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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하이큐 나쁜 욕망 2. 취향取香(下) [오이카게/글/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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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7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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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링크 : http://theqoo.net/373215081
2편 링크 : http://theqoo.net/419235349
3편 링크 : http://theqoo.net/426171295










분명, 그 날의 일기예보는 맑음이었다.
그랬어야만 했다.


나쁜 욕망


取香









7.








“이번 연습시합은 좀 특이하게 진행할 거야. 포지션 별로 사다리타기를 해. 그래서 랜덤으로 팀을 짜는 거지. 균형 이런 거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운에 맡겨 본다. 그리고 시합 도중에 커버가 안 되는 부분이 보이면 그 애는 오이카와가 책임지고 같은 포지션 멘토를 연결해준다. 알아들었지?”

“네에~”







오이카와는 흥미롭다는 얼굴로 웃었다. 꽤 재미있는 제안이었다. 본래 배구 강호인 키타이치 특성 상 배구부원 수가 많아 주전 멤버를 제외한 부원들은 큰 시합에 나갈 기회가 매우 적었다. 여기에 전국체전에 가까워질수록 주전멤버 위주의 연습이 강화되어, 부원 간 격차가 커지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었다. 방학이 시작되고 전국을 대비한 강화 합숙이 시작되면 그 격차는 더 커질 것이었다. 이번 제안은 강화 합숙을 하기 전 모든 부원의 실력을 한 단계 성장시키자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







오이카와는 부원들 간의 격차를 좁히고 함께 강해지자는 감독의 취지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부원들의 표정이 흥분으로 들뜬 가운데, 멀찍이 카게야마의 자그마한 얼굴이 반짝거리는 것이 보였다. 입술을 꾸물거리며 주먹을 꼭 쥐고 작게 파이팅을 외친다. 그리고는 눈을 가늘게 뜨고 사다리타기 칠판을 보며 자신의 손가락을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오이카와는 이맛살을 살짝 찌푸렸다. 분홍으로 상기된 뺨은 마치 ‘운이 좋으면 오이카와 씨와 한 코트에서 시합을 할 수도 있다’ 내지 ‘사다리타기를 잘 하면 에이스인 이와이즈미 씨에게 세터로서 공을 올려줄 수도 있다.’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어차피 카게야마 토비오의 머릿속이야 안 봐도 훤하니까.







다행인지 불행인지 카게야마가 오이카와와 같은 코트에 서는 일도, 이와이즈미에게 공을 올려주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카게야마와 같은 코트에 서게 된 것은 2학년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얀 볼이 불만스럽게 불룩 올라왔다. 주전끼리 시합을 하는 것이었다면 상관없는 일이었지만, 그와 꽤 가깝게 지내던 킨다이치와 쿠니미가 3학년 주전들과 같은 코트에 서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바꿔달라고 할 수도 없고, 다시 하자고 조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찌 되었든 선배들과 배구 시합을 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니 시합에 집중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연습시합은 각 팀에서 점수 차가 5점이 벌어지면 코트를 교체하는 것으로 정했다. 카게야마는 벤치에 앉아 오이카와가 속한 팀의 경기를 가만히 관찰했다. 오이카와는 모든 것이 완벽했다. 코트를 내리꽂는 서브도, 각 멤버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내는 것도, 상대방을 동요시킬 만큼의 유동적인 전략도. 그래서 그를 열심히 따라다니면 완벽에 가까워질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다. 저 사람을 따라잡지 않으면, 저 사람을 넘어서지 않으면 결코 승리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카게야마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조합이 코트 위에 올라갔기 때문이었다.







언제나 자신이 공을 올려주었던 녀석들이 오이카와와 같은 코트에 서 있었다. 그들은 세터 카게야마 토비오가 아닌 세터 오이카와 토오루의 공을 치게 될 것이다. 그의 아이디어와 전략을 듣고, 부족한 부분을 보충할 수 있는 힌트를 얻을 것이다. 주전이 아닌 부원들이 오이카와와 같은 코트에 서며 그에게 무언가를 배워나가는 것은 결코 흔한 일이 아니었다. 카게야마는 땀에 젖은 두 손을 꼭 쥐었다.







