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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펌] 빈센조를 기다리며, 깔딱고개 리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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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0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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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링크

https://gall.dcinside.com/mini/board/view/?id=vincenzo&no=2752&page=1




* 이 리뷰는 <빈센조> 1~4화를 복습/재탕하며 의식의 흐름에 따라 작성되었음.



# Vincenzo in Wonderland, 이상한 나라의 빈센조


독한 알코올 없이는 잠들 수 없던 밤을 보낸 지 수개월째, 양부이며 정서적으로 의지하고 사업적으로도 존경했던 파비오 보스의 장례식 당일. 검은 셔츠와 넥타이, 수트를 챙겨 입고 적대세력의 와인농장을 불태우며 까사노 패밀리 콘실리에리로서 마지막 임무를 수행.

자격을 갖추지 못해 빈센조에게 새로운 보스로 인정받지 못한 파블로 까사노의 열등감 폭발 숙청 시도. 의붓형제를 죽이진 않지만 그가 아끼는 슈퍼카를 폭파하며 응징. 이탈리아를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선언, 추적하면 진짜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성 경고.


이탈리아에서는 기부왕에 셀럽이지만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불유쾌한 검문검색부터 당하는 이방인. 이상한 나라 대한민국, 코리안 택시강도에게 지갑부터 영혼까지 만신창이로 탈탈 털려버린 모양 빠지는 빈센조. 오전에 착륙해 일몰 이후에야 금가프라자 입성.

도착 후에도 지뢰의 연속. 깔끔한 손바닥에 정체 모를 끈끈이가 달라붙고, 촌스럽고 허름한 집 안 천장에는 싸구려 야광별이 붙어 있고, “아~놔 여기...” 너무나 황당하고, “진짜 미친 것 같애~ 응?” 짜증나서 헛웃음이 절로 나오는. 고장 난 샤워기의 시련, 숙면을 방해하는 비둘기 인자기와의 불편한 만남.

“잘생긴 악당이 더 잔인하고 무섭다”는 선입견 그대로 본국에서는 극악무도한 악당이지만, 타국에 와서는 세탁소 사장에게 농락당하고 중딩이 엎어버린 떡볶이 접시나 뒤집어쓰는 약자가 된 빈센조. 냉정하고 잔혹한 마피아가 헐랭한 피해자로 전락하는 수난시대.


매력과 숙취 쩌는 막걸리를 함께 마시고, 부자(父子)관계처럼 한국식 주도(酒道)를 배우고, 조심스럽게 마음을 내비치고, 직접 끓인 콩나물국을 얻어먹고... 고작 일주일 만에 ‘의심 많은 꼰대->친어머니의 변호인->공동의 적을 상대하는 동지->나이차 많은 술친구->아버지 같은 지인’으로 관계성이 변화한 홍유찬.


그의 죽음 이후 바벨의 붕괴와 우상의 파괴를 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빈센조. 양아버지를 추모하며 광활한 포도농장을 불태웠듯, 한국에서의 유사 아버지 홍유찬을 추모하며 바벨제약 원료저장창고를 불태우는 복수의 집행자. “Lacrimosa dies illa, Qua resurget ex favilla, Judicandus homo reus(눈물겨운 그날이 오면, 티끌로부터 부활하여, 죄인은 심판을 받으리라).”



# ‘우상의 에이스 변호사’라고 쓰고 ‘웰메이드 또라이’라고 읽는 홍차영

양심선언한 바벨제약 피실험자 증인을 매수하며 첫 등장. 변호사 윤리강령 제4장 제1절 36조(“증인에게 허위의 진술을 교사하거나 유도하지 아니한다”) 위반. 재판의 베테랑이자 연기의 베테랑.


