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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센본 화보인텁 빈센조 관련부분만 뽑아옴 (사실거의다이긴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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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2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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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왜 울었어요?

JK (<빈센조> 촬영) 마지막에? 그거 억울해요. 억울한 건 아니지. 사실이니까. 저만 운 건 아니고 다 울었어요. 그런데 저는 버릇이에요. 마지막 촬영 날 울지 않은 작품이 없을걸요?

GQ  정말?

JK 마지막은 항상 약간…, 항상 그랬어요. 맞아요. 백 퍼센트 그랬던 것 같아요.

GQ 이번이 특별한 경우가 아니군요.

JK 특별한 건 아니에요. 그런데 어떻게 스케줄상 여빈이랑 저랑 둘만 찍는 병실 신이 마지막 촬영이 됐어요. 마지막 촬영이 끝나자 기다리고 있던 다른 배우들이 깜짝 나타난 거죠. 몇 명이 올 줄은 알고 있었는데 그렇게 다 올 줄은 몰랐어요. 그게 특별한 일이었어요. 저랑 같이 일한 배우들은 제가 울보인 거 알아서 제가 운 건 특별한 일이 아닌데, 전여빈 배우랑 저랑 둘만 찍는 신인데 그렇게 열 몇 명의 배우가 다 온 게 특별한 거죠. 특별출연한 진선규 형도 잠깐 왔어요.

GQ 마지막 촬영장에 배우가 다들 모여 아쉬움을 나누는 게 드문 일이에요?

JK  본인들이 (화면에) 안 걸리는데 온 거니까. 이런 경우는 저도 일하면서 처음이에요. 엄청 특별한 작품, 촬영장이었죠.

GQ 메이킹 영상을 보면 일단 감독님 웃음소리가 굉장히 호탕하고 끊이지 않아서 그런 면에서도 분위기가 좋았겠다 싶더라고요. 만드는 사람 자체가 ‘으쌰으쌰’ 하니까.

JK 맞아요. 메이킹에 비친 건 그나마 자른 걸걸요? 감독님께서 그렇게 크게 웃으시는 게 현장 분위기에 미치는 영향이 95퍼센트 이상이라고 봐요. 정말. 왜냐면 배우 입장에서, 이건 주연 배우, 조연 배우, 단역 배우 할 게 없는 게, 배우들은 어느 부분 눈치를 살펴야 하는 입장이거든요. 내가 한 게 오케이인지 아닌지 언제나 눈치를 보는 입장 이기에 항상 ‘오케이인가?’, ‘다시 해야 하나?’ 이 게 마음속에 있단 말이에요. 그런데 감독님께서 오케이든 아니든 그렇게 시원하게 반응해주시니까 용기를 얻는 거죠.

GQ  용기.

JK 그리고 자신감도 얻는 거고. 감독님이 그렇게 하면서 배우들의 좋은 걸 잘 뽑아주시는 것 같아요. 좋은 에너지로 발전시켜주시는 거죠. 일부러 무전기를 켜놓고 웃으실 때도 있어요. 느껴져요. 무전기는 전체 스태프가 듣는 거라서 엄청나게 좋은 에너지가 전파돼요.

GQ 송 반장의 역할도 어느 정도 있지 않을까요?

JK  저는…, 있겠죠?

GQ 하하하. 부정하지 않네요. 그래서, 촬영장에서 송반장의 역할은 뭐였어요?

JK 오지랖이죠. 그냥 오지랖인데, 어린 친구가 주인공이라고 선배님들이 예뻐해주시고 따라와 주신 거죠. 생각해보니까 어린 나이는 아니구나. 어쨌든 현장에 배우가 너무 많아서 감독님 입장에서 는 여러 가지 신경 쓸 게 많을 수 있는데, 다들 그걸 아니까 저라는 사람을 통해서 모인 것뿐이에요. 각자 한마디씩만 해도 열여섯 마디, 스무 마디 되니까, 다들 배려심이 있어서 송 반장이라는 하나의 심벌을 만들어놓고 저희끼리 재밌게 놀면서 그렇게 모인 거죠.

GQ 다른 촬영장에서도 불린 별명이 있어요?

