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이 지나 돌아봐도 낯선 풍경이다. 전반전이 끝난 뒤, 하프타임을 위해 라커룸으로 걸어들어가는 손흥민에게 골키퍼 요리스가 성큼성큼 다가왔다. 요리스의 몸짓은 누가 봐도 다정한 것은 아니었고, 마침내 곁에 당도한 그는 거친 제스쳐로 손흥민에게 말을 걸었다. 당황한 손흥민이 곧바로 응수했고 순식간에 언쟁이 이어졌다. 동료들이 끼어들어 둘을 떼어놓긴 했지만, 이미 모든 장면이 전 세계로 송출된 뒤였다.
충돌의 에버턴전
축구 선수들이 동료와 다툼을 벌이는 일은 종종 있는 일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훈련장이나 라커룸에서 충돌한다. 이번처럼 수 많은 카메라와 (이날은 없었지만) 관중이 들어 찬 경기장 위에서 드잡이하는건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다. 현지의 대다수 전문가들의 해석은 엇갈리지만, 경기장 위에서 동료에게 덤빈 요리스의 행위에 대해서만큼은 모두가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굳이' 그라운드에서 그럴 일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요리스가 '화'를 낸 것 자체도 문제지만, 그가 제시한 근거, 즉 다툼의 이유도 쉽게 납득되진 않는다. 요리스 골키퍼는 이날 경기가 끝난 뒤 가진 인터뷰에서 (손흥민이) 전방에서 압박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아 화가 나 그랬다고 밝혔다. 후회하는 태도는 전혀 아니었다. 그리곤 축구는 원래 그런거라고 얼버무리며 경기장을 빠져 나갔다.
하지만 이건 어불성설이다. 축구는 원래 그런게 아니다. 이날 손흥민은 결정적인 실수를 범한 것도 아니었고, 손흥민이 개입되었다고 요리스가 판단한 상황에서 실점이 유발된 것도 아니다. 만약 요리스가 자기 관점에서 손흥민의 수비 가담에 아쉬움이 있었다면 다른 방식으로도 얼마든지 의견을 나누거나 자신의 뜻을 전달할 수 있다. 그런데 요리스는 아직 경기장을 빠져나가기 전, 그러니까 손흥민이 경기장을 빠져나가기 전에 남들 다 보는 앞에서 화인지 짜증인지 모를 감정의 찌꺼기를 보란듯 뿜어냈다.
놀라운 것은 이런 행동을 한 요리스가 토트넘의 주장이라는 점이다. 토트넘의 주장 출신으로 지난 2013년 6개월간 감독도 맡았던 팀 셔우드는 바로 그 이유로 요리스의 행동을 비판했다. “나라면 싸우더라도 라커룸 들어가서 그랬을거다, 요리스처럼 세상 다 보란 듯 저러진 않았을거다.”
안타까운 것은, 이 충돌이 큰 이슈가 되면서 손흥민의 수비 스트레스가 커졌다는 점이다. 현지 언론들은 32R 셰필드전에서 손흥민이 수비 압박을 제대로 하지 않는 바람에 토트넘이 실점한 적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33R 에버턴전에서 요리스가 과도한 반응을 보인 것은 이런 일이 재발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분석은, 셰필드전 이후 팀내에서 손흥민의 압박 실수에 대한 논의가 (최소한 둘 사이에는) 한 번쯤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에 근거한다. 그게 아니라면 요리스의 '화'는 조절 장애가 될 수 밖에 없다. 이런 얘기가 오간 적이 없는 상태였다면 그나마 이해가 가능하지만, 그런 '전작'이 없었다면 납득이 어렵기 때문이다. (요리스가 뭐라고 소리치며 다가올 때 손흥민이 보인 반응을 떠올리면, 둘간에 '전작'이 있었다는 추정에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경기가 끝난 뒤 둘은 화해의 제스쳐를 취했다. 종료 휘슬이 울린 뒤 요리스는 손흥민에게 다가와 힘껏 포옹한 뒤 갈등이 해소된양 굴었다. 무실점으로 끝난 경기였으니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결말이었을지 모른다. 무리뉴 감독이 경기 후 '뷰티풀'이라는 단어로 이 사태를 포장한 것은 그런 맥락에서 이해가 가능하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무리뉴 감독의 인터뷰는 그가 팀내 상호 비판 분위기를 조장했거나 최소한 독려했을 것이라는 유추가 가능하게 한다. 본인 스스로 '내 탓'이라며 뿌듯해했던 대목은, 그가 팀내에 적당한 긴장감이 필요하고 상호 비판을 강조했을 것이라는 짐작을 불러 일으킨다.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손흥민의 갖게 될 부담은 해소될 수 없다.
