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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조를 기다리며, 깔딱고개 리뷰 #4-1
* 이 리뷰는 <빈센조> 13~16화를 복습/재탕하며 의식의 흐름에 따라 작성되었음.
# 그는 살인자, 나는 혀끝으로 찌르는 익살꾼
홍유찬처럼 교통사고 위장 살해로 사망한 바벨화학 노조위원장. 깡패용역을 동원해 노조장(葬)을 치르지 못하도록 시신탈취까지 감행하는 어용 노조. 노조 간부들을 무고해 자살까지 하게 만든 “상상을 초월하는 잡놈의 새끼” 남신배. 3+2 지푸라기즈는 어용 노조위원장 남신배를 납치하고, 그를 이용해 바벨그룹 비전기획팀장 박찬기가 오너의 지시를 받아 계열사들의 어용 노조를 진두지휘했음을 인정하게 만든다. 장한석의 강연에서 폭로 동영상을 틀어 ‘젊고 스마트한 리더’ 이미지메이킹에 찬물을 끼얹는 작전 성공. 여기까지는 예고편.
본편은 상대편 보스의 공식적인 데뷔 무대를 가장 신성모독적인 방식으로 방해하며 힘을 과시하는 까사노 패밀리만의 독특한 세리머니. 쏟아지는 돼지피와 “덤비지 마라”는 경고. 팝콘과 풍선껌, 환상의 커플-아이스 구정물, 선짓국, 팝콘 취향 말고는 거의 모든 면에서 쿵짝이 맞는-. 13~16화에서 베스트 포토제닉 장면은 뭐니 뭐니 해도 13화 엔딩.
“Pari siamo! (우린 한통속이야!)
io la lingua, egli ha il pugnale! (나는 혀를, 그는 칼을 가졌네!)
l’uomo son io che ride, ei quel che spegne! (나는 웃어버리지만, 그는 죽여버리지!)
Se iniquo son, per cagion vostra è solo! (내가 사악하다고? 그건 너희 때문이야!)”
1960년대 빛바랜 신문 속에 박제되어 있을 법한 마피아의 전통을 8K처럼 생생한 장면으로 지금 여기 소환해낸 이토록 재기발랄하고 세련된 카타르시스, 사악하고 짜릿하고 스타일리시한 연출, Brava! “마음껏 느껴봐요. 진짜 악당의 기분을.” 파트너의 유희를 위해서라면 어떤 망설임도 없이 계획이 서자마자 그대로 밀어붙이는, 저 먼 세상 사람이 아닌 내 곁의 달콤한 마피아.
빈센조 까사노는 상대에 따라 자신을 정의한다. “역겹지만 니가 필요한 사람”(feat. 표혁필), “당신이 겁내야 할 사람”(feat. 최명희), “쓰레기 치우는 쓰레기”(feat. 장한석). 좋은 사람에겐 좋은 사람, 악당에겐 악당.
“불을 숨기는 건 가능하지만 연기를 감추는 건 힘들다.” 마음을 감춰도 순간순간 떨리는 감정은 흘러나온다. “이유 없는 사랑이 좋다”는 건 마음에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가벼운 관계를 선호한다는 뜻이었겠지만, 이제는 서로 스며든 이유가 너무나 많아졌다. “다들 이유가 없는 척하는데, 다 이유가 있다.”
바벨화학 건만 마무리되면 화를 달랠 정도로는 충분할 거라고, 이 나라에 큰 미련 없고 빨리 떠나고 싶다던 이방인은 강제철거를 막기 위해 인싸파티를 열면서 급조했던 핑계대로, 결국 “이곳을 사랑하게” 된 듯하다. 기약 없는 전쟁터에 홍차영을 두고 가기 싫을 정도로. 극 초반 굵은 사슬 모양이던 홍차영의 귀걸이도 점점 초승달이나 별 모양으로 변화한다. 미술관 잠입 작전을 준비하면서 빈센조가 ‘주인을 찾아준’ 목걸이/귀걸이 세트는 찬란한 태양빛.
