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 14일 페트라 콜린스의 에이전트에게 기세 좋게 섭외 메일을 보냈다. (이때는 몰랐다. 앞으로 그들과 서로 얼굴이 궁금해질 지경으로 이메일을 주고받게 될 줄.) 처음부터 이번 프로젝트의 목적은 분명했다. 지금의 정서를 상징하는 인물을 전통적인 매체의 플랫폼, 지면과 디지털을 넘어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것. 다시 말하면 콘텐츠를 소비하는 2차원적 방식을 3차원으로 확장하겠다는 것인데, 결국 모든 것은 인물에게서 시작된다. 자기 세계가 뚜렷하고, 시대와 패션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며, 열정적일 것(생각보다 화보 촬영에, 특히 이렇게 먼 곳에서, 여러 번 촬영해야 하는 일에 열정적인 셀럽은 많지 않다). 연준은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인물이었고, 무엇보다 흥미로운 사람이었다. 전시 서문에 “연준은 결코 어떤 특정 단어로 설명되지 않는다. 말갛다가도 서늘하고, 유연하면서도 선명한 인물. 그는 늘 경계에 서 있다”라고 적었는데, 진심이다. 우리는 연준의 면면, 어떤 경계에 집중하고 싶었다. 진짜 연준을 알고 싶고, 담고 싶었다. 그리고 그걸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 점에서 ‘소녀성에 대한 특유의 시선으로 잘 알려진 페트라 콜린스가 바라본 연준’은 그 한 줄만으로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다. 2월 16일쯤 페트라 콜린스의 에이전트에게서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마침 연준이 미우미우 2026 가을/겨울 쇼를 위해 파리에 간다. 파리의 봄을 배경으로 페트라 콜린스가 포착한 연준의 맑고 서늘한 청춘이라니, 사진을 보지도 않았는데 벌써 두근거린다. 이거 진짜 되나 보다!
3월 11일 어쩐지 너무 쉽다 했다. 밝힐 수 없는 이유로 파리 촬영은 불발됐다. 하지만 파리의 봄은 아름다웠고, 연준은 미우미우 런웨이를 걸었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런웨이 피팅 당시, 미우치아 프라다 여사가 연준을 보자마자 단번에 오케이를 했다고 한다. 보통은 여러 룩을 입혀보며 이것저것 조율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과정 없이 결정이 내려진 것은 꽤 이례적인 일이다.) 소년 같은 얼굴과 차가운 태도로 런웨이에 등장한, 두 가지 공기가 공존하는 그를 보면서 프로젝트에 대한 의지가 다시 타올랐다. 게다가 (이때는 기밀이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으나) 곧 미우미우의 첫 번째 K-팝 남성 프렌즈가 될 거라고도 했다. 그렇다면, 영상이다. 촬영은 매우 급박하게 결정됐고, 베를린에서 날아온 강수지 감독이 파리 현지에서 촬영 및 조명 팀을 초스피드로 꾸려주었다. 영화 같은 질감을 위해 16mm 필름으로 촬영했는데, <보그> 인스타그램에 달린 “단편영화 같다”는 댓글을 보면서 투자한 보람을 느꼈다. 아침까지만 해도 비가 왔는데, 다행히 첫 번째 촬영에 들어가기 전, 정말 다행히도 해가 나기 시작했다(자연광으로 승부를 낸다는 모험을 걸었기 때문에 다들 아침 내내 진심으로 기도했다). 파리의 바삭바삭한 햇살을 맞으며 일명 ‘인셉션 다리’라고 불리는 비르아켐 다리에서 수레를 타고 촬영하다가 틈날 때마다 리듬을 타던 연준, 가도 가도 끝이 없던 불로뉴 숲의 초록 들판을 달리던 그 모습을 잊지 못할 거다.