본인피셜 : 고집보다 센스를 중시하는 패션피플, 능력지상주의자(“사람은 착하고 겁나 열심히 일하는데 결과는 항상 2% 부족한 로봇청소기” 스타일을 싫어함),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건 돈으로 해결하는 게 가장 좋다고 여기는 실리주의자(“사람 안 다치고 만족도가 제일 높은 방법”). 돈이 정의고 권력이 정의인 대한민국(“이탈리아에선 마피아들만 마피아 짓하지만 한국에선 국회, 검찰, 경찰, 관공서, 기업, 전부 다 마피아에 카르텔”)에서 현실감각 없고 상황판단 못 하는 아버지와 불화하는 현실주의자(“아버지의 사명감은 거대한 오지랖! 아버지의 정의심은 가진 자에 대한 막연한 반감!”), 빈센조의 진짜 목적을 의심하면서 브랄로 양복을 매일 다른 걸로 바꿔 입는 사람임을 알아주는 “눈치 하나는 아시아 최강”.


부친피셜 : “재판 절차에서의 진실 의무를 끊임없이 왜곡”한다는 이유로 친권포기 내용증명까지 보내게 만든 빡침유발자, 일말의 사명감도 정의심도 없고 남의 눈물은 짜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기주의자, 바벨이 원하는 ‘사람 같지 않은 일’을 대행하면서 더러운 자본에 복무하는 기생충(“순 마피아 같은 것들!”), 그러나 남한테 괄시당하고 위협당하는 꼴은 결코 보고 싶지 않은 귀하디귀한 딸, 정신줄만 바로잡으면 어마어마한 변호사가 될 인재.


두 번째 변론기일이 열리기도 전에 사망해버린 홍유찬. 사람은 그토록 속절없이 죽어버린다. 딸의 죄업과 세상의 원죄를 대신하여 십자가에 못 박힌 의인(義人). 쌓여 있는 담배꽁초, 낡아빠진 슬리퍼, 도움 받은 약자들의 감사편지, 매일 정성껏 물 주던 화분들,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 소시민들의 줄 잇는 애도, 레퀴엠, 악의 회복탄력성, 살아남은 자들의 각성.


“승산 없는 전쟁터에선 포기도 기회”라는 빈센조에게 “제일 화가 나는 건 억울하게 아버지를 잃은 딸”이라며, 홍유찬의 못된 딸로서 변호사의 업무가 아닌 징글징글한 복수를 하겠다는 결심을 보이는 홍차영.


* 우상에서 홍차영 방엔 빈센트 반 고흐의 <오베르 쉬르 우아즈의 교회> 그림 액자가 놓여 있다. 교회를 중심에 둔 두 갈래 오솔길에서 여자는 마을로 가는 왼쪽 길로 걷는다(오른쪽 길은 묘지로 가는 길). 방향치 홍차영이 양심의 묘지나 다름없는 우상에서 멀어져 마을변호사였던 아버지의 길을 따라 걷게 됨을 암시.



# 평범한 얼굴을 한 악, 최명희


사회적으로 떠받들어지는 귀한 존재와 그와 상반된 천한 스타일을 대조시키고 다소 만화적인 웃음을 유발하는 작중 어떤 장면들은 이 상황이 한 편의 익살광대극(burlesque)이나 다를 바 없다고 역설한다. 세태를 비판하는 풍자극(5화 장수말벌법정/10화 까발리어TV)과 윤리적 동기가 결여된 소극(11화 마피아게임/13화 돼지피이벤트)이 뒤죽박죽 섞여 있다. 특히 드라마가 최명희 변호사를 그리는 방식은 그로테스크(grotesque)의 전형.


극 중 최악의 빌런 최명희 검사의 소탈하고 수더분한 등장. 빨래방에서 추는 줌바 마니아라는 설정, 지위에 어울리지 않게 과장되고 부자연스러운 사투리와 헤어펌.


청백리의 상징이었던 무고한 장관을 부정축재자로 몰아 자살하게 만든 것도 칼잡이 최명희. 장관, 차관, 투자금융 사장이 청담동 스시집에서 밥 한 끼 함께 먹었다는 억지 진술을 받아내 기자들과 시나리오를 공동집필하고 최고위층까지 표적수사하려는 정치검사. 검언유착은 기본기, 미담으로 시작해 괴담으로 끝내는 것이 특기, “홀딱 다 젖은 옷에서도 탈탈 먼지 털어내는” 재주를 대놓고 자랑하는 인간백정.


