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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고속버스에서 취한아저씨와 그 부인님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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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20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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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일인데 도무지 잊혀지질 않아서 후기 써봄ㅠㅠ

나덬은 초딩아이를 키우는 엄마덬임.
집은 통영인데 엊그제 중앙대에서 열리는 피아노 콩쿨에 딸이 나가게되어서 애 둘을 데리고 서울까지 댕겨옴.
간만에 하는 서울 나들이라 애들이랑 서울시티투어도 하고 청계천도 갔다가 딩가딩가 놀고 2박 3일의 일정을 마치고 금요일 저녁 집으로 오는 고속버스를 탔어..
애들은 애들끼리 앉고 나는 애들이랑 나란히 따로 혼자 앉았는데, 내자리 앞으로 중년의 커플이 앉으시더라.
근데 남자분이 뒤로 가자고 여자분을 데리고 감. 그래서 내 뒷자리에 앉으심.
(나는 두분이 야한짓? 같은거 할려고 뒤로 가시나 생각했어;;)

그때부터 여자분 목소리가 들리더라.
겁에 질려서 바들바들 떨면서 삭제하려던 거다.. 자기(그러니까 남자분)꺼 아니다.. 등등...
여자분이 겁에 질려서인지 좀 횡설수설하는것도 있었는데, 엔드라이브 얘기가 있는걸로 봐선 무슨 사진같은걸 들킨건가 짐작만 했어.
자리가 바로뒤라 안들을래도 들려서 그냥 추측만 했는데.....그랬는데....... 남자도 같이 뭐라뭐라 몰아가더니 갑자기 짝!!! 소리가 났어;;
옆에있던 애들먼저 바라보고 뒤돌아봤더니 여자분이 뺨을 감싸쥐고 울고있더라고 ㅠㅠ
안경도 날아갔는지 나중에 여자분이 안경찾음ㅠ
(그 소리가 얼마나 크던지 소름이 제대로 돋았어ㅠㅠ)

일단 애들을 비어있던 내 앞자리로 옮기고 사태를 지켜봤어.
승객이 제법 있었지만 다들 선뜻 나서지는 못하는거 같더라고ㅠㅠ
남자는 계속 말끝마다 여자분을 죽인다 협박하고 ㅇㅇ년이라 욕하고...
근데 이상한게 남자분 발음이 정확하지가 않은거야.
술냄새는 못맡았는데 취했다 싶더라ㅠ
여자분은 그 심한 욕을 많은 사람들앞에서 들으면서도 잘못했어.. 내가 잘하께 사정하고ㅠㅠ
남자는 그와중에도 욕하고 간간히 손찌검을.....
나덬은 엄마다보니 신랑없이 애들이랑만 외출하면 남들 저러는거에 되도록 관여안하고 애들데리고 피하는데 버스안은 피할데가 없쟝 8ㅅ8
애들도 자꾸 돌아보고 짝짝 하는소리 다 듣고있는데 가만있을수가 없더라고..
그래서 뒤를 돌아보고 얘기함..
"아저씨.. 왜 화가 나신지는 모르겠는데 여기 다른 승객들도 계시고 애들도 있는데 그만하시는게 좋겠는데요.. 부탁 드릴께요"라고 정중하게 얘기했어..
속에선 ㅈㄴㅅㅂ 여자 때리는 양애취 ㅅㄲ야 고만해!! 라고 버럭거리고 있었지만 "술취한 개는 건드리면 물더라"라는 인생경험이 있어서 웃는 낯으로 상쾌하게 얘기했어.
(무엇보다 애들이 보고있어서 승질대로 소리지르지는 못함ㅡㅡ)
근데 웃긴게 이 아저씨가 자기여자한테는 입이 존나 걸레면서 나한테는 웃으면서 미안하다고 사과함;; 그것도 몇 번이나;;
게다가 상냥하기까지 함ㅋㅋ
그거보고 더 소름이.... 이중인격자인줄;;

근데 여기서 더 소름인게 뭐냐면ㅠㅠ
여자분이 그렇게 맞고 울고 하면서도 내가 아저씨한테 그만하시라니까 뭐라셨는지 알아??


