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새해를 맞이한 소감이 어떤가요.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네 작품을 연달아 작업 중인데 작품마다의 시대적 배경도 모두 다르고 장르와 스타일 차이가 극심한 편이어서 그 일들을 소화하느라 시간 관념이 많이 무뎌졌어요. 올해도 정신없이 새해를 맞이한 것 같고요. 하지만 임인년이라니! 괜히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는 것도 같네요…. 하하하."
-작품을 선보일 때마다 이미 몇 번이나 '유아인의 해'를 완성한 전적이 있죠. 올해는 공교롭게도 진정한 호랑이 띠의 해가 됐는데, 계획이나 목표, 새롭게 기대하는 부분들이 있을까요.
"유아인의 새로운 버전이 어떻게 받아들여질 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은 새로운 도전을 통해 저의 다른 가능성을 타진하며 작품 선택에 공을 들인 시기였어요. 그 결과들을 잘 수렴하며 다음을 기약하고 싶습니다. 한 부분을 마무리 짓거나요."
-전작 '소리도 없이' 이야기를 먼저 해본다면, 아주 단순하게 표현해 코로나19라는 전방위 위기조차 기회로 탈바꿈 시키게 만든 작품이 됐다고 생각해요. '베테랑' '사도' 등과는 또 다른 배우 유아인의 대표작이 됐고, 수상 등 대외적 성과들에 앞서 가장 중요한 작품 본연의 힘을 왜곡없이 전달하고 인정받는데 성공했죠. '소리도 없이'와 함께 했던 모든 시간과, 이 작품을 통해 받게 된 수 많은 트로피들은 유아인에게 어떤 의미로 남게 될 것 같나요.
"'소리도 없이'와 함께 했던 시간은 아이러니하게도 참 많이 소란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많은 담론을 불러온 작품이었고 그 소란들 마저 사랑스러웠던 작품이 제가 가지는 '소리도 없이'의 기억입니다. 제 손을 지나간 트로피들을 어떤 의미로 규정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 무거운 트로피들이 짐보다는 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큽니다."
-기억에 남는 특별한 축하 메시지도 혹시 있을까요.
"저의 수상을 두고 '지겹다'는 장난을 치거나 '언제쯤 떨지 않고 제대로 수상소감할 거냐'는 핀잔으로 대신하는 가까운 지인들의 축하들이 재미있었어요. 사실 저는 상에 크게 의미를 두려 하지 않는데 팬분들이나 함께 일하시는 분들에게 그 상들이 힘이 되고 보람이 되는 걸 느낄 때 그 상에 대한 의미가 생겨나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그 상들은 정말 제 것이 아닌 것 같아요."
-'소리도 없이'는 개인적으로는 유아인의 작품 및 캐릭터, 사람을 보는 눈과, 청춘 스타를 뛰어넘어 조용히 더 강할 수 있는 연기 스펙트럼에 새삼 뒤통수 맞은 듯한 경험을 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는데요. 스스로도 아직 깨우치지 못한 잠재 능력이 많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나요.
"잠재된 능력을 스스로 수치화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쉽지 않습니다. 사실 저는 항상 한계와 닿아 있는 기분이고 그 한계를 조금이라도 넘어서나 깨기 위해 도전을 감행하지요. 내가 가 본 적 없던 미지의 영역에서 어떠한 일들이 일어날지 기대하고 또 내가 어떠한 인물로 재창조될 것인지 상상하지만 그 일들은 기대감 자체의 즐거움에 빠져있기에는 너무나 큰 통제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극심한 딜레마를 겪으며 힘겨워 하기도 해요. 명쾌한 답변을 드리기 어려워 죄송한 마음입니다."
-참여한 작품을 안전하게 선보이면서 동시에 '승부' '하이파이브' '서울대작전'까지 '쓰러지는 것 아니야' 싶을 정도로 쉼 없는 신작 활동도 진행하고 있어요. 배우가 연기를 하는 것이 당연하기는 하지만, 특별한 다작 행보의 이유가 있을까요. 무엇 하나 놓치기 아까웠던 작품들이었던 걸까요.
"저 자신을 좀 다른 방식으로 사용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시기에 만난 작품들이었어요. 작품들의 성향이 다양하고 저마다 유니크한 한국적 미감과 영화적 퀄리티를 기대할 만한 작품들이라 모두 다 제대로 소화하고 싶다는 욕심이 앞서기도 했어요. 지금은 그 열일(?)의 순간들이 전에 느낀 적 없던 체력의 한계까지 저를 끌고 왔네요. 덕분에 건강을 최고의 가치로 삼게 되는 요즘입니다. 전엔 제 영화 데뷔작 제목처럼 내일이 없는 것 처럼 살았거든요."
-이젠 단순히 '운이 좋았다'는 말로 표현되기에는 꽤나 억울할 수 있는, 옹골찬 행보를 쌓아왔다고 생각해요. 모든 걸 예상할 수는 없지만, 어떠한 타이밍과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 가는 스타일이기도 한가요.