남동부지검으로 상징되는 특수부 출신 검찰 간부들의 전형적인 비리 행태. 그 와중에 자기 라인 챙기기. 성폭행 범죄의 명확한 증거가 있어도 동료 검사의 혐의는 덮어주기. 성골 출신 아닌 최명희는 검찰의 사냥개 역할을 버리고 대기업의 충견 변호사가 되는 길을 선택.


홍유찬의 죽음 직후 최명희의 경박한 춤사위는 유독 기괴해 보이며, 볼이 미어터질 만큼 우악스럽고 게걸스런 식탐은 무덤덤한 살인교사와 얽혀 섬뜩하기 그지없다. 세상이 이토록 부조리하다는 것을 상징하는 캐릭터이며 희극적인 태도로 조소하는 작가의 관점을 보여주는 장치.



# 악을 끝장내기 위한 유일무이한 방법


“사람 목숨 따윈 관심도 없는 괴물을 이기는 건 신화 속에서나 가능한 일”,

“막다른 골목을 만났을 땐 거길 벗어나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

“할 수 있는 일은 분노하고 애도하는 것뿐, 단 그것은 변호사의 일이 아니다”,

“굴복하지 않으면 큰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제약회사, 마약성 진통제 출시계획, 보이지 않는 정/관계 로비스트, 엄청난 리베이트, 재판의 조작, ‘코리안 카르텔’ 그 자체가 본질인 바벨제약 사건에서 손 떼라는 빈센조의 경고에도


“계속 버티다 보면 언젠간 이길 것”,

“주먹이 깨지는 한이 있어도 골목 벽을 깨부수겠다”,

“분노와 애도도 변호사의 일, 제대로 싸워보지도 않고 굴복할 순 없다”,

“바벨이 처벌받을 수만 있다면 죽어도 상관없다”,

“세상을 소유한 건 똑똑한 사람들이지만, 세상을 지키는 건 무모하고 꽉 막힌 사람들”,


90도로 기울어진 운동장인 줄 뻔히 알아도 이겨보겠다고 발악하면서 뛰는 게 운명이고 팔자인 시지프스, 삶이 고달픈 자들을 위해 짱돌 들고 앞장서 싸우는 다윗, 홍유찬.




그러나 빈센조 이외에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홍유찬의 진심.

“누군가 진짜 괴물이 나타나 법이고 지랄이고 나쁜 새끼들 다 쓸어버렸으면 좋겠다.”


딸에게 전하지 못한 홍유찬의 유언.

“세상이 바뀌었다. 나같이 마음만 앞서고 바른 것만 외치는 노땅은 썩어빠진 놈들을 절대 이길 수가 없다. 독하고, 강하고, 뻔뻔하게 악을 상대해야 한다.”



“이기고 싶다면 의심이 아니라 기회를 주시죠.” 의도를 알 수 없는 이방인을 믿기로 결정한 순간. 아마도 5년 전 오경자 재판에서 옆자리에 앉은 자신에게까지 분노가 느껴질 정도로 화가 나 어쩔 줄 몰라 하던 청년이 빈센조임을 알아보았을 홍유찬.


매일 밤 태어나 매일 낮 죽는 희망. 희망 때문에 맨날 망하던 지푸라기를 변수의 신이 한 번은 도와준 결과가 생애 마지막 일주일에 만난 악마 변호사 빈센조.


어린아이 상대하듯 장난스럽게, 천연덕스럽게, 그저 살짝 피곤한 일이라는 듯 속삭이며 최소한의 절제된 동작으로 압도적인 무력을 행사하는 빈센조. 상대해줄 가치 없는 자에겐 반말과 하대가 자연스러운 사람, 지시하고 명령하는 것이 익숙한 사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는 사람. 빈센조가 덜 익은 마카로니만큼 싫어하는 건 쓸데없이 시간을 끄는 것. 협박에는 더한 협박으로, 협잡에는 더한 협잡으로, 폭력에는 더한 폭력으로.


