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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도공) ‘0%의 기적’ 기록과 기억에 남기다 한국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임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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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6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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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mg.theqoo.net/jeRZnQ

한국도로공사는 각본 없는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봄배구 가능성이 낮다는 예상을 꺾고 플레이오프 진출, 이후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랐다. 1, 2차전을 패해 우승 확률은 0%라고 했지만, 공은 둥글었다. 도로공사는 V-리그 최초 리버스 역전 우승을 거두며 유니폼에 두 번째 별을 달았다. 팀 창단 첫 우승부터 V2까지 함께 만든 김종민 감독과 임명옥을 만나 우승의 여운을 느껴봤다.

함께 그린 두 번째 별
그리고 들어올린 우승 트로피

2023년 4월 7일. V-리그를 넘어 한국 스포츠계에 기록될 명승부가 펼쳐졌다. 챔피언결정전 시리즈 5차전 5세트까지 이어진 여자부 역대 포스트시즌 최장 경기 시간 158분을 끝으로 한국도로공사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더불어 케이블TV 생중계 기준 3.4%라는 V-리그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한국 4대 프로 스포츠 최초의 리버스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Q. 챔피언이 된 지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우승했다는 실감은 이제 느껴질까요. (인터뷰는 우승 확정 일주일 뒤에 진행됐다.)
김종민 감독(이하 종민) 우승 실감은 이제 좀 나는 것 같습니다. 인터뷰 하러 다니느라 너무 바빠서요(웃음).
임명옥(이하 명옥) 아직 실감이 안 나요. 우승 보너스가 들어오면 좀 실감 나지 않을까요?(웃음)

Q. 두 분 모두 우승과 함께 감독상, BEST7 리베로상 등 개인상을 받았습니다. 특히 임명옥 선수는 시상식 당시 김종민 감독에게 감사 인사를 했는데, 더 자세히 들어볼 수 있을까요.
명옥 이 팀에서 2년 차를 맞이했을 때 김종민 감독님이 부임하셨어요. 자존감이 바닥을 찍고 있고, 배구를 그만할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때 오신 거죠. 감독님과 처음 배구하니깐 1년 동안 해보고 그 이후에도 내가 바닥에 있으면 그만하자고 속으로 다짐했어요. 그 당시만 하더라도 외부에서 들리는 이야기를 많이 신경 썼는데, 감독님이 “외부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말고, 너 할 것만 해라. 이야기들은 내가 막아주겠다”라면서 자신감을 많이 심어줬어요. 다시 잘할 기회가 됐죠.
종민 다 기억하고 있네?
명옥 당연하죠 감독님~ 시상식에서 소감 말할 때 너무 길어질까 봐 언급 안 했는데, 사람이 다 좋을 수는 없잖아요. 감독님이 답답할 때도 있고, 왜 저렇게 자꾸 삐질까 하는 생각을 할 때도 있지만(웃음), 나에게 있어선 감독님은 항상 은인이라고 생각해요.

Q. 감독님을 위한 수상소감을 들으니 어떤가요.
종민 처음 팀에 왔을 때 명옥이가 실력에 비해 다른 것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게 느껴졌죠. 눈치를 너무 많이 보는듯 해서 불러서 얘기했어요. ‘배구는 나랑 하는 거다. 배구장 안에서 하는 건데 밖에서 들리는 잡음에 너무 많이 신경 쓴다. 내가 어떻게든 다 막아줄 테니 너는 운동에만 집중해라’라고 이야기했죠. 그때 당시에도 최고의 리베로였는데 주변의 눈치를 보는 그 모습들이 보기 안타까웠죠.


Q. 혹시 감독님은 빠트린 수상 소감 없을까요.
종민 앞에 나가서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닥치는 대로 말하는 편이에요. 엉뚱한 말 할까 봐 간단하게 이야기했는데, 항상 눈에 보이는 선수가 있고 보이지 않는 선수들이 있어요. 눈에 보이는 선수들은 공격에서 득점하는 화려한 선수들이라 팬들도 많이 알아봐 주고요. 하지만 그 공격을 잘하기 위해 받쳐주는 선수들인 명옥이나 (문)정원이를 향한 스포트라이트는 덜하잖아요. 두 선수가 내 스타일에 가장 적합한 선수들이기에 앞에 나가서 이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습니다.