3월 19일 솔직히 말하면, 페트라 콜린스가 아닌 다른 사진가를 염두에 두지 않았던 건 아니다. 하지만 화보뿐 아니라 전시까지 이어지는 프로젝트다 보니 꼭 그녀여야만 했다. 특유의 친밀하고 사적인 눈길, 꿈과 현실의 경계에 있는 듯한 분위기, 인물을 대상이 아닌 주체로 바라보는 시선으로 동시대 미학을 만들어온 사진가. 그녀의 뷰파인더에 비치는 연준이 궁금한 건 분명 나뿐만은 아닐 거다. 게다가 두 사람은 지난해 10월 미우미우 쇼의 프런트 로와 백스테이지에서 이미 서로의 존재감을 확인한 사이 아닌가. 이때는 몰랐지만, 6월 11일 전시 오프닝의 토크 세션에서 서로의 첫인상을 물었을 때, 페트라는 “아무 이유 없이 보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고, 연준은 “페트라가 제 옆에 앉았는데, 저에게는 셀럽 같은 분이어서 좀 신기했어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무엇보다, 두 사람 모두 막연하게 언젠가는 이렇게 촬영으로 또다시 만날 거라는 걸 짐작하고 있었다고 했다. 결국 두 사람의 작업은 필연이라는 거다.
결국 페트라를 서울로 부르기로 했다. 페트라와 연준 모두 지구상에서 가장 바쁜 사람들이니, 이후로 약 한 달간 몇 번의 스케줄 조정을 거쳐 마침내 5월 14일과 15일 이틀 동안 촬영이 확정됐다. 여기까지 왔으니 그래도 안심이다. 오늘은 푹 잘 수 있겠다.
4월 13일 역시 우리 선택은 맞았다. 첫 번째 크리에이티브 미팅에서 페트라는 정확하게 내가 원하는 방향을 읽어냈다. 장황한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하기도 전에, 몇 가지 단어만 듣고도 페트라는 자연 속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로 머무는 연준, K-팝 스타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연준을 촬영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구구절절한 설명 같은 건 필요 없었다. 이대로 가면 된다.
4월 15일 페트라 콜린스에게서 온 메시지. 정확히 말하면, 파일이 하나 도착했다. 시안에는 물가에 서 있는 소년의 뒷모습과 함께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연준을 자연 속, 물가 근처에서 해 질 무렵에 촬영할 예정입니다. 빛은 부드럽고 황금빛을 띠며, 화면 위로 햇살이 천천히 스쳐 지나갑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따뜻하고 섬세하며, 완벽했던 하루의 끝자락처럼 어딘가 몽환적인 느낌을 전달합니다. 연준과 가까이에서, 작은 디테일과 부드러운 표정, 조용히 스쳐 지나가는 ‘사이의 순간’을 포착합니다. 연준은 혼자만의 세계에 있는 듯 보입니다. 차분하고 자유로운 상태로, 무언가를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존재하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아름답고 친밀한 공간 속에 머뭅니다. 이미지는 로맨틱하고 감정적인 톤으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를 담습니다. 부드러운 색감과 은은한 빛 속에서, 모든 것이 꿈처럼 느껴지고, 손에 닿을 듯하지만 완전히 붙잡을 수는 없는 기억처럼, 약간은 비현실적인 감각을 만들어냅니다. 밤이 되면 분위기는 전환됩니다. 깊고 푸른 빛 속에서 연준을 포착합니다. 더 차갑고, 더 전기적인 느낌의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어둠 속에서 새롭게 살아나는 조용한 설렘과 에너지가 있습니다. 조금은 신비롭고, 조금은 영화적인 감각으로, 무언가가 막 시작되려는 순간처럼 느껴집니다.”
