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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리뷰북동의]염소자리 베타성 "다비"의 이중성에 대하여, 견우와 살육자 그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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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07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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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아파서 못자겠어요" 란 홍차영에 말에 빈센조는 천장을 처다본다. 화면은 빈센조의 천장으로 향한다. 수 많은 별들 사이에서 슬며시 하나의 별자리가 화면 중심에 아른거리며 스치듯 지나간다. 크고 작은 야광별들 사이에서 스치는 별자리 하나. 염소자리. 이 글은 20화까지 본 이후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보며 알게된 생각보다 아다리가 맞는 염소자리 다비(Dabih)를 메타포로서 분석한 이야기다. 요악부터 하자면, 이 베타성은 견우성이자 살육자로서 염소자리 베타성 다비(Dabih) 자체가 빈센조를 상징하며 이후 홍차영은 이걸 인식하게 된다는 복선이었다.

1. 염소자리 베타성은 견우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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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에서부터 빈센조가 묵는 집 거실, 침실 상관 없이 화려한 별자리들이 붙여져 있다. 그 중 거실의 별자리엔 일정한 특징이 있다. 전등을 중심으로 붙여진 나름 황도 12궁의 순서대로 붙여진 빈센조의 거실 천장. 홍차영은 소파에 누워 어지러운 별자리를 보며 "눈 아파서 못 자겠어요"라고 말한다. 


https://gfycat.com/LeafyFantasticAquaticleech

마치 화면은 지구에서보는 태양의 궤도에 존재하는 별자리인 황도 12궁에 걸맞게 태양을 중심으로 돌아가듯 전등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화면 중심부에 존재하는 별자리가 있다. 바로 염소자리. 그것도 중심부를 스쳐지나가듯 보이는 별은 다름 아닌 염소자리 베타(두번째로 밝은)성. 다비

20화에서 빈센조는 자신을 견우의 웅녀 속 견우라 칭한다. 알다시피, 견우와 직녀는 오래된 동북아시아 설화다. 천제의 딸과 목동이 사랑을 하다 천제의 벌로 헤어져 까마귀와 까치들의 도움으로 일년에 한번씩 꼭 만난다는 이야기말이다. "견우처럼 오겠다"다는 약속을 한다. 이 이야기는 하늘의 별들의 이야기로도 전해진다. 정말 견우성과 직녀성이 있으니까. 그리고 저 염소자리엔 견우성이 있다. 염소자리의 베타성 자체가 바로 견우성이기 때문이다. 즉 빈센조는 밤하늘의 견우성이고 또 견우다. 이 말은 이미 9화에서부터 빈센조와 홍차영은 헤어질 운명이었다. 그리고 센조는 다시 홍차영에게 찾아올 견우였던 복선이었다.

처음 염소자리에 견우성이 있다는걸 깨달았을 때에 1화를 돌아보았다. 혹시 천장에 거문고자리가 있나싶어서. 왜냐면 거문고자리에 "베가", 즉 직녀성이 있기 때문이다. 1화를 돌아봤다만 거문고자리는 없었다. 그 당시 견우 직녀 설화는 아닌가 보다 하고 포기했었다. 하지만 이제보니 작가는 굳이 홍차영을 직녀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거문고자리를 표기하지 않았던건 아닐까 싶다. 홍차영은 아무리봐도 웅녀니까. 운명을 거슬러 자신의 뜻대로 흘러갈 수 있는 힘을 지닌 존재임을 이미 견우의 천장에 거문고자리가 없음으로 예견하고 있던건 아닐까.
 

2. 또 하나의 뜻, 살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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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적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염소자리 견우성에 대한 의문을 품을 것이다. 견우성이 염소자리였나? 맞다. 사실 견우성은 독수리자리의 알테어와 염소자리의 다비 두 별 모두를 뜻하곤 한다[1]. 설화 속에서 내려와 문학적으로 쓰이는 독수리자리 알테어이고 설화 속에서 다시 동양천문학으로 쓰여지는 건 염소자리 다비 이기 때문이다[2]. 이 글에서 견우성의 이중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엔 너무 길어지니 간단히 설명하보자면, 사회문화적으로 해석된 설화에 의하면 우리는 오랫동안 직녀성과 밝기가 동등하다고 여겨지는 알테어를 견우성으로 여겼다. 그런데 동양천문학에서 알테어는 하고라는 이름으로 불려지는데, 이상하게도 하고는 은하수에 있다. 견우와 직녀를 가르고 있는건 은하수다. 은하수 안에 견우가 있을 순 없는 일이다. 동양천문학도 천문학이니 천문도(별지도)를 보면된다. 세계에서 두번째로 오래된 천문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맞다, 평창 올림픽 개회식에 AR고 구현된 그 천문도다)를 살펴보면 에선 견우라는 별자리가 있다. 은하수를 기점으로 직녀와 헤어져 있는 모양새다. 비록 직녀성보다 밝지 않은 별자리라 견우로서 존재가 의심되나, 천제의 딸과 목동의 사랑이니 신분적으로 낮은 견우가 어두울 것이란 해석도 있다. 사실 설화적 고증으론 염소자리 다비가 더 어울리긴한다.


