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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입양과 파양 사이 상처받는 고양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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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7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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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 전, 헌책방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스푸트니크의 연인>을 발견했다.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책이 헌책방 책꽂이에 꽂혀 있기에 ‘거참…빠르군’ 하면서 주욱 넘기다보니 책 안쪽에 전 주인이 적어둔 글귀가 있었다. “이 책이 내 인생의 길잡이가 되어줄 거라고 믿는다.” 글 아래 적힌 날짜를 보니 내가 집어든 날보다 한 일주일 전이었을까? 남의 책, 남의 인생, 남의 취향이니 나무랄 일은 아니지만 고작 일주일 동안 어떤 인생의 길잡이가 되었을 그 책, 아마 그 책 처지에서는 꽤 섭섭한 일이었을 거다. 

사료를 사려고 들른 인터넷 고양이 쇼핑몰의 짧은 상품평 하나에 또다시 아득해진다. “전에 잠깐 키우던 냥이는 이 사료 잘 안 먹더라구요.” 등록일은 일주일 전. 카트에 물건을 쓸어담는 것도 잊을 정도로 오만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잠깐 키우던 고양이라니? 상품평을 남기는 수고를 하는 것으로 보아 다시 고양이를 키우는 것 같은데, 예전 고양이는 어떻게 된 걸까. 일찍 죽은 걸까? ‘우리 공주님는 이 사료 싫어했어요’ 식으로 고양이 이름까지 적어가며 애정을 주체 못하는 수많은 팔불출 애묘인들에 비교해볼 때 이 상품평은 꽤나 건조하다. 설마, 전의 고양이는 파양된 걸까? 


아무 문제 없는 글에 사서 불길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테지만, 실은 고양이의 입양과 파양을 반복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다. 이유도 가지가지. 유학 때문에, 결혼을 앞뒀으나 시댁에서 고양이를 싫어해서, 군대 때문에, 원래 있던 고양이와 사이가 안 좋아서 등등. 심지어 어릴 때는 귀엽지만 크고 나서 감당이 되지 않아 버리는 사람도 봤다. 남의 고양이, 남의 인생, 남의 취향이라도 이건 크게 나무라고 싶다. 천성이 사람을 가려 정 붙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고양이가 파양을 겪으면 남은 묘생(猫生)은 어찌 될까? 

인터넷 고양이 카페의 입양신청서 양식은 시험 보듯 까다롭다. 길고양이라도 입양비 3만원이 있고 중성화에 동의해야 하며, 미성년자는 물론 군대나 결혼을 앞둔 사람은 반기지 않는다. 직업을 묻기도 하며, 이후로도 고양이 소식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하는 조건들이 붙는다. ‘고양이라도 길러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고양이 카페에 들른 사람들은 대개 너무한 참견이라고 불만을 토로한다. 저 까다로운 입양 조건에는 다 이유가 있다. 다시 길에 버려지는 고양이 혹은 운 좋게도 다른 집을 찾아가는 고양이라도, 사랑받던 생물이 버려지는 일에 대해 마음을 쓰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 많은 관심과 의미를 쏟아 붓고 이내 버려지는 고양이들. 사랑을 듬뿍 담아 지어붙인 이름, 밥을 줄 때 부르던 그 이름으로 더 이상 불리지 않게 되었을 때, 고양이는 영문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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