-오이카와와 같은 팀에서 시합을 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시선을 옮기자, 바짝 긴장해서 시합에 집중하는 쿠니미가 보였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무엇이든 설렁 설렁 해버리는 쿠니미가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이카와는 시합 전 그에게 웃으며 무언가를 말했던 것 같았다. 그의 말에 쿠니미는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었다. 시합 초반부 블로킹을 실패하던 킨다이치가 오이카와의 귓속말을 듣고 난 뒤 공을 막아내는 횟수를 늘렸다. 자세가 안정적으로 바뀐 것이었다. 그 짧은 한 마디는 킨다이치에게 무척 중요한 것임이 분명했다. 대체 무슨 이야기를 들은 것일까. 맞은편에서 공을 내리치는 이와이즈미에게 오이카와는 웃으면서 약을 올렸다. 결국 1점을 빼앗겼지만 분해하기는커녕 환하게 웃으며 실점을 바로 되찾고 여유를 부린다. 다른 편이지만 두 사람은 결국 한 편이나 마찬가지였다.







그토록 오이카와를 쫓아다니면서도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귓속말과 조언, 그리고 다정함을 저 코트 속 사람들은 아주 당연하게 받고 있었다. 모두에게 당연한 것이 카게야마에게는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킨다이치도 쿠니미도 모두 자신과 같은 학년이고, 같은 배구부였는데 오이카와의 후배는 저 코트 위의 두 사람만으로 한정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니, 자신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오이카와의 영역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들로 보였다. 왜냐고 묻고 싶었지만 오이카와의 대답은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시합이 끝나고 체육관의 끝에서 시합을 지켜보던 몇 명의 여학생들이 오이카와에게 달려왔다. 매니저를 대신해 음료수를 건네주고 수다스럽게 오이카와의 멋있었던 부분을 칭찬한다. 카게야마는 멀찍이 앉아 공을 주우면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저들에게는 분명 사탕보다도 달콤한 향기가 날 것이다. 그리고 오이카와는 그녀들에게서 나는 향기를 야단치지 않을 것이다. 밝고 환한 그녀들을 대하는 오이카와 토오루는 다정했다.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었고 종종 머리카락에서 나는 향기를 맡기도 했다. 남학생들 사이에서 보이던 모습과는 또 다른 상냥함이었다. 저런 모습으로 웃는 얼굴을 카게야마 토비오는 정면에서 본 적이 없다. 언제나 멀찍이 다른 누군가를 향한 옆모습을 통해서만 보았을 뿐이다.







“오이카와 선배, 진짜 제대로 가르쳐주는 것 같아. 그냥 시합만 같이 뛰었을 뿐인데 바로 실력이 는 것 같은 기분이야. 좀 무섭긴 하지만...”







멀리서 체육관 정리를 마친 킨다이치가 쿠니미에게 하는 소리였다. 오이카와 토오루가 무섭다는 것은 단순히 그가 후배들에게 엄격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늘 어린아이 같은 얼굴로 웃었고, 3학년들 사이에서는 장난의 대상이었으며 누구에게나 별명을 지어 붙일 만큼 가벼운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이카와의 상대를 꿰뚫는 통찰력-물론 그것을 중학교 1학년인 킨다이치가 말로 표현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과 다루는 솜씨에 있어 ‘휘둘린다’는 느낌을 받아야만 했기 때문에, 후배들 사이에서는 오이카와가 어려운 선배일 수밖에 없었다.







“근데 카게야마 그때 괜찮았냐? 수학 땜에 남았는데 오이카와 선배가 직접 갔잖아. 많이 혼났어?”

