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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리뷰북동의]신이 되고 싶은 자의 바벨탑, 해의 문에서 신의 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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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7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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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온 땅의 언어가 하나요 말이 하나였더라

2. 이에 그들이 동방으로 옮기다가 시날 평지를 만나 거기 거류하며

3. 서로 말하되 자, 벽돌을 만들어 견고히 굽자 하고 이에 벽돌로 돌을 대신하며 역청으로 진흙을 대신하고

4. 또 말하되 자, 성읍과 탑을 건설하여 그 탑 꼭대기를 하늘(heaven)에 닿게 하여 우리 이름을 내고 온 지면에 흩어짐을 면하자 하였더니

5. 여호와께서 사람들이 건설하는 그 성읍과 탑을 보려고 내려오셨더라

6.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이 무리가 한 족속이요 언어도 하나이므로 이같이 시작하였으니 이 후로는 그 하고자 하는 일을 막을 수 없으리로다

7. 자, 우리가 내려가서 거기서 그들의 언어를 혼잡하게 하여 그들이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하자 하시고

8. 여호와께서 거기서 그들을 온 지면에 흩으셨으므로 그들이 그 도시를 건설하기를 그쳤더라

9. 그러므로 그 이름을 바벨이라 하니 이는 여호와께서 거기서 온 땅의 언어를 혼잡하게 하셨음이니라 여호와께서 거기서 그들을 온 지면에 흩으셨더라

창세기 11장 1-9절



※ "멀쩡한 그룹 이름을 바벨로 바꾸다니?" 시청자는 안다. 작가적 시점에서 해문그룹은 무너지기 위해 바벨그룹이 되었다. 솔직히 그 자체로 블랙코미디적 요소가 들어있다. 여기서 이유를 따지고 들어가기엔 저 그룸명 자체가 블랙코미디 설정이다. 하지만 그래도 저 안에 숨겨진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시작한 글이다. 파편적 정보 제공




1. בָּבֶל, 바벨, 고대 히브리어로 혼돈을 뜻한다. 


 바벨이란 단어는 유대인의 역사가 담긴 성경의 구약, 그것도 첫 페이지인 창세기에 처음 언급된다. 인류의 언어가 하나였던 고대, 시날(Shinar) 평지에 사람들이 모였다. 성읍과 탑을 지어 도시를 세우고자 했다. 자신들의 이름을 남기기 위해 사람들은 탑을 신이 있는 천국에 닿도록 높이 쌓고 흩어짐을 면하고자 한다. 그 모습을 본 신이 내려와 그들의 언어를 혼잡하게 한다. 서로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 사람들은 모두 흩어지고 도시는 건설되지 못한 채로 남겨진다. 그리고 이 시날 평지의 한 지역을 바벨이라 칭한다. 신은 이 땅의 언어를 혼잡하게 만들었음을 남기기 위해 이 지역의 이름을 바벨, 히브리어로 혼잡이라 칭한다.


- 바벨, 신이 되고자하는 자들의 땅

 유일신이 있다고 여기는 성경. 이 책 속에선 바벨탑(Tower of Babel)이란 정확한 명칭은 나오지 않는다. 사람들이 바벨이란 도시를 짓고 신이 되고자 탑을 높게 지으려 한다. 남에게 군림하는 신이 되고 싶다는 욕망을 꾸는 자들이 있던 곳. 그곳이 바로 바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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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된 것 같아서

신은 꼭꼭 숨어서 인간에게 불행이란 불행은 다 주면서

간혹 행복 한 두 개 주면서 엔조이하잖아요.

세상은 살만하다 착각 심어주고 이제 재미나"


- 욕망을 숨기지 않는 이들 

 서로의 욕망을 숨기지 않고 서로의 욕망을 말하며 함께 탑을 쌓아가는 이들. 장한석과 장한서, 최명희, 한승혁, 길종문, 허판사, 상천구청장, 시의원, 경찰서장 등등...한마음 한 뜻으로 하나가 되어 바벨탑을 쌓아간다. 각자의 욕망을 실은 카르텔의 탑을 세워간다.


- 바벨, 서로의 말이 이해되지 않는 혼돈

 신이 언어를 혼돈으로 밀어넣자 그들은 서로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바벨즈의 필연적인 분열과도 닮아있다. 욕망 속에서 서로의 말과 생각이 흩어지고 분열하는 빌런들의 모습. 더불어 바벨의 두 형제들도 마찬가지다.  한 아버지의 밑에서 태어나 하나의 생각과 하나의 표현 방법을 배우던 바벨의 두 형제는 어느 순간 서로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폭력으로 군림하여 동생의 마음을 얻고자 했었고 동시에 수 많은 배신에도 모른척 용서하며 봐주던 애정을 보여주던 형과 어린 시절 형에게 괴롭힘을 받으며 총으로 형을 쏘기까지 공격했지만, 사실 형이 가진 어린 시절 속 악의 근원을 곱씹고 기억해주며 무언가 죽이기겠단 생각보단 말려야 한다 말하는 동생. 형이 원했던 동생은 언제나 나의 편이었고, 동생이 원했던 형은 나에게 애정을 보여주는 형이었다. 형의 악한 면을 알면서도 그의 돌이킴을 내심 바라는 한서와 동생의 배신을 알면서도 어떻게든 용서를 하던 한석. 이 두 형제는 사실 서로에게 필요한 걸 주던 사이었다. 다만 그들의 행동방식, 표현 방법과 욕망이 달라서 벌어진 바벨, 그야말로 혼돈의 형제들. 


