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 중 다행’ ‘불운 속 기적’. 상투적이지만 2011년 5월 8일 제주종합경기장에서 일어난 사고를 표현하는 데 이보다 정확한 표현은 없다. 당시 대구FC와 K리그 경기를 펼치고 있던 제주 유나이티드 소속 신영록(당시 24세)은 경기종료 직전 슈팅을 날린 후 그라운드 위에 쓰러졌다. 부정맥으로 인한 급성심장마비였다. 촉망받던 국가대표 공격수에게 찾아온 불행이었다.
다행히 여러 도움과 기적이 맞물렸다. 상대팀 수비수 안재훈(부산교통공사)이 즉시 신영록의 기도를 확보했고, 구단 의료진이 재빨리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이날 경기가 제주월드컵경기장이 아닌 제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린 것도 천운이었다. 당시 제주에서 심장병 관련 대처능력이 가장 뛰어난 의료기관은 제주한라병원이었는데, 제주종합경기장과는 약 3㎞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약 44㎞가 떨어져 있는 월드컵경기장에서 경기가 열렸다면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이 덕분에 7분 만에 병원으로 이송된 신영록은 50여 일 만에 의식을 되찾았다. 소생 가능성 2%의 희박한 확률을 뚫고 일어선 ‘기적의 아이콘’ 신영록(37)을 지난달 16일 서울 강서구 솔병원에서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