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 현지는 그야말로 손흥민(32·토트넘 핫스퍼) 신드롬이다.
손흥민 없이 진행된 11일 첫 훈련의 경우 회복 및 컨디션 조절에 초점을 맞췄다. 올해 말 개최될 제26회 아라비안 걸프컵 준비로 한창 바쁜 관계자들 정도를 제외하면 경기장 주변은 다소 한산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무엇보다 쿠웨이트는 인구 70% 이상이 외국인 근로자로 구성된 국가이다. 취재 중 만난 한 현지인은 "먹고 살기 너무 바빠 축구 볼 시간이 없다"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심지어 대표팀 훈련장인 압둘라 알 칼리파 스타디움을 홈경기장으로 사용하는 팀은 알 야르무크로 쿠웨이트 디비전 원(2부 리그)에 속한 구단이다. 축구 인기가 비교적 부족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그런 줄로만 알았는데 하루 만에 생각이 바뀌었다. 손흥민이 훈련에 합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너 나 할 것 없이 경기장에 모여들었다. 경비가 삼엄하지 않은 탓에 한 팬은 취재진이 대기하는 미디어 센터에 들어와 "훈련을 직접 볼 수 있냐"고 묻기도 했다. 비공개 훈련이라고 알려주자 실망한 팬은 주차장으로 나가 대표팀 버스가 세워진 주차장을 서성였다.
교민으로 추정되는 한국인 역시 만나볼 수 있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손흥민의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기다리는 한 외국인 아이였다. 아이는 손흥민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동행한 부모는 신난 아이를 말리는 데 여념이 없었다.
취재 차 이동하는 택시에서도 손흥민의 이름이 들려왔다. 자신을 이집트 출신이라고 밝힌 기사는 이번 주 한국의 월드컵 경기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더니 "SON(손흥민)도 쿠웨이트에 와있냐"고 물으며 놀란 내색을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