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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드라마의 엔딩이 어떻든 간에 그 끝에 센조의 평안이 있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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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3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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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 드라마를 보면서 센조 주위에 항상 한 겹의 막이 있다고 느꼈어.

지푸라기즈와 함께 있을 때 미소도 짓고 역정도 내지만 그 이상의 감정을 보인 적이 없다고 생각해.
바벨 화학 직원들을 때릴 때나, 황민성을 상대할 때도 결국 작전에 의한 거였지 자의적인 감정표출은 아니었으니까.

박제같은 인생을 원한다던 센조가 스스로를 박제시키는 과정인 듯 슬픔을 덜어내고, 웃음을 덜어내면서 살아온 것 같아.
그래서 홍변 돌아가셨을 때 “감히, 나를.”하고 화내는 게 더 짜릿하게 느껴졌어.
그마저도 차게 식혀 복수의 원동력으로 써버린 센조였지만.

지금까지 항상 죽음을 그림자로 달고 다니는 사람처럼 살던 센조여서 파올로와 장준우가 보낸 킬러들을 상대할 때도 ‘너넨 절대 나를 못 건드려.’ 보다는 ‘날 죽이러 왔나. 한꺼번에 오니 편하네.’ 하는 건조한 반격이었지.

포도밭 태울 때만 해도 동양인을 비하하는 에밀리오 앞에서도 한국말로 되받아칠지언정, 되받아칠 때나 지포라이터를 던져 불을 지를 때의 표정은 냉담하기 그지없었어.

근데 홍변, 지푸라기즈 등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정확히는 지금까지 센조가 만나온 인물들 중 가장 보통에 가까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센조가 아닌 주형이가 가지고 있던 보통의 감정이 나오는 것 같아서 좋아.

바벨을 상대하는 지금 누군가는 그게 가장 위험하고 쓸데없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빈센조 까사노라는 인물의 인생에서 봤을 땐 이건 너무 중요한 거라고 생각하거든.

센조의 악몽을 보면 평범하게 살았을 주형이의 성정 때문인지 괴로워도 하고, 그로 인해 자신을 절대 행복해선 안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는 듯 해.

이리 저리 생각을 하고 합리화를 해봐도 누구도 제 죄를 사해 줄 수 없다고, 어쩌면 지금의 제 목숨을 내놔도 갚지 못할 거라고 여기고 있는 센조는 그래서 몰타행을 생각하는 걸지도 몰라. 지금이라도 평안함 속에서 손을 씻고 살다 자신이 열심히 희석하고 묻은 피를 닦아낸 목숨으로 갚기 위해서.

이 드라마 속 악들 중에서 제 죄를 인지하는 사람은 여럿 있을지 몰라도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은 센조 하나 뿐이야. 제 죄를 알고 박제된 인생을 꿈꾼다는 건 결국 제 목숨을 그 대가로 포기한다고 들리거든.

그런데 생은 절대적인 거고, 그 값은 누구도 매길 수가 없으니까.
제 생을 박제시킨 이상 부지런히 죄를 짓고 그 죄가 사해지진 못해도 다 내어주고 갚을 수 있기를 바라.

다시 생물이 되어 숨을 쉬는 것까진 바라지 않아도 걸려있는 곳이 차가운 폐건물보단 온기가 도는 누군가의 보금자리 한쪽 벽이 되기를 바라는 거지.

그 벽은 살아생전 홍차의 곁이 될 수도 있고, 혹여 삶이 다한 뒤 지푸라기즈와 금가 사람들의 기억이 될 수도 있어.

드라마의 결말이 해피든, 새드든 그 끝에 센조의 평안이 있기를.



이미 센조에게 과몰입해버려서 내 멋대로 면죄부를 줘버린 과몰입 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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