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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하이큐 야치 히토카입니다만.(오이카게/글/오메가버스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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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1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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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메가버스AU입니다만 별거 없습니다.(하찮음주의)
















<야치 히토카입니다만.>








카라스노 1학년 야치 히토카입니다. 솔직히 저는 이 글을 백 번도 넘게 지웠다가 다시 썼다가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이걸 계속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무척 망설이고 있어요. 제가 가장 두려운 것은 이 이야기를 했을 때 비밀 누설죄로 경찰에 잡혀갈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경찰에 잡혀가 비밀 누설죄로 판명이 나면 저는 교도소에 수감되겠지요. 교도소에서 오랜 세월을 지나고 돌아왔을 때 저는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요? 전 자신이 없습니다. 취업도 제대로 하지 못하겠죠. 전과자니까요! 그 생각만 하면 아직도 손가락이 바들바들 떨리고 입술이 바싹바싹 말라가는 것이 정말 무섭습니다. 이건 진짜, 특급 비밀이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어 이 이야기를 당신에게 하는 이유는 제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가 없는 비밀이기 때문에 당신에게만 들려드리는 것입니다. 그러니 꼭 비밀을 지켜주시기 바라요. 부탁드립니다.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사실 잘 모르겠어요. 저도 정확히 모르는 부분부터 당신에게 말해줘야 할 것 같거든요. 카라스노에 들어오면서 보건 시간에 가장 먼저 배웠던 것은 바로 피임 방법이었습니다. 보통은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영상으로 보여준다고 들었는데 저희 학교는 조금 달랐어요. 눈앞에서 그... 코... 콘돔 있잖아요. 그걸 직접 씌우는 방법부터 피임약을 사용하는 방법까지 다 알려주었거든요. 우리반 애들 전부 돌아가면서 직접 콘돔을 뜯어서 씌우는 실습을 다 했습니다. 저는 그것이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얼굴이 벌개지고 어쩔 줄을 몰랐는데, 학교 선생님께서 너무나도 간절하게 ‘남학생들 너네 졸업 전에 하려거든 제발 콘돔은 끼고서 해라’라고 진지하게 말씀하셔서 나중에는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지요. 요 근래 우리 학교에서 예기치 못한 임신으로 고초를 겪은 학생이 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남녀공학의 학교이니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그보다 더 큰 비밀은 다른 곳에 있었어요. 저는 지금부터 그 비밀을 이야기하고자 해요.








혹시 당신은 알파, 베타, 오메가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있나요? 물론 수학에서도 쓰는 기호이긴 한데 그 이야기는 아닙니다. 아직 여러분들의 학교에서는 그 개념을 가르쳐주지 않았나보네요. 저도 카라스노에 올라와서 배운 것이니 생소한 개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알파, 베타, 오메가라는 것은요 사람의 혈액형이 다른 것처럼 사람을 어떤 기준으로 분류한 것을 말하는 거래요. 저도 표면적인 정도로 배웠을 뿐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베타이고요, 일부의 사람들이 알파와 오메가로 분류가 된다고 해요. 혈액형들 중에서 보면 Rh-형이 존재하잖아요? 그 정도의 비율이라고 보시면 된대요. 그런데 중요한 건 이 중에서 오메가에 해당하는 사람은 성별에 관계없이 임신이 가능하다고 해요. 그러니까 오메가이면서 남자인 경우는 아주 특이한 경우인 거죠. 그 사람은 남자이면서도 임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니 말이에요.








다행이도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차릴 수 있는 사람은 알파에 해당하는 사람 정도밖에 없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카라스노는 만에 하나 있을 오메가인 남학생을 보호하기 위해서 1학년 학기 초에 그렇게 콘돔에 대한 것과 이 인종에 대한 설명을 몇 번이고 한다나 봐요. 알파인 학생이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를 오메가인 학생을 발견하고, 그 학생이 오메가라는 것이 알려지게 되면 학교생활이 곤란할 것 아니에요? 만약 오메가인 학생이 한 반에 다섯 명 정도라도 있었다면 그렇지 않았겠지만 한 학년에 한두 명 있을 정도라면 어찌 되었든 폭력의 대상이 될지도 모를 일이고 말입니다.