# <빈센조> 월드의 네버엔딩 스토리
검찰의 압수수색 전 바벨그룹 비전기획팀에서 데이터를 빼돌리도록-공장 마룻바닥을 뜯어 서버를 숨긴 모 기업의 증거은닉 사건이 떠오르는- 유인해 이를 탈취하고, 노조위원장 청부살인 가해자의 자백을 녹음해 바벨 & 우상의 주의를 돌린 지푸라기즈의 진짜 타깃은 페이퍼컴퍼니. 바벨은 라구생갤러리를 통해 미술품으로 자금세탁을 하고,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바벨건설 주식을 매수해 오너의 지분을 불법적으로 늘리고 있다.
자칭/타칭 돈 빼돌리고 탈세하는 전문, 돈으로 나쁜 짓 해쳐먹는 건 국내 원톱, 돈세탁과 분식회계의 전문가 박석도의 협조 아래 금가 패밀리를 총동원해 바벨의 페이퍼컴퍼니 증거를 획득하는 미션. 작전 수행 중 정도희 관장을 취조할 때의 외화 더빙 말투는 소소한 웃음 포인트. 오페라를 사랑하는 빈센조는 시나리오를 쓰고 연기하고 극을 연출하는 데도 능숙하다. 담백한 연기를 추구하는 배우가 오버액팅하는 순간들의 극중극, 연기하는 연기.
뇌쇄적인 옴므파탈이든 로맨틱한 첩보원이든 신 내린 무당이든 어떤 연기를 해도-이충일의 협조를 교도관에게 암시하거나, 정인국 검사 앞에서 장한석에게 총을 겨누며 정체를 폭로하거나, 금가프라자 상인들이 금괴 탐색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짜증을 누르거나, 밀실을 급하게 닫고 뻔뻔한 108배를 올리거나, 의심을 봉쇄하기 위해 혼신을 다해 흐느끼는 장면 등에서도- 설득되고 빠져드는 안정감. 이 드라마의 미친 코미디가 진짜 심각한 사회문제들을 고발하는 방식.
풍자와 첩보로맨스가 기막히게 버무려진 라구생갤러리-재벌가의 천문학적 상속세를 미술품으로 대납하게 해주자는 최근 논쟁을 떠올리게 하는- 에피소드에서 또 하나의 인상적인 소재는 “물질문명 사회의 공허한 삶을 제6의 감각으로 해석”했다는 100억짜리 규조토 발매트 <Nothing(나↗씽↘)>. 바로 연상되는 작품은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다. ‘책 속의 책’ 속 아름다운 세계 ‘판타지아’는 ‘나씽’이라는 악으로부터 공격받아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나씽=바벨’로 대입해보면 더욱 의미심장하다. ‘Nothing is coming!(나씽이 온다!)’, 아무것도 오지 않는다.
패러디와 오마주의 향연, 오만가지 레퍼런스와 메타포를 차용하고 있는 <빈센조>는 현실을 반영하지만 현실의 규칙을 따르지 않아도 되는 세계. 나씽을 물리치고 판타지아를 구하는 소년이 빈센조라고 해도 이상할 것 하나 없다. 어차피 악으로 악을 처단해야만 하는 이 연대기는 현실에서도 ‘네버엔딩 스토리’라서다. “Nothing is lost... Everything is transformed.” 나씽은 사라지고, 모든 게 변할 거다. 다만 현실 세계에서 질량 보존 법칙은 유효하다. “사라지는 것도 없고, 새로 생기는 것도 없다. 모든 것은 오직 변할 뿐(Nothing is lost, nothing is created, everything is transformed).”
