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학적인 사고로 쓴 글이기 때문에
약간 냉정하고 차갑고 비인간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이런 해석을 하는 것도 가능하구나-
정도로 봐주면 좋겠어
*
말미에 약간 정치적인 요소도 나오니까
유의 요망
//
더보이프렌드 이전에는 연프를 안 봐서
왜 사람들은 이 장르에 몰입하는지를 잘 이해 못 했어
더보이프렌드를 보고나서 나름대로 생각을 하게 되었어
//
현대인들에게 중요한 거 3가지 (와 이를 둘러싼 2가지):
일/자기 삶/사랑 // 주변 친한 사람들 /// 사회
즉,
워크/라이프/아모르* // 주변 친한 사람들 /// 사회
(*Amour: 프랑스 단어로 사랑, 연애, 동거 등을 포괄하는 의미)
또한,
일본적인 영역으로 구분하면
시고토/와타시/코이비토// 우치 /// 소토
(시고토: 일)
(와타시: 나 자신)
(코이비토: 사귀는 사람)
(우치: 나 자신의 서클)
(소토: 나와 나의 서클을 제외한 모든 사람: 사회)
[시고토는 일/직업을 의미하는 일본어 단어입니다.
(출처: https://shorturl.at/51SXN)]
[사귀는 관계를 표현할 때는 코이비토(恋人 / こいびと)라는 단어를 쓴다
(출처: https://shorturl.at/OvmfP)]
[일본인의 배타적 이기주의를 나타내는
우치(うち, 內, 안)와
소토(そと, 外, 바깥) 문화를 나타내는 도식.
일본은 와타시(わたし, 私, 나)를 중심으로
나와 관계가 있는 가족이나 친지, 회사 동료는 우치로 친밀감을 유지하고
관계 없는 사람은 소토로 규정, 경계 견제한다.
(출처: https://shorturl.at/YXAQX)]
앞의 2가지(일과 삶)는 내가 혼자하면
어느 정도까지는 가능한데,
아모르_사랑_코이비토는
그 사람(상대방)이 없으면 할 수 없어
(그리고 그 상대방에게는 내가 '그 사람'이 됨)
그래서 '그 사람'을 찾는 작업이 필요해
//
'그 사람'을
찾는 과정은
경제학적으로 생각하면 일종의 '연애 시장'을 형성하게 되어서
그 서비스를 만들고 우리에게 제공하는
수많은 기업들이 등장
(역사적으로는 결혼중매업체,
현대적으로는 연애 어플리케이션 서비스)
하지만 위의 두 가지 서비스 모두 부족함이 있는데
결혼중매업체는
너무 중대하고,
자금이 많이 필요한데다가,
이 작업을 마치면 연애시장에서 자기자신은 끝나게 됨
애초에 '결혼'이라는 제도를 위해서 만들어진 서비스이기 때문
그리고 연애 어플리케이션 서비스는 우리가 다들 알다시피
'레몬 마켓'*을 형성하게 됨
(레몬 마켓:
제품 정보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속아서 살까봐
가장 낮은 가격만 지불하려고 하기 때문에
질이 낮고 사용성이 떨어지는 재화나 서비스가 거래되는 시장)
즉, 자기자신의 패는 숨기고
간만 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지게 되고
'진심'이 오갈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형성할 수 없음
//
물론, 이 두 가지 방법 사이에 우리가 흔히 아는
'아는 사람에 아는 사람을 거쳐서 만나는'
굉장히 인간적이고,
'시장'이 아닌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네트워킹을 통해 이루어지는 작업인데
이 방법이 실제 커플을 만들어내는데 효과적인 측면이 있음
왜냐하면,
나에 대해 알고, 또 내가 만나고자 하는 사람
이 두 명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이 주선하기 때문에.
