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너무나 오랜 기다림 끝에ㅠㅠ 레알에 합류한 음바페의 입단식을 몇 시간 앞두고 너무나 감회가 새로운 레알 고인물이야.

바페를 너무너무 환영하는 의미를 담아 바페와 함께 새롭게 레알에 관심을 가지게 된 덬들을 위한 팀 소개글을 끄적여봤는데 재미로 봐줬으면 좋겠어 ㅎㅎ 

(쓰다보니 넘 길어짐 ㅠㅠ)

 

레알 마드리드는 도대체 어떤 팀일까? 타팀 팬들이 볼 때는 그냥 돈 많아서 선수 척척 잘 사가고 성적도 잘 나오는 팀이라고 생각할 것 같아. 하지만 사실 지난 10-20년간 진짜로 팀이 안정적이었던 시즌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어. 보드진의 입김이 너무 세서 스포츠적인 간섭이 심한 시기도 길었고, 레알 감독은 독이든 성배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면서 한 시즌에 감독이 몇 번씩이나 갈려나간 적도 있어. 그만큼 성적에 대한 압력이 그 어느 팀보다 심하고 안팎에서 흔들기도 많아. 또한 이상한 회장이나 클럽 내 정치, 알력으로 고통받은 기간도 있었고 스쿼드의 결속력 부족 문제나 불화설이 수시로 대두되는 시즌도 많았어. 

 

다행히도 최근에는 고트급 회장인 플로렌티노 페레즈의 절대적인 독재(!) 하에 보드진 및 클럽 운영이 그 어느 때보다 안정화되었어. 페레즈의 진짜 무서운 점은 70대의 성장캐라는 것이지 ㅋㅋㅋ 첫 임기 때 추진했던 갈락티코 정책의 명과 암을 이해하고 단점을 어느 정도 보완해서 강력한 독재자로 다시 돌아와 지금까지 계속 해드시고 있어;; 레알팬들이 페레즈의 결정을 항상 지지하는 건 아니지만, 장기적인 비전이라는 측면에서 대체로 맞는 방향이라는 것은 인정하는 편이야. 감독 안첼로티는 선수 개개인과의 유대감이 강한 덕장인데다 챔스 트로피 5개가 증명하는 명감독이고, 특히 공격진에게 많은 자유도를 부여하는 걸로 유명해. 우스갯소리로 해줘 감독이라는 말을 하기도 하지만 안첼로티가 재능을 터뜨리거나 전성기 활약을 펼치도록 판을 깔아준 월클 공격수와 미드필더는 양손으로 다 꼽을 수도 없다는 게 사실. (하지만 시즌 중에 안첼로티 감독 욕을 제일 많이 하는 게 레알팬들이라는 것도 사실) 

 

홈 경기장은 마드리드에 북쪽에 위치한 수용 인원 8만명 이상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이번에 개폐식 지붕 및 360도 스코어보드를 비롯하여 외관과 내관 모두를 완전히 레노베이션해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주 좋은 환경에서 홈 경기를 치를 수 있어. 날씨가 따뜻하고 도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으며 스페인어가 통용되는 마드리드는 특히 남미 출신 선수들에게 매우 선호되는 이적지이고, 레알에서 뛰었던 많은 유럽 타국 선수들도 은퇴 후에 마드리드를 떠나지 않고 클럽과 꾸준히 인연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아.

 

팬들 얘기를 해보자면, 레알 팬들은 유럽에서 가장 챠가운 팬덤으로 유명했고 꾸준히 완성형 스타 선수들을 많이 사왔던 클럽의 특성상 '너희가 나를 얼마나 즐겁게 하는지 보자'라는 태도로 경기장에 와서 경기력이 좋지 않으면 고고하게 침묵을 지키곤 했어. 그런데 코로나 지나고 팀 영입 기조가 유망주 위주로 바뀌면서 뭔가 팬들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어. 요즘처럼 레알 팬들(특히 실제로 매주 경기장을 찾는 현지팬들)이 새로 온 선수들한테 정을 금세 주고 열정적으로 서포트하는 것은 매우 생소한(?) 광경이야 ㅋㅋ 조금 오래 팬질했던 덬들은 이런 긍정적인 변화를 확실히 느낄거라고 봐. 