그리고 본머스전
10일 새벽 2시에 맞붙게 될 본머스는 현재 리그 19위에 머물러 있는 약체다. 물론, 강등권 탈출이라는 지상과제를 손에 쥔 팀이라 전력 이상의 투지, 또 경기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팀이다. 그러나 리그에서 실점이 세번째로 많은 팀이고, 손흥민 개인적으론 7경기에서 경기당 1개씩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상대다. (5골 2도움) 그런데 지금 토트넘의 분위기는 골을 넣는 것보다는 골을 먹지 않는게 더 중요한 이슈로 꼽힌다. 약팀을 만나도 선제적으로 골을 넣으려는 움직임보다는, 아니 적어도 선제골을 넣은 직후부터는 내려앉아 수비를 펼치는걸 미덕으로 여기는 팀이 되어버렸다. 이 경우, 손흥민의 압박 여부나 수비 가담 빈도 같은 요소들이 호사가들의 주요 타깃이 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손흥민 입장에선, 골보다 수비 부담에 대한 스트레스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비판적인 견해를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리그 재개 이후 무리뉴의 핵심 수비수로 기용되던 에릭 다이어의 부재와도 연관이 있다. 다이어는 리그 중단 이전, 노리치 시티와의 FA컵 경기가 끝난 뒤 관중석에 난입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FA(잉글랜드 축구협회)는 당시 행위에 대한 징계를 8일에야 확정했다. FA는 (중국인 조롱 논란에 휩싸였던) 델레 알리에게 부여한 1경기 징계보다 훨씬 더 무거운 4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다이에에게 부과했다. 올 시즌 토트넘에게 남은 리그 일정은 5경기다. 결국 다이어는 사실상 시즌 아웃에 가까운 징계를 받게 된 셈이다.
이에 대해 무리뉴 감독은 항소 포기를 선언했다. 항소 절차가 아무리 빨리 진행되더라도 현실적으로 시즌 내에 결과를 얻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올 시즌 더 얻을 것이 없는 무리뉴 감독 입장에선, 항소를 통해 징계가 지연되어 다이어를 다음 시즌 시작부터 쓸 수 없게 될 부담을 짊어지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다이어의 부재는 남은 선수들에게 고스란히 부담으로 전가된다. 다이어의 자리는 알더베이렐트가 대체하겠지만, 모처럼 선발로 나선 지난 경기에서 알더베이렐트가 보여준 수비력과 빌드업 능력은 확실히 과거에 비해 부족했다. 무실점 경기가 드문 토트넘 입장에선, 특히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무리뉴 입장에선 수비 블록 강화를 강조하는 기조를 더 굳건히 가져갈 공산이 높다. 더욱이 올 시즌과 다음 시즌 사이의 휴지기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짧아 사실상 정상적 리빌딩 시간을 확보하는게 불가능한 수준이다. 따라서 지금 무리뉴 감독이 제시하는 방향은 임시방편이라기보단 다음 시즌 더 강화될 것으로 보는게 합리적이다. 공격진들의 수비 가담 요구가 줄어들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 이유다.
현지 일부 언론들은 본머스전에서 손흥민이 선발로 나오지 않을 가능성을 보도하기도 했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손흥민 입장에선 고민이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은 지난 에버턴전에서 무리뉴 부임 이후 처음으로 리그 경기에서 80분 이전 교체되는 경험을 했다. 본머스전에 선발로 나온다면 이 시합을 위한 체력적 안배로 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수비 가담에 대한 현지 매체들의 분석에 좀 더 무게감이 실릴 수 밖에 없다. 주장이자 골키퍼인 선수에게, 그라운드 위에서 공개적으로 수비 지적을 받은 공격수다. 정상적으로 선발 출전해도 수비 스트레스가 클 수 밖에 없는 선수를 선발에서 제외한다면 문제는 커질 것이다. 요리스와의 충돌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닌 무리뉴 감독의 메세지로 해석할 수 있고, 향후 손흥민에게 주어질 역할은 더 수비적인, 혹은 제한적인 것이 될 우려까지 이어지게 된다.
어느 쪽이든, '손흥민'이라는 뛰어난 공격수에게, 팀과 감독이 보다 수비적인 태세를 요구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창 물오른 시기에 만난 감독이, 하필이면 그에게 수비 스트레스를 강하게 주고 있는 상황이다. '팀' 입장에서보면 납득할 수 있는 요구지만, '개인' 입장에서 보면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리뉴 감독이 에버턴전 끝난 뒤 인터뷰에서 손흥민의 성격을 애써 칭찬하듯 던진 '팀 보이'라는 단어가 귓전을 오래 맴도는 이유다. 더군다나 지금 토트넘은 선수들이 서로간에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자극하는 분위기를 장려하는 듯한 태도까지 보이고 있다. 긍정의 시너지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해도 위태로운 전략인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하필 그 타깃이 손흥민으로 겨냥된 것에 아무 의미도 부여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이래저래 손흥민에게는 고민이 많은 여름이 될 것 같다.