제가 카라스노의 매니저를 맡으면서 처음으로 키요코 선배에게 몰래 들은 이야기가 하나 있어요. 이건 노트를 해도 안 된다고 해서 기억만 하고 있었죠. 그것은 바로 카라스노 배구부에 오메가가 있다는 사실이었어요. 여기서부터가 진짜 특급 비밀입니다. 절대로 알려주면 안 되는 건데 특별히 당신에게만 이야기하는 것이니까 무조건 비밀로 해 줘요. 부탁합니다. 키요코 선배의 말에 의하면 그... 카게야마 군 있잖아요. 카게야마 군이 우리 학교 1학년에서는 유일하게 오메가라고 했습니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3학년 선배들과 담임 선생님, 그리고 배구부 선생님과 코치밖에 안 계신대요. 입학 학생이 알파인지 오메가인지에 대한 정보들은 정말 극비이기 때문에 관청에서 학교로 정보가 비밀문서를 통해 들어가는 것이라고 했거든요. 그러니까 정말 친한 친구라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었던 거죠.








배구부 매니저의 가장 큰 역할 중 하나는 바로 카게야마 군을 지켜주는 것이라고 했어요. 사실 겉보기에는 제 머리통보다 하나는 더 큰 거대한 카게야마 군을 제가 지켜준다는 게 조금 당혹스럽기도 했지만요, 어떻게 보면 카게야마 군은 오메가잖아요. 그러니까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이라면 알파로부터 카게야마 군이 ‘임신’하지 않도록 지켜주는 게 당연한 거겠죠. 카라스노 배구부에는 알파인 학생이 아무도 없다고 들었습니다만, 사실 다른 학교 학생들과의 경기가 매번 이루어지는 가운데 그들 중 누구 하나라도 알파인 학생이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단번에 카게야마 군은 카라스노의 약점이 될 것이고, 어떤 일이 생길지는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키요코 씨의 말에 의하면 사사건건 카게야마 군을 감시할 필요는 없는데 가임기(可姙期)가 되었을 때 혹시 약을 챙겨먹지 못하거나 하면 보건실에서 약을 챙겨주면 된다고 했습니다. 오메가가 가장 알파에게 들키기 쉬운 기간이 바로 그 때이기 때문이라 하더라고요. 열이 나는 것처럼 진통이 오고 땀도 많이 흘리고 심하게는 쓰러질 수도 있으니까 그 전에 잘 보살펴줘야 한다고 했습니다. 물론 카게야마 군은 워낙 자기관리를 잘 하는 학생이니 그렇게까지 심해질 일은 없을 것이라 했지만요. 저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저는 카게야마 군을 믿었지만, 사람 일은 한 치 앞도 모르는 법입니다. 정말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항상 지갑에 저는 카게야마 군에게 줄 수 있는 약 하나와 콘돔 한 장을 챙기고 다녔습니다. 진짜 무슨 일이 생길지 사람 일은 모르는 법이거든요.








당신에게 상담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바로 어제 있었던 일 때문입니다. 어제는 세이죠에서 연습 시합이 있었던 날이었습니다. 평소 때와 다름없이 경기는 진행되었고요, 카게야마 군도 크게 문제는 없어보였습니다. 환절기라 감기기가 좀 있을 뿐이지 별 문제 없다면서 경기도 평상시처럼 잘 뛰었습니다. 문제는 경기를 마치고 난 뒤였습니다. 카게야마 군은 감기기가 점점 심해지는지 얼굴에 열이 나는 것 같았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많이 뛰어서 땀을 흘리는가 했더니 그런 것도 아닌 듯했습니다. 오한을 느끼는지 몸을 오돌오돌 떨며 쉽게 몸을 일으키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경기를 마치고 카라스노 전원이 저녁을 먹으러 가려는데 결국 카게야마 군은 함께 할 수 없겠다며 먼저 집에 가겠다고 했습니다. 식당이 예약이 되어 있던 터라 카라스노 배구부들은 한참을 망설이다 카게야마를 먼저 돌려보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키요코 선배만이 먼저 가지 않고 카게야마를 챙겼습니다.








