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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브리저튼 페넬로페에 관한 단상 (말 많고 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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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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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은 보지 못했지만 페넬로페라는 캐릭터는 주인공 브리저튼 가족들만큼 서사와 비중이 높은 것 같아 

 

대강 여기서 읽어보니까 원작에서는 레이디 휘슬다운이 악의없이 위트있게 사교계 소식을 촌철살인으로 다루는 인물이었는데 드라마화 되면서 좀 더 편지풍파를 일으키는 캐릭터가 되어서 호불호가 좀 더 생긴듯? (맞나? ) 왕비하고 기싸움도 하고 휘슬다운의 팜플렛으로 인해 욕먹고 왕따 당하는 등 피해받는 사람들도 생기고... 

 

시즌3 오늘 다 보고나서 페넬로페에 대해 그냥 마구 떠들고 싶어서 글 올려봄 

 

페넬로페 입장에서 보면 

 

어릴때부터 극성맞은 두언니와 차별하는 엄마에게 치여서 기도 못펴고 자존감 바닥을 치며 지냈겠지 (두 언니가 딱히 뛰어나거나 이쁜것도 아닌데 ㅠㅠ) 뭘 해도 조롱당하고 놀림받고... 

 

글을 읽고 쓰는걸 좋아하고 무엇보다 소신도 뚜렷하지만 그 불은 가슴속으로만 간직하고 컸을거야 

 

유일한 기쁨이 있다면 사교계 시즌때마다 만날수 있는 바로 맞은편 저택에 사는 브리저튼 가문의 친구 엘로이즈와 짝사랑하는 콜린오빠 

 

예쁘고 잘생기고 당당하고 잘나가는 브리저튼 가족들은 구박댕이에 불과한 페넬로페에게 언제나 다정하고 

 

숨막히는 페더링턴 가문의 거실과는 달리 브리저튼 가족의 거실은 언제나 웃음과 화목이 넘쳐 

 

엘로이즈는 그렇게 예쁘고 부자인데도 페넬로페 자신처럼 책읽는걸 좋아하고 페넬로페를 친 자매처럼 대해줬지 콜린 오빠는 짖궂지만 다정하고 농담도 잘해 언제나 페넬로페를 웃게 해줘.  

 

자기 집보다 브리저튼 가에 놀러가면 더 따스함과 안정감을 느껴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면 모든 환상이 깨지고 숨이 막혀 

 

마치 해바라기처럼, 집에 돌아오면 창가에 앉아 책을 움켜쥐고 길건너 브리저튼 저택을 하염없이 지켜봐 

혹시라도 콜린 오빠가 나오진 않을까 저 즐거운 가족들이 함께 나들이를 가거나 오페라를 관람하러 외출할때 잠깐이라도 친구 엘로이즈와 사랑하는 콜린 오빠를 볼 수 없을까 혹시라도 브리저튼가의 거실에서 흘러나오는 프란체스카의 피아노 소리가 와서 나에게 닿지 않을까.... 

 

 

 

엄마의 성화에 못이겨서 사교계에 나갔지만 오히려 더 절망적이야 

 

엄마는 아예 페넬로페는 당연히 노처녀로 늙을거라고 생각하고 두 언니를 돋보이게 하는데 여념이 없고 

 

페넬로페는 매일 매일 그 길고 긴 지루한 수많은 무도회에서 병풍처럼 서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나 옅들으며 시간이 어서 흐르기만을 바라지... 

 

 

신사들은 자신에게 관심이라고는 없고 가끔은 비웃는듯한 눈초리로 훑어보고 지나가 페넬로페의 초라한 모습과 엄마가 고른 우스꽝스러운 알록달록한 드레스를 조롱하면서. 

 

조용히 시간이 가기만을 바라는데 크레시다는 잊혀질만하면 나타나 다른 사교계 규수들과 담합해서 자신을 웃음거리로 삼아. 때로는 촌스러운 드레스를, 때로는 뚱뚱한 몸을, 때로는 반박조차 잘 하지 못하는 어설픈 페넬로페의 태도를... 이미 페넬로페 본인이 충분히 알고 있는 약점을 계속 들춰내. 

 

 

간간이 엘로이즈와 콜린 오빠가 말을 걸어주지만 그들은 너무나 빛나고 인기가 많고 바빠.  브리저튼가의 거실에서 놀때와는 다르게 파티에서는 페넬로페 자신과 엘로이즈, 그리고 콜린 오빠의 사회적 신분이 얼마나 다른가 뼈저리게 느끼지 

 

 

자신을 사랑해줄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고 느껴 사랑은 커녕 정략결혼이라도 해줄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 그리고 콜린 오빠가 아니라면 그 누구와도 결혼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집을 떠나고 싶어 엄마와 페더링턴 가문에서 영원히 벗어나고 싶어 자유롭게 떠나고 싶어 하루종일 좋아하는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책을 가득찬 서재에 엘로이즈를 초대해 매일 같이 수다를 떨면서 맛있는 파이와 케이크를 나눠먹고... 