“내가 알 것 같냐. 바로 왔다니까.”

“아니, 오이카와 선배 원래 후배들 잘 챙기는데... 카게야마가 형이라 불렀다고 아직까지 이러는 거면...”

“언제 적 이야긴데. 그런 거 아니야.”

“암만 생각해봐도 카게야마 미움 받고 있는 거라니까?”







순간 쿠니미는 카게야마의 시선을 알아차렸다. 눈이 마주쳤다. 쿠니미의 얼굴에 킨다이치 역시 말을 멈추었다. 카게야마 토비오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두 사람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공을 잡아 쥐고 다른 방향으로 달려가 멀리 떨어져 있는 다른 공을 잡으러 갔다. 킨다이치는 머쓱한 얼굴이 되어 뒷머리를 긁었고, 쿠니미는 멀리서 통통 튀고 있는 공을 잡고 있는 카게야마의 뒤통수를 바라보았다. 새카맣고 작은 머리통은 그 어떤 것도 묻지 않았다. 어째서인지 쿠니미는 카게야마에게 그런 것이 아니라고 말해야만 할 것 같다가도, 그 말조차 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다시금 낯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체육관을 나가버렸다.







30도를 웃도는 미친 기온, 태양열에 익어 벌겋게 빛이 바래버린 하늘과 허공을 날카롭게 찢어발기는 매미소리. 이 셋 중 어느 것 하나라도 느슨해질 수만 있다면. 세 개의 실을 서로 다른 방향으로 팽팽하게 잡아당겨 본다. 그리고 그중 하나를 놓아버린다. 직선을 그리며 바짝 긴장해 있던 세 개의 선이 불규칙한 파동을 일으키며 그 형체를 잊어버리고 만다. 잔잔한 호수 위에 그려진 선명한 풍경이 작은 돌멩이 하나에 붕괴되어 버리는 것처럼, 이 지독한 여름도 그렇게 일그러져버렸으면 좋겠다.









8.


“망할 애새끼, 빨랑 집에 가라.”







쉬쉬- 오이카와는 손을 저으며 카게야마를 쏘아보았다. 매일 늦게까지 연습하는 것은 항상 이 두 사람밖에 없었다. 오이카와는 이맛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웃했다. 언제나 공을 쥐고 서브를 알려달라고 말하던 카게야마가 아무 대답이 없었다. 그저 새파랗고 깊은 두 눈을 깜빡이며 그를 바라보다가 휙 몸을 돌려 제 나름의 서브를 팡, 하고 내리치는 것이었다. 오이카와만큼은 아니었지만 제법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체육관에 공이 튀었다. ‘닥치세요’라는 대답이 될 정도의 소리였다. 공이 튀어나가는 것을 보고 난 뒤 다시 카게야마는 고개를 돌려 오이카와를 노려보았다. 기가 막힌다. 그렇게 뭐라고 해도 순한 얼굴로 서브를 알려달라고 쫓아오던 놈이 주제에 신경질을 부리고 있었다.







“반응이 왜 그 따위야? 빨리 집에 가라니까. 체육관 잠가야 해.”







그러나 카게야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오이카와를 뚱하게 바라보다가 호주머니에서 무언가를 끄집어내더니 뚜껑을 착 열고 그것을 입술에 북북 문질렀다. 립밤이었다. 오이카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 발칙한 후배를 바라보았다. 카게야마는 눈을 똑바로 뜨고 그를 노려보았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것인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그러나 카게야마 토비오의 행동은 오이카와의 심기를 건드리기에 충분했다. 그는 카게야마의 팔을 붙들고 그의 손에 쥐어있던 립밤을 빼앗아들었다. 그 순간 카게야마의 몸에서 달작지근한 향기가 확 뿜어져 나왔다. 오이카와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그는 카게야마의 팔을 꽉 붙든 채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리고 차갑게 식은 목소리로 말했다.







“여자 냄새 싫다고 했지.”