 

개인적으로 이번 이적 타이밍을 나쁘게 보지 않는 이유가 있는데, 나는 레알뿐 아니라 어디든 팀 상태가 안 좋은 상황에서 특정 선수가 구세주 롤로 이적하는 건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야. 그런 상황에서는 사람들의 인내심이 쉽게 바닥나거든. 게임도 아니고 현실의 팀 스포츠에서는 적응과 조율이 필요한 법인데 그냥 무조건 잘하는 선수 하나만 넣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아. 이런 안팎의 비현실적인 기대가 안그래도 항상 부담감을 가지고 있을 선수들에게 불필요한 압력으로 작용하게 되기 마련이거든. 

 

반면 이번에는 비교적 탄탄하게 만들어진 팀에 정말 방점을 찍어줄 선수로 이적하는 모양새라서 바페가 비교적 쉽게 적응하고 마음껏 활약할 환경이 좀 더 잘 갖춰졌다고 생각해. 국대에서 발맞춰본 프랑스 선수들이 여럿 있는 것도 긍정적인 요소이고. 레알은 전통적으로 영입에 감독의 의견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 클럽이라서 보드진이 자신들의 구상에 부합하는 좋은 선수를 사오면 그걸 어떻게든 피치 위에서 끼워맞춰야 하는 게 레알 감독의 역할이야(역시 독이 든 성배). 다행히도 현재의 안첼로티 감독은 그 분야에서 여러 차례 뛰어난 능력을 보여줬어. 음바페 레알 가면 비니시우스랑 공존 가능해? 누가 튕겨? 이런 글을 많이 보지만, 사실 상당수 레알팬들은 크게 걱정 안하고 있을거라 생각해 ㅋㅋㅋ 초반에 조금 정리가 안될 수는 있겠지만 선수들의 클래스를 감안할 때 결국에는 잘 어우러지는 조합의 형태를 찾을 수 있을거라 믿어. 

 

https://www.youtube.com/shorts/GaUVKfkrGO4

(춤판 영상이 넘 많아서 고르기 힘들었다 ㅋㅋ) 

 

우리 팀은 체계적인 세대교체를 통해 신구 조화가 잘 되어있고 특히 현 스쿼드의 락커룸 분위기는 내가 10년 넘게 레알 팬질을 하는 동안에 정말 보기 드물 정도로 좋은 편이야. 통쾌한 승리를 거두면 마흔을 바라보는 모드리치와 어린 선수들, 심지어 안첼로티 감독까지 어우러져서 춤판이 벌어져 ㅋㅋㅋ (조만간 바페 락커룸 댄스 데뷔 기대할게 ㅎㅎ) 커리어적으로 어느 정도 이룰 만큼 이룬 베테랑 선수들은 어린 선수들을 동생처럼 보살피고 멘토 역할을 자처해. 안첼로티 감독은 수많은 스타 군단을 지휘했지만 자신 있게 지금의 레알이 본인이 지도해본 팀들 중 최고의 팀이라고 말하기도 했어. 순수 축구 능력이야 밀란 감독 시절이나 레알 갈락티코 2기 때의 스타 선수들이 더 높을지 모르지만 '팀'으로서의 결속력이나 시너지는 현재의 레알이 그만큼 좋다는 뜻인 것 같아. 10대~20대 초반부터 이 팀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선수들이 많고, 어린 선수들도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위닝 멘탈리티가 아주 철저히 장착되어 있어. 경기 초반에 사정없이 쳐맞아도 어지간해선 크게 당황하지 않는게 특징이지. (골 먹었을 때 웃는게 일류다bb ㅠㅠ) 크랙도 클러치 능력도 여느 팀에 꿀리지 않을거야! 에이스들이 결장하거나 컨디션이 안좋을 때 다른 누군가가 우당탕탕 쑤셔넣거나, 역전승이나 극장경기로 시즌 중간중간에 쏠쏠한 도파민을 주기도 해(처음부터 역전할 일을 만들지 말라고!!)