뭐 어찌되었던 독수리자리의 알테어와 염소자리의 다비는 모두 견우성으로 여겨진다. 
독수리자리의 알테어, 동양천문학에선 "하고" 그리고 염소자리 다비흐, 동양천문학으론 "견우". 둘 다 견우다.

그러다보니 난 궁금증이 생겼다. 왜 이 작품은 굳이 빈센조를 염소자리의 다비로서의 견우로 여겼는가. 
보통 사람들이 대중천문학에서 배우는 견우란 독수리자리의 알테어인데 왜 염소자리여야 했는가.

알고보니 베타성엔 또 다른 이름이 있었다. 다비(Dabih). 이 명칭은 아랍어 알-다비(الذابح)에서 왔으며 '살육자'라는 뜻이다[3]. 홍차영은 아무도 보지 못했던 염소자리 다비를 보게되면서 빈센조의 살육자이자 살해자인걸 무심코 봤던 것이다. 

별자리를 본 후 홍차영은 빈센조에게 살인을 해본 경험이 있는지를 묻는다. 그리고 빈센조는 이 드라마에서 처음으로 진심어린 거짓말을 한다. "아니요, 전 변호사잖아요". 이후의 대화들은 이어지는 듯 하나 이어지지 않는 동문서답과 동상이몽으로 이어진다. 살육을 물었으나 거짓을 말하고, 거리감이 느껴질 뿐이라고 말하자. 난 그런 삶을 원한다고 하고. 그런 삶의 이유를 적나라하게 묻고 또 정답을 말해주자 미련없이 회피한다. 

하지만 이 장면에서 우리가 표면적으로 알 수 있는 분명한 한가지 사실이 있다. 빈센조는 홍차영에게 자신이 살인자인걸 숨기고 싶어한다 것. 빈센조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살인을 숨겼다고 생각하고 몸을 반대로 튼다. 하지만 그 몸을 틀자마자, 빈센조는 불연듯 찾아온 악몽을 꾼다. 악몽은 살인자 빈센조를 깨우기 시작한다. 소스라치게 깨어난 살육자는 조심스레 몸을 틀어 자신의 옆을 바라본다. 살육을 숨긴 대상, 거짓을 말한 그 대상을 바라본다. 

9화에서 발생한 이 동침 이후로 바벨제약 유가족들은 살해당하고, 빈센조는 마피아로서 자신의 룰을 내세우며 총을 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한국에서 사람을 죽이고, 11화에선 검찰청 조사실에서 홍차영에게 자신의 잔혹함을 담긴 사진들로 과거를 들키기 시작한다. 이후 빈센조의 잔혹함은 회차가 더해갈 수록 짙어지며 16화 이후론 숨기는 것조차 포기하게 된다. 

빈센조의 구체적인 잔혹함이 드러나기 직전, 홍차영은 부지불식간에 빈센조의 거실에 존재한 염소자리 베타성, 다비를 바라보게 된다. 9화에서 상징하는 저 염소자리 베타성은 잔인한 살인자 그 자체를 의미했던거다.  


3. 빈센조 까사노는 잔인한 살인자이자 견우.

더불어 천문학관점에서 다비는 이중성(二重星)이다. 이중성이란 눈으로 볼땐 별이 하나로 보이는데 망원경으로 보니 별이 2개인 별들을 명칭한다. 실제로 다비흐는 5개의 별이 구성된 복합항성이다. 눈으로 보면 한 개의 별이지만 망원경으로 또 달의 영항력을 고려해서 자세히 보면 5개로 구성된 별이다. 하나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바라보니 여러개인 존재 말이다. 생각해보면 빈센조라는 인물도 비슷하지 않은가. 다중인격이 아닌 캐릭터임에도 이렇게 입체적인 인물이 또 있을까?

한 없이 잔인한 살인자이자 누군가에겐 한 없이 따수운 견우. 이 말도 안되는 양면성을 모두 지닌 사람이 바로 빈센조 까사노다. 견우와 직녀 설화의 고증으로도 살육자란 이름으로도 별의 과학적 특성으로도 빈센조는 염소자리의 견우였다. 이 드라마는 9화에서 스쳐지나가는 염소자리 견우로 이미, 빈센조를 모두 설명하고 있었던건 아닐까. 


<참고문헌>

[1] "[과학백과사전] 견우성[Dabih, 牽牛星]", 사이언스올. (2015.11.10). URL https://www.scienceall.com/%EA%B2%AC%EC%9A%B0%EC%84%B1dabih-%E7%89%BD%E7%89%9B%E6%98%9F/?term_slug=
[2] 안상현, 김동빈, 이용삼, 송두종. "견우성의 이중적 의미에 대한 해석." 천문학논총 25.4 (2010): 129-139.
[3] Richard H. A. "Star Names: Their Lore and Meaning (Reprint ed.)," New York, NY: Dover Publications, 1963(1899): 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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