# 노골적 반칙의 깜찍한 활용, 기계장치로 내려온 인자기
3화의 충격적인 엔딩 이후 주인공이 처음 겪는 절체절명, 사면초가. 빈센조의 페르소나인 인자기를 위기돌파의 클리셰로 제약 없이 사용한 것은 귀엽고도 영악한 선택이다. 향후 더욱 난폭해지는 빈센조의 행보에 초월적 당위를 제공하는데, 그게 또 성령이 임하여 사도에게 은총을 내리는 성화(聖畵) 장면처럼 쓸데없이 고퀄리티.
한결같이 적나라한 복선을 깔아 충분히 예측 가능했던 ‘은혜 갚은 인자기’의 작위적 개입을 통해 작가와 연출은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심각해지기 전에 다시 한 번 우스꽝스러운 연막을 피운다. “자, 여러분, 이 드라마는 코미디입니다. 함의 따위 잊고 지나가세요.” 웃자고 만들었으니 죽자고 달려들지 말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
<빈센조>는 한국의 근과거 어떤 시대에는 작가, 연출, 배우 모두 블랙리스트에 오르거나 교묘하고 지속적인 마타도어에 시달렸을-현 시점 중국이나 미얀마였으면 진작 실종됐을- 법한 드라마. 대한민국 코어 기득권층의 관점에서는 몹시 불쾌한 내용-최대한 묻어버리고 싶은-을 지치지도 않고 다루고 있기 때문에, 뼈를 때리다 못해 갈아버리는 대사에 힘주지 않고 빛의 속도로 처리하거나 키치적인 B급 코미디로 날선 메시지를 누르며 ‘아닌 척’한다.
그렇게 ‘아~아~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를 중얼거리다가도 세태에 대한 작가의 분노를 도저히 숨기지 못하는 순간들이 있다. 이런 때 연출의 영리한 줄타기, 코믹스(comics)적인 완급조절은 작품의 주제의식에 대한 공격을 사전 차단하는 쿠션 역할. “Why so serious?” 하고 풍선껌을 불며 사슴 같은 눈망울로 물어보면 진지하게 화를 내는 사람은 바보가 된다.
물론 작품이 겨냥한 최상부 특권층과 그 마름들이라면 능청스럽게 예기를 감춘 풍자조차 완전히 무시하기엔 밉살스럽고 찝찝할 것. 아니나 다를까, 찔리는 게 많을 현실판 대창일보는 익명 판사의 기고를 빌어가며 <빈센조>라는 작품 및 주연배우를 애써 폄하하기도. 되도록 언급하지 않으려 하면서도 이따금 정치적 편향과 접붙여 저열한 심사를 투명하게 드러내는 것은 그들 나름의 경고로도 읽힌다. 8화에서 홍차영을 향해 “느그 아버지처럼 되기 싫으면 닥치고 살아라”며 이를 갈던 최명희처럼. 드라마 관계자들의 차기작이 걱정되는 게 비약인가, 아니면 그런 상상을 가능케 하는 대한민국이 비정상인가. “길고 오래갈라카믄 우째야 될까? 지랄염병 깨춤 추지 말고 조용히 죽은 듯이 살면 된다.”
