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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마스크걸 [씨네21] '마스크걸' 고현정X나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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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9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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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걸>에서는 세명의 배우가 한 사람을 연기한다. 배우의 변화는, 인물의 성형 여부와 세월을 말해주는 방편이기도 하지만 주효하게는 세개의 다른 자아를 대변한다는 점에서 흡인력을 갖는다. 동일인물을 연기함에도 결코 동일해지지 않는 배우들로부터 김모미는 비로소 고유해진다. 여기, 한 여자를 연기하는 두명의 여자를 소개한다. 주인공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비상하는 순간과 끝을 알 수 없는 심연으로 자신을 내던지는 순간을 모두 책임지는 배우들이다. 디바가 되고 싶었던 소녀, 인터넷 방송의 스타, 누군가의 연인이자 엄마, 교도소의 미친 여자, 그 누구도 아닌 초연한 존재에 도달하기까지 김모미는 고현정과 나나의 현신을 빌려 비로소 웹툰 밖으로 걸어나온다. 배우 고현정과 나나는 한 인물이 되고자 하는 유사성에 집중하기보다 총 7회 분량의 드라마에서 단 2회씩 등장함에도 강력한 존재감과 개성을 남기는 각자의 역량을 최대치로 발휘한다는 점에서 훌륭한 파트너십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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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데뷔작이 홍상수 감독의 <해변의 여인>이었듯, 첫 OTT 시리즈물 작업에 있어서도 고현정은 의외의 선택을 보여준다. <마스크걸>의 세 번째 김모미, 일명 모미C인 그는 폭주기관차 같은 작품의 종착지에 묘령의 얼굴로 유유히 서 있다. 한국 여자배우 중 여왕(<선덕여왕>)과 대통령(<대물>)을 모두 연기한 유일한 인물인 그에겐 “혼자 이끌고 가야 하는 역할도 있었다면, 좋은 배우들 사이의 일부로 놓여 즐겁게 촬영할 수 있겠다는 기대가 들어 새롭고 반가웠던” 작품이 <마스크걸>이다. 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에서 에르메스 백을 바닥에 내팽개치는 순간마저 아이코닉해 충격을 준 이 배우는, “평소 자연스럽게 짓게 되는 표정과 근육을 최대한 쓰지 않는 방식으로” 자신의 스타성을 탈색시키면서 지금의 김모미에 충실하고자 했다. 그렇게 몸의 움직임까지 최소화해 만들어낸 고현정의 김모미는 무망한 삶에 간신히 적응한 비련의 여자이기보다 언젠가 다가올 다음 기회를 노리며 조용히 웅크린 맹수 같다. 힘을 툭 털어버렸지만 화면 속 그의 존재감은 여전한 박력을 품고 있다.

 


- 7회차 시리즈에 6회부터 등장하는 독특한 포지션으로 합류했다. 앞서 같은 인물을 이한별, 나나 배우가 차례로 연기한다. 이같은 배우의 쓰임과 형식이 낯설진 않았나.
= 다들 과감한 선택 아니냐고 물으시는데 내게는 언제든 있을 수 있는 일일 뿐이다. 작품 전체를 보는 감독님의 눈을 믿으면서 항해사인 그가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의심하지 않고 걸어가면 된다. 그러니 <마스크걸>을 보고 고현정이란 배우를 쓰고 싶은 분들은 어떻게든 데려다가 쓰셨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웃음) 3인의 배우가 한 사람을 연기할 때의 캐릭터의 일관성에도 비교적 자유롭게 접근했다. 과거의 내가 꼭 현재의 내가 아니고, 지금의 우리가 어디까지나 과거로부터 논리적이고 인과적으로 탄생한 존재라고 보긴 어렵다. 인생의 실제가 그렇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저 지금의 모미였으면 했다. 항상 나 김모미는 단 5분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모른다고, ‘나는 정말로 아무것도 모른다… 모른다…’ 그렇게 주문을 외우는 심정으로 현장을 돌아다녔다.