“약은?”

“...먹었습니다.”

“그럼 진짜 감기 맞아?”
“모르겠습니다. 어제부터 좀 안 좋긴 했습니다.”

“방금 콜택시 불렀으니까 학교 앞으로 올 거야. 그거 타고 곧장 집으로 가.”

“네. 선배 먼저 가셔도 됩니다. 얏치 씨도요.”








키요코 선배는 저에게 함께 가자고 눈짓을 했습니다. 멀리서 세이죠의 주장이 정문으로 나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연예인과 같은 미소로 웃으며 손을 흔듭니다. 키요코 선배는 고개를 홱 돌리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렸습니다. 저는 어정쩡한 자세로 그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키요코 선배를 따라갈 때였습니다. 일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그 기분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꼭 집 밖으로 나서는 순간 가스 밸브를 잠갔는지 잠그지 않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불안감이 엄습해 올 때 드는 느낌이랄까요. 저는 고개를 돌렸습니다. 어느 순간 몸에서 힘이 빠진 카게야마 군이 바닥에 주저앉아버렸습니다. 그것을 본 세이죠의 주장이 그를 부축해주고 있었습니다. 이상한 장면은 어느 것 하나 없었습니다. 곧 콜택시가 와서 카게야마 군을 집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줄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겁이 났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는데, 사람 일은 진짜 알 수가 없거든요. 자나 깨나 불조심, 꺼진 불도 다시 봐야 하거든요. 저는 고개를 돌렸습니다. 그리고 쭈뼛쭈뼛하게 그 쪽으로 걸어갔습니다.








“귀여운 매니저 양, 토비오 말로는 곧 택시가 온다던데?”

“아, 아뇨. 택시 타는 것까지 보고 싶어서요. 걱정도 되고...”

“내가 태워주면 되는데. 아! 혹시 이 오이카와 씨와 조금이라도 함께 있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그리고는 또다시 연예인 같은 미소를 지으며 화사하게 웃는 것이었습니다. 아닌데요. 진짜 아닌데요. 저는 격렬하게 고개를 저었습니다. 정말 잘 생긴 얼굴로 생글생글 웃고 있는데 초식동물이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것과 같은 본능적인 경계심이 정전기가 파직파직 생겨나듯 온 몸에서 생겨났습니다. 펄쩍 뛰어서 도망가야만 할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었습니다. 카게야마 군은 꼼짝도 하지 못한 채 저보고 가라고 말하지, 오이카와 씨도 저에게 자기랑 같이 있고 싶은 거 아니면 가라고 말하지, 아 정말이지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오이카와 씨의 손을 보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그 손을 본 순간 저는 이건 진짜 위험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손은 카게야마 군을 낚아채가려는 마왕과도 같이 그의 옷 속까지 손을 집어넣어 허리를 꽉 잡아 쥐고 있었습니다. 보통은 부축한답시고 절대 그렇게 잡지 않잖아요. 진짜 이상한 손짓이었어요. 부축을 위한 손길이 아니라 마치... 맞아요, 옷을 벗기려고 하는 것 같았다니까요?!








확신은 없었지만 이루 말할 수 없는 위험스러운 직감이 온 몸을 싸고돌았습니다. ‘이 사람은 알파다!’라고요. 분명 카게야마 군이 오메가라는 사실을 알고 이러는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단 말입니다. 저는 카라스노의 매니저였습니다. 카게야마 군의 비밀을 전교에서 알고 있는 얼마 되지 않은 학생이었습니다. 제가 이 비밀을 안 순간부터 저는 카게야마 군을 지켜야 한다는 막중한 임무를 함께 껴안은 것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카게야마 군은 분명 약을 아까 먹었다고 했습니다. 키요코 선배는 카게야마 군에게 약만 잘 챙겨주면 큰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비상사태임이 분명했습니다. 카게야마 군은 약을 먹었지만 상태가 점점 나빠졌고, 거기에 알파(로 추정되는)인 수상한 사람이 카게야마 군을 꽉 쥐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도통 알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택시는 오지 않았습니다. 이대로라면 카게야마 군은 정말 위험해질지도 모릅니다.








