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키 씬에서의 한서와 빈센조의 대화를 보면서 느끼는 감상이니 이런 감상도 있구나하고
취향에 맞지 않으면 넘겨줬으면 좋겠어.
한서의 상태를 심리적으로 푸는 방법도 있겠지만(뭐..오랜 기간 학대나 가스라이팅을 당한 사람이 어떻게 행동하는가 같은)
개인적으로 심리 쪽을 배우지 않고 배운 쪽이 다른 쪽이라 한나 아렌트라는 학자가 말한 악의 평범성이 생각나더라.
악의 평범성이란 한 학자(한나 아렌트)가 나치 전범 재판을 보고 그 결과에 충격을 받아서 나온 결론이야.
그 재판에서 전범의 일은 유태인을 잡아서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로 보내는 일이었는 데,
그가 한 항변은 이거야. ‘결과와 상관없이 나는 명령에 복종했을 뿐이라고,
명령이 불법적이라도 명령은 명령이니 따라야 한다.’ 라는 식의 말을 했지.
거기서 아렌트는 악이라는 것이 절대 악, 누가 생각해도 끔찍한 것만이 악이 아니라,
생각하지 않는 무능함. 행동하지 않는 무능함 이 자체가 악이라는 결론을 냈어.
예를 들면 한서가 바벨제약 창고를 날린 유가족들을 찾은 걸 보자.
뒤에 일을 생각을 해봤더라면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 예상을 할 수 있었을 꺼고,
그 수많은 자료를 헤집어서 찾기 보다는 못 찾았다는 말을 할 수도 있었겠지.
그러나 한서는 뒤를 생각하지 않고 그냥 한석이 시키니까 찾으라니까 모든 자료를 뒤집어서 비교 대조해가면서 찾은 거야.
이런 한서가 빈센조를 만나고 공부를 하고 생각이란 걸 하기 시작하면서 무능함에서 나오는 악이 아닌 악을 벗어나려는 느낌이 들더라.
가스 누출 때 가스 누출을 시키면서 동시에 119를 불러서 일을 처리하는 과정을 보면서 아 한서가 머리를 쓰지 않고 하라는 데로만 하는 거에서 벗어났구나 싶더라고.
특히 빈센조가 ‘날 지키는 건 머리다. 공부 열심히 해라.’ 라는 이 말도 항상 생각해라. 생각하지 않으면 악이 될 수 있다. 라는 느낌이 드는 말이었어.
추가적으로 스텐리 밀그램의 복종 이론도 생각나기도 하고..
16화에 이어 선공개까지 보면서 한서와 한석의 관계에 대해 느낀 나만의 생각이야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