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은, 지금 세살인 딸이 열 살이 되었을 때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하며 만들었습니다. 세계는 풍요롭고, 일상은 있는 그대로 아름다우며, 생명은 그 자체로 '기적'인거야. 그렇게 딸에게 말을 걸듯 만들었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적이도 이 행위가 잘못 됐다는 것을 안다"라고 말하자 유대인이 이런말로 변명을 내친다. "알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은 몰라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보다 죄가 무겁다" 그 장면을 최근 계속해서 떠올린다.
오히려 그런 영웅이 존재하지 않는, 등신대의 인간만이 사는 구질구질한 세계가 문득 아름답게 보이는 순간을 그리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를 악무는 것이 아니라, 금방 다른 사람을 찾아 나서는 나약함이 필요한 게 아닐까. 결핍은 결점이 아닌다. 가능성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세계는 불완전한 그대로, 불완전하기 때문에 풍요롭다고 여기게 된다.
일반인들의 눈을 흐리는 큰 원인중의 하나는, 신문과 방송이라는 미디어가 벌써 망각쪽으로 방향키를 돌렸다는 사실이다. 그들 대부분도 역시 기득권층의 이익 안에서 눈이 흐려져버린 것이다.
인간이 인간이기 위해서는, 실패까지도 기억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결국 문화로 성숙된다. 그 시간을 기다리지 않고 망각을 강요하는 것은 인간에게 동물이 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것은 정치와 언론이 행할 수 있는 가장 강하고, 가장 치졸한 폭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