JK 아뇨, 별명이 생긴 건 처음 같고요, 저는 행동은 어디 가나 똑같은데 이번엔 별명이 생겼네요. 그런데 그 별명이 생긴 시점이 묘한 게, 배우들은 작품 대본에 따라 가는 것 같은 게 금가상가 사람들과 빈센조라는 변호사는 같은 공간에서 생활 하지만 대립 관계였거든요. 서로 믿지 못하고, 솔직하지 못하고, 신뢰가 안 쌓이는 관계였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송 반장이라는 별명이 없었어요. 중기야, 중기야 불렸죠. 그런데 이상하게 대본상 금가 패밀리와 빈센조가 하나로 붙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송 반장이라 불린 것 같아요. 그러면 서 배우들도 유대 관계가 더 생겼고.

GQ 시청자로서 송중기라는 배우가 빈센조라는 캐릭터와 완전히 일치됐구나, 그렇게 느낀 몇 가지 장면이 있었어요.

JK 어, 그래요?

GQ 그중에서도 여전히 기억에 선명한 장면은 16화에서 17화 넘어갈 때, 어머니를 죽인 범인을 응징하고 바벨 무리를 찾아간 장면 있잖아요.

JK 네, 네.

GQ 그때 눈빛이 너무 공허해서.

JK 기자님이 지금 말씀해주신 것과 일치가 된 건지 모르겠는데, 모르겠는 게 아니고 맞는 것 같아요. 맞아요. 저도 그렇게 느꼈어요. 그런데 그 이유는, 이건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제가 잘한 게 아니고 박재범 작가님과 김희원 감독님이 송중기라는 사람한테 빈센조를 입혀주셨어요. 저를 위해서 굉장히 많은 설정을 갖고 와 주셨어요. 제가 다가갔다기보다 작가님과 감독님이 저한테 ‘싸악’ 입혀주셨어요. 그래서 저는 편하게 할 수 있었어요.

GQ 너무 겸손한 거 아니고요?

JK 아니에요, 정말로.

GQ 배우로서 어떤 과정을 거쳐 나왔는지 몰라도, 모르겠어요, 저는 그 눈빛이 정말, 정말 좋았어요.

JK  아이고.

GQ ‘너무 공허하고, 너무 피곤하고, 너무 지치고, 너무 슬픈데, 얘넨 정말 날 짜증나게 하네’, 이런.

JK 네, 맞아요. 그런데 지금 표현해주신 대로 그 장면 리허설할 때 감독님이 처음 하신 말씀이 ‘공허’라는 단어였어요.

GQ  정말요?

JK 네. “감독님, 이거 어떻게 해야 해요? 제가 생각한 A, B, C 중에서 어디로 가야 해요?”, “아니 중기 씨, 여기선 그냥 계속 공허했으면 좋겠는데? 뭐 하려고 하지 말고 공허했으면 좋겠어.” 이런 게 편했던 거죠. 디렉션이 굉장히 빨리 이해가 됐어요. 그러면서 저도 오케이, 좀 편하게 해야겠다 느낀 게 뭐냐면, 그러려고 노력을 많이 하기도 했는데,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연출 감독님이 있어요. 저랑 <성균관 스캔들>(2010)과 <아스달 연대기>(2019)를 같이한 김원석 감독님인데, 두 작품을 같이해서 감독님이 저란 사람을 너무 잘 알아요. 그런 감독님이 “중기야, 너 연기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평소 너대로 해. 뭐 하려고 하지 말고 한번 시도해봐봐. 이번 작품에서 시간 버리지 말고, 연기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맡겨봐봐” 라는 말씀을 툭 하시더라고요. 그게 계속 맴돌았거든요. 한번 해봐야겠다.

GQ 그렇게 해봤다는 거네요.

JK 그럴 수 있는 현장이었으니까. 작가님과 감독님이 저라는 사람을, 제 실제 모습을 파악하고, 어느 정도 비슷한 모습 그 이상으로 더 입혀주셨으니까. 저는 그냥 하면 되는 거였죠.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좀 보기 편했다고 느끼시는지는 모르겠는데, 저도 편했어요. 이런 현장이 또 없을까 봐 걱정일 정도로. 아마 제가 배우 활동하는 데 있어서 <빈센조> 전후로 나뉠 것 같아요. 제 개인적으로.