일순간 오이카와의 손끝이 요동했다. 카게야마의 힘이 그의 팔을 뿌리친 것이다. 그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만 하고 돌아섰다. 그리고 차박차박 걸어가 체육관 입구 옆 신발장으로 갔다. 오이카와는 빠르게 달려가 그의 팔을 다시 붙잡았다. 카게야마의 작은 몸이 확 젖혀졌다.







“싫다고.”

“냄새가요?”







오이카와는 숨을 멈추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어마어마한 굵기의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카게야마를 붙잡고 있던 오이카와의 팔에 힘이 빠졌다. 두 사람은 조금 놀란 얼굴로 바깥 풍경을 바라보았다. 어느 순간 하늘은 새카맣게 젖어 손가락만큼 굵직한 물기를 마구잡이로 쏟아내고 있었다. 바짝 긴장해있던 카게야마의 몸에 힘이 빠졌다.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오이카와를 바라보았다. ‘냄새’냐고 되묻는 카게야마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마치 잔잔한 호수 위에 이는 파동처럼 떨고 있는 것 같았다. 빗줄기가 끝도 없이 여린 흙을 내리꽂으며 주변을 온통 비 냄새로 적셨다. 오이카와는 입술을 열었다. 그리고 짧게 대답했다.







“어.”







카게야마는 이맛살을 찌푸리고 입술을 깨물었다. 입술에 남은 피딱지를 찾는 듯했다.







“입술 아파서 발라야 돼요.”

“바르지 마.”

“싫은데요.”

“넌 내가 그렇게 싫다는데도-!”

“전 이 냄새 마음에 듭니다.”

“그거 니 냄새 아니잖아.”

“여자가 아니라서요?”







그 말을 하고 카게야마는 입을 다물어버렸다. 오이카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여자 이야기를 했을 때, 카게야마 토비오는 그 어떤 동요도 하지 않았었다. 아니, 그랬으리라 생각했다. 아프라고, 다치라고 했던 말들에 귀엽지 않은 반응을 보이며 제 갈 길을 가버리는 녀석이었으니까. 그런데 이 입술에서 ‘여자’라는 단어가 나와 버렸다. 낯설었다. 혼란스러웠다. 카게야마 토비오는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말인가? 오이카와는 머릿속이 어찔하게 저며오는 것을 느꼈다. 카게야마의 눈가가 파랗게, 아주 새파랗게 일렁이기 시작했다.







“오이카와 씨가 가르쳐준 냄새잖아요. 왜 안 됩니까?”








카게야마의 등 뒤로 익숙한 향이 퍼져 나왔다. 비 냄새였다. 어느 순간 카게야마 토비오의 입술에 묻은 립밤의 향기가 비 냄새에 희석되고, 그 특유의 체향이 강하게 뿜어져 나왔다. 그날, 봄과 여름 사이 지독하리만치 쏟아 내렸던 폭우 속에서 맡았던 그 향기였다. 이 냄새를 가르쳐 준 것은 카게야마 토비오였다. 그는 손을 내밀어 한 손으로 카게야마의 말캉하고 작은 얼굴을 쥐었다. 카게야마가 이맛살을 찌푸리며 그를 노려보았다. 얼굴이 아팠다. 오이카와는 그에게 얼굴을 바짝 가져갔다. 손끝에 묻어나는 부드럽고 여린 피부의 감촉이 그를 녹이기 시작한다. 숨이 섞일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오이카와는 나직하게 말했다.







“아니. 내가 가르친 건 키스야. 그렇게 그게 마음에 들었니?”







하아, 카게야마의 가슴이 들썩였다. 오이카와의 시선을 벗어나지 못한 두 눈동자가 어지럽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오이카와의 손가락을 녹이던 카게야마의 하얀 뺨이 차차 붉게 변해갔다. 그는 떨고 있었다. 오이카와는 타들어갈 것만 같은 입술을 그의 압에 바짝 갖다 대고 말했다.








