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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펌] 빈센조를 기다리며, 깔딱고개 리뷰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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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2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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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gall.dcinside.com/mini/board/view/?id=vincenzo&no=3682



빈센조를 기다리며깔딱고개 리뷰 #4-2 

이 리뷰는 <빈센조> 13~16화를 복습/재탕하며 의식의 흐름에 따라 작성되었음.

  

# “오세요박효신당으로” 팩트에 관심이 없으면 미신에 홀린다

정치인법조인기업인문화체육계 주요 인사들아침에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싹 다 훑어낸 모든 부정의 집합체전직 대통령이 퇴임 후 정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감방 가기 싫어서만든 기요틴 파일밀실 문이 닫히기 전 조영운 몰래 기요틴 파일을 빼돌렸던 빈센조역시 실망시키지 않는 악당 주인공인터넷에 파일을 풀어봤자 며칠은 시끄러워도 단 한 명도 죗값을 치르지 않을 것임을 단언한다기요틴 파일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라악당이 악당의 약점을 잡기 위해 만든 것오직 악당만이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

 

금가동 족집게 여림도령

갓 신 내린 애동제자

적확한 예언의 소유자!

정곡을 찌르는 풀이!

박효신당은 소원과 믿음이 헛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바람으로

오늘도 빠짐없이 자시기도를 올립니다.”

 

앞서 까발리어TV가 아무리 많은 얘기를 해도 기사 한 줄가십 한 줄 나지 않았다바벨이 망하면 나라가 망하는 거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여론조작진실을 가짜뉴스 취급하고 자기들 가짜뉴스는 무차별 살포해 진실로 만드는 자본의 언론통제사람은 원래 내가 제일 모르는 걸 제일 잘 믿는다. “미디어의 발전과 진실의 전달은 아무 상관관계가 없어요인터넷 덕분에 사람들 속여먹기 아주 좋은 시대죠그래서 난 인터넷에서 믿는 건 딱 두 가지뿐이에요날짜와 시간.”

드라마는 캐릭터 네이밍이나 스쳐 지나가는 대사를 통해 미디어 환경 전반을 지속적으로 조롱한다금가프라자에 처음 찾아온 기자는 HBN 오보영언론의 충성맹세를 받았던 모 그룹의 그 유명한 미래전략실 사장을 생각나게 하는 바벨그룹 비전기획팀장 박찬기대창일보 오정배의 이름을 뒤집어 읽으면 연상되는 현실 속 TV대창의 주인.

 

기레기들 아주 신났네이건 뭐기사가 아니라 신춘문예 제출작인데?” “아주 헐다 못해 닳아서 없어지겠네엔간히들 빨아 젖히지.” “하나같이 뉴스가 다 이래다 가짜고다 구라야.” “무슨 언론사가 365일 망언을 해막말 아니면 아무 말.” 반복된 망언은 실수가 아니라 태도절대 바뀌지 않는다거짓으로 진실을 다루다보면 진실을 보는 눈의 시력까지 약해지기 마련.

옛날에는 신문지로 똥이라도 닦았지이젠 이놈의 신문 쓸데도 없다.”<-의외로 현실 반영 못한 대사요즘 신문도 쓸데가 많다발행과 동시에 폐기물 처리장으로 직행계란판으로 재탄생하기도 하고 다용도 폐지로 국내외에 팔려나간다수분 많은 채소 포장 필수템. “세상 쓸데없는 신문은 땔감으로라도 써야 된다니까.”

  

소음기 장착한 권총을 든 무자비한 죽음의 천사빈센조 

그럼 왜 찾지 않았어요?”

지금이라도 찾을 수 있잖아요.”

면목 없어 하지 마세요그렇게 생각 안 할 겁니다.”

아드님도 어머니를 평생 기다리고 있었을 거예요그리고 그 아드님그 누구보다도 강하게 살았을 겁니다혹시 나중에 어머니를 만났을 때 떳떳하게 보이고 싶어서요.”

 

28년 만에 엄마라고 불러보기 위해 추억의 붕어빵을 사들고 병실에 방문한 빈센조는 간발의 차로 살해당한 오경자를 목격하고 맥이 풀리듯 무너져 내린다켜켜이 쌓인 그리움이 곪아 원망이 되고가까스로 이해하고 용서하고 화해했던 어머니를 황망하게 잃어버린 고통소리 없는 오열무저갱 같은 비탄도치된 피에타(Pieta).

 

부탁이 있어요나 돌아올 때까지 어머니 옆에 있어줘요.”

알았어요꼭 잡아요아니꼭 대가를 치러줘요.”

 

비통한 절망에서 지체하지 않고 일체의 감정을 차단시킨 차가운 심장으로 모친살해범을 신속하게 추적무참한 폭력과 라이터의 창의적 사용법은 그가 본디 어떤 인물인지를 충격적으로 상기시킨다. “나 이해해줘너한테 어머니를 잃은 사람이니까.” 빈센조 식 복수는 나의 것’.

