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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키스마이) 오래된 연인을 위한 세레나데♪츄테배 레스게임 와타편_01(20:00~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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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28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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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안 되겠어. 헤어질래."

내 폭탄 발언에 친구가 깜짝 놀라 마시고 있던 아메리카노를 뱉었다. 
아 드럽게 진짜! 나는 화를 내며 곱게 접힌 손수건을 꺼내들었다가 다시 놓았다.
그러고보니 이것도 그가 다 다려준거네, 안 쓸거야. 안 쓸거라구!

"..커흑, 미..미안. 야, 진짜 괜찮겠어? 그만한 사람 없는데."
"뭐래? 세상 반이 남자라는데 그만한 남자 하나 못 찾을까봐?
그리고, 네가 남이니까 그렇게 보이는거지 실제로 같이 있으면 기빨린다."
"그래 뭐, 네가 그러기로 했다면 상관없지만. 후회 안 하겠어? 내가 보기엔 백퍼 후회할 각인데."
"연애 3년이면 오래 했지 뭐, 이젠 딱히 설렘도 없고. 모르겠다."


그러네, 어느새 3년이다. 솔직히 그가 싫냐고 한다면 그건 아닌데, 그렇다고 좋냐고 한다면 글쎄, 라고 답하는 최근의 나였다.
영원한 사랑따위 없다는 말에 '우리가 그 전례를 깨부숴 주겠어!' 라고 당당히 선언하고 시작했는데, 세상 말 틀린거 하나 없구나아.

객관적으로 그는 잘생겼다. 키도 크고, 예의를 중시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근데, 너 밥 혼자 해 먹고 살수 있겠어?"
"...큭, 정곡을..."

요리를 잘한다. 그냥 잘하는 정도가 아니라, 정말 수준급으로 잘 한다. 
근 몇년간 그의 손맛에 길들여져서 마음이 약해지는 대목이기도 했다.

"그래도, 그거땜에 마음도 없는 사람 잡고있기도 미안하니까. 나도 최소한의 양심은 있다 뭐."

친구가 어휴, 그래 잘났다. 라고 말하며 핸드폰을 꺼내들고는, 흐뭇한 미소로 어쩔줄을 몰랐다. 
오래된 소꿉친구랑 사귀기 시작한 친구는 깨볶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왠지 얄미워서 눈 앞에 놓인 케이크를 포크로 푹푹, 쑤시다가 옷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아, 새 옷인데! 또 옷 지저분하게 하고 왔다고 와타한테 혼나겠..."
"...헤어질거라며."
"그럴거라니까, 진짜로!"

왠지 히죽거리는 친구의 표정을 보니 괜스레 짜증이 났다. 
그래, 오늘은 꼭 헤어지자고 말을 하는거야! 이번엔 정말 물릴 생각도 없다, 오늘 꼭!


**

집이 가까워질수록 괜히 발걸음이 느려졌다. 
들어가서 헤어지자고 말을 할 참인데, 대체 어떻게 말을 해야 하는거지? 
상처 안 주고 헤어지는 방법이 없다지만, 그래도 최대한 상처 덜 주고 헤어지고 싶은데. 

"...크게 잘못한게 있는것도 아닌데 말야."

이럴 때마다 참 서글퍼진다. 그는 잘못한게 하나도 없다. 그냥, 처음부터 주욱 항상 그대로였는데 누군가의 마음이 식어서, 
그래서 긴 시간 함께 해온 인연을 끊는다는 것은 정말 잔인한 일이다. 
만약 반대 상황이었으면 나는 아마 한동안 아무것도 못 할 정도로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다 끝난 인연을 붙잡고 있는 미련한 짓은 하지 않는게 더 낫다는게 뭔가 아이러니 했다.

"..츄덬아."
"왁, 깜짝이야! 인기척좀 해!"

갑자기 튀어나온 그 때문에 나는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그는 픽, 가볍게 웃더니 손을 내밀었다. 나는 또 엉겁결에 그 손을 잡았다.
헤어지기로 했잖아, 츄덬아. 지금 말해. 말하라고! 마음속에선 그렇게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지만 나는 쉽게 입을 뗄 수가 없었다.

"저기..오늘..."
"오늘 저녁은 고기 감자 조림이야."
"앗싸, 신난다!!! 와타가 만든 고기감자조림 진짜 맛있어!"

헉, 나도 모르게 하이텐션이 되었다. 
그치만, 그치만 정말로 와타루가 만든 고기감자조림은 세계 최고라고 해도 단언이 아닐 정도인걸.
엄마한텐 미안한 말이지만 엄마가 만든 것보다 훨씬 맛있었다.

"요새 왠지 기운이 없어보여서."
"어? 아....응."

그 말에 괜히 양심이 콕콕 찔렸다. 그는 여전히 변함이 없는데, 나만 이렇게...... 

손을 잡고 어느새 맨션 앞에 도착했다. 자연스럽게 그가 꺼내든 맨션 열쇠에는 나와 똑같은 모양의 스트랩이 걸려있었다. 
첫 데이트날, 같이 샀던 분홍색 돌고래 모양의 스트랩. 
남자가 무슨 분홍색이냐며 투덜거리던 그는 어느새 자연스럽게 스트랩을 사용하고 있었다.

"뭐해, 안 들어가?"
"어? 어,어어.."

멍하니 그 스트랩을 바라보던 내 팔을 가볍게 끌어 집 안으로 들여보낸 그는 바로 손을 놓고 주방으로 향했다. 
손이 놓아지는 그 순간이 왠지 조금 안타깝게 느껴져서, 나는 고개를 붕붕 저었다. 

안돼 안돼. 마음 약해지지 말자, 오늘 나는 3년 사귄 이 남자와 헤어지는거야.

왠지 현관에서 우물쭈물 하고 있자니 부엌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밥, 금방 될 테니까 손 씻고 와."
"..."



A. 망설일 시간이 없다, 바로 와타루를 부른다.
B. 우선 밥부터 먹고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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