4월 23일 페트라의 프로듀서 세리 윤과 미팅하는 날. 뉴욕을 베이스로 일하는 그녀가 마침 서울에 머물고 있었다. 수년째 페트라와 함께 일한 세리는 페트라의 작업 방식과 머릿속에 그리는 이미지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었다. 문제는 로케이션이었다. 호수와 숲이 함께 있는 장소. 아니, 서울이고, 연준인데 야외촬영이 어느 정도까지 가능할까? 서울에서 호수와 숲을 모두 갖춘, 게다가 한적한 곳을 찾을 수 있을까? 촬영 중 호수가 있는 곳으로 이동해야 하나?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5월 12일 촬영을 이틀 남기고 집에서 허공을 멍하니 노려보면서 혹시 빠뜨린 것은 없는지 다시 점검했다. 페트라, 프로듀서 세리와 나눈 메시지를 다시 한번 읽어봤다. 페트라와의 의사소통은 조금 독특한데, 무드보드나 원하는 것, 이를테면 폴라로이드도 촬영해달라거나 전시에는 이런 종류의 포트레이트가 꼭 필요하다거나 같은 것들을 보냈을 때 구체적인 답이 오는 경우는 드물다. 확인은 하는 걸까,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진가니 무척 바쁘겠지 싶은데, 어느 순간 상냥한 답장이 도착한다. 흥미로운 건 그다음이다. 결과적으로는 내가 요청한 것 이상의 무엇이 준비되어 있다. 페트라는 말보다 작업으로 답하는 사람이다.
5월 14일 페트라는 ‘호수와 숲을 배경으로’를 포기하지 못했다. 택시 기사님이 깜짝 놀랄 정도로 외진 곳 어딘가에 위치한 촬영장. 연준과 페트라를 비롯해 도착하는 스태프마다 예쁘다고 좋아했으니,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다만 무거운 조명 장비를 들고 산길을 올라야 했던 조명 팀에게는 아직도 미안하다.) 그곳을 어떻게 찾아냈는가, 혹은 현장에 어떻게 사슴이 오게 되었는가, 혹은 이미 풀이 무성한데 거기에 왜 또 꽃을 심게 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꽤 놀랍지만, 사정이 복잡해 생략하기로 한다. 어쨌거나 그렇게 완성된 풀숲에 안개가 피어올랐다. 미우미우 카우보이 모자를 쓴 연준이 나무에 슬쩍 기대 우리를 본 순간 확신했다. ‘아, 이건 됐다.’ 파리에서도 느꼈지만 연준은 함께 일하기 좋은 사람이다. 뭔가를 제안했을 때, 머뭇거리는 법이 없다. 좋은 이미지를 위해서는 가끔 대기 시간이 좀 더 길어질 수 있다는 걸, 축축한 풀밭에 누워야 할 때도 있다는 걸, 흔쾌히 이해한다.
촬영 중 페트라가 잇따라 “Amazing!” “Beautiful!”을 외쳤다. 페트라는 오로지 필름으로만 작업한다. 모니터가 없으니 촬영물을 볼 수가 없지만, 저 목소리를 들어보면 지금 잘되어가는 게 확실하다. 무엇보다 내 눈앞에서 산책을 하는, 날개를 달고 카메라를 나른하게 바라보는, 호숫가의 나뭇잎을 살피는 연준의 모습이 꿈같은 청춘이었다. 저녁 7시가 넘어가니 페트라가 부쩍 피곤해 보였다. 시차 탓에 어제 한숨도 못 잤다고 수줍게 털어놨다. 한 장면만 더 촬영하자고 조심스럽게 물으니 좋다고 말했지만 약간은 곤란한 기색이었다(페트라는 아주 상냥한 사람이라, 대체로 거절하는 법이 없다). 하지만 카메라를 들자마자 다시 에너지가 차올랐다. 그녀의 마음을 이해했다. 블루와 레드 조명 아래, 스산한 하늘을 배경으로 선 연준의 모습은 압도적이었다. 쩌렁쩌렁한 “Amazing!”이 숲속에 울려 퍼졌다.