0%의 우승 확률에서
정상으로 함께 올라서다


Q. 정규시즌에서 포스트시즌 진출 확정까지 정말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어려웠습니다. 봄배구를 확정 지었을 때 어땠나요.
명옥 경기 때 비디오 판독을 하면 선수들이 코트 안에서 모여 있잖아요. 그럴 때마다 ‘이것만 견디면 행운의 여신이 우리한테 올 거야’라는 말을 진짜 많이 했고 비디오 판독도 되게 잘 됐고요. 그러고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 직전 미팅 때도 ‘만약에 안 되면 우리 것이 아닌가 보다고 생각하자’라고 했어요. 플레이오프 가서도 마음 편하게 하고 결승 안 가도 되고, 우승 안 해도 된다고 했는데, 한 사람만 편하지 않은 것 같더라고요(웃음).

종민 나도 선수들에게 보너스게임이다. 즐기고 편하게 하자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선수들은 다 알 거예요. 내가 생각해도 승부욕이 너무 강해요. 그래서 경기 전에는 괜찮다가도 시작하면 다른 모습들이 나오죠. 그래도 선수들이 코트 안에서 재밌게 하고 즐기는 모습 봤을 땐 당연히 좋죠.

https://img.theqoo.net/PliJbo

Q. 플레이오프에서 현대건설을 제압하고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습니다. 하지만 감기로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지 못했고, 1, 2차전을 내리 패했습니다. 김천으로 내려오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명옥 즐기자고 했지만, 막상 지고 라커룸에 들어갔는데 화가 진짜 많이 나더라고요. 무너진 내 자신한테 화가 났고, 내려놓고 즐기자고 했어도 즐겨지지 않더라고요. 결승이라는 큰 대회의 중압감은 확실히 있었어요.
종민 솔직히 2차전 끝나고 정신을 차렸어요. 1, 2차전 내내 일부러 자리를 계속 바꾸면서 어느 게 가장 맞는지를 봤어요. 2차전 3세트 때 했던 포메이션이 우리가 대등하게 게임을 하고 선수들이 감을 찾은 플레이를 보여줘서 김천 내려가면서 곰곰이 생각했죠. 상대에 맞출 필요 없이 그냥 우리가 잘하는 걸로 가는 게 맞다고 느꼈죠.


김천에서 맞이한 3차전에서 이기고 시리즈를 4차전으로 끌고 갔습니다.
명옥 3차전 하기 전에 대영 언니, 저, 정아, 유나까지 이야기를 나눴어요. 우리 이름이 있는데 자존심을 지키자고. 3차전 때는 더 즐기는 것도 있었지만 배구를 재밌게 했죠. 3차전 끝나고 장소연 해설위원한테 전화가 왔더라고요. 공격이 좋아지고 유나가 컨디션을 찾은 것도 있지만, 정원이랑 내가 리시브에서 버틴 덕분에 윤정이가 안정돼서 경기력이 좋아진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종민 나도 3차전 끝나고 똑같이 평가했어요. 1, 2차전은 리시브가 무너졌기에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는데 3차전 땐 다르더라고요. 명옥이랑 정원이가 흥국생명 서브에 적응되면서 모든 게 다 순조롭게 됐다고 생각했죠.


Q. 극적으로 3, 4차전을 따내고 다시 삼산으로 갔습니다. 5차전 때는 감독님께서 재킷을 벗고 선수들을 지휘하는 것도 봤습니다.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었는데.
종민 대한항공 맡을 때 한번, 여자팀 와선 처음 벗었죠. 웬만하면 재킷을 잘 안 벗는데, 갑자기 땀이 많이 나더라고요. 내가 재킷을 벗으면서 팀 분위기도 살고 선수들도 더 잘 뛰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처음으로 벗고 있었습니다.

Q. 5차전 도중 ‘우승이다’라고 확신한 승부처가 있었을까요.
종민 글쎄요. 끝날 때까지 우리가 이기겠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마지막 점수가 날 때까지요.
명옥 5세트 때 후반에 한 정아 공격 터치아웃 비디오 판독이요. 비디오 판독을 더 아꼈으면 했는데 그게 우리 점수로 넘어오면서 우승하겠다고 느꼈죠.
종민 난 우승보단 그냥 좋았어(웃음). 만약 주심이 비디오판독을 쓰지 않았으면 내가 먼저 인아웃 요청을 하려고 했어요. 아웃인 걸 알았지만 터치아웃을 쓴 이유는 갑자기 상대가 3인 블로킹을 뜨더라고요. 옐레나가 쫓아와서 블로킹을 뜨는데 그 각이면 맞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밖에서 코치들도 ‘터치, 터치’라고 그래서 썼는데 통했죠.