 


- 김모미C가 등장하는 순간 인물이 전보다 한결 초연해진 인상이 든다. 시간의 경과 속에서 어떤 변화를 주고자 했나.
= 과거의 모미에겐 여자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참담함들이 있었고 자기 나름대로의 극복 방식으로 성형도 감행했는데, 내가 출연하는 구간 즈음에 이르면 그 모든 에너지가 다 식어버린 상태일 거라고 봤다. 살아서 돌아다니긴 하지만, 정말로 산 사람인지 죽은 사람인지 말하기는 힘든 그런 상태. 분장을 한번 해놓으면 일절 건드리지 않고 밥 먹고 쉴 때도 그냥 그렇게 살았다. 예전엔 “그런다고 뭐 감정이 더 잡혀?” 하는 부류였는데(웃음) 이번에는 그냥 그러고 싶더라.

 

 

- 등장 이후 꽤 시간이 흘러 첫 대사가 나온다. 딸의 행방을 알리는 경자(염혜란)의 편지를 받은 직후다. 꺼져 있던 한 사람의 불씨가 확 되살아나는 순간 아닐까.
= “나 여기서 나가야겠어.” <마스크걸>은 김모미의 많은 선택에 관한 이야기다. 모미는 과거에 여러 선택을 해왔는데 사실 잘 풀린 적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어쩌면, 요 근래 이 말을 의심하고 있지만 어쨌든, 트라우마가 있었을 것 같기도 하다. 모미가 나가야겠다고 읊조리는 그 순간은 한동안 아무것에도 의미를 두지 않으려던 인물이 다시 무언가를 선택하는 장면 같아서 좋아한다. 그동안 살기에만 급급했던 사람이 탈옥을 결심할 때는 처음으로 자신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엄마로서의 모미도 중요했지만, 인간으로서 한 사람이 이타적인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 생각했다.

 


- <마스크걸>에서 고현정이 연기하는 모성이 신파적이지 않았던 이유도 될 수 있겠다 싶은 답변이다.
= 왜 모미를 내게 맡겼을까, 생각해봤다. 여러 이유 중에는 모녀간의 서사라는 점도 있지 않았을까. 감독님께 내 경험을 살짝 말씀드리기도 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감정이라는 생각도 물론 있었다. 김모미와 김경자는 참 다른 엄마다. 경자가 비록 삐뚤어지고 과격하더라도 자신의 모성에 자부심을 갖고 그걸 동기로 삼아 무엇이든 해볼 수 있는 여자라면, 모미에게 모성은 쑥스럽고 민망한 감정과 함께 뒤로 물러나 있다. 스스로 그럴 염치가 없다는 마음도 있을 테고. 아무리 딸을 구하려 탈옥까지 한다지만 그걸 딸이 알 리는 없고, 이제 와 엄마의 권위로 딸을 좌지우지하거나 생색낼 처지도 못 된다. 그래서 아주 조용히 움직이는 느낌으로 있고 싶었다. 실제로 현장에서 미모 역의 신예서 배우를 볼 때도 그런 기분이었다. 후반부에 동굴(젓갈 창고)에 들어가 모미가 처음 미모를 마주한다. 잠시 그 애를 쳐다보고는 그냥 곧장 손에 묶인 줄을 풀어주러 등 뒤로 간다. 그 장면을 그렇게 담담하게 찍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느꼈다.

 

 

- 뭉툭 자른 쇼트커트 스타일도 의외였다.
= 처음엔 머리가 굉장히 길었다. 감독님이 원해서 단발 정도까지 자른 뒤 카메라 테스트를 했는데 아무리 봐도 화면 속에 그냥 고현정이 있는 거다. 당시 쇼트커트를 하기엔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하룻밤 고민하고 그냥 가서 왕창 잘라버렸다. 기왕이면 누군가한테 억지로 잘림을 당한 것처럼, 뭉툭뭉툭 엉성하게. 그러고 나니 내 마음도 편해졌다.