5월 15일 오늘은 실내촬영이 있다. 세트 스타일리스트 전민규 실장이 흔쾌히(그랬길 바란다) 그의 스튜디오 중 하나를 내주었다. 어제 저녁 늦게 촬영이 끝났고, 오늘 아침 8시 30분부터 다시 촬영이 시작됐으니 모두 피곤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촬영 현장은 늘 그렇다. 조금 전까지 창백한 얼굴로 하품을 하던 이들도 막상 슛이 들어가면 다른 사람이 된다. 다들 최상의 컨디션으로, 각자의 역할에 집중해 신속하게 움직인다. 볼 때마다 신기한 광경이다. 스타일리스트 오유라 실장이 준비한 분홍색 빈티지 티셔츠와 다리오 비탈레가 디자인한 베르사체 룩을 보자 페트라는 “I love it!”이라고 몇 번이고 말했다. 연준은 전날보다 훨씬 나른한 분위기였지만 여전히 현장을 편안하게 만들었고, 나는 오히려 그 모습이 좋았다. 전날의 찬란하고 눈부신 청춘과는 다른 결의 얼굴. 카메라 앞의 연준은 하루 만에 전혀 다른 인물처럼 보였다. 결국 이렇게 촬영이 끝났다. 마지막으로, 페트라가 최근 출간한 자신의 사진집 <Star>를 가져와 연준에게 선물했고, 연준은 한 장 한 장 유심히 들여다봤다. 마음에 드는 부분은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페트라가 조용히 속삭였다. “정말 스윗한 사람이야.” 우리는 3주 후에 만나자고 말하면서 유쾌하게 헤어졌다.
5월 29일 전시 서문을 쓰기 위해 페트라 콜린스에게 촬영에 관한 소회를 물었다. 연준의 어떤 점이 특별하다고 느꼈는지, 그리고 어떤 면이나 캐릭터를 담아내고 싶었는지 등등. 곧 그녀에게 짧은 노트가 돌아왔다.
“연준과의 촬영은 정말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그는 상냥하고, 호기심 가득하며, 생기 넘치는 에너지를 보여주었습니다. 따뜻하고 열린 태도로 주변 모두가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사람이죠. 이번 화보에서 저는 자연으로 돌아가 그 경이로움과 연준이 가진 순수한 호기심을 마음껏 펼쳐보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하루 종일 햇빛, 물, 나무와 안개에 둘러싸여 몽환적이면서도 청춘의 생동감이 살아 숨 쉬는 이미지를 만들어나갔습니다. 연준은 다양한 풍경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모든 이미지에 고요한 세심함과 장난기 넘치는 활기를 불어넣었습니다. 해가 저문 뒤에는 연준의 또 다른 면을 포착하고자 했습니다. ‘자연의 세상’에서 벗어나 ‘인위적인 컬러 조명의 세상’으로 발을 들이자, 더 영화적이고 초현실적인 이미지가 탄생했죠. 두 세계 사이를 오가는 연준을 지켜보는 것은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그는 부드러움과 신비로움이라는 두 가지 매력을 동시에 지닌, 보기 드문 인물이죠. 믿음과 열정을 보여주고, 사진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연준! 진심으로 고마워요.” 완벽하게 동의한다.
6월 10일 내가 너무 순진했다. 전시 준비는 생각보다 훨씬 손이 많이 가는 일이었다. 이제 촬영 끝났으니 개운해야 마땅한데 아직도 결정하고 처리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사진 크기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필름으로 촬영했으니 어느 정도 해상도로 스캔해야 하나? 전시 섹션은 어떻게 나눌 것인가? 사진 배열 그리고 사진과 사진 사이 간격은? 콘텐츠 관련한 일만 처리한 나도 꽤 머리가 아팠는데, 공간 구성과 이동 동선, 컬러, 소재, 케이터링, 의자 하나 놓는 일까지, 예산과 운영을 맡은 <보그>의 정자영 브랜드 매니저와 빅히트의 안영환 디렉터 역시 다른 장르로 비슷한 총량의 고통을 맛봤을 거다. “전시를 한다면, 재미있겠어요”라고 호기롭게 편집장과 이 일을 추진한 과거의 나를 어찌나 원망했는지. 촬영 이후 이 글을 쓰고 있는 전시 하루 전까지, 오히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안영환 디렉터가 그룹 챗에 물어왔다. “이거 끝나긴 하죠?” 그리고 그렇게 말했던 그와 정자영 브랜드 매니저가 설치 현장에서 집으로 돌아간 시간은 새벽 5시였다. 아휴.
