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https://imgsports.pstatic.net/images/2017/mobile/presslogo/056.png)
‘배구의 라건아’ 꿈꾸는 귀화 재수생, 알렉스
지난 9월 남자 배구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이 선수가 화제였습니다. 경희대 소속 센터 195㎝의 알렉스. 홍콩 국적인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쏠렸습니다.
프로배구 남녀부 13개 구단의 만장일치로 드래프트에 참가하게 된 알렉스는 이날 1라운드 6순위로 대한항공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아직 귀화 절차가 남아있지만, 대한항공은 알렉스의 장래성과 멀티 능력(센터 변신 전에는 라이트 자리를 소화했음)을 보고 과감하게 결단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대학 리그 시절 4번이나 블로킹 1위를 기록한 알렉스는 195cm의 큰 키를 활용한 속공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는데요, 프로 선수의 꿈을 이룬 지 한 달여. 알렉스가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궁금해 취재진이 대한항공 훈련장을 찾았습니다.
알렉스를 만난 곳은 코트가 아닌 숙소 내에 있는 사무실이었습니다. 배구 '공'을 놓고 박기원 감독과 '열공'중이었습니다.
'1988년 대한민국에서 올림픽이 열렸는데 그 장소가 어디인지', '다른 나라의 침략을 받을 경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어떻게 행동하겠느냐' 는 질문들에 답을 했습니다.
이탈리아와 이란 등 오랜 외국 생활 탓에 한국어 발음이 다소 어눌해진 박기원 감독을 놀라게 한 정확한 한국어 '말하기' 실력을 보이면서 말이죠. 알고 보니 알렉스의 특별 귀화를 위한 모의면접이었습니다.
부모님은 홍콩 국적자. 캐나다에서 태어나 홍콩과 캐나다, 두 개의 국적을 가진 알렉스는 한국 귀화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배구를 했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배구에 재능을 보였던 알렉스는 홍콩에서도 눈에 띄어 국제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기대주였습니다.
17살, 고교생이던 2013년, 러시아 카잔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에 홍콩 대표로 출전해 득점 1위를 차지하는 활약에 김찬호 경희대 감독 눈에 띄어 한국으로 스카우트됐습니다.
대학에서 부쩍 성장한 알렉스는 한국에서 계속 배구를 하고 싶어 귀화를 결심했습니다. 지난해 첫 도전에선 실패했습니다. 체육회의 특별 귀화 심의 관문을 통과했는데 법무부 심사 단계에서 배구협회의 반대로 철회됐습니다.
아이스하키 라던스키, 농구 라건아처럼 성인대표팀에서 즉시 전력감으로 활용할 수준도 아닌데 특별 귀화 추진은 성급하다는 주장이었죠, 그러니까 귀화 재수생인 겁니다. 대한배구협회 추천을 통해 지난 16일 체육회의 스포츠 공정위 심의를 통과한 알렉스는 최종 법무부 심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한국 생활 5년 차, 한국어 읽고 쓰기에 능숙한 알렉스는 혹시 모를 결과에 대비해 일반 귀화 시험 준비도 열심이었습니다. 한국 역사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법무부 홈페이지에는 귀화용 종합평가 필기시험 기출 문제가 자료로 등록되어 있어 어렵지 않게 공부 자료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취재진이 준비한 귀화 선수, 농구 라건아와의 5분 영상 통화에선 면접 때의 팁을 물어보기도 했는데요, 알렉스가 궁금해한 건 무엇일까요?
V리그 최초의 귀화 선수에 도전하는 알렉스는 귀화 시험에 꼭 통과해 코트에서 누빌 날을 매일 기도한다고 합니다. 그의 근황을 영상에서 확인해보세요.
박주미 기자 (jjum@kbs.co.kr)
기사제공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