“내가 감방 가도 좋으니까 싹 다 불태워버리고 싶네. 하나도 남김없이 싹 다!” 젠가처럼 무너져 내리는 바벨제약 원료저장창고,


홍유찬을 위한 마피아식 씻김굿, 네순도르마(Nessun dorma), 아무도 잠들지 마라.




“Ma il mio mistero e chiuso in me, Il nome mio nessun sapra No no. (나의 비밀은 내 안에 숨어 있고, 아무도 내 이름을 모를 거요.)

Dilegua, o notte! Tramontate stelle! (물러가라 밤이여, 지거라 별들아.)

All'alba vincero! Vincero! Vincero! (동틀 녘에 승리하리라, 승리하리라, 승리하리라.)”



명화 액자들이 즐비한 우상의 사무실(“제아무리 명화라도 다 덧칠한 흔적이 있는데, 티 안 나게 덧칠하는 게 우상의 일”)과 대조적으로 다양한 식물들이 크고 작은 화분에 옹기종기 심어져 있는 지푸라기 사무실(“누군가에게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때 마지막으로 부여잡을 수 있는 한 줌의 지푸라기”). 8화에서 황민성의 옷깃에도 지푸라기가 묻어 있고 마굿간 빈센조의 옷깃에도 지푸라기가 묻어 있다(지푸라기의 존재감과 집요함). 누군가에게는 바늘이 되어 눈을 찌르고, 또 다른 이들에게는 동아줄이 되어 끌어올려줄 최강 지푸라기즈의 탄생.




# 1~4화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빈센조의 얼굴


홍차영을 통해 트럭운전사 이충일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듣는 빈센조. 성의 없이 성호를 긋고 흰색 머그컵에 담긴 차를 홀짝인다. “시원하냐”는 빈센조의 질문에 “더럽고 짜증나고 엿 같다”는 홍차영의 대답. 무심한 표정으로 홍차영의 속내를 짐작하려는 빈센조.

홍차영은 결심이 변하지 않았음을 확인해주면서도 유일한 원칙을 제안한다. “어떤 방법을 써도 좋지만 사람 목숨 해치는 건 하지 말자.” 아직 적의 악랄함이 뼛속까지 와 닿진 않은 상황. 옳지만 나이브한 원칙.

빈센조는 홍차영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다시 한 번 머그컵을 들어 올려 차를 마신다. 이때 빈센조의 한쪽 눈 밑에 확연히 드러나는 머그컵의 문양은 피에로의 눈물. ‘정말? 계속 그럴 수 있을까? 일단 네 말대로 하겠지만 글쎄...’라는 듯 미소와 냉소의 중간 지점에 있는 찰나의 웃음.


‘광대공포증(coulrophobia)’이란 단어를 절로 떠올리게 하는 송중기의 미스터리한 표정 연기가 압권. 유독 하얀 피부와 빨간 입술이 강조된 예쁜 얼굴로 잔혹한 짓(1화의 암살자 처형 장면이나 박석도를 줄자로 창문 밖에 매다는 장면처럼)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른다는 점에서 빈센조는 밀라노에서도 적대세력에게 광대공포증 같은 존재였을 것.


“You ever dance with the devil by the pale moonlight?(창백한 달밤에 악마와 춤춰본 적 있나?)” 서구권에서 기득권층을 풍자하는 가장 상징적인 캐릭터는 극과 현실을 넘나드는 어릿광대. 그 중 절대로 웃지 않는 피에로는 광기, 공포, 어떤 용도로도 쓸 수 있는 비장의 와일드카드 같은 극단적인 이미지가 있는데 변칙적인 술수로 적의 뒤통수를 가격하는 빈센조의 스타일과도 일맥상통한다.



# 금가프라자 TMI

-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 일등석에서 빈센조가 검토한 서류는 ‘금가프라자 입주업체 목록’. 이하 입주연도순.