“미안한데 난 진짜 별로였어. 잘 하는 애랑 섞어야 하는 맛이 나지, 애새끼랑 한다고 뭐가 좋았겠어.”







잔뜩 핏줄이 인 손에서 힘을 뺐다. 카게야마의 몸이 축 처졌다. 오이카와의 손에 쥐어졌던 두 뺨이 벌겋게 물들어갔다. 두 주먹을 꽉 쥐고 오이카와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두 눈빛은 미묘하게 변해 있었다. 마치 오이카와 앞에서 겁을 먹은 듯한 얼굴이었다. 몽둥이로 두들겨 팼을 때에도 내비치지 않던 강한 동요가 카게야마를 둘러싸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오이카와는 온 몸에 소름이 돋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묘한 희열이었다.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절대로 꺾이지 않을 것 같은 이 건방진 애새끼를 지금, 여기서 밟아버릴 것이다.







“토비오쨩 그런 거 처음이었지. 근데 난 아니거든. 그래서 전부 다 보인단 말이야. 

나랑 키스하고 싶다고 티내는 거.”







네가 뭔데. 네가 뭐라고. 네가 누구라고 감히 그런 기분이 들게 만들어. 웃기지 마. 더 이상 파고들지 마. 네가 주었던 감촉, 향기 이딴 게 다 뭐라고. 너 별 거 아니잖아. 너 그냥 빌어먹을 애새끼잖아.







“너 그거 화장품 가게에 혼자 가서 산 거지. 가서 여자애들 사이에서 나랑 키스했던 향기랑 비슷한 걸 찾는다고 애 많이 썼잖아. 


그게 역겹다는 거야. 


그런데 이렇게 말해도 못 알아듣겠지? 토비오쨩 바보니까. 자기가 하는 행동을 이해도 못하고 그냥 해버리고 말이지.”







나 좋아하는 티 내지마. 키스하고 싶어 하지 마. 쳐다보지 말고, 다가오지도 마. 네가 나를 흔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너를 흔드는 거야. 너 나한테 아무것도 아니야. 어, 꼴렸던 거 사실인데, 너 말고 다른 애들한테 꼴릴 때가 더 많아. 앞으로 더 그렇겠지. 내가 미치지 않았으면 앞으로 계속 너한테 끌리겠니. 잠깐 돌았던 거겠지. 그러니까 당장 꺼지자. 제발.  







그러나 오이카와의 화법은 카게야마 토비오에게는 너무나 어려워서, 너무나 불친절해서 그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했다. 오이카와는 카게야마가 상처받을 것이라 생각하는 말을 몇 번이고 내리꽂았지만, 그것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카게야마는 벅찬 듯했다. 분명 질문을 할지도 모른다. 왜 화장품을 사면 안 됩니까. 저 키스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 없는데요. 제가 좋아서 산 건데 왜 오이카와 씨가 역겨워합니까. 맡기 싫으면 안 맡으면 됩니다. 그렇게 대답할지도 모른다. 상관없었다. 오이카와는 예기치 못한 이 폭우와, 넓은 체육관과, 카게야마 토비오에게서 강하게 뿜어져 나오는 아릿한 체향, 그리고 피부에 와 닿는 숨결에 온 몸이 벌벌 떨릴 지경이었다. 그가 내려다본 카게야마 토비오는 분명 뚱한 얼굴로 그를 노려보고 있을 것이었다.








“...왜...”








그랬어야만 했다.












“왜 저만 미워하세요...”














카게야마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어깨를 떨고 있었다. 항상 작은 체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오늘만큼 몸이 작아 보인 적은 없었다. 그는 잔뜩 풀이 죽은 목소리로 겨우 새오나오는 듯한 숨을 섞으며 어렵게 한 자 한 자 말하고 있었다.












“저는...









오이카와 씨가...”