 


- <마스크걸> 후반부에서 김모미가 보여준 무언가 비워낸 듯한 기운은 캐릭터 해석이기도 하지만 지금의 고현정이 보여주는 진심이기도 한 셈이다.
= 하하, 감독님께 죄송하지만 아주 살짝 투영된 건 사실인 것 같다. 내가 잘 쓰는 말투와 근육, 그런 것들이 다 김모미를 보여주는 데 방해가 될 것 같아서 최대한 비우려 했는데, 그래서 오히려 나 자신이 들어갈 틈새가 생겨나기도 했다. 한동안 몸이 많이 아팠다가 건강해졌다. 오만함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내가 아플 줄 몰랐다. 회복하는 시간들을 보내면서 시쳇말로 ‘현타’가 왔다. 그동안 내가 가진 좋은 것들을 모르고 참 투정을 부렸구나, 싶어서. 한마디로 의심이 많았다. 겁이 나면 대신 화를 내버리는 성격이었는데, 몇년 새 정말 무섭고 힘든 것은 따로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일하고 연기하는 것에 깨끗한 감사함 같은 걸 느끼게 됐다. 지금은 그저 잘 쓰이고 싶다. 어릴 때부터 내가 평생 해온 일을 늦기 전에 더 제대로 잘해내고 싶다. 감독님이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소리와 표정, 감정을 내어드리는 일에 몰두할 수만 있다면 좋겠다.

 


- 과거 <씨네21> 인터뷰에서 50대가 되면 조금 더 편안한 사람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지금은 어떤가.
= 생애 주기가 달라지면서 요즘 50대는 또 옛날 50대하고 다르다 하더라고. (웃음) 글쎄, 욕심이 가벼워진 건 사실이다. 살면서 집중해야 할 것들을 좀더 추려내서 생각하게 된다. 여러 의욕이 줄어든 것 같은데 다행스러운 점은 연기에 대해서만큼은 다르다. 아직도 하고 싶은 걸 너무 못해봤다는 갈증이 더 크다.

 


- 이광국 감독의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2017) 이후로 신작 영화를 기다리는 관객들이 많다. 상대적으로 영화쪽에서는 만족스러운 작품 제안이 없다고 느끼나.
= 영화가 정말로 안 들어온다. 복귀 후 <씨네21>과 함께 능동적으로 인터뷰 코너도 만들어보고 했던 것이 내게는 나름대로의 영화계를 향한 마음의 표현이었다. ‘저도 좀 끼워주세요!’ 하고. 노력은 했지만 작품으로는 잘 연결되지 않더라. 솔직히 말해도 될까, 지금 나는 작품에 목이 마르다. 그저 내가 가지고 있는 배우로서의 엔진이 꺼지기 전에 최대치의 힘을 발휘해서 나 자신을 계속 시험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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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는 드라마 <굿와이프>, 영화 <자백>에 이어 또 한번 원작이 있는 작품을 만났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원작에 갇히는 느낌이 들어서 웬만하면 원작을 보지 않으려고 했다. 나나가 연기한 ‘김모미B’는 동명의 원작 웹툰 연재 당시에도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파트다. 외모 콤플렉스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인터넷 방송 BJ로 활약했던 김모미는 살인을 저지른 후 성형수술을 받고 전혀 다른 얼굴로 다시 나타난다. 평범한 직장인이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후 전혀 다른 인물이 되어 살아간다는 극단적인 상황을 자기답게, 설득력 있게 연기한 나나의 신중한 태도는 단기간에 완성된 행운이 아니다. 원작의 모사가 아닌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만의 ‘김모미B’를 연기하기까지, 나나가 배우로서 부단히 훈련해온 과정을 함께 들었다.

 

 

- 3인1역이기 때문에 오히려 고현정, 이한별 배우와 마주칠 일이 거의 없었을 것 같다.
= 대본 리딩 때 한번 뵀고, 촬영장에서 서로 짧게 마주친 적은 있다. 가장 길게 얼굴을 본 날은 오늘(제작발표회 당일)이다. (웃음) 고현정 선배님과는 간간이 시간 맞을 때 밥 먹자고 연락을 했다. 작품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사적인 대화를 많이 나눴다.

 


- 고현정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다는 것 자체가 젊은 배우에게 남다른 경험이었겠다.
= 그 또한 내가 <마스크걸>을 선택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함께 연기하는 신은 없지만 동일 캐릭터를 선배님과 같이 연기한다는 경험 자체가 내 필모그래피에서 중요한 의미로 남을 거라 생각했다. 굉장히 영광스러운 한편 내가 모미 캐릭터의 중간 감정을 잘 쌓아두지 않으면 안됐기 때문에 부담감도 따라왔다. 그런데 그 부담감이 작품을 준비할 때도 촬영할 때도 좋은 에너지로 작용했다.