Q. 이번 시리즈에 감독님이 명언을 남겼습니다. ‘기록에 남느냐, 기억에 스치느냐’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땠나요.
명옥 미팅 때 듣고 난 이후 감독님 나가고 나서 우리끼리 ‘오~’했죠. 그 말보다 이전에 감독님이 ‘너네는 이미 충분히 잘했다. 져도 욕할 사람 없고, 이미 최고다’라는 말이 더욱 감명받았어요.
종민 선수들에게 마지막 경기니깐 가슴 뭉클한 한 마디를 해줘야 동기부여가 될 것 같았어요. 라커룸을 가면서 무슨 말을 할까 고민했지만 아무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웃음). 처음에 이야기하다 ‘이미 너네는 기적을 일으켰으니깐 너무 부담 없이 시작하자’고 했는데, 갑자기 떠오르더라고요. 그래서 그 말을 했죠.


7년째 이어가는 동행
앞으로도 더 먼 미래를 같이 그린다



Q. 한국도로공사의 첫 우승부터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습니다.
명옥 지금 너무 극적으로 이겼지만, 개인적으로 V1을 했던 시즌이 더 특별하게 기억돼요. 그때 멤버들은 누구랑 붙어도 이길 것 같은 자신감도 있었고 우리끼리도 천하무적이라고 이야기했어요. 은퇴하고 나서도 최고의 멤버로 기억될 거예요.
종민 그때 당시에는 멤버구성이 좋았고 주위에서도 강력한 우승 후보라고 평가했기에, 이 팀은 우승해야 된다라는 부담감은 있었죠. 이번에 우승한 건 기적이죠. 배구 좋아하는 사람들한테는 감동도 줬기에 이번 시리즈는 길이길이 기억에 남지 않을까 합니다.

https://img.theqoo.net/dnrvQw

Q. 임명옥 선수는 2015년, 감독님은 2016년부터 한국도로공사에 몸담고 있는데 과거와 지금은 어떻게 다를까요.
명옥 옛날에는 분위기가 틀에 박혀 있는 느낌이 컸어요. 감독님이 오시고 난 이후엔 팀 문화도 많이 바뀌었죠. 선수단도 많이 바뀌면서 해를 거듭할수록 구식 문화가 사라졌죠.
종민 처음 이 팀에 왔을 때는 문화가 굉장히 특이하다고 생각했어요. 틀에 박힌 방식에 선수들도 익숙해져 있어서 바꿔야 한다고 느꼈죠.


Q. 감독과 주장으로 서로에게 가장 고마운 마음이 클 것 같습니다.
종민 항상 내가 힘들 때 명옥이를 불러요. 그리고 항상 똑같은 말을 하는데, ‘밖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이제 네가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하죠.
명옥 감독님은 나에게 항상 은인이에요. 감독님이 은퇴하기 전까지 무조건 1등하라고 했는데, 그땐 왜 이런 이야기를 할까라고 했지만, 지금 와서 보면 큰 도움이 됐죠. 덕분에 4년 연속 BEST7을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Q. 이번 시즌을 겪으면서 새롭게 깨닫거나 얻은 게 있을까요.
종민 감독 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이 느낀 시즌이에요. 그중에서도 확실히 배구는 혼자가 아닌 팀 경기라는 걸 느꼈죠. 항상 선수들에게도 팀워크를 강조했어요. 우리가 6대4의 열세를 뒤집을 수 있는 조직력과 팀워크를 만들면 얼마든지 강한 팀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Q. 끝으로 우승을 함께 만들어 낸 팬들에게 감사 인사 부탁드립니다.
종민 경기를 하면 선수들한테 소리 지르니깐 응원 소리가 들리지 않아요. 그런데 이번에 챔피언결정전 김천 두 경기와 5차전 할 땐 깜짝 놀랐어요. 특히 삼산체육관에선 우리가 원정이라 상대에 비해 수적으로 차이가 많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대등한 응원 목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응원 열기도 뜨거웠기에 선수들이 더 마음 편하게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더 많이 오셔서 소리 지르고 응원해 주시면 이번 시즌처럼 감동적인 시즌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명옥 5차전 때 팬들 함성이 정말 컸는데 응원 소리가 들린 게 처음이었어요. 응원 소리를 들으면서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하는 것도 행운이라고 생각했어요. 매 경기 뜨거운 함성 덕분에 좋은 성적 거둘 수 있었다고 생각해 고맙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https://n.news.naver.com/sports/volleyball/article/530/0000008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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