GQ <빈센조>가 중요한 기준점이군요.

JK 즐겁게 일하는 것, 그런 환경을 만드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어요. 그건 김희원이라는 사람이 제게 몸소 보여줌으로써 가르쳐주신 건데, 죽을 둥 살 둥 하는 것보다는 긍정적인 에너지와 과정, 거기서 나오는 결과물이 되게 행복하다는 걸 느꼈어요. 지금까지는 저를 막 부여잡으면서 일했다고 친다면 이번에 <빈센조>라는 드라마를 찍으면서, 아, <승리호> 때도 그랬는데, 이렇게 재밌게 즐기면서, 즐겁게 일하면서도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너무 느꼈어요. 그래서 앞으로도 그렇게 하면서 일해야겠다, 그러면서 연기해야겠다, 그런 새로운 목표…, 목표라고 해야 할까요, 그냥 그렇게 하고 싶은 거죠. 즐겁게.

GQ 혹시 ‘옴브라 마이 푸 Ombra Mai Fu’ 여전히 즐겨 들어요? <빈센조> OST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이라고 그랬죠.

JK 차에서 자주 들어요. 혼자 운전할 때.

GQ ‘옴브라 마이 푸’에 담긴 의미를 알아요?

JK 아뇨, 뜻은 모르겠어요. 무슨 뜻이에요? 무슨 뜻이지? (휴대 전화로 직접 찾아보기 시작했다.)

GQ 일단, 외국어로 된 뭔가를 좋아할 때 의미까지 찾아보는 성향이 있다면 의미 상관없이 그냥 즐기는 성향도 있을 텐데 중기 씨는 확실히 후자네요.

JK 하하하하, 그렇죠. 이탈리아어로 ‘결코 그림자가 아니었다’라는 뜻이군요. ‘사랑스런 나무 그늘’이라고도 나오네요.

GQ 해석이 분분해요. 제가 들려드릴게요. 그런데 그 전에, 이 곡 왜 좋아해요?

JK 저는 이 ‘옴브라 마이 푸’가 (<빈센조>에) 깔릴 때의 장면을 되게 좋아해요.

GQ 비극적인 장면일 때만 나오잖아요.

JK 맞아요. 비극적일 때가 많았죠. 제가 제일 좋아하는 컷이 최명희가 사람 죽여놓고 춤출 때의 섀도 컷인데, 짜증 나는 빌런들이 그렇게 이상한 짓 할 때마다 나온 게 이 노래였어요. 너무 짜증나는데 감독님이 미장센을 하도 예쁘게 찍어서 시각적인 것과 청각적인 게 너무 아름다운 거예요. 그래서 제일 좋아해요.

GQ ‘옴브라 마이 푸’를 의역하면 ‘나무 그늘 아래서’예요. 헨델이 만든 오페라 <세르세>를 여는 곡인데 페르시아 왕인 세르세가 푸르고 울창한 플라타너스 나무 밑에서 불러요. “어디에도 없을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나무 그늘이여 Ombra Mai Fu/ Di Vegetabile/ Cara Ed Amabile/ Soave Piu”. 그런데 <세르세>는 왕 세르세가 남동생의 여자를 뺏으려고 벌이는 비극적인 암투를 담은 작품이거든요. 그에 비해 이 노래는 선율이 굉장히 아름답잖아요. 그래서 곧 벌어질 비극을 극대화시키는 곡이라고도 하고.

JK 오, 감독님이 알고 쓰신 것 같은데요? 김희원 감독님과 박세준 음악감독님이 클래식과 음악에 조예가 굉장히 깊으시거든요.

GQ 그리고 왕이라는 자리가 얼마나 외롭고 무겁겠어요. 그가 유일하게 쉴 수 있는 곳이 이 나무 그늘뿐인 거죠. 그런 서정을 담았다고 보기도 하고요. 중기 씨는 어떤 해석에 더 끌려요?

JK 후자. 저는 후자에 더 끌리네요.

GQ 나의 아름다운 나무, 나를 쉬게 해주는 그늘. 중기 씨에게도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옴브라 마이 푸’ 같은 존재가 있다면요?

JK 묘한데, 빈센조에게 ‘옴브라 마이 푸’ 같은 존재는 적하 스님이거든요?

