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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흥미롭게 보고 있는 것은 중국 사람들의 <더 커뮤니티>에 대한 반응이다. 중국에 정식으로 서비스한 적이 없는데 몇몇 출연자들이 자꾸 중국인 팔로워가 생긴다는 얘기도 하고, 유튜브에 공개된 1회 댓글창에 "이 프로그램이 중국 사회에 필요하다. 이미 중국 빌리빌리에서 200만이 넘는 조회수가 나오고 있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빌리빌리'는 중국의 '누누티비' 같은 사이트인 모양인데, 정식 공개된 웨이브 공식 유튜브의 1회 조회수는 지금 77만이다.
조금 찾아보니 '두반'이라는 사이트가 나온다. 한국의 '왓챠피디아' 같은 평점 서비스 같다. '입소문1위'라는 설명과 함께 3000명 정도의 별점이 매겨져 있다. 짧은 댓글이 500여개, 칼럼 수준의 긴 리뷰 글도 꽤 보인다. 중국어는 전혀 모르니 구글 번역의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었는데, 주로 '하마'와 '백곰'에 반응하는 젊은 여성들이 많은 것 같고, 현재 중국의 정치체제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많아 보였다. 리뷰는 하나하나 굉장히 정성스럽고, 연출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들이 많았다.
<더 커뮤니티>는 다분히 '한국의 맥락'에만, 그 중에서도 이 장르의 주 타깃시청층인 젊은 세대에 더 집중해서 만든 프로그램이었다. 물론 온라인 상의 집단극화와 과대대표 되는 갈등은 전 세계적인 문제지만, 그럼에도 디테일은 다를 수 밖에 없다. 출연자들의 생각과 배경도 마찬가지고. 그런데 이게 국경을 넘어가니 또 새로운 맥락이 생긴 것 같다.
사실 중국에는 정식으로 수출할 수 없는 방송이다. 정치체제와 계급, 국경과 소수자 문제를 공식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어려운 환경으로 알고 있다. (의외로 젠더와 페미니즘 이야기는 꽤 활발히 이루어지는 것 같다) 포맷을 판다고 해도 많은 부분들을 바꿔야 할 것이다. 세대 갈등, 지역 갈등 같은 것들로.
이런 맥락이니 한국 사람들 대부분은 중국에 대해 상당히 납작한 인식만 가질 수 밖에 없고, 인터넷이 늘 그렇듯 저 거대한 인구 중 가장 이상해 보이는 모습들만 자극적으로 유통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나 역시 중국 내부에서 이런 문제의식을 얼마나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 무지했다.
그런데 (비록 거친 구글 번역으로나마), 이 방송을 보며 자신들의 시스템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읽고 있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그렇지.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 아무리 권력이 입을 틀어막고 쥐어 짠다고 해도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이 많을 수 밖에 없지.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이들의 살아있는 언어를 눈으로 목격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다. 늘 그렇다. 직접 만나는 것은 다르다.
어느 리뷰의 마지막 말이 씁쓸했다.
"우리가 베낀다고 해도 우리는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