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나』
제가 그와 만나고 2년 반이 지나려합니다.
고작 2년 반일수도 있고,
짧은 것 같기도 하고 긴 것 같기도 한, 신기한 시간입니다.
떠올려보면 만나고 나서 지금까지 그에게 심한 짓도 많이 했구나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제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거나,
그 감정의 화살 끝을 그에게 겨누어버렸던 시기도 있었어요.
최근, 대체 그는 나와 있으면 행복할까?... 같은 여러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의 성격이 고쳐질 것도 아닌데 (고칠 필요도 없고)
그런데도 저는 제 기준으로 그를 판단하고, 탓하고, 때로는 토라져버리고
그런 제 자신이 지긋지긋합니다.
그를 처음 만났던 순간, 저는 솔직히 이렇게 생각했어요
「절대로 이 사람하고는 연인이 될 수 없겠다」
이유라면 수도 없이 댈 수 있었어요.
이상한 헤어스타일 (처음 만났을땐, 머리를 자르고 온 그가, 어떤 나라의 최고지도자 같은 헤어스타일이었던 것을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태닝한 피부도 미스매치였고, 시끄럽고, 문란하고, 리액션은 오버고, 논리를 들어가며 사람을 몰아붙이는 부분도 있어서 (최근엔 논쟁으로 이어지는 일은 거의 없지만, 사귀고 1년간은 집에서든 어디서든 격렬하게 쓸모없는 논쟁을 하곤 했어요)
결점을 찾으려고 하면 끝도 없었습니다
그의 미숙함, 불완전함, 편향된 생각, 그 모든것들이 다른 형태이긴하지만,
결국은 제 자신에게도 존재하는 것들이었어요
그래서 그를 보고 있으면,
어딘가 제 자신의 미숙함을 억지로 마주하게 됐었던건지도 모릅니다
함께 지내면서, 그와 제가 유사한 부분이 의외로 많다는것도 알게 됐어요.
그린룸에 있을때, 마트에 다녀오던 차 안에서 블루투스를 연결해서 음악을 틀면, 「이곡도 틀어줘」라며 보여준 곡들이 제가 좋아하는 곡들이었다거나, 대학과 학과가 같았다는 것이나, 길고양이를 데려다 키웠던 시기가 같았던 것, 좋아하는 일에 돈을 쏟아붓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것, 어떤 일들을 해석하거나 받아들이는 방법, 상처입는 순간. 어쩌면 표면적인 차이보다, 마음 속 깊은 곳의 가치관은 상당히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에게는 남모를 나약함이 있고
그것을 말로 표현하기 힘들어하는 괴로움이 있습니다.
그것을 제가 이해할 수 있는 순간들이 많아질때마다
조금씩 서로에 대한 거리가 좁혀져 갔던 것 같아요
지금은 그런 그를 좋아합니다
응석쟁이에, 기분파에, 섬세하고, 순진하고, 남자다운것 같으면서도 그렇지 않은, 동심을 잃지 않고, 나를 가장 소중히 대해주는 그를 좋아합니다
이렇게나 사랑스럽고 얄미운 사람은 또 없을거예요
좋을때나, 나쁠때나, 제 가치관이 흔들리는 순간이 오더라도, 엇갈리는 날이 있더라도, 그 모든것을 다 감안하고, 저는 앞으로도 그와 함께하려고 합니다.
이제 진심으로 더 이상 상처주고 싶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가 앞으로도 계속 제 곁에 있어준다면 그것보다 기쁜 일은 없을거예요
----------------------------------
note에 올라온 둘의 첫게시글
다이 글은 딱 다이글 같고, 슌 글은 딱 슌이 쓴 글 같아...
다이 이름 한번 안쓰고 쭈욱 '그'라고만 표현하는게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