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내가 착각해서 오버하는 걸까? 일단 자고 나서 생각할래. 3표
B. 나는 바보가 아니다. 할 말은 해야겠어. 17표
"왜?"
멀리서는 들리지 않을거다. 나는 천천히 그가 서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여전히 그는 웃는 얼굴이었다.
"아까 그거, 정말 농담이었어?"
"뭐가?"
"그런 말 듣고싶지 않다는 거."
그 말에 웃고 있던 그의 얼굴에 웃음기가 가셨다.
한참을 망설이던 그가 꺼낸 말은,
"......미안."
미안하다는 그 한마디가, 기폭제가 된 것 마냥 내 안의 무언가가 폭발하는 느낌이 들었다.
왜 항상, 그는 나에게 '미안' 하다며 울 것 같은 표정을 짓는 것일까. 자신이 잘못한게 하나도 없는데, 왜 자기가 죄라도 지은 것 마냥.......
"미안? 대체 뭐가, 뭐가 그렇게 미안한데?"
"그냥... 미안해, 다."
또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그는 항상 나를 바라보면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웃는 얼굴로 잘 감추고 있다고 해도, 내 눈엔 분명한 경계가 보인다.
그가 나를 봐 온 만큼, 나 역시 그를 쭉 봐왔으니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제대로 말해, 그냥 미안하단 말로 피하려고 하지 말고!"
어느새 나는 빌고 있었다, 그가 꺼낸 말이 내가 원하는 그 말이기를.
오랜 시간동안 숨겨두었던 내 마음도 드러낼수 있는 그 말이기를.
"..내가, 어떻게 하란 말이야!
여기, 여기에 담겨진 거 말하고, 나 편하자고! 어떻게 말을 하냐고!"
갑작스런 큰 소리에 나는 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드물게도 울고 있었다.
"나는, 자신이 없어.... 내가 지금, 너한테 말해버리면. 그래서, 네가 나를 경멸하게 되어버리면 어쩌나 하고...
아니, 만에 하나. 네가 괜찮다고 하더라도, 너는 착한 아이라서 그런 거라고,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을테니까."
"...미야타군."
"그러니까, 나에게 말하라고 하지 말아줘. 나는 그냥........ "
어린애처럼 덜덜 떨고 있었다. 그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나는 안다. 나도 몰래 숨겨뒀던 그 마음이 그랬으니까.
하지만 동시에 나도 왠지 자신이 없어지고 있었다. 내가 당연히 그럴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은 틀리다면?
그래서 더 이상, 네 옆에 있을수 없을 일이 생긴다면.
너무나 겁쟁이인 나는 결국, '미안해' 라며 그를 안아주었다.
그는 조용히 그대로 있다가, 나를 가볍게 떼어내고 '잘 자.' 라고 말하며 등을 돌려 가 버렸다.
왠지 울 것 같은 기분이 되어 나는 그 날, 집에 들어가자마자 쓰러져서 잠들었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푹 자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