"저땜에 화가나서 그래요"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맞을짓을 했어요" 그러자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여자분 저얘기 듣는순간 그간 얼마나 많이 저런일이 있었을지 안봐도 비디오같자나ㅠㅠ
여자분 순둥하게 생겨서는 겁에 질려서 자기 잘못이라는데 진짜 소리지를뻔 했다ㅠㅠ
(아주머니 왜 그러세요ㅠㅠ 차라리 도망가세요ㅠ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저씨는 지치지 않고 계속 욕이며 손찌검을 하심ㅠ
다른 승객들도 뭐라하기 시작하시니까 그럴때마다 또 사과는 칼같이 하더라.. 어이없음;;
이 과정에서 여자분한테 아저씨 취하셨냐 물으니 그렇다고 함ㅋㅋ
5시 45분 버스라서 해도 지기전에 차가 출발했는데 대낮부터 만취하심;;
점점 심해지니까 결국엔 갓길에 차 세우고 기사님도 뒤로 오셔서 주의주시고
나는 애들더러 돌아보지 말라는데 그게 안돌아봐지냐고ㅠㅠㅠㅠㅠ
다행히 두번째줄에 빈자리가 있어서 그쪽으로 보내고 일단 안심ㅠㅠ
하지만 나덬까지 옮길 자리는 없어서 나는 그냥 애들이 있던 자리로 옮겼다고 한다ㅠㅠ

그 아저씨는 그러고도 한참을 여러사람들이 나무래도 사과만 깔끔하게 하고 계속 여자분을 말로 손으로 조지더라ㅠㅠ
출발하고 2시간을 넘게 그랬으면 술이 좀 깨거나 잠에 들만도 한데 계속 욕에 간간이 손찌검에;;
근데 여자분은 의외로 익숙해보였어..
소리죽여 우는것도 익숙해 보였던게.. 우리는 영화보거나해서 울면 코부터 막혀서 코를 엄청 쿨쩍거리는데 그분은 그런소리도 없이 숨소리만 흐느끼심.
많이 울어봤구나..싶었어ㅠㅠ

그러다가 2시간이 지나니 아저씨 감정상태가 절정이 됐는지 뭐라뭐라 말하면서 이젠 울먹이기 시작하심;; (진짜 가지가지 한ㄷ..)
속에 한이 많으신듯;;
이때쯤부터는 손찌검은 안하심.. 욕은 여전히;;

2시간 30분쯤 지나니 감정이 잦아들었는지 조용해지고 간간이 침이랑 분비물 뱉는 소리만 나더라..
(근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 침이랑 분비물을 차바닥에 그냥 뱉었다는......8ㅅ8)

여자분이 무슨 잘못을 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리 큰 잘못은 아닌거 같았는데 뭘 그리 쥐잡듯 몰아세우는지... 바람이라면 니가 나한테 어떻게!! 같은 말들이 안나올리가 없을텐데 그런 말들도 없었고 남자분은 그저 계속해서 죽는다.. 죽인다.. ㅇㅇ년 같은 욕만 하는걸로 봐선 그냥 주사인가 싶기도 하고....
그 여자분 표정이 너무 익숙해보여서 지금도 사진처럼 또렷하게 그 표정이 잊히지가 않는다ㅠㅠ

도착해서는 밖에서 신랑이 기다리고 있어서 뒤도 안보고 애들 챙겨서 나와버렸는데 우리차타면서 힐끔보니 그 두분 내려서 여자분이 남자분 머리 정리를 해주고 있어서 더 소름ㅠㅠㅠㅠㅠ
(아주머니ㅠㅠ 대체 왜ㅠㅠㅠㅠㅠ)

여자분이 자기야 하고 반말하는거보면 사이가 나쁘지는 않은거 같은데ㅠㅠ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도 여자분 집에가서 괜찮았을까.. 걱정이 먼저 들더라ㅠㅠ
제발 무사하셨길...ㅠㅠ

보고 들은게 너무 충격이라 긴 글 끄적여봤어..
내가 어찌하지 못하는 일인데 너무 답답해서ㅠㅠ
에휴...
세상엔 참 여러가지 모습들이 많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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