충돌의 에버턴전
축구 선수들이 동료와 다툼을 벌이는 일은 종종 있는 일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훈련장이나 라커룸에서 충돌한다. 이번처럼 수 많은 카메라와 (이날은 없었지만) 관중이 들어 찬 경기장 위에서 드잡이하는건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다. 현지의 대다수 전문가들의 해석은 엇갈리지만, 경기장 위에서 동료에게 덤빈 요리스의 행위에 대해서만큼은 모두가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굳이' 그라운드에서 그럴 일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요리스가 '화'를 낸 것 자체도 문제지만, 그가 제시한 근거, 즉 다툼의 이유도 쉽게 납득되진 않는다. 요리스 골키퍼는 이날 경기가 끝난 뒤 가진 인터뷰에서 (손흥민이) 전방에서 압박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아 화가 나 그랬다고 밝혔다. 후회하는 태도는 전혀 아니었다. 그리곤 축구는 원래 그런거라고 얼버무리며 경기장을 빠져 나갔다.
하지만 이건 어불성설이다. 축구는 원래 그런게 아니다. 이날 손흥민은 결정적인 실수를 범한 것도 아니었고, 손흥민이 개입되었다고 요리스가 판단한 상황에서 실점이 유발된 것도 아니다. 만약 요리스가 자기 관점에서 손흥민의 수비 가담에 아쉬움이 있었다면 다른 방식으로도 얼마든지 의견을 나누거나 자신의 뜻을 전달할 수 있다. 그런데 요리스는 아직 경기장을 빠져나가기 전, 그러니까 손흥민이 경기장을 빠져나가기 전에 남들 다 보는 앞에서 화인지 짜증인지 모를 감정의 찌꺼기를 보란듯 뿜어냈다.
놀라운 것은 이런 행동을 한 요리스가 토트넘의 주장이라는 점이다. 토트넘의 주장 출신으로 지난 2013년 6개월간 감독도 맡았던 팀 셔우드는 바로 그 이유로 요리스의 행동을 비판했다. “나라면 싸우더라도 라커룸 들어가서 그랬을거다, 요리스처럼 세상 다 보란 듯 저러진 않았을거다.”
안타까운 것은, 이 충돌이 큰 이슈가 되면서 손흥민의 수비 스트레스가 커졌다는 점이다. 현지 언론들은 32R 셰필드전에서 손흥민이 수비 압박을 제대로 하지 않는 바람에 토트넘이 실점한 적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33R 에버턴전에서 요리스가 과도한 반응을 보인 것은 이런 일이 재발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분석은, 셰필드전 이후 팀내에서 손흥민의 압박 실수에 대한 논의가 (최소한 둘 사이에는) 한 번쯤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에 근거한다. 그게 아니라면 요리스의 '화'는 조절 장애가 될 수 밖에 없다. 이런 얘기가 오간 적이 없는 상태였다면 그나마 이해가 가능하지만, 그런 '전작'이 없었다면 납득이 어렵기 때문이다. (요리스가 뭐라고 소리치며 다가올 때 손흥민이 보인 반응을 떠올리면, 둘간에 '전작'이 있었다는 추정에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경기가 끝난 뒤 둘은 화해의 제스쳐를 취했다. 종료 휘슬이 울린 뒤 요리스는 손흥민에게 다가와 힘껏 포옹한 뒤 갈등이 해소된양 굴었다. 무실점으로 끝난 경기였으니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결말이었을지 모른다. 무리뉴 감독이 경기 후 '뷰티풀'이라는 단어로 이 사태를 포장한 것은 그런 맥락에서 이해가 가능하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무리뉴 감독의 인터뷰는 그가 팀내 상호 비판 분위기를 조장했거나 최소한 독려했을 것이라는 유추가 가능하게 한다. 본인 스스로 '내 탓'이라며 뿌듯해했던 대목은, 그가 팀내에 적당한 긴장감이 필요하고 상호 비판을 강조했을 것이라는 짐작을 불러 일으킨다.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손흥민의 갖게 될 부담은 해소될 수 없다.