 


- 나나가 연기한 ‘김모미B’는 원작 연재 당시에도 김모미의 인생 중 가장 화려하고 자극적인 파트로 회자됐다. 시리즈 전체에서 배우가 해줘야 하는 역할이 분명한 캐릭터였다.
= 인물을 쭉 이끌고 가는 게 아니라 중간에 갑자기 등장해 감정 표현을 해야 하는 캐릭터도, 3인1역을 연기한 것도 모두 처음이었다. 시간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점프되는 구간이 많다 보니 신 바이 신으로 중요한 감정이 무엇이고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 공부했다. 순간적인 집중력을 많이 요하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해당 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표현하면 애매한 연기가 나올 것 같았다.

 


- <마스크걸> 같은 작품을 볼 때 맞닥뜨리는 딜레마가 있다. 루키즘(외모 지상주의·외모 차별주의)을 꼬집는 콘텐츠를 보면서 정작 보는 이는 나나라는 배우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게 된다는 것이다. 연기하는 입장에서도 ‘김모미B’ 파트가 자칫 외적으로만 소비되지 않도록 의식할 수밖에 없었겠다.
= 내가 연기한 신들이 비주얼로만 소비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 그런 생각은 하지 못했다. 화려하게 보여야 하는 신보다는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어둡고 딥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분장을 하는 분량이 더 많았다. 그래서 ‘김모미B’는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다. 다만 ‘김모미A’에서 ‘김모미B’로 처음 변화했을 때는 더 예쁘게 보이도록, 변화가 두드러지게 표현하려고 신경을 많이 썼다.

 

 

- 특히 외모 평가를 숨 쉬듯 받는 여성들은 <마스크걸>을 보며 복잡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엄격한 잣대로 평가받는 연예계에 있는 당사자로서 <마스크걸>에 대한 감상은 어땠나.
= 사실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현실 직시를 매우 잘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 그래서 안타깝고 슬프지만 오히려 좀 내려놓고 공감하고 이해하며 접근하려고 했다. 그보다도 앞으로 인생의 선택에 대해서, 그 중요성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다.

 


- 원작과 가장 달라진 것은 김춘애(한재이)와의 관계다. 웹툰에서 춘애와 모미는 서로를 속이고 경계심을 놓지 않았지만, 드라마에서는 여성 연대의 의미가 강해졌다.
= 대본을 읽으면서 춘애는 또 다른 모미 같다고 생각했다. 외적으로나 성격적인 부분이나 모미가 상처받았던 부분을 공감해줄 수 있는 유일한 친구였다. 춘애는 외롭게 은둔 생활을 하던 모미에게 평생 지키고 싶고 함께 가고 싶은 희망의 끈 같은 존재다. 이는 가족과는 좀 다르다. 춘애 캐릭터에 애틋한 감정을 갖고 연기한 데다 실제 춘애를 연기한 한재이 배우와 동갑이고 이미지나 분위기도 비슷해서 금방 친해졌다. 사실 <마스크걸>을 촬영하는 동안에도 춘애를 더 만나고 싶었다. 그 친구가 너무 좋기도 했고 춘애를 볼 때마다 울컥울컥했다. 정말 자연스럽게 모미가 놓인 상황에 감정을 집중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도 재이를 사적으로 만난다.

 