블라이드 데이트에 가도
어느 정도 격식을 차리게 되고
(중매인에 대한 사회적 자본을 유지하기 위해)
또
(적어도 중매인의 생각으로는)
두 사람이 어느정도 잘 맞을 거라는 전제가 깔려있으며
마지막으로
만약 잘 맞지 않아도 앞의 두 카데고리(일/라이프)의
네트워킹 자산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리고,
그 네트워킹이 되면
그 사람이 아는 사람이,
나와 맞을 수 있는 가능성도 있으니
추후에 나에게 이득이 될 수 있는
잠재적인 중매인을 얻는 셈
(물론, 그 사람도 같은 생각을 하면서 나를 대할 것)
//
즉,
'그 사람'을 찾는 조건으로는
1. 좋은 사람일 것
2. 사회적으로 나와 비슷한 수준일 것
(물론, 이건 현대적인 조건이고
역사/전통적으로는 한 쪽이 크게 차이가 나도 다른 요건에서 맞추는 방식이 있음)
3. 나와 잘 맞을 것
이 세 가지 요건을
내가 들이는 자본:
(시간/에너지/돈)을
최소화하면서
만나는 것이 필요
근데,
앞의 두 가지 요건
(좋은 사람/사회적으로 비슷한 수준)은
어느 정도 가늠이 됨
하지만, 마지막
'나와 잘 맞을 것'
이건 정말 위의 세 가지 서비스
(결혼 업체,
연애 어플리케이션,
네트워킹 만남)을 통해도
그렇게 성공확률이 높지 않음
왜냐하면,
보통 재화나 서비스를 유통하는 시장이 아니라
'나 자신'이
재화와 서비스이자
판매자이고, 동시에
구매자이기 때문
//
결국,
'나는 어떤 사람인가'
이 오래된 질문에 어느 정도 답을 하지 않으면
즉, 자기객관화가 되어있지 않으면
마지막 '나와 잘 맞을 것'을 명확하게 할 수 없고
그래서,
아무리 좋은 사람이나,
사회적 수준이 맞는 사람이 있어도
'아모르'에는 실패할 확률이 높음
그래서,
워크/라이프를 잘 채워도
혼자서 할 수 없는 아모르에서
부족함을 느끼는 것이
대부분의 보통 현대인
//
여기서 연애 프로그램이 등장하게 되는데
앞의 두 조건 (좋은 사람/사회적 수준이 잘 맞을 것)을
어느 정도 충족하고
(나오는 사람 대부분은 캐스팅을 거쳐 어느 정도 검증이 완료됨)
마지막 세 번째 조건(나와 잘 맞을 것)을
찾기 위해 출연하는 사람들의
'관계형성'을 통해
시청자들은 자기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고, 공감하고 또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어느 정도
힌트를 얻게 됨
내가 실제 연애 시장에 나가서
나의 시간/돈/에너지를 지출하지 않으면서
어느 정도 자아탐색이 가능함
//
물론,
연애 프로그램에 나오는 사람도
나오는 이유가 있음
1. 정말 운이 좋아서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게 됨
(이건 다이슌처럼 정말 일어나기 힘들지만,
이 환상은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음)
그렇지 않더라고 해도,
2. 나에게 잘 맞는 사람, 잘 맞지 않는 사람을 알게 되어서
내적인 성숙과 성장이 가능함
물론, 이건 내가 어느 정도 성숙한 사람이어야 되고
참가자들도 어느 정도 성숙해야함
특히, 더보이프렌드 프로그램에서는
다들 모나지 않는 사람들을 잘 모았기 때문에
(모두가 다이슌처럼 되지는 않았더라도)
다들 자기의 자아탐색과 성숙이 가능했음
그리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3. 자기자신의 모습을 스크린 너머의 잠재적인 사람에게 어필할 수 있음
마지막 조건이 아주 큰데,
보통 남녀연애프로그램보다
퀴어 대중들에게 더 중요한 점으로
이 데모그래픽은 진짜 자기자신의 모습을
보통 사회생활에서 감추고 있기 때문에
일/라이프의 분리가 명확함
그래서,
아모르 측면애서
1. 내가 어떤 사람인지
2. 내가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
3.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판단하는데 어려움이 있음
물론, 이 경험을
자기자신이 연애 시장에 나가서
실제적인 학습을 하면 좋겠지만
자기 시간/에너지/돈을 쓰지 않고도
간접적인 경험과 학습을
연애 프로그램을 보면서 할 수 있음
물론, 연애프로그램의 모습이
실제의 현실세상과 어느 정도 동떨어져있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이상'에 어느 정도 가까운 모습 (다이슌)을 보여주고
우리가 지향해야할 목표점을 제시할 수는 있음
//
마지막 요건,
'스크린 너머의 사람들에게 자신을 어필'
에 대해서 조금 더 말하자면
가장 큰 케이스로
유삭 상과 태헌을 들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선입관의
'저 사람을 저럴 거야'라는 생각을
완전히 타파하는 그들의 진솔한 모습을 볼 수 있었기에
유삭 상과 태헌을
1. 알지 못했거나 (대부분의 사람)
2. 사회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하지만,
자신이 가진 선입관(저 사람은 저럴 거야) 때문에 어프로치하지 않았거나
3. 알고 지냈지만 진짜 그들의 모습을 몰랐던
세 가지 종류의 사람들이
모두
유삭 상과 태헌을 다시 보게되고
만약 그들의 생각에 '나와 잘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되면
유삭 상과 태헌에게 어프로치를 하게 될 수 있음
즉,
유삭 상과 태헌은
연애 프로그램에 자신의 시간/돈/에너지를 투자함으로서
