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옥의 도발은 결국 실패했다. 모마의 화가 향한 곳은 도로공사 동료들이 아니라 IBK기업은행 코트였다. 모마가 화가 IBK기업은행의 코트로 폭발하면서 도로공사가 1,2세트를 내주고도 3,4,5세트를 내리 따내는 ‘리버스 스윕’으로 3라운드 맞대결도 승리를 거뒀다.
도로공사의 셧아웃 완패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순간. 모마와 문정원은 이대로 경기를 끝낼 생각이 없었다. 2세트까지 9점으로 잠잠하며 빅토리아와의 외국인 에이스 맞대결에서 완패하는 듯 했던 모마는 3세트에만 혼자 9점을 폭발시켰다. 문정원도 3세트 리시브 효율 83.33%(5/6), 디그 성공률 100%(6/6)로 코트 후방을 든든히 지켜냈다.
3세트에 예열을 마친 모마는 4세트 들어 엔진 가속을 더욱 올렸다. 세터 김다은의 토스가 높건 짧건, 타오르는 모마에겐 상관이 없었다. IBK기업은행 블로커들이 둘이 붙건 셋이 붙건 상관없다는 듯 연이어 강타를 때려냈다. 블로커들을 통과하면 여지없이 코트에 꽂혔고, 블로커들의 손에 맞으면 수비할 수 없는 곳으로 튀어나갔다. 모마는 4세트에만 혼자 12점을 올리며 ‘하드캐리’했다.
이날 승부의 운명이 갈린 5세트. 공격 점유율 50%를 가까이 모마와 빅토리아가 책임지면 자존심 맞대결을 펼쳤다. 그 결과는? 역시 모마의 승리였다. 모마가 50%의 공격 성공률로 5점을 책임진 반면, 빅토리아의 공격 성공률은 27.27%, 득점은 단 3점에 그쳤다. 이 차이에서 5세트 승부가 갈린 셈이었다.
지난 시즌까지 오랜 기간 도로공사 코트 후방에서 리시브와 수비를 합작했던 임명옥과 문정원의 ‘명품 리베로’ 맞대결도 후배인 문정원의 판정승이었다. 이날 문정원이 기록한 리시브 효율은 무려 84%. 25개 중 21개를 세터 머리 위로 정확히 연결했다. 임명옥도 55.17%(17/29, 서브득점 1개 허용)으로 평소와 비슷한 효율을 보여줬지만, 이날 문정원의 리시브는 신들린 듯한 수준이었다. 디그에서도 28개를 시도해 27개를 걷어올린 문정원이 임명옥(25/31)에게 앞섰다. 두 선수가 벌이는 최고 리베로 맞대결은 앞으로 세 번 더 남아있다. 그리고 어쩌면 4월에도 펼쳐질지도 모른다고 생각될 만큼 이날 두 팀의 맞대결은 챔피언결정전을 방불케하는 명승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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