"저는 모든 상황과 결과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이고 느낍니다. 그래야 가장 진실에 가까운 리액션을 세상에 보낼 수 있다고 여기고 있고요."
-지금의 유아인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작품이 있다면, 가장 먼저 떠오른 작품은 무엇인가요.
"영화 '버닝'입니다. 물론 제가 소화한 모든 작품과 그 작품을 통해 만난 인물들이 유아인을 형성하고 있지만, '버닝'은 제가 배우라는 직무를 계속 이어갈 수 있게끔 새로운 책임과 의지를 만들 준 작품입니다. 어떤 면에선 새로운 생명을 부여해 준 작품이라는 생각까지도 듭니다."
-'배우로서 이룰 건 다 이뤘네. 좋겠다!'는 시선도 많죠. 그건 곧 배우 유아인에 대한 신뢰와도 이어지는 부분이고요. 배우 유아인을 향하는 대중의 신뢰를 받아들이고 바라보는 유아인의 시선은 어떤가요.
"정말 감사하지만 신뢰는 너무 무서운 말이에요. 저는 믿음보다는 기대를 드리고 싶습니다. 어떨 땐 그 기대마저 깨부수고 다른 놀라움을 선사하고 싶기도 하지요. 저는 대중과의 호흡이 만들어내는 흐름 속에서 매 순간 제 욕망에 솔직하고 충실해지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래서 대중에 대한 어떤 고정적인 시선을 갖지는 않는 것 같아요."
-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절대적으로 '지양' 하려는 것들이 있을까요.
"보편성을 찾고 조율하는 것이 배우의 일이기도 하지만 어떠한 현상이나 인물, 사건 등에 절대적인 평가나 정의를 내리는 것을 지양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사실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습성으로 몸에 배어있기도 해요."
-데뷔 20주년을 앞두고 있죠. 배우 유아인의 20년을 한 마디,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요.
"걸음마?"
-박정민 씨가 이번 백상예술대상 수상 후 만난 인터뷰에서 아인 씨에 대해 “'선배님' 같은 아우라가 있다”고 했어요. 실제로도 선배가 맞지만 나이 차 많은 선배들을 좋아하는 것처럼 좋아하는 느낌이라고요. “동년배로 또래들에게 용기가 된다”는 말도 건넸는데 어떤가요.
"우리의 일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창작자들은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서로 깊은 동료애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때론 경쟁자로 몰리기도 하고 비교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서로 영감과 자극을 주고받으며 각자, 또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동료들의 존재를 정말 감사하게 느낍니다. 정민 씨처럼 강한 자극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배우가 대표적으로 그런 친구죠."
-돌이켜 봤을 때, 스스로 가장 치열했던 시기는 언제였다고 생각하나요.
"'지금'인 것 같아요."
-유아인도 두려운 것이 있을까요.
"새벽 출근이요…."
-배우라는 직업으로 인해 습관처럼 익숙해진 감정들도 있나요.
"표현을 정제하는 내면의 필터? 같은 것이 점점 더 촘촘해지는 걸 느낍니다. 지금 시대의 유명인들에게 요구되는 덕목일 테지만 숨 막히게 느껴질 때도 많아요. 절제된 표현과 억제된 표현은 그 차이가 커요. 더 단단한 결속감을 만들며 자유로운 소통을 가능케 하는 표현이 무엇일지 고민하게 되는 지점이지요."
-과거 가수 김윤아 씨의 '키리에'를 듣고 '큰 위로를 받았다'고, '1000번 넘게 들었다'고 했는데 최근 즐겨 듣는 노래나 위로를 받은 노래가 있나요.
"지난해 뮤직비디오 작업을 하며 만났던 새소년을 아주 좋아합니다. 요즘 퇴근길에 '자유'를 다시 듣는데 묘하게 해방감을 더해줘서 참 좋더군요!"
-요즘은 연기 외 어떤 것들에 관심을 두고 있나요. 새롭게 생긴 취미가 있을까요.
"목공과 가구 디자인을 배워보고 싶어요. 타인의 삶에 스며드는 연기 외의 또 다른 방식들에 대한 호기심이 항상 큽니다."
-아주 가벼운 질문으로, MBTI가 '내적 신념 강한 예술가 형'이라는 INFP라고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해 본 적 있나요. 'INFP 100% 인간'이라는 표현에 동의하나요.
"제 MBTI가 조금 잘못 알려진 것 같은데, 매번 다르게 나와서 저도 헷갈릴 때가 많아요. 최근엔 ENFP로 나오던데요?(웃음)"
-언젠가 제작, 연출에 도전하는 유아인도 볼 수 있을까요.
"언제가는요. 제가 그 일들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상태가 되기를 저 역시 기대하고 있습니다."
http://naver.me/5jYkkseR
스퀘어 늦었지만 기다리고 기다렸던 백상 수상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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