 

장한석과 최명희가 오경자의 죽음을 보고받고 환락의 왈츠를 추는 장면에서 보이는 액자의 이미지는 달이 그림자에 잡아먹힌 월식개기월식 때 달은 지구에서 붉게 보이는 블러드문(레드문현상이 나타난다프라이빗클럽에 모인 네 사람 중 장한서와 한승혁은 마피아의 가족을 건드리는 일이 얼마나 불길한 결과를 가져올지 본능적으로 예감하고 있지만달빛에 미친 자들은 무감각하다바벨탑이 무너지기 전 사분오열한 바빌론인들처럼 천박하게 악을 쓰며 갈등/대립하는 빌런들. 

고문으로 고통을 최대화한 다음몰이로 공포를 극대화하고음울하게 진입로를 돌파하는 lethal weapon. 낭비 없는 연속 관절기의 일대다 격투로 최단시간에 적진 초토화판테온의 오쿨루스 같은 원형 개구부를 통해 사냥감과 빈센조를 조감하며 광기로 가득한 만월 이미지를 포착하는 카메라무방비한 교사범들의 코앞에 사신(死神강림하듯 등장해 실행범을 단숨에 처형하기까지중성자탄처럼 고요한 폭발이어서 달 표면 같은 질감의 엔딩 타이틀. 

숨 막히는 16화 라스트 시퀀스는 그동안 빈센조가 내비쳤던 달달함과 고소함과 상큼함-마카롱 콘샐러드-은 캐릭터의 작은 파편일 뿐그 본질은 하드보일드한 느와르의 세계에서 생존하고 또 군림해온 포식자이며 적들의 재앙임을 서늘하게 증명한다. “한번 일어서면 신들도 무서워 혼비백산하고지상의 그 누구도 겨룰 수 없는모든 거만한 것들의 왕-레비아탄-은 새벽 여신의 눈망울 같은 눈초리로 적을 찢는다(Job 41).” 인간이 태어나는 방법은 한 가지지만 죽는 방법은 수만 가지.

 

그동안 작가는 빈센조가 한국에서 꼭 필요한 만큼의 능력을 사용해 적을 상대하도록 하는 팃포탯(tit for tat) 전략을 유지했다언제나 불살(不殺)을 고수했던 것은 아니지만 협상이나 연극 같은 그나마 소프트한 액션-적법하고 비폭력적인 방식은 아니지만-도 적절히 병행해왔다.

그리고 한 주 결방의 인터미션을 앞둔 클라이맥스에 이르러 초반부터 천천히 빌드업 해왔던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뇌관을 터뜨리며 유가족이자 lonely assassin, 잔혹한 심판자로서의 weeping angel을 잠에서 깨운다연출로 한 주는 감탄하고연기로 한 주 더 주접을 떨 수 있을드라마 과몰입을 만끽하기엔 짧은 휴식.

  

가장 판타지다운 피날레를 기다리며

바벨&우상과 코리안 카르텔을 향한 완벽한 벤데타(vendetta)를 치르고 난 뒤빈센조는 어떤 엔딩을 맞게 될까정말 모든 살인은 동일한 죄악인가악당끼리 죽고 죽이는 것과 링 밖 일반인을 학살하는 것이 등가(等價)인가쌍방 러시안룰렛처럼 목숨 걸고 싸우지 않으면 살해당하는 비정한 세계에서 살아온 자에게 과연 어떤 해피엔딩도 과분한가?

 

결말을 예상할 수 없는 만큼 더욱 불안과 기대가 교차한다보통의 진부한 드라마라면 주인공이 속죄하고 회개하여 천국에 이를지 모른다하지만 이는 위선을 혐오하고 마피아 콘실리에리로서 자기정체성이 확고한 빈센조의 스타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작가는 부모세대가 자녀세대의 죄악을 대속(代贖)했음을 1~16화까지 시청자들에게 시나브로 주입했다(작중 유일한 절대선인 홍유찬의 사고사 위장 살해 및 고결한 삶 전체를 부정당하는 사자명예훼손 or 무고한 오경자의 징역형과 두 번의 말기 암이라는 천형재심으로 누명을 벗지 못한 채 끝내 살해당하는 번제의 희생양). 이제 겨우 모든 오해와 원망을 풀고 어머니의 가엾은 인생 마지막을 지키고 싶어 했으나 불시에 찾아와 회한으로 가득한 사별.

 

비극은 넘칠 만큼 적립되었고거기다 욕망과 죄악의 진흙탕 속에서도 연꽃처럼 피어나는 석가모니의 자비-밀실 위 난약사-를 떠올린다면 빈센조는 의도치 않게 쌓게 되는 선업-절대악의 대적자어쩌면 금괴/문화재/기밀문서의 강제적 기부자-으로 악업을 상쇄할 것이다.