GQ 그래요?

JK 홍차영은 아니에요. 홍차영은 다른 의미이고요, (쉴 수 있는) 그늘이 아니에요. 어떻게 보면 제가 <빈센조>라는 작품을 새드 스토리라고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인데, 제일 인간적이고 제일 이상적이고 제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거잖아요. 끝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으면 행복해야 하는데 번뇌가 계속 되풀이된다고 생각하거든요. 홍차영은 번뇌를 더 갖다 주는 사람이에요. 왜냐면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니까.

GQ 사랑해서.

JK 네 명의 빌런을 다 합쳐도 훨씬 더 극악무도한 이 빈센조라는 인물한테 홍차영은 반가운 동지이기도 하지만 인생이 더 괴로워지는 이유죠. 너무나 소중한 존재가 생긴 거니까. 그런 의미에서 저는 <빈센조>가 새드 스토리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유일하게 자신의 모든 치부까지 다 꺼내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사람이 적하 스님이었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신을 꼽으라면 다 적하 스님하고 대화하는 신들이에요. 감독님한테도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이상하게 적하 스님이랑 대화하는 신은 대본만 봐도 눈물이 나요.” 적하 스님이랑 성당에서 대화하는 신도 제가 참 좋아하거든요.

GQ 그 장면. 그때 대사 저도 메모했어요. “혼자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바닥만 보고 살면 불교에서 말하는 번뇌가 사라질까요?”

JK 맞아요. 제가 물었죠. 적하 스님은 “번뇌란 마음 안에 있고 없는 것입니다” 답하고. 이상하게 스님하고 대화하는 신은 눈물이 막 나더라고요. 안 울려고 노력했지만. 묘하잖아요. 스님이 십자가를 들고 성당에 가서 대화를 한다. 묘한 이 작품의 색깔이 저와 되게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아무튼 빈센조한테는 그늘이 되어주는 사람이 적하 스님이었던 건 확실해요.

GQ 중기 씨한테는요?

JK 저한테는, 저한테도 그래요. 저도 절에 다니거든요. 제가 제일 힘들 때마다 찾는 곳이 절이거든요. 혼자 갈 때도 있고, 친구들하고 갈 때도 있고, 가족들하고 갈 때도 있고. 최근에도 제가 다니는 절에 한번 다녀왔어요.

GQ 그렇지 않아도 이번에 유튜브 라이브로 팬 미팅할 때 번아웃이 고민이라는 팬에게 그랬잖아요. 사소한 것에서부터 행복을 찾길 바란다고. 스님에게 비슷한 질문을 한 적이 있고, 그때 얻은 답이라고. ‘스님’이라는 매개체가 흥미로웠어요.

JK 어릴 때부터 그랬어요. 절밥도 되게 좋아하고요, 절이 제게는 정서적으로든 현실적으로든 많이 쉬게 해주는 곳이라서, 그래서 제가 적하 스님한테 더 그런 감정을 느꼈을 수도 있어요.

GQ 최근에 또 깨달음을 구한 지혜가 있다면 공유 좀 해주세요.

JK 어…, 통화로 한 적이 있는데, 현장에서 답을 찾으라고. 일하는 일터에서 답 찾으라고. 집에 와서 뭐 이런 거 저런 거 찾으려고 하지 말고, 결국 그 현장 안에 있으니까 거기서 찾으라고. 그런데 이게 평소 제 마음가짐과 되게 비슷해요.

GQ 무엇을 물어봤는데요?

JK 음, 그건 저만의 비밀이에요.

GQ 질문은 비밀이지만 답은 “현장에서 찾아라”.

JK 네. 딴 데서 찾으려고 하지 말고 고민이 시작된 곳에서 찾으라고. 그 현장은 제 일터가 될 수도 있고, 고민이 시작된 곳에 결국 있으니까 그 안에서 찾아보면 나올 거라고.

GQ 답을 찾았어요?

JK 찾았다기보다 조금 가까워진 것 같긴 해요. 그 현장이라는 게 결국 <빈세조> 현장이었는데, 어떻게 보면 찾은 거네요. <빈센조> 현장을 즐겼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질문하는 거면 당신은 이미 답을 알고 있을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네, 제가 알면서 물어본 거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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