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경질된 후 임시 사령탑 체제로 돌아가던 시기에 축구대표팀 스태프로 합류한 한 지도자 A는 유럽파가 감독에게 가장 원하는 요소로 소통을 꼽았다. A는 “나도 국내 지도자로 선수들이 해외 감독을 원하는 분위기에 반감이 컸다”면서 “하지만 내부에 들어가 직접 부딪쳐 보니 이유가 있더라. 마냥 편하고 싶어서 외국인을 원하는 게 아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그 친구들 나름대로 합리적인 요구를 하면서 감독이 들어주는 소통 구조를 원하더라. 내용을 들어보면 결코 비합리적이거나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 충분히 할 만한 얘기를 하더라. 아무래도 선수들은 국내 감독의 경우 그런 식의 소통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축구대표팀은 유럽파 전성시대에 접어들었다. 캡틴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을 필두로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희찬(울버햄턴), 이재성(마인츠05) 등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팀의 중심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들은 선진적인 훈련과 전술, 유럽식 소통 방식에 익숙하다.
대놓고 말은 못해도 외국인 지도자를 선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직적인 스타일의 한국 감독과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한국 지도자는 여전히 상명하복식 지도에 익숙한 게 사실이다.
전술, 훈련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도 과제지만 일단 선수와 원활한 소통으로 신뢰를 구축하는 게 시급하다. 대표팀은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서 리더십을 상실했다. 임시 감독 모드를 거치며 표류했다. 선수와 지도자 간의 믿음이 회복돼야 월드컵 3차 예선에서도 순항할 수 있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선수의 합리적 요구를 어느 정도로 수용하고 거절할지, 그 선을 지키는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 클린스만 감독의 경우 이 선을 지키지 못해 팀 내 기강이 무너지고 분위기가 흐트러지는 역효과를 초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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