법무법인지푸라기(2001) 제일세탁소(2006) 영호분식(2011) 더티댄싱(2016) 아저씨전당포(2016) 운명피아노학원(2019)

난약사(2019) *우마석(적하스님)/장국영(채신스님) 아르노(2020)



- 빈센조가 난약사 정탐 중 읽는 척한 <법구경> 글귀

“자기를 위해서나 남을 위해서나

자손과 재산과 토지를 바라지 말라.

부정한 방법으로 부자가 되기를 바라지 말라.

덕행과 지혜로써 떳떳한 사람이 되라.”



# <빈센조>, 피카레스크(picaresque, 악당이 주인공인 이야기)


빈센조는 이 드라마가 처음부터 공언했다시피 악당(picaro)이다. 구구절절한 사연이야 어찌 됐든, 이탈리아에서 마피아 가문의 고문 변호사로서 수없이 많은 범죄를 합법적인 비즈니스로 세탁했을 것이다. 화려하고 선량한 대외적 이미지와 정반대로 자기 손에 직접 피를 묻힌 일도 많고, 차도살인(借刀殺人)은 모닝커피 마시듯 해치웠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왕샤오린에게 권유한 까사노 가문의 비자금 은닉 수법 또한 밀실 작업의 관련자들을 모두 살해해 입막음하라는 지독한 방식이었다.


그런 악마의 변호사가 한국에 오자마자 기상천외한 인물들, 황당무계한 사건들과 얽힌다. 조용히 금을 찾아 최대한 빨리 한국을 떠날 예정이었는데, 잠자는 사자의 수염을 뽑는 것도 모자라 덤프트럭으로 들이받는다. 빡친 빈센조는 성질머리대로, 살아온 스타일대로 앙갚음하려는데 상대가 하필 ‘코리안 카르텔’ 그 자체다. 한국에서 본의 아니게 영웅이 되어가는 이탈리안 마피아라는 아이러니가 이 작품의 출발.


빈센조와 비슷한 동기를 가진 대표적인 다크히어로는 배트맨. 돈도 많고 능력 만렙인 브루스 웨인은 왜 범죄자들과 싸우는가. 고담 시 전체의 도를 넘은 악이 부모를 죽이고 어린 자신에게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남겼기 때문이다. 배트맨은 정의구현을 위해 악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악에 복수하는 것이다. 악을 응징할 힘도 있으니, 악에 보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빈센조가 법률, 윤리, 인권의 대척점에 서 있는 절대악으로서의 바벨&우상과 싸우는 이유는 보다 구체적이고 복합적이다.

1)1조 500억 원어치 금괴를 차지하려는 계획을 방해했고,

2)단시간에 마음을 열었던 홍유찬을 살해했으며,

3)감히 자신을 열흘간 혼수상태에 빠지게 만들었고,

4)함께 바벨에 보복하며 감정적 교류를 나눈 피해자 유족 포함 너무 많은 ‘링 밖의 사람들'을 죽이고 있는 데다

5)공조하면서 이성적으로 좋아하는 감정이 생겨버린 홍차영의 안전이 위협받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몹시 화가 나서’ 함무라비 시대 제사장처럼 받은 만큼 돌려주려고 전쟁을 시작했는데(“내가 사악하다고? 그건 너희들 때문이야”), 물러설 수 없는 이유는 점점 더 늘어나고 또 강화된다. 우연찮게 공익과도 맞닿아 있을 뿐 지극히 사적인 복수에 가깝다. 악에 보복할 이유가 있고, 악을 응징할 능력도 있다.



“피카레스크 속 안티히어로는 규범과 관습에 냉소적이고 도덕관념이 없다. 다양한 계층의 인물을 등장시키면서 여러 산업과 직업에 대해 생생하게 묘사하고, 사회의 위선과 부패를 반어적으로 풍자한다. 그러나 비도덕과 악행을 미화하지는 않는다.”


주인공 빈센조의 가치관처럼, 진절머리 나는 절차적 정당성은 속도감 있게 생략해버리고 실체적 불의의 급소를 박살내면서도 정의구현 따위 관심 없고 위선 떠는 건 질색이라는 이 드라마의 태도가 쾌감 부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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