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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경제신문=박한솔 기자] 이른바 '인쿠시 효과'로 여자부 V리그의 인기가 치솟고 있는 가운데 리그 주요 팀인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이하 AI페퍼스) 매각설을 둘러싸고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모회사의 재정 악화는 물론 팀 부진의 장기화 등이 맞물린 탓에 매각설이 수개월 째 이어지고 있지만, 적절한 인수처가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프로스포츠 구단 매각은 일반 기업처럼 돈을 받고 넘기면 끝나는 거래가 아니다. 연고지 사용, 리그 승인, 선수·코치 계약, 매년 발생하는 운영 적자 등 인수 직후부터 부담해야 할 조건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에 매각측과 인수측의 '합'이 중요하다. 다시 말해 AI페퍼스의 모회사인 페퍼저축은행의 사정도 중요한 변수라는 이야기다.
최근 AI페퍼스 배구단은 올 초 매각설에 휩싸이면서 배구계의 이목을 모았다. 지난 1월 22일 동아일보 보도(손 떼려는’ 페퍼저축銀, ‘간만 본’ B사…여자부 막내 구단 새 주인 찾기 난항) 보도에 따르면 호남 지역 인사가 설립한 B사가 페퍼저축은행 배구단 인수를 검토했으나 가격 부담 등을 이유로 최종 포기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와 관련 AI페퍼스 측은 "매각 관련 확정된 부분은 없다"고 선을 그은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재무 여력이 제한된 기존 모기업이 인수 초기 비용을 분담할 여지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인수 이후 운영 부담까지 인수자가 전적으로 떠안아야 하는 구조가 형성됐기 때문에 매각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보고 있다.
모기업의 재정 악화와 더불어 AI페퍼스 자체의 성적 부진은 매각 작업을 가로 막는 근본 원인이다. 2021-2022시즌부터 내리 4년 간 최하위(7위)를 기록한 AI페퍼스는 2023년부터 팀 리빌딩을 위해 톱티어 스탯들을 잇따라 영입하며 전열을 가다듬었다. 하지만 성적은 여전히 기대에 못미친다. 8일 기준 2025-2026 V리그 여자부에서 11승 16패(승점 33점)를 기록하며 6위에 머물고 있다. 1위 한국도로공사와는 승점 22점 차다.
성적 부진이 겹치면서 팬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배구팬은 “지출이 과도했다는 지적이 많다”며 “박정아, 고예림, 이한비 등 FA 영입을 보면 계약 금액 대비 기여도가 높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박정아는 2023년 FA 시장에서 페퍼저축은행과 계약기간 3년, 연간 총보수 7억7500만 원에 계약을 맺으며 팀의 간판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연맹 공식 기록(1월 13일 기준)에 따르면 공격 성공률은 26.90%에 그쳤고, 141득점을 기록했으나 주요 공격 지표에서 상위권 10위 안에는 들지 못했다.
또한 캡틴 고예림은 2024-25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어 연봉 3억 원에 옵션 7000만 원을 더한 보수 총액 3억7000만 원에 이적했지만, 지난해 12월 17일 IBK기업은행전 이후 팀 훈련 도중 왼손 손가락 골절과 측부 인대 파열 부상을 당해 12월 31일 수술을 받았고, 회복까지 약 8주가 필요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한비 역시 2023년 FA에서 페퍼저축은행과 3년 총액 10억6000만 원(연봉 8억 원, 옵션 2억6000만 원)에 재계약하며 ‘공수 에이스’ 역할을 기대받았다.
하지만 올 시즌 이한비는 리그 초반부터 리시브 효율이 20%대 초반에 머물고 경기당 득점도 두 자릿수 초반 수준에 그치면서 2022-2023시즌(리시브 효율 39.23%)과 2023-2024시즌(27.23%)에 비해 하락 폭이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포츠 산업 전문가들은 매각에 앞서 모기업이 나서 구단의 내재가치를 올릴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윤선 원광대학교 교수는 서면 질의응답에서 “성적이 장기간 개선되지 않으면 선수단 사기 저하와 인재 유출, 팬 충성도 약화로 인적자본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며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구단은 마케팅 자산이 아니라 조직 리스크로 인식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황현호 아주대학교 교수는 "매각을 하더라도 성적과 브랜드 가치가 낮은 구단을 제값에 인수할 매수자가 나타날지 의문"이라며 "현실적으로는 매각보다 정리나 축소를 논의해야 하는 국면"이라고 강조했다.
구단 매각설과 관련 권소윤 페퍼저축은행 배구단 차장은 9일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구단 매각과 관련해 현재까지 은행 차원에서 정해지거나 확정된 부분은 전혀 없다”며 “인수자와의 논의 역시 구체적으로 진행된 단계가 아니어서 명확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