6월 11일 하지만 모든 일엔 끝이 있다. <보그 살롱: 프레임-Yeonjun by Petra Collins>의 날이다. 본격적인 행사는 오후 6시부터 시작이었다. 1,000명이 넘는 신청자 중 당첨된 30여 명의 관객과 <보그>에서 초대한 VIP만 입장 가능한 프리 오프닝 이벤트였음에도, 오후 3시부터 팬들이 성수동 연무장길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전시는 총 5개 섹션으로 이루어진다. 1 Yeonjun & Petra. 전시 오프닝이다. 두 사람의 가장 파워풀한 흑백사진을 가장 큰 사이즈로 프린트해 단 한 장만 걸어놓았다. 2 Day. 햇살 아래 촬영한 연준의 맑은 청춘. 앞의 화보에서 본 사진과 같은 맥락이다. 3 Night. 페트라가 말했던 ‘자연의 세상’에서 벗어나 ‘인위적인 컬러 조명의 세상’으로 들어간 서늘한 연준. 4 Close. 연준의 클로즈업과 함께 폴라로이드 35장이 펼쳐진다. 5 As He Is. 있는 그대로의 연준.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하는) 연준의 흑백 포트레이트와 함께 관객의 기억과 감상이 더해진 메시지 월로 구성된다. 프리 오프닝의 하이라이트는 연준, 페트라와 함께한 토크 세션이었다. 이 프로젝트의 기획자라는 명목(이자 죗값)으로 사회를 맡게 된 나는 입장 1분 전, 나도 모르게 “살다 보니 별일을 다 해보네”라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 소리를 들은 연준이 활짝 웃으며 “파이팅!” 하고 유쾌한 응원을 건넸다. 덕분에 긴장이 조금 풀린 채 시작된 토크에서는 페트라가 말했던 대로 무더위 속에서 “왔다 갔다 엄청 뛰어다니며” 서로에게 몰입했던 치열한 촬영 비하인드가 생생하게 흘러나왔다. 페트라는 좋은 포트레이트란 “다시 담기지 않을 기억을 포착하는 것, 그리고 카메라와 관객이 온전히 연결되는 것”이라 말했고, 연준은 새로운 자신의 얼굴 앞에서 “생긴 건 서늘한 청춘 같아도, 마음 두둑한 것은 맑은 청춘”이라며 소탈하게 웃어 보였다. 그리고 가장 인상적인 사진으로는 ‘Night’ 구역의 모습을 골랐다. 촬영하면서도 이 모습이 페트라가 생각하는 연준이 아닐까 싶었다고 덧붙였다. 전시 <Yeonjun by Petra Collins>는 5개 섹션을 하나의 이야기처럼 흘러가듯 관람해야 한다. “얼굴도 예쁘지만 전체적인 무드가 아름다운 사진이니, 그에 집중해서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연준의 말처럼, 전시는 개별 이미지보다 이미지와 이미지 사이 흐르는 감정과 분위기에 더 가깝다.
이벤트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연준과 페트라는 메시지 월에 각자의 사인을 남겼고, 관객은 저마다 감상과 기억을 적어 내려갔다. 각종 언론에서 이토록 이슈가 된 K-팝 아티스트의 전시는 올해 뷔와 제니에 이어 세 번째였다. 끝났지만, 어쩌면 끝이 아닐지도 모른다. 토크 중 농담같이 나눈 말처럼, 언젠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둘의 영화 같은 화보를 <보그>에서 다시 만날지도. 하지만 그 이야기는 미래를 위해 남겨두기로 한다.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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