 

레알의 정체성이나 절대적인 가치는 바로 '승리'야. 전술이나 경기 스타일은 철저히 팀의 승리를 위한 수단일 뿐이기 때문에 우리 팀에서 성공하는 감독은 전술적 철학이 확고한 유형보다는 선수들의 동기부여에 강점을 보이고 부상이나 영입 실패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스쿼드의 밸런스가 맞지 않을 때 거기서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낼 수 있는 유연한 타입이 더 많아. 강팀과의 경기에서는 같이 치고받으면서 명경기가 나오기도 하고, 도저히 안될 거 같으면 드물지만 버스도 세우는데(저 스쿼드로 어떻게 버스를? <- 이런 사고방식 자체가 없다!), 약팀과의 경기에서는 또 상대와 비슷한 경기력을 보이면서 늪과 같은 요상한 경기를 하기도 해ㅋㅋㅋ 어쨌든 그렇게 해서 지난 11년간 6번이나 챔스 우승을 할 정도로 압도적인 챔스 성적을 보여주고 있어. 다만 라리가 시간대가 워낙 극악이고 매주 좋은 경기력이 나오는 편은 아니기 때문에;; 주말 새벽에 경기를 보다가 다소 현타가 올 수 있어ㅠㅠ 바페와 함께 새로 레알에 관심 가지게 된 덬이라면 일단 꿀잠 자고 아침에 하이라이트를 애용하길 바라. 선수들 개인 능력이 높은 편이라서 하이라이트는 비교적 재밌음 ㅋㅋㅋ  
  

다소 골치 아픈 것이 언론인데, 레알 특성상 진짜 뭐 사소한 거 하나라도 엄청 부풀려지고 유럽 빅리그 중 가장 지랄맞은 언론이 스페인 언론이라서(앙리 피셜 잉글 언론도 따라올 수 없다) 레알과 음바페가 만났으니 화제성이라는 것이 폭발을 한다!! ㅠㅠ 프랑스 언론이 지긋지긋하셨나요? 그렇다면 웰컴 투 헬!!! ㅠㅠ 정말 시시콜콜 별 시덥지 않은 것까지 난리가 날 가능성이 있으므로 너무 일희일비하거나 애태우지 말고 조금 길게 보는 것이 조금이나마 편한 팬질을 하는 길일 거야. 물론 그게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죠? ㅎㅎ 바페야 어렸을 때부터 워낙 주목받은 선수이고 개인적으로 멘탈을 높게 평가하는 편이라 크게 걱정을 안 하는 부분이긴 한데, 물론 아무리 그래도 슾 언론이 좀 덜 극성을 부렸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을 가지게 되...
 

 

이렇게 레알 마드리드는 선수가 200% 승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모든 스포츠적(이적 정책, 감독/코치진, 선수단 관리) 및 시스템적(경기장 및 훈련 시설 투자, 브랜딩 및 마케팅) 지원을 아끼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실제로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자원과 경영 노하우, 경험을 갖추고 있는 클럽이야. 물론 당연히 형편없는 시즌도 종종 나오지만 아무리 저점 시즌이라고 해도 상당한 수준 이상의 성적을 내야 하는 것은 필수 조건이지. 그만큼 매 시즌 성적과 퍼포먼스에 대한 어마어마한(!!!) 기대치와 압력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항상 환한 스포트라이트 속에 서 있던 바페이니만큼 오히려 그런 압박감을 동기부여 요소로 삼아 감독, 든든한 동료들과 함께 건강하게 행축하다보면 팬들의 사랑과 트로피는 자연스럽게 따라올거야. 

 

 

Welcome to Madrid - 세계 최고의 클럽에 온 걸 환영해! 
클럽에서 최고의 선수에 걸맞은 최고의 입단식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아서 너무 설렌다 
베르나베우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 되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