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때 교양수업에서 들었던 브레히트의 서사극 이론까지 다시 보게 만드는 마약같은 드라마ㅎ
이게 영상 매체 쪽에선 거리두기 효과라고 불리더라
즉, 시청자와 드라마 사이의 관계를 강제로 끊어 놓고 드라마와 현실을 한번 더 생각 해보도록하는 효과랄까.
거리두기 영화들의 촬영 기법들 다시 보고 있으니
이 장면이 떠올랐어.
"그런 박제 같은 인생을 살길 원해요"
카메라를 응시하며 말을 하는 빈센조...
진심으로 박제 같은 인생을 살기 원한다는 말인지
고통스러워도 박제 같은 인생을 살기 원한다는 말인지
텍스트만 보면 알 수 없지만
공허하게 텅 빈 눈동자로 정면을 주시하는 시선
깊게 가라 앉은 채로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
그리고 화면을 가득 채울 정도로 위에서 아래로 압박하는 앵글
공허한 눈빛과 떨리는 목소리 쏟아지는 압박감
이런 상징성들은 후자를 상징하지
적어도 박제 같은 인생을 살고 싶다 이야기는 하지만 그게 좋아서 그러는 게 아니라는 것까지
말과 맘이 다른 묘한 부조리
빈센조의 시선에서 빈센조의 말로 박제같은 인생을 꿈꾼다지만
그게 박제가 좋아서가 아니라는 걸
참 쉽게 참 친절하게 그럼에도 효과적으로 빈센조 내면의 부조리를 표현하는
이런 촬영 기법으로 서술하는 김희원의 능력에 감탄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