그리고 본머스전
10일 새벽 2시에 맞붙게 될 본머스는 현재 리그 19위에 머물러 있는 약체다. 물론, 강등권 탈출이라는 지상과제를 손에 쥔 팀이라 전력 이상의 투지, 또 경기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팀이다. 그러나 리그에서 실점이 세번째로 많은 팀이고, 손흥민 개인적으론 7경기에서 경기당 1개씩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상대다. (5골 2도움) 그런데 지금 토트넘의 분위기는 골을 넣는 것보다는 골을 먹지 않는게 더 중요한 이슈로 꼽힌다. 약팀을 만나도 선제적으로 골을 넣으려는 움직임보다는, 아니 적어도 선제골을 넣은 직후부터는 내려앉아 수비를 펼치는걸 미덕으로 여기는 팀이 되어버렸다. 이 경우, 손흥민의 압박 여부나 수비 가담 빈도 같은 요소들이 호사가들의 주요 타깃이 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손흥민 입장에선, 골보다 수비 부담에 대한 스트레스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비판적인 견해를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리그 재개 이후 무리뉴의 핵심 수비수로 기용되던 에릭 다이어의 부재와도 연관이 있다. 다이어는 리그 중단 이전, 노리치 시티와의 FA컵 경기가 끝난 뒤 관중석에 난입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FA(잉글랜드 축구협회)는 당시 행위에 대한 징계를 8일에야 확정했다. FA는 (중국인 조롱 논란에 휩싸였던) 델레 알리에게 부여한 1경기 징계보다 훨씬 더 무거운 4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다이에에게 부과했다. 올 시즌 토트넘에게 남은 리그 일정은 5경기다. 결국 다이어는 사실상 시즌 아웃에 가까운 징계를 받게 된 셈이다.
이에 대해 무리뉴 감독은 항소 포기를 선언했다. 항소 절차가 아무리 빨리 진행되더라도 현실적으로 시즌 내에 결과를 얻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올 시즌 더 얻을 것이 없는 무리뉴 감독 입장에선, 항소를 통해 징계가 지연되어 다이어를 다음 시즌 시작부터 쓸 수 없게 될 부담을 짊어지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다이어의 부재는 남은 선수들에게 고스란히 부담으로 전가된다. 다이어의 자리는 알더베이렐트가 대체하겠지만, 모처럼 선발로 나선 지난 경기에서 알더베이렐트가 보여준 수비력과 빌드업 능력은 확실히 과거에 비해 부족했다. 무실점 경기가 드문 토트넘 입장에선, 특히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무리뉴 입장에선 수비 블록 강화를 강조하는 기조를 더 굳건히 가져갈 공산이 높다. 더욱이 올 시즌과 다음 시즌 사이의 휴지기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짧아 사실상 정상적 리빌딩 시간을 확보하는게 불가능한 수준이다. 따라서 지금 무리뉴 감독이 제시하는 방향은 임시방편이라기보단 다음 시즌 더 강화될 것으로 보는게 합리적이다. 공격진들의 수비 가담 요구가 줄어들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 이유다.
현지 일부 언론들은 본머스전에서 손흥민이 선발로 나오지 않을 가능성을 보도하기도 했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손흥민 입장에선 고민이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은 지난 에버턴전에서 무리뉴 부임 이후 처음으로 리그 경기에서 80분 이전 교체되는 경험을 했다. 본머스전에 선발로 나온다면 이 시합을 위한 체력적 안배로 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수비 가담에 대한 현지 매체들의 분석에 좀 더 무게감이 실릴 수 밖에 없다. 주장이자 골키퍼인 선수에게, 그라운드 위에서 공개적으로 수비 지적을 받은 공격수다. 정상적으로 선발 출전해도 수비 스트레스가 클 수 밖에 없는 선수를 선발에서 제외한다면 문제는 커질 것이다. 요리스와의 충돌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닌 무리뉴 감독의 메세지로 해석할 수 있고, 향후 손흥민에게 주어질 역할은 더 수비적인, 혹은 제한적인 것이 될 우려까지 이어지게 된다.
어느 쪽이든, '손흥민'이라는 뛰어난 공격수에게, 팀과 감독이 보다 수비적인 태세를 요구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창 물오른 시기에 만난 감독이, 하필이면 그에게 수비 스트레스를 강하게 주고 있는 상황이다. '팀' 입장에서보면 납득할 수 있는 요구지만, '개인' 입장에서 보면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리뉴 감독이 에버턴전 끝난 뒤 인터뷰에서 손흥민의 성격을 애써 칭찬하듯 던진 '팀 보이'라는 단어가 귓전을 오래 맴도는 이유다. 더군다나 지금 토트넘은 선수들이 서로간에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자극하는 분위기를 장려하는 듯한 태도까지 보이고 있다. 긍정의 시너지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해도 위태로운 전략인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하필 그 타깃이 손흥민으로 겨냥된 것에 아무 의미도 부여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이래저래 손흥민에게는 고민이 많은 여름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