- 바벨, 멈추어질 욕망.

신의 저주로 그들의 대화는 소통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사람들이 흩어졌고 도시 건설은 멈추었다. 그 탑이 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인간의 욕심을 상징하기에 바벨탑은 도를 넘는 욕심이자 무너지고 멈추어질 욕망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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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조: 성경에도 바벨타워는 인간의 욕망 때문에 무너지게 됩니다. 이번 법정에서 성경에 나온 그대로가 재현될 겁니다.

홍차영: 바벨은 올라가기도 전에 무너질 겁니다.



 그룹의 이름은 해문에서 바벨이 되며, 주된 사업은 바벨건설, 하고 있는 대표적인 건축물은 바벨타워, 이 건물은 수많은 욕망들을 모아 법을 무시하고 지어지는 욕망의 탑이자,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인 부동산 비리 그 자체를 상징한다. 성실한 배송원인 빈센조는 바벨그룹 자체를 예쁘게 포장해 지옥으로 특급 배송하는 악당이 되고자 한다. 


 그룹 이름이 혼잡이며 무너질 욕망으로서의 유구한 메타포라니. 자기 마음대로하는 유아퇴행적 사이코패스인 장한석이 마음대로 밀어 붙였어도 말이 안 되진 않는다. 기존의 시장경제를 혼잡하게 할 유일한 존재라던가, 신이 되고자 했던 자의 난 결코 무너지지 않는 바벨이 되겠다는 오만으로 기업의 이름을 바벨로 지었을 수도 있다. 만... 그래도 조금은 다른 이유를 찾아 볼 수 있지 않을까.


2. בָּבֶל, 바빌론, 바빌로니아 제국

 저 바벨이란 히브리어는 구약의 중후반인 다니엘서, 열왕기, 예레미아에 바빌론 제국으로 등장한다. 남유다가 외세의 침략으로 망하고 대부분의 유대인들은 사로잡혀 이방 땅으로 강제 이주당한다. 이게 그 유명한 <바벨론 유수>다. 피지배자 유대인들은 70년동안 바빌론의 지배를 받는다. 히브리 성경은 이 바빌론을 창세기 11장 4절의 바벨과 똑같은 문자로 בָּבֶל로 쓴다. (자신들을 잔혹하게 지배한 나라를 혼돈이라 부르는 유대인들의 이 처절함) 그렇다. 히브리어로 바벨이라 쓰여진 바빌론은 역사적으로 보면 기원전 6세기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제국이었던 신바빌로니아 제국이다.


- 기원전 18세기 바빌로니아를 잇기 위한 기원전 6세기 신 바빌로니아 제국

 눈에는 눈 이에 이를 표현한 함부라비 법전은 기원전 바빌로니아의 왕 함부라비가 만들었다. 하지만 이 왕조는 결국 망했고, 같은 지역에 같은 민족이 일어나 바빌로니아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똑같이 왕국의 이름을 바빌로니아로 짓는다. 이 나라가 바로 신바빌로니아, 혹은 칼데아 제국이라 불리는 성경 속 바빌론이다. (고조선도 조선이고 600년전 조선도 조선이지만 편의상 고조선으로 부르는 그 개념이라 생각하면 된다.) 동시대 가장 위대했던 제국 바벨로니아는 이스라엘을 침략했고 이때 바빌론을 지배하고 있었던 왕은 성경에선 느부갓네살왕으로 잘 알려진, 네부카드네자르 2세다. 


- 건축왕 네부카드네자르 2세 (Nebukadnessar) 

 네부카드네자르 2세. 신을 믿지 않는 정복자(godless conqueror)로서 식민지 사람들에게 잔혹한 정복군주였으며 바빌로니아에겐 탁월한 행정가이자 builder-king, 건축군주다. 성경 속 느부갓네살왕과 역사속 네부카드네자르 왕은 취급이 참 다르다. 역사 속 네부카드네자르 2세는 고대 7대 불가사의라 불리는 공중정원과 아름다움의 끝이라는 이슈타르의 문을 만든 이력처럼 자신의 아버지가 마무리 짓지 못한 바빌로니아의 수 많은 건축물들을 리모델링하고 다시 세우고 새로 새우던 건축왕이다. 17화 박승준 위원의 기요틴 파일 서류에서 보듯 상천구 재개발 계획, 즉 바벨타워 건축의 시작은 2018년이다. 3년 전 살아있던 장국환 회장의 뜻은 장형제에 의해서 이어졌고 그 뜻에 따라 이 형제는 바벨타워를 세우길 원한다. 여러모로 신바빌로니아의 네부카드네자르 왕과 행보와 유사하다. 게다가 바벨그룹 자체가 남동부지검 및 법원을 세운 바벨건설로부터 시작된 걸 생각하면 저 건축왕이 겁나 신경쓰인다. 여기에 이 왕이 세운 한 탑이 바벨탑으로 불린다. 