“매니저 양, 걱정하지 않아도 돼. 세이죠에도 보건실이 있거든. 택시가 안 오면 거기 눕혀놔도 되고. 

무엇보다 이 오이카와 씨가 함께인데 무슨 걱정이야☆”








그 별표! 그 별표가 가장 걱정입니다! 별표를 붙인 이유가 무엇입니까? 당장 눈앞에 먹잇감이 놓여 있다고 쾌재를 부르고 있다는 뜻의 별모양 아닙니까? 보건실은 왜 데리고 들어간다는 것이죠? 보건실에는 침대가 있잖아요. 거기에 눕힌다는 건 대체 뭘 의미하는 거죠? 이대로라면 정말 위험했습니다. 저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아아, 정말이지 눈앞이 빙글빙글 돌았고 현기증이 날 것만 같았습니다. 저는 손을 바들바들 떨면서 호주머니를 뒤적였습니다. 그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이유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질식할 것만 같은 위압감으로부터 카게야마 군을 지켜내지 못하는 저의 무능함과 두려움에 눈물이 났던 것 같습니다. 저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코를 훔쳤습니다. 그 순간 오이카와 씨는 당황해서 저를 불렀스빈다. 저는... 저는.. 큽... 호주머니에서.. 그.. 그, 진짜 위험한 상황에서만, 크... 커내려고 했던... 그... 그 학교 보건시간에 받았던 콘... 큽... 크흡, 켈록, 콘돔을 꺼냈스빈다. 그리고 눈을 꾹 감았습니다. 눈물이 닭똥처럼 뚝뚝 흘러내려서 운동장을 적셨습니다. 







저는 눈물로 젖은 손에 콘돔을 꼭 쥐고 그의 손에 그것을 쥐어주었습니다.








“흐...흑.... 카게야마 군이랑 하시려거든... 콘돔은 꼭 끼고 해주세요.... 흡.....ㅋ, 카게야마 군... 임신시키지 말아주세요.. 으헝.... 그럼 카게야마 군은... 학교도 못 나오고... 흑... 배구도 못해서... 으헝.... 그래서 저는 매니저라서 카게야마군 지켜줘야 하는데... 하시려거든 콘돔 꼭 껴주세요... 으흑...흑........”








한동안 정적이 흘렀습니다. 일순간 ‘알파’라는 미지의 존재에 대한 공포감에 정신을 놓아버린 것이 분명했습니다. 오이카와 씨가 무슨 대답이라도 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무 대답이 없으니 저절로 눈물이 멎었습니다. 저는 콧물을 다급하게 닦으며 흐려진 시야를 힘겹게 보려 애를 썼습니다. 눈앞에는 당황하여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 알 수 없는 얼굴의 오이카와 토오루 씨가 멍하게 서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손에 쥐어진 눈물 젖은 콘돔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어, 어... 꼭 끼고 할게...”























돌아가는 길에 저는 머릿속에서 커다란 물음표 하나가 떴습니다.





















오이카와 씨가 알파라고 직접 이야기한 적이 있던가요?






















그럼 오이카와 씨에게 카게야마 군이 오메가라고 제가 알려준 것이 되어버리는 건가요? 아니, 알파라고 쳐도 진짜 콘돔을 끼고 했는지 확인할 수가 없잖아요. 제가 울면서 빌었으니까 콘돔은 끼고 했겠죠? 그 전에 오이카와 씨는 카게야마 군이랑 할 마음이 없었던 건지도 모르잖아요.





















저, 카게야마 군을 지켜준 건 맞는 건가요.



















내일 학교는 어떻게 가야 하는 거죠.


























-야치 히토카입니다만,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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