그리고 다시 입을 꾹 다물었다. 체육관 바닥으로 물이 투둑, 투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밖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어, 카게야마의 흐려진 목소리에 집중하지 않으면 제대로 들리지 않을 지경이었다.


















“...오이카와 씨가 제게 상냥했으면 좋겠어요.......”



















그 말을 겨우 끝낸 카게야마는 입을 꾹 다문 채 흐윽, 흐윽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꼈다.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작은 두 손을 떨면서 저도 모르게 뚝뚝 흘러내리는 눈물을 겨우 닦아내고 또 닦아냈지만 갑자기 터져 나온 설움에 눈물이 감당이 되지 않는 것 같았다. 처음 카게야마가 자신의 영역에 왔던 날에도 카게야마는 울음을 터뜨렸었다. 그 울음소리는 밀폐된 공간을 올리며 더욱 간지럽게 오이카와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오이카와는 상냥했다. 카게야마 토비오를 제외한 모든 사람에게. 그러나 그것이 오이카와 토오루의 불친절하고 잔혹한 화법이라는 것을 그가 알 리 없었다. 네가 특별하다고, 그래서 너를 어떻게든 해보고 싶다고, 그러나 그런 너를 스스로가 용납할 수 없었다고.







오이카와는 귀까지 벌개진 채 울고 있는 카게야마를 안아들었다. 갑작스럽게 몸이 붕 떠서 오이카와에게 안긴 카게야마는 눈을 깜빡이며 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오이카와를 마주보며 몸을 떠는 카게야마는 딸꾹질을 하듯 울음을 멈추려 애를 썼다. 커다란 두 눈과 속눈썹 사이로 물이 맺히고, 젖은 두 뺨은 투명한 분홍으로 반짝거렸다. 오이카와는 아랫배에 힘을 주어 한 쪽 팔로 그의 몸을 가누고 다른 한 쪽 팔로 그의 목을 감싸 입을 맞추었다. 급작스러운 키스에 놀란 카게야마가 몸을 휘청이며 그를 밀어내려 했다. 입술이 떨어졌다. 그러나 오이카와로부터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어딘가에 홀린 것처럼 카게야마는 히끅, 하고 숨을 몰아쉬었다. 작은 입술이 벌어진 사이로 오이카와는 다시 파고들었다. 그리고 그의 윗입술을 빨았다. 다시 떨어진다. 그는 눈을 감고 카게야마의 젖은 뺨에 자신의 뺨을 비볐다. 숨을 깊게 내쉬며 그 체향을 맡는다. 다시 아랫입술을 깊이 빨아들이며 혀를 얽었다. 카게야마의 몸에 살짝 힘이 들어갔다. 다시 떨어졌다. 오이카와의 두 뺨 역시 카게야마만큼 상기되어 있었다. 그는 카게야마를 안아든 채로 그의 목덜미에 코를 묻었다. 그리고 부드럽게 말했다.    







“냄새 지워낸 거야. 너한테서 여자 냄새 나는 거 싫으니까.”
“제가 싫으신 거ㅈ...”







하아, 카게야마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오이카와가 그의 목덜미를 가볍게 물다가 깊게 입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연습을 한 후 엉망으로 땀을 흘린 몸이었다. 그는 혀를 내밀어 카게야마의 목덜미부터 턱선, 그리고 뺨을 핥아 다시 입술까지 빨아들였다. 몸을 한번 들썩이며 그를 고쳐 안고 다시 입을 맞춘다. 카게야마는 오이카와의 몸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자신의 다리를 꼬았다. 자신보다 한참이나 키가 큰 오이카와에게 매달려 있어, 금방이라도 떨어질지 몰라 겁이 나기도 했다. 카게야마는 그의 목에 자신의 팔을 두르고 그의 입술을 받았다.