- <굿와이프>의 전도연, <글리치>의 전여빈과의 케미스트리도 화제가 된 바 있다. 연출자들이 여성과 여성이 함께 서 있는 그림을 상상할 때 나나를 많이 떠올리는 이유가 무엇인 것 같나.
= 그러게, 이유가 뭘까. (웃음) 내가 여성적이거나 남성적이거나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이미지를 갖고 있어서가 아닐까. 사실 예전부터 예쁘다는 말보다는 잘생겼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남자든 여자든 내 얼굴을 보고 잘생겼다고들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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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굿와이프> 때부터 도구적으로 소비되지 않고 자기 서사가 확실한 캐릭터들과 인연을 잘 맺어온 것 같다. 경력 초반부터 이런 운이 따랐던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굿와이프>의 김단이라는 첫 단추가 잘 끼워진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사실 데뷔 때부터 꾸준히 연기 공부를 하고 오디션도 많이 봤지만 전부 떨어졌다. 그땐 예능에서 내가 보여줬던 이미지, 약간 엉뚱한 모습을 눈여겨보셨는지 부잣집 철부지 막내딸 캐릭터가 많이 들어왔다. 그러다 원래 내 털털한 성격과 잘 맞는 캐릭터를 <굿와이프>로 처음 만난 것이다. 스스로도 편하게 연기할 수 있는 역할이라 오디션 준비를 단단히 했다. 그리고 김단 캐릭터의 털털하고 속을 잘 내비치지 않는 면이 내게 편하게 다가온 것은 맞지만, 내 안에는 또 다른 여러 가지 모습이 있다. <마스크걸>처럼 어둡고 딥한 감정도 내 안에 있고, 내가 가진 밝은 면도 보여주고 싶다. 내가 가진 다양한 모습을 각기 다른 캐릭터로 연기해보고 싶다.

 


- 애프터스쿨로 데뷔했을 때부터 연기 연습을 꾸준히 했다면, 그땐 어떤 트레이닝을 받았나.
= 처음에는 대본 리딩 위주로, 발성과 발음부터 연습했다. 그다음에는 오디션처럼 대본의 감정을 디테일하게 분석하며 공부했다. 나의 진짜 목소리를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나중에 깨달았다. <굿와이프> 대본 리딩할 때 상대방 대사까지 암기할 만큼 준비를 많이 했는데, 도연 언니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톤이 나왔다. 그래서 대본 리딩을 따로 함께해주시면 안되겠냐고 부탁드렸다. 그때 녹음기를 켜놓고 이게 너의 진짜 목소리가 맞는지, 너에겐 어떤 말투가 편한지 직접 들어보라고 하시는 거다. 그때 내 목소리를 처음으로 듣게 됐다.

 


- 무대에 설 때도 모니터링이 필수였겠지만 연기를 위해 스스로를 관찰하는 것은 또 다른 경험이었겠다.
= 춤과 노래, 표정과 제스처를 통해 내 감정을 전달하는 것과는 많이 다르더라. 처음에는 많이 쑥스럽고 어색했는데 그렇게 내가 가진 소리, 버릇, 말의 속도 등을 처음으로 알게 됐다. 그때부터 연기할 땐 가장 나다운 모습을, 진실되게 표현할 수 있는 진짜를 보여줘야 한다고 인식이 바뀌었다. 억지로 무언가를 만들어내기보다는 내 안의 가장 편한 것을 꺼내려고 한다. 가령 기분이 좋을 때 목소리 톤이 높아지는 것도 그대로 보여주려고 한다. 그 이후로도 연기하는 친구들을 만날 땐 “우리가 어떻게 얘기하는지 보자”며 핸드폰으로 영상을 찍으면서 놀기도 한다.

 


- 자신의 모습을 모두 받아들인 쪽인가, 혹은 어색하게 다가오는 습관을 고쳐나갔나.
= 내가 듣기에 불편하거나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을 인정하는 편이긴 하다. 감정에 따라 말의 속도도 톤도 달라지는데, 이를 디테일하게 듣다 보면 어떤 캐릭터를 연기할 때 어떤 말투가 어울리는지 상상할 수 있다.

 


- 그런데 <마스크걸>의 김모미는 평생 경험할 일 없는 사건을 겪는 캐릭터 아닌가. 이런 작품에 접근할 땐 자기 자신으로부터 시작하는 연기법을 어떻게 적용하고 있나.
= 직접적인 경험이 아니라 내 말투와 감정에서 시작한다. 그래서 경험에 빗대 생각하기보다는 상상을 많이 한다. <마스크걸> 현장에서도 이게 비현실적인 상황이라고 여기진 않았다. 오히려 너무 현실적이라 감정적으로 힘들 때도 많았다. 어렸을 때부터 듣거나 보거나 했던 간접적인 경험을 기반으로 상상하다 보면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다. 지금까지 연기하면서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 감정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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