# 빈센조의 겸사겸사 소악당 퇴치 리스트
- 용역회사 앤트컴퍼니 사장 박석도와 부하(직원)들->여행사 바이바이벌룬 창업으로 금가 패밀리 합류
- 바벨건설 투자개발팀장 나덕진->트롯 가수로 인생 2막, 장한석의 페이퍼컴퍼니 정보 제공
- 아동 및 청소년 성착취 동영상 제작 및 유포, 홍유찬을 과실치사로 위장해 청부살해한 트럭운전사 이충일->교도소에서 청부살해
- 군 정보기관 출신 해결사 ‘마법 구슬’ 2인(황규와 혁필)->빈센조의 수하로 전직, 배드엔딩 예약
- 법무법인 수단과방법 소현우 변호사->강제 기부, 납치/유기, 무인도 고립
- 직업윤리를 버린 의사, 길종문 해문병원장->사회적 몰락과 고립, 장한석의 킬러에게 살해(‘수사관 2인 살해 후 자살’로 수사 종결)
- 법조 카르텔의 한 축인 허 판사->장수말벌 테러 피해, 개망신, 우상 손절
- 오경자를 무고한 신광그룹의 후계자, 데이트폭력남 황민성 신광은행장->무자비한 실연, 멘탈 바사삭, 폭행치상으로 연행
- 장한서가 빈센조와 홍차영에게 보낸 괴한 2인->전당포 부부와 빈센조에게 참교육
- 우상의 검은 돈을 받은 부패경찰 2인->폭행, 납치, 특수협박을 통한 강제 기부 및 퇴직
- 바벨제약 유가족을 자살로 위장해 살해한 킬러 3인(작중 20명 이상 살해 추정)->가스 고문 후 익사, 사체 유기/은닉
- 무기 로비스트 출신 정보책 김상윤->결박 상태의 러시안룰렛 정신고문으로 배후 자백, 이후 국외도피 추정
- 노조와해 공작의 앞잡이, 시신탈취를 주도한 어용 노조위원장 남신배->납치, 협박, 배신자의 2차 배신, 곱게 죽진 못할 듯
- 바벨그룹 비전기획팀장 박찬기->바벨의 꼬리 자르기, 구속
- 성대모사의 달인 서 변호사->우상의 꼬리 자르기, 노조위원장 살인교사 혐의
- 장한석의 자금세탁 창구인 라구생갤러리 관장, 학력위조 큐레이터 정도희->살해위험 감지, 바이바이벌룬을 통한 국외도피
- 후계 다툼에서 형을 살해했던 대창일보 사장 오정배->샤머니즘적 세뇌, 바벨 손절, 최명희의 청부살해, 사체 유기/손괴
- 최명희가 섭외한 이탈리안 마피아 3인->인자기와 친구들의 협조 하에 총기살해, 사체 유기/은닉
- 오정배를 살해한 최명희의 새로운 하수인 3인->폭행/고문, 강제 자수
- 프라이빗클럽의 경호원 10인->관절/급소 치명상 어쩔... 살아는 있나?
# 투페이스가 된 일그러진 영웅, 정인국
선대 바벨 회장을 표적수사했던 남동부지검 정인국 검사. 목포로 좌천되었다가 최근 복귀했으며, 그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양쪽 귀에 벽을 세운 벽벽이. 알고보니 5년 전 기요틴 파일의 실체를 알게 되어 대한민국 모든 부패를 척결할 수 있는 치트키라 여기고, 대외안보정보원 국가안보관리팀 블랙요원인 조영운과 함께 비밀리에 파일을 손에 넣으려 했다는 설정. 타협하지 않는 정의의 표상으로, 고구마처럼 답답하지만 그래도 한 명쯤은 존재해줬으면 싶은 모범적 백기사 역할.
그러나 결정적 순간, 빈센조가 가져다준 강력하고 확실한 증거와 기요틴 파일의 행방 및 15톤 황금에 관한 정보로 장한석과 출세가도를 거래하며 변심. 기자회견을 통해 과잉수사를 인정하며 면죄부를 판매하던 중세 가톨릭 성직자처럼 바벨의 모든 범죄 혐의를 백지화해준다. 이 불의한 선택으로 인해 지푸라기즈와 금가 패밀리의 공조로 발굴해낸 진실은 오염되고 악덕기업에 ‘비즈니스 프렌들리’한 탈진실은 배양된다. “선보다 악의 회복력이 몇 배나 빠르다. 회복된 악은 더 견고해진다.” 악을 선하다 하며 선을 악하다 하는 것이야말로 용서받지 못할 죄.