따라서 빈센조의 죽음 또는 몰락이라는 배드엔딩은 비껴갈 것 같다이탈리안 마피아의 삶을 지속하면서 박제처럼 영원한 고독과 동행하는 노멀엔딩도 있겠지만느닷없이 온 것처럼 느닷없이 떠났다가도 ~~기 싫은’ 새로운 거악의 출현과 함께 징글징글한 홍차영의 콘실리에리로 회귀하는 나름 유쾌한 엔딩이 기다릴 수도 있다작중 인물들의 심리 변화를 통해 이미 천변만화하는 인간 존재를 표현했으므로주인공조차 예외일 수 없는 악행은 악행범죄에는 단죄라는 고답적인 결말은 아닐 듯하다희망사항이다.

 

이 드라마는 처음부터 코리안 카르텔이 마피아도 안 할 짓을 하고 있다는 걸 끊임없이 강조했다양심은 선량한 마음이 아니라 옳고 그름의 판단 기준사회를 유지하는 최소한의 마지노선이다마피아의 양심은 곧 마피아의 룰조직을 보전하고 조직원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원칙을 지킨다.

반면 작중에서 바벨과 우상으로 대표되는 코리안 카르텔은 원칙은커녕 제 기분 상하는 게 제일 못마땅한 유아적이면서도 사이키델릭한 무규칙 변종이라는 점에서 가장 골치 아프고 상종 못할 최악으로 그려진다여간해서는 고인물의 녹조처럼 제거하기 힘들다.

 

괴물이 악마가 되는 이유는 사회가 이들의 무한생식 세포분열의 고리를 끊어내본 적 없기 때문응징받지 않은 악은 계속해서 덩치를 불려나가고그 악취는 전 사회의 모럴 수준을 몇 단계 아래로 끌어내린다단 한 번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은 악이 끼치는 더 큰 해악은 사회 전체의 무력감이다. “나보다 더 악취 나는 쓰레기는 도저히 참질 못하는” 마피아라도 투입해 대세는 척결과 분리임을 역설해야 하는 지경.

작중 빌런들의 죄악은 진작 삼단뛰기로 선을 넘었으나 그 화룡점정이 하루가 그냥 하루가 아닌’ 주인공의 시한부 어머니를 살해한 것이다가족을 건드리는 게 선을 넘다 못해 제멋대로 지워버리는 일이라는 건 굳이 패밀리를 신봉하는 마피아가 아니라 이제 막 말문 틘 어린아이라도 다 안다.

 

뭐가 자꾸 꼬이고 복잡하고 그러쥬그게 다 남 걱정세상 걱정그놈의 오지랖 때문이유괜히 손 씻는다자연인으로 돌아간다그딴 소리 하지 말고 있는 기술 그대로 쓰고 살아유그게 세상 사람들 돕는 길이니께.”

 

왜 착하고 약한 사람들만 죽어야 하냐고 울고 있지 마라대화와 타협용서와 화합은 상대가 사람일 때 가능한 것적이 망나니 칼춤을 출 때 고상하게 당하고만 있어야 하는가선량한 마음보다 교활한 욕망이 당연하게 대접받는 사회에서 지금이 과연 선비놀음신선놀음 할 때인가.

드라마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인간적인 분노를 유도한다재생불가 쓰레기들은 저들끼리 별의별 악독한 짓을 다 하는데 선()을 지키는 쓰레기 하나쯤 옆에 있어주면 어떤가. “법의 심판누구 좋으라고.” 마음 한구석 불편함이 있더라도 안티히어로를 응원하게 되는 건 한국 사회가 곧 블랙코미디나 다름없어서다.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하는 뉴스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리얼월드.

 

<빈센조>는 니체 식으로 말해 ()은 죽었다로부터 전개되는 이야기다사망의 골짜기에서 권선(勸善)은 이미 무의미하니 징악(懲惡)이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종말론적 세계관남은 싸움은 유가족 당사자의 복수이자 금가 패밀리로 상징되는 사회적 집단기억의 심판이다. No Mercy, 자비란 없어야 한다신속하고 잔인하고 철저하게두 번 다시 고개 쳐들지 못하도록전성기 홍콩 영화와 스파게티 웨스턴(이탈리아산 서부극)의 올드팬일 것이 분명한 작가가 클리셰를 비튼 어떤 창의적 피날레를 만들어낼지두근두근 콩닥콩닥.

 

드디어 바벨탑을 와르르 무너뜨리는 거네요.”

더불어 바벨탑을 올리려 했던 모든 인간들을 심판받게 할 거예요.”

근데 우리가 하느님은 아니잖아요?”

심판은 하느님이 내리고우린 택배 역할만 하는 거죠하느님께 악당을 배송하는 건 악당이 제일 잘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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