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비책은 이른바 ‘위장 선발’이었다. 1세트를 따낸 뒤 고 감독은 2세트 선발 오더에 신인 강다연과 곽선옥을 포함시켰다. 그러나 두 선수의 자리는 자신들의 본 포지션이 아닌 미들블로커 자리였다. 이후 2세트가 시작하자마자 이다현이 먼저 전위에 나온 것을 확인한 고 감독은 전위에서 출발하는 강다연 대신 박은진을 투입했다. 이후 곽선옥이 전위에 올라오자 고 감독은 곽선옥을 빼고 정호영을 투입했다.
이 전술의 핵심은 현대건설의 미들블로커들이 어떻게 나서는지를 확인한 뒤, 양효진과 정호영이 전위에서 맞붙도록 만드는 것에 있었다. 각 팀의 오더는 세트가 시작되기 전에 미리 제출되기 때문에 세트 시작 전에는 양효진과 이다현 중 누가 먼저 전위에 나설지를 확실히 알 수 없다. 따라서 신인들을 먼저 투입해서 교체 횟수 2회를 희생하는 대신, 불확실한 오더 싸움을 피하고 양효진과 정호영을 100%의 확률로 맞붙이는 선택을 한 것.
전술은 적중했다. 1세트에 공격으로 4점을 올리며 50%의 공격 성공률을 기록했던 양효진은 위장 선발에 의해 견제를 당한 2세트에 1점의 공격 득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공격 성공률도 33.33%로 떨어졌다. 이날 양효진은 최종 공격 성공률 46.67%를 기록하며 이번 시즌 들어 가장 낮은 공격 성공률을 기록했다.
고 감독이 ‘위장 선발’ 전술을 꺼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시즌 3라운드에 펼쳐진 현대건설과의 맞대결에서도 양효진을 견제하기 위해 같은 전술을 구사했다. 당시에는 이예솔과 이지수가 2~5세트까지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양효진과 전위에서 맞물리는 선수의 자리에 정호영이 바로 교체로 투입됐다.
그 경기에서도 정관장(당시 KGC인삼공사)은 현대건설을 풀세트 접전 끝에 꺾었지만, ‘위장 선발’ 전술 자체가 양효진을 확실하게 견제하는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양효진은 해당 경기에서 51.72%의 공격 성공률로 20점을 퍼부었고, 전술이 활용된 2~5세트 동안 올린 점수만 총 17점이었다. 그러나 이번 경기에서는 그때보다 더 성장한 정호영이 양효진의 공격 위력을 성공적으로 떨어뜨리며 ‘위장 선발’이 보다 성공적인 전술로 기능했다.
https://n.news.naver.com/sports/volleyball/article/530/0000009424
어제 어떤 상황이었는지 설명되어있는 기사라 퍼와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