“날아오는 칼은 피할 수 있지만 숨겨뒀던 칼을 피하진 못한다.” 정인국의 배신에도 이유는 있다. 충분히 강하지 못한 인간은 상대를 도저히 이길 수 없을 것 같을 때 배신한다. 길종문 원장과 수사관들의 죽음-정치판사에 의해 영장 한 장 나오지 않고, 길 원장이 칼로 수사관 둘을 죽이고 자기 가슴에 칼을 박은 자살 사건으로 종결-, 윗선의 노골적인 압력과 수사개입, 가장 유력한 증인인 바벨화학 노조위원장의 죽음과 시신탈취, 망치로 몇 번을 내리쳐도 실금조차 가지 않는 견고한 카르텔, 합법적으로는 처벌하기 힘든 악. 한때 기만적인 수사방법조차 거부했던 원칙주의자의 좌절.
“요새는 우연도 기소가 되나보지? 입증도 못하면서 입만 턴다고 검사가 아니야! 그렇게 감으로 일할 거 같으면 가서 무속인이 되든가!” 무력감에 침식된 엘리트들, 조직 내에서 뛰어봤자 벼룩이던 4~5두품들, 먹이사슬의 최상층으로 올라가고 싶은 욕망이 가득한 이무기들은 결국 기득권의 그물 속으로 스스로 기어들어간다. 포획을 자처하는 것이다. 빈센조의 ‘썩은 사과’ 비유처럼, 썩어버린 조직에선 결국 신선했던 부분도 썩게 된다. 정의는 완전무결할 때만 옳으므로.
“그 검사 놈의 새끼가 배신 때린 이후로 아주 잠이 안 와. 왜 이러지?”
“우리랑 상관없는 일인 것 같은데 이상하게 속상하고 기분이 나빠.”
“그게 왜 그런 줄 알아? 우리가 세상일에 오지랖이 생겨서 그런 거야. 예전에는 먹고사느라고 그냥 코딱지만큼도 관심 없었던 일들이 다 내 일처럼 느껴지는 거라고.”
“예전 같았으면 재벌이니 법이니, 우리랑 무슨 상관이야.”
“나도 가방끈이 짧은 놈인디 요즘 뭐가 잘못 돌아가는지 알겠더라고.”
정인국은 아마도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정의를 구현하기에 보다 유리한 환경이 되리라 합리화했을지 모른다. 권력 지향적 위선자에게 자기세뇌는 필수 코스. 그에게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을까? 은화 30전에 예수를 팔아넘긴 유다 이스가리옷처럼 동기가 무엇이든 전혀 중요하지 않다. “내가 용서할 수 없는 유일한 악은 위선. 위선자는 회개를 해도 그것조차 위선.”
‘변절’보다 나쁜 게 ‘훼절’이라는 말이 있다. 홀로 절개를 버리는 것까지는 이해 가능한 영역이나 뜻을 같이했던 사람들의 의지까지 깨뜨려버린다면 결코 용서 못 할 배신이라는 의미. 못 견디겠다면 도망치면 그만일 것을 양심을 버리는 것으로 모자라 연대의 길에 똥물을 뿌리며 훼손하는 것.
“사람이 정말 악해졌을 때 그 기준이 뭔 줄 알아? 무슨 짓을 하든 부끄러움을 모르게 될 때야. 넌 이제 그 기준을 넘었어.” 배신에 익숙한 만큼, 큰 배신일수록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신중하게 대처하는 빈센조가 택한 방법은 ‘할부로 치러야 하는 대가’다. 배신자를 일찍 죽이는 건 최고의 관용이기 때문.
이어 빈센조는 파우스트 박사와 거래한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처럼 매혹적인 미소로 정인국의 몰락을 예고한다. “하고 싶은 거 다 해. 모든 걸 누리게 됐을 때, 그때 널 죽일 거야.” 메멘토모리(Memento mori). 반드시 죽을 것을 기억하라. 스스로는 죽지 않을 것처럼 교만했던 악은 시간을 멈추고 싶을 만큼 황홀한 순간, 종국에 지옥으로 떨어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