리턴
('나와 잘 맞는 사람'의 풀을 넓힐 수 있음:
자신의 아모르측면에서 잠재적인 '그 사람'을 찾는 과정을
나의 시간/돈/에너지를 최소화하면서 해결)
을 얻게 됨
//
시즌 2 약간 예측
일종의 프로토타입인 시즌 1이 성공하게 되면
프로그램 자체의 검증작업이 완료 되었기 때문에
보다 많은 지원자들이 프로그램에 참가를 희망하게 될 것이고
이 점은
프로듀싱적으로는 좋은 상황이지만
동시에
이 프로그램에 대한 명확한 비전이 없으면
패망의 원인이 될 수도 있음
즉,
'순수한 이유'로 나오게 되는 사람들을
잘 분별하는 프로세스가
프로듀싱 측면에서
보다 필요할 것으로 보임
아마 시즌1의
오손도손한 분위기
(물론 시즌1에서도 수많은 텐션이 있었지만
그래도 외부 세상이 차단된 시공간에서 우리들만의 커뮤니티를 형성한다는
일종의 세이프 스페이스 개념은 모두 인지하고 있었음. 이건 퀴어적인 특징이기도 하고)
는
아마 시즌2에서
보기 힘들지 않을까
자기자신의 욕망을 관철하고자 지원하는
참가자들이 많을 것으로 보이고
이는 시즌2가
'보기에는 더 재밌지만
오히려 순수함과 진심은 보다 감소하는'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다고 생각
// 사회적/법제적 의미
마치면서,
퀴어 연애프로그램이
사회적으로 순기능을 담당할 수 있다고 생각해
동성결혼의 법제화는 어디까지나
'법적인 절차'에 불구하고
이를 실제적으로 유지하려면
'사회적인 용인'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개개인적인 성장과 성숙이 필요함
즉,
내 옆집에 퀴어사람이 살아도
그 사람이 어느 정도 도덕적인 수준의 중간은 넘을 거라는
즉,
'최소한의 사회적인 룰은 지킬 거라는'
보통 대중들의 암묵적인 확신이 필요해
이건 그 누구도 줄 수 없고
개개인적으로 성숙하고
성장할 수 밖에 없는 사안으로
'자기자신이 좋은 사람이고
행복한 삶을 살 것이며
이로운 사랑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전제된
많은 퀴어사람들이 있어야하고
지금 사회의 암묵적인 믿음과 선입관이
(결국 퀴어사람들은 가벼운 만남만 추구하는 게 '당연'하다)
퀴어사람들의
자기충족적 예언
(자신에 관한, 혹은 타인으로부터 받는
'긍정적 혹은 부정적 예언'들이 현실화)
이 되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며
그 결과로,
현재의 부정적인 사회적 이미지가 감소하고
퀴어사람들의 긍정적인 자기 이미지로 대체되는
선순환이 되면서
동성결혼 법제화와 그 너머의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사회적 자산이 구축 될 수 있을 것
이를 위해서는
'어떤 것이 좋은 사람/사랑/관계인가'라는
레퍼런스가 필요한데
물론,
'더보이프렌드'가 완벽한 레퍼런스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기본적 틀은 시청자에게 전달할 수 있고
만약 더 나아가서
앞으로 지향해야할 모습을 제시할 수 있다면
연애 프로그램의 재미도 놓치지 않으면서
어느 정도 사회적 인식의 개선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
// To. 넷플릭스
물론, 나는
연애 프로그램은 어디까지나 예능이며
시청률/화제성/파급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시장친화적이고
자본주의적 인간이지만
그래도
퀴어현대인들이 '좋은 사랑'을 하기가
에베레스트산을 연달아 오르는 것처럼 어렵다는 걸 알고 있기에
이 프로그램이
넷플릭스에서 여러 시즌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
만약 넷플릭스가 나의 이런 작은 소망을 듣는다면
앞으로 동아시아(한중일)와 싱가포르/홍콩의
퀴어사람들의 사고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이고
'사회적인 주도'와 이에 따르는
'자본적인 과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며
만약 동아시아 퀴어대중을 잡는다면
동남아 지역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 있게 될 것
그리고, 앞으로 2030 인구가 늘어나는
남미시장도 타겟층으로 얻을 수 있게 되고
문화적으로 큰 특징이 존재하거나
역사적으로 견고함을 보이는
(그래서 동아시아의 사고방식이 잘 맞지 않을 수 있는)
북미(호주 포함), 영국, 유럽, 그리고 러시아/중동/아프리카를 제외하고
적어도 세계 절반의 퀴어대중은
기본 타겟층으로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
'더보이프렌드' 프로그램 하나로
이런 비전까지 제시하는 건 너무 거창하지만
그래도,
사람은 사랑하는 삶을 살고 싶어한다는-
즉,
'나와 잘 맞는 사람'과
'평범한 사랑'을 하는게
'보통의 삶'을 사는
대부분 퀴어현대인들의 소망
(이자 욕망, 그리고 판타지)
이라는
아주 단순한 사실을 이해한다면
앞으로 어떤 연애 프로그램을 만들어야할지
어느 정도 지향점을 제시하고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다고 생각
//
두서없는 긴 글을
써서 (미안)
읽어줘서 (고마워)
빠이~ (타라짱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