저 "그만살고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강하게 지배하고 있으면서 모든게 다 의미없게 느껴지고 의욕도 없다. 

애초에 잘 울지도 않지만 눈물샘은 정말 말라 비틀어진건지 쥐어짜보려해도 한방울도 나오지 않는다. 그저 무기력하고 깊게 가라앉는 나날들이 반복될 뿐이다.

병으로 고통스럽게 버티는 사람들을 보았을 때 과거엔 죄책감과 죄송스러움을 느끼고 앞으로 삶을 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각오를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사람들이 아픈것이 내 잘못도 아니고 어쨌거나 내 목숨, 내 인생은 세상에 몇 안되는 오롯이 갖고있는 나의 소유물인데 

그거라도 내 마음대로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돈이 많은 부자가 하룻밤에 내 연봉에 달하는 돈을 쓰더라도 

내가 그사람한테 가서 아껴쓰라고, 나같은 사람도 있으니 알차게 쓰라고 하는건 웃기는 일 아닌가.

문득 서울대학생의 유서 한 대목이 생각난다. 자살은 생각만큼 비합리적인게 아니라는 것 말이다. 

생각해보면 정말 그런것 같다. 돈이 많아도 사고싶은 물건이 없고 쓸 생각이 없으면 아무것도 사지 않듯이  

더 이상 삶을 살 이유가 없다고 생각되면 인생도 끝내는게 맞는것 같다. 하지만 나에겐 그럴 용기가 없다. 

어렸을 때 꽤 많이 아팠고 입원을 자주, 오랫동안 했었기에 내게 고통은 남들보다 큰 무게로 다가온다. 

또래들에 비해 건강에 집착하는 이유이기도하다. 오래살고 싶진 않지만 아픈것은 싫다.


만약 자살을 시도해서 실패했을때, 눈을 떴을때 보이는 엄마의 얼굴과 절망 가득한 표정을 견딜 자신이 없다. 

무엇보다 반신불수가 된다거나 척추마비 혹은 식물인간 등 중증 장애인이 되어 자살 시도조차 못하게 된다면 그때는 정말 재앙이다. 

지금도 이미 그렇지만 엄마의 더 큰 짐이 되는것은 싫다. 그냥 아무런 고통, 공포도 느낄 새 없이 한순간에 사라졌으면 좋겠다. 

아니면 과거로 돌아가 젊은날의 엄마를 만나 결혼을 뜯어 말리거나 임신을 막아 아예 내가 태어나는 경우의 수를 차단하고 싶다.

길을 걷다 건물들을 보면 저 높이에서 뛰어내리면 한번에 죽을 수 있을까, 아니면 목을 매달면 어느정도의 높이에서 

어느정도 악력으로 시도해야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저 생각에 그치고 만다. 

나는 비겁한 겁쟁이라 시도하지 못한다. 어쨌든 나는 오늘도 죽고싶기보단 더이상 그만 살고싶다. 

고통과 공포없이 삶을 마감할 수 있다면 누군가에게 내 남은 인생을 나눠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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