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에도 각급 대표 선수들의 팀내 충돌은 종종 있었다. 대표팀 담당 기자들이 알 수 있었던 충돌도 여러 건이다. 그러나 이들 중 보도된 것은 거의 없었다. 대표팀에 대한 보호를 위한 침묵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물증이 없는 불화설을 섣불리 보도했다가 선수의 반박에 부딪치면 여러 경로로 교차검증한 기사를 쓰고도 오보로 몰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즉 축구협회의 확인이 아니었다면 국내 매체들이 나름대로 취재한 바를 쏟아내면서 조금씩 엇갈리는 정황을 여러 버전으로 풀어놓는 일은 피할 수 있었다.
축구 팬들이 온라인에서 제기한 '정몽규 회장을 보호하기 위해 축구협회가 일부러 선수단 내 논란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사실인지는 이제 중요하지않은 게 되고 말았다. 축구선수와 코칭스태프 등 관계자 상당수는 온라인 축구 커뮤니티를 보고, 특히 선수들에겐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직접 욕설 등 다양한 반응이 날아들기 때문이다. 과거 사례 중에는 대표팀 내 불화설이 제기되자, 실제로는 불화가 없었던 선수들이 대중들의 격렬한 반응 이후 껄끄러운 관계가 되는 일도 있었다. 대표선수 상당수가 '정말 정 회장 때문에 우리를 대중 앞에 던졌나'라는 의심을 품는 게 당연한 시점이 됐다.
비슷한 사례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를 키운다. 대표팀은 2022 카타르 월드컵 직후 흔히 '2701호 사건'으로 알려진 외부 트레이너 문제로 심각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축구협회는 사건 경위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면서, 일부 선수들이 대표팀 의무팀장을 업무배제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점을 발표했다. 이 입장문의 내용 자체는 사실이었지만, 해당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입을 다물고 있던 동료 대표선수들 입장에서는 황당한 상황이었다. "비록 팀내 분위기를 헤치는 행동이 있었더라도 대표팀 동료인데, 그 동료를 축구협회가 보호해주지 않는 모습에 더 큰 문제를 느낀 선수들이 있다"는 게 당시 관계자들의 증언이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과 안드레아스 헤어초크 수석코치가 대표팀을 떠난 뒤 아시안컵 탈락의 원인을 손흥민, 이강인의 충돌로 돌리는 발언을 공공연히 하고 다니는 것 역시 선수들 입장에서는 스트레스다. 이미 축구협회를 떠난 사람들이지만, 여전히 보호받지 못하고 스트레스가 가중되는 건 선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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