- 에데멘앙키(Etemenanki), Tower of Babel

 일부 역사학자들은 네부카드네자르가 세운 신전인 에데멘앙키(Etemenanki)를 바벨탑의 기원으로 보기도 한다. 바벨론 유수 이후 이스라엘 사람들이 그들의 역사를 기록하는데 몰두하였고 이 때 정복자 바빌론의 타락을 담았다는 가설이다. 또 어떤 학자들은 이 에데멘앙키는 함무라비왕의 구 바빌로니아 시대에 만들어졌으며 수 많은 건축,보수,파괴의 흐름 속에서 네부카드네자르 2세가 완벽히 보수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즉 창세기 속 바벨탑은 구바빌로니아 때 첫 건설 되었고 추후 신바빌로니아의 네부카드네자르가 재건했다는 이야기다. 뭐 썰은 어떻게 해도 바벨제국의 네부카드네자르가 만든 탑을 바벨탑이라 부를 수 있다. 


 이 드라마는 재개발과 부동산 개발 부조리를 바벨타워라는 기괴한 대한민국의 악의 축으로 설정한다. 빈센조는 금이 묻힌 금가프라자 재건축를 바벨건설이 종용하니 한국에 해결하러 왔다. 금가프라자를 무너뜨려야 얻을 수 있는 금이기에 바벨건설보다 먼저 금가프라자를 부수기 위해서 왔다. 결국 이 드라마의 시작은 불법적으로 허가 받은 상천구 개발사업, 금가프라자 재개발과 바벨타워 건축 즉 부동산이다. 이 드라마의 끝에서 금가프라자는 김석우의 욕심으로 다시 재개발 여부가 중요한 상황에 놓여있다. "역시 대한민국 카르텔은 부동산이죠. 부동산"이라는 일침처럼, 드라마의 시작과 끝은 부동산에 집중되어 있다. 여기에 사람의 목숨은 둘째치고 어떻게든 바벨타워 건축에 미쳐있는 건축광인의 모습이 보이는 장한석과 하도 뭘 지어서 건축군주라고까지 불리는 네부카드네자르 왕이 묘하게 겹친다.



- 오페라 <나부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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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화, 1년 후 영호가 바벨그룹 법정관리 소식을 볼때 울려 퍼지는 OST는 오페라 나부코의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다. 오페라 <나부코>는 주세페 베르디의 초기작으로 베르디의 이름을 처음 알린 작품이다. 이 작품이 흥한 이유로 이 당시 이탈리아의 상황을 꼽는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검열을 받던 이탈리아의 상황과 왕 나부코에 의해 억압받는 히브리 노예들의 모습이 이탈리아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고 한다. 이탈리아의 아리랑이라고 여길 정도라고 하니...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나부코는 나부코도노소르의 줄임말로 위에서 언급한 네부카드네자르(Nebukadnessar)의 이탈리아식 발음이다. 그러니까 바벨그룹의 모든 총수가 죽은지 1년이 되는 때, 바벨그룹이 산산조각날거란 뉴스에서 울려퍼지는 바벨제국의 왕에서부터 우리를 구원하소서 외치는 노래라니. 마치 우리의 소원을 들어주다니 싶은 순간이다.


- "해의 문"에서 "신의 문"으로 

 바벨은 바빌로니아의 언어인 아카드어로 bab(문)와 el(신), 즉 신의 문이다. 신이 되고자하는 장한석은 혼돈의 바벨이 아닌 "해의 문"이 아닌 해도 지배하는 "신의 문"으로서의 내가 신이 되고자 하는 욕망을 한껏 담았을 지도 모른다. 극한의 자본주의에서 모든 법을 뛰어 넘어 제국의 꿈을 펼쳐 내가 신이 되겠다는 의지적 표현으로서 바벨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건축으로 욕망을 일구고, 나 자신이 신이 되어 모든 이들을 군림하여 제국을 이루겠다는. 얼척없지만 분명히 장한석이 꿈꾸던 제국의 꿈이 저 바벨에 들어있을런지도 모른다. 무너지지 않을 탑을 세워 위대한 제국을 이루겠다는 욕망 말이다. 물론 그 꿈은 빈센조란 악당으로 인해 올라가지도 못한채로 미니어처 단계에서 부서졌지만...


<참고자료>


https://www.worldhistory.org/Nebuchadnezzar_II/

https://www.britannica.com/biography/Nebuchadnezzar-II

https://www.livius.org/articles/place/babylon/etemenanki/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097590&cid=40942&categoryId=31787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118884&cid=40942&categoryId=33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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