 

 

빠지지 않고 참여하는 무도회에서는 온갖 소문이 들려오지 

항상 구석에서 가구나 꽃병처럼 취급당하는 페넬로페를 신경쓰지 않는 사람들이 속살거리는 비밀스러운 이야기는 

수많은 책을 읽고 글을 써서 예민하게 단련된 페넬로페의 머릿속에 카테고리별로 입력이 되어 들어와 사실 파티에서는 페넬로페는 달리 할 일도 없어 

 

 

재미로 써내린 몇개의 가쉽들을 정리해서 정말 큰 용기를 내서 인쇄소에 넘겨봤어 그런데 반응이 폭발적이야 

자신을 비웃고 무시하던 귀족들이 페넬로페가 출판한 소식지에 목을 매 심지어 여왕님도 즐겨보신대 페넬로페에게 눈길조차 줘본적 없는 여왕님이 

 

폭발적인 반응에 소식지를 돈내고 판매하기로 해봄 그런데 이게 팔려 날개돋친듯 팔려나가 인쇄소에서도 어서 다음 소식지를 달라고 난리가 나 

 

엄마가 준 쥐꼬리만한 용돈으로는 종이와 책 깃펜을 사기에도 부족했는데 소식지를 낼때마다 큰 돈이 들어와 

 

페넬로페에게 희망이 생겨 돈만 있으면 결혼하지 못해도, 남자의 선택을 받지 못해도 언젠간 자유를 누릴수 있다고... 

 

죽기보다 괴롭던 파티들이 조금씩 견딜만해지고 즐거워져 조용히 구석에서 은밀한 가십들을 주워모으면서 머릿속으로는 다음 소식지를 써내려가기 바빠 

 

 

 

휘슬다운은 또 다른 페넬로페의 자아가 되었지 휘슬다운은 주눅들고 구박받고 모자란 페넬로페가 아니라 신분 높은 귀족들을 손아귀에 넣고 쥐락펴락 하는 사교계의 은밀한 여왕이야  

 

휘슬다운일때는 페넬로페 본인조차 얼마든지 소재거리로 삼아. 의심을 피하려거나 하는 의도가 아니라 휘슬다운은 휘슬다운이니까. 페넬로페가 아니니까 

 

휘슬다운의 눈 앞에서는 만인이 공평하니까. 누구든 흥미로운 소재거리가 될수 있으니까 

 

 

마루밑에 돈이 쌓여갈수록 불안하기도 하지만 자부심이 생겨 

그 자부심은 집에서도 파티에서도 구박받고 멸시받는 페넬로페의 자아를 지켜주기 시작해 나는 너희들이 모르는 세상을 가지고 있다고. 더 이상은 멈출수가 없어. 휘슬다운이 없다면 페넬로페는 다시 초라하고 보잘것 없는 페넬로페가 되어 버리니까 

 

사교계 시즌이 끝나면 콜린오빠에게 편지를 쓰는 기쁨으로 버텨 

 

전 세계를 여행하는 오빠는 나의 편지에 꼬박꼬박 답장을 써주지 오빠도 어쩌면 나를 좋아하는거 아닐까, 잠시 희망회로도 돌려봐 오빠의 친필이 담긴 편지를 가슴에 품고 자면서 오빠와 결혼하는 꿈도 꿔봐  

 

 

이런 평온한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는데 

 

사교계 시즌이 끝날무렵, 콜린 오빠가 페넬로페에게는 청혼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큰 소리로 친구들과 떠드는걸 목격하고 말지 페넬로페의 심장이 갈가리 찢겨져 나가 

 

더 이상은 오빠에게 편지 하지 않아. 더는 다치고 싶지 않아 

 

그런데 이번엔 누구보다 소중한, 자매보다 더 자매같던 엘로이즈가 왕비에게 휘슬다운으로 의심받으며 위기에 몰리기 시작해 

 

 

이제까지는 휘슬다운과 자아를 분리하는게 어렵지 않았는데 엘로이즈가 엮이자 페넬로페는 헷갈리기 시작해 엘로이즈와 휘슬다운을 다 보호해야 해 둘 중 누구도 버릴 수 없으니까 

 

하지만 갈팡질팡 하는새에 엘로이즈에게 최악의 방법으로 들켜버리고 엘로이즈는 절교를 선언해 

 

그리고 너무나 소중했던 엘로이즈가 자신을 늘 비웃고 괴롭히던 크레시다랑 어울려 다니기 시작해 

 

 

페넬로페와 엘로이즈는 오랜 베프지만 한가지 다른점이 있었지 

 

남자와 사랑과 결혼에는 관심이 전혀 없던 엘로이즈와는 다르게 페넬로페는 오랫동안 콜린오빠를 짝사랑해왔거든. 페넬로페는 사랑받고 싶었어. 가족에게조차 사랑받지 못하지만, 그래서 사랑 넘치는 가족과 형제를 둔 엘로에즈가 늘 부러웠지만, 모든걸 반쪽처럼 나눠온 엘로이즈에게도 말하지 못했지 사실 나는 사랑받고 싶고 사랑하고 싶다고.

 

 

엘로이즈도, 콜린오빠도 잃어버린 페넬로페는 엄마가 입혀준 촌스러운 드레스를 벗어던지고 넘쳐 흐르는 마루밑 돈으로  아름다운 새 드레스를 사 입고 사교계에 나가. 이젠 아무것도 잃을것이 없으니까. 폭주하는 느낌이랄까? 사실 그 폭주마저도 어설퍼서 제대로 하지 못하지만. 

 

그런데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포기했던 콜린 오빠가 다시 페넬로페에게 다가오는거지. 친누이를 바라보듯했던 장난기 넘치던 눈빛은 간데 없고 페넬로페를 갈망하는 한 남자의 눈을 한채 말이야.... 

 

 

 

 

 

 

와 쓰고나니까 되게 길다 ㅋㅋㅋㅋㅋㅋ 좀 창피하기도 하지만 막 시즌3 다 보고 뽕차서 써봤어 

 

 

 

난 페넬로페가 너무 좋더라고 엘로이즈와도 어서 화해하고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6월까지 어떻게 기다리냐 아 ....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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