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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사령탑을 향한 손가락질이 쏟아진다. 세자르 곤살레스 감독 부임 후 대회 24연패를 당했으니 당연한 결과다. 감독은 늘 책임의 최전선에 있는 만큼 성적 부진의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런데 정작 내부에선 세자르 감독의 능력을 높이 보고 있다. 대표팀 사정에 밝은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선수들은 세자르 감독의 분석과 훈련 프로그램에 만족하고 있다.
세터 김다인은 “감독께서는 분석을 더 섬세하게, 우리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그래서 도움이 많이 된다. 훈련도 항상 이 정도의 강도를 요구하신다. 이렇게 해야 강팀과 싸울 레벨이 될 수 있다고 상기시켜주신다. 100%, 120%로 쏟아붓는다. 국내와 시스템 자체에서 차이가 있다”라고 말했다.
물론 결과를 내지 못한 감독이라 책임을 피해 가긴 어렵다. 세자르 감독의 분석 능력이 성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면 무조건 올바른 방식이라 보기도 힘들다. 그렇다고 국내 지도자가 가면 지금 대표팀을 살릴 수 있을까. 대다수의 관계자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국내 감독 스타일로 당장은 어느 정도 효과를 볼지도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선수들의 기량 미달이 가장 큰 문제일 뿐 어떤 감독이 와도 지금의 대표팀을 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 보기도 한다. 감독의 능력 부족이 아니라 선수들의 실력 자체가 떨어진다는 해석이다. 선수들이 ‘우물 안 개구리’라는 지적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결국 이러한 환경을 만든 선수가 아니다. 결국 한국 배구 전체에 책임이 있다.
초중고등학교 인프라에 비해 과도하게 많은 프로팀은 질적 저하를 초래했다. 신인 드래프트 취업률이 40%를 넘는 프로스포츠가 수준 높은 경기력을 갖추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최근 입단하는 신인들은 프로팀에서 기본기부터 다시 배운다. 프로에 갈 자격이 돼서 가는 게 아니라 필요하기 때문에 취업하는 선수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신인선수상을 받는 선수들만 봐도 과거에 비해 존재감이 떨어진다. 단순히 연봉을 많이 받아 배가 불렀다고 지적할 게 아니라 왜 실력을 갖추지 못했지는 봐야 한다.
프로팀들이 성적을 내기 위해 힘을 끌어 쓰는 것과 달리 정작 중요한 유소년 육성을 위한 환경 조성, 특히 지도자 교육 시스템은 전혀 없는 게 한국 배구의 현실이다. 한두 명의 천재에게 의지했던 한국 배구는 이제 한계에 도약했다. 선수단 전체의 질을 높여야 하는데 이를 위한 움직임은 전혀 없다.
최근 한 배구계 관계자는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서 세르비아 선수에게 배구 강국이 된 비결을 물었는데 그 선수는 ‘좋은 지도자가 많다’라고 답하더라. 이 답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봤다”라며 지도자 육성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축구만 봐도 최상위(P)급 지도자 자격증을 보유해야 프로 사령탑이 될 수 있다. 최근에는 세계 트렌드를 따라가며 실력을 쌓는 국내 지도자도 많이 나온다. 반면 배구는 체계화된 시스템이 아닌 지도자 개인의 경험과 직관에 의존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제대로 된 실력을 갖춘 유소년 지도자를 키워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