고개를 틀어 입술을 비빌 때마다 온 몸에 서 열이 났다. 처음 키스를 했던 것보다 훨씬 기분이 좋았다. 립밤에서 나는 달큰한 향기는 그 어디에서도 나지 않았지만,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큰하고 짙은 체향이 코를 쑤시며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혀를 섞을 때마다 온 몸에서 오싹한 전율이 일고, 코가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엇갈리는 입술이 당장이라도 빨리 맞부딪치고 싶다고 애원하는 것만 같았다. 입술이 포개어지는 것만으로도 엉망으로 뒤섞였던 감정들이 차분하게 가라앉으며 그 감정들로부터 전이된 흥분이 온 몸에 이는 기분이었다. 오이카와는 겨우 입술을 때고 카게야마를 바라보았다. 카게야마의 얼굴은 마치 키스를 더욱 조르는 것처럼 흠뻑 녹아 있었다. 귀여워. 귀여워서 죽어버릴 것 같아. 그는 카게야마의 뺨에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그의 몸을 꽉 안았다.    







“오이카와 씨가 잘해줬으면 좋겠어?”







카게야마는 오이카와에게 꼭 매달려 고개를 끄덕였다. 오이카와의 목덜미에서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카게야마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사랑스러웠다. 이렇게 가까이 붙어 있는데도, 몸은 이 아이와 더욱 깊이 섞이고 싶다고 말하고 있었다. 오이카와는 그의 귓가에 입을 맞추며 부드럽게 속삭였다.







“그럼 이렇게 말해.


‘좋아해.’”


“...좋아해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착하게 말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오이카와는 가슴이 뚝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이상하게 텅 비어있을 것만 같던 가슴속이 뜨거운 물로 가득 차오르는 아프고도 벅찬 감정에 휩싸였다. 그는 다시 한 번 말했다. ‘좋아해’라고. 그러자 카게야마는 그를 꼭 안은 채 작은 목소리로 ‘좋아해요’라고 말했다. 빗소리에 섞인 카게야마 토비오의 목소리는 아주 작았지만 그의 귓가를 또렷하게 간질이며 사랑스럽게 녹아들었다. 그는 말했다. ‘좋아해’라고. 그러자 카게야마가 다시 ‘좋아해요.’라고 대답했다. 팔에 힘을 주어 그를 다시 안았다. 카게야마 토비오의 높은 체온과 체향, 그리고 그 작고 부드러운 몸이 주는 애틋한 감촉에 오이카와는 온 몸이 잠겨드는 것만 같았다. 그는 눈을 꾹 감은 채 말했다.













“사랑해.”


“사랑해요... 좋아해요. 상냥하게 대해주세요...”








카게야마 토비오는 그를 안은 채 몇 번이고 속삭였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어깨가 어느 순간 카게야마의 눈물로 축축하게 젖어버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상관없었다. 오이카와는 그를 안은 채 비를 맞으며 부실로 걸어갔다. 카게야마 토비오가 적신 옷은 어느 순간 그들을 감싸는 빗물로 흠뻑 젖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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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10은 수위가 높아서 메모장에 옮긴 다음에 ISBN비번을 거는 걸로 공유하기로 했어~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0443217


요기로 들어가서 ISBN 번호 끝 네 자리를 치면 암호가 풀릴 거야~!!


http://bigfile.mail.naver.com/bigfileupload/download?fid=yXR5M6991AurFCYwHq00KAEjKogwFqgqKxbmaxK9KoMjKxtlKoK9FAbla3evMx+0pA0oMqioKxUXMog9M6twM43opz3opoCoM4pCFt==


이거 다운로드하면 됨. 


에버노트는 비밀번호 설정이 안 되고, 사이트 링크는 주소가 뜨니까 익명이 아니라 안 되고

내 나름대로 짱구를 굴린다고 굴렸는데 모바일로는 바로 파일을 볼 수가 없으니..ㅠㅠ

비밀번호를 걸 수 있는 익명 메모 프로그램을 알고 있으면 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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