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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하이큐 미친 연애 (중편/오이카게/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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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0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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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편 링크 : http://theqoo.net/321207531
* 의사 오이카와 x 형사 카게야마
* 범죄/미스터리
* 살인현장에 대한 약한 묘사 주의

범죄물은 맞지만 수사물은 아닙니다. (어설픔 주의)
























[카게야마, 지금 병원이지. 혹시 그 의사랑 같이 있으면 대답하지 말고 듣기만 해.







부검 결과에서 나온 약물 말인데, SJ제약회사에서 출시된 항 우울제인 걸로 밝혀졌어. 신약이라서 아직까지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품질검사를 몇 번이나 거친 제품이라 사인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이야기하긴 어려워. 하지만 두 사람에게 공통점이 나온 건 이게 처음이야. 키노시타 씨의 부검 결과가 나오면 더욱 명확해지겠지만 스가 씨의 말로는 사인이 같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해. 게다가 피해자들의 거주지와 그 병원의 거리는 자가용으로 20~30분정도밖에 안 되거든. 피해자들이 그 의사와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어.







무슨 말인지 알지?]








“...예, 선배. 앞으로 한 시간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서두를 필요 없어. 용의선상에 오르기 전까지는 사실관계 조사만 하고 와.]








카게야마는 전화를 끊었다. 타나카가 말하는 ‘사실관계’란 피해자 키노시타 씨가 그 항 우울제를 처방받았는가, 그리고 다른 피해자들이 오이카와 토오루를 만났는가에 대한 사실여부일 것이다. 카게야마는 빠르게 진료실을 훑어보았다. 눈앞에는 흰 가운을 벗고 진료실을 정리하는 오이카와가 보인다. 그의 기억 속에 남아 있던 오이카와는 조금 더 날이 서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의 그는 옅은 미소를 띤 채 콧노래까지 부르면서 가방을 정리하고 있다. 그가 콧노래를 부르는 걸 옆에서 들은 적이 있던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애초에 그들은 그리 다정한 사이가 아니었다. 같은 중학교를 나왔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함께 배구부를 했던 것은 단 1년뿐이었으며, 포지션이 겹치는 바람에 같은 코트에서 경기를 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학년이었던 카게야마에게 3학년 선배이자 주장이었던 오이카와의 존재는 무척이나 컸다. 사실 그에게 있어 오이카와가 다정하고 다정하지 않고는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뒤를 바라보며 쫓아갈 수 있는, 그래서 언젠가 뛰어넘고 말겠다는 목표로서의 오이카와로 충분했기 때문이다.








바로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미친 연애








“토비오가 다른 사람에게 ‘선배’라고 부르는 거 완전 어색해.”
“오이카와 씨도 선배인데요.”
“나한테는 선배라고 안 불러줬다구! 

난 후배라고 해줬는데. 앞에 ‘젠장맞게 귀여운’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여서 말이지.”
“하지만 오이카와 씨에게는...”








카게야마는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그에게는 선배라고 불러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정확히는 학교를 다닐 때까지만 해도 그 단어가 그리 입에 붙지 않아서 누군가를 선배라고 잘 부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랬던 카게야마가 오이카와를 ‘오이카와 씨’가 아닌 다른 호칭으로 불렀던 적이 있었다. ‘그 단어’를 입에 내려니 괜히 낯이 뜨거워져 말끝을 흐린 것이었다. 카게야마는 잠시 손으로 자신의 입을 가렸다. 입술에 단단하게 굳은살이 박힌 손바닥이 닿았다. 어깨를 살짝 떨며 고개를 숙였다. 입술이 무언가에 닿을 때마다 반사적으로 일어나는 반응이었다. 그와 동시에 떠오르는 그날의 기억이 그를 어지럽힌다. 힘껏 날아오는 공을 얼굴로 받았던 그날, 아팠지만 아픔보다 선명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그날의 기억-.  








‘안면 리시브?! 엣, 토비오쨩!’
‘.......’
‘피! 피 난다고!’
‘?’
‘입술 찢어졌어!’








공의 주인이었던 오이카와가 달려왔다. 서브를 가르쳐 달라고 죽어라 쫓아다녔지만 들어보지도 않고 싫다면서 밀어내길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서브를 관찰하려다 공에 맞아버린 것이다. 얼이 빠져서 멍청하게 주저앉아 있으니 오이카와가 호들갑을 떨면서 그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는 동아리실로 데려가는 것이었다. 얼떨결에 3학년들이 사용하는 동아리실에 들어간 카게야마는 멍한 얼굴로 의자에 앉았다. 오이카와는 부산스럽게 사물함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그에게 내밀었다. 연고였다. 하지만 카게야마는 자신이 어디를 다쳤는지 알 수가 없었다. 입술이 많이 터서 혀로 매만져 봐도 전부 다 살갗이 벗겨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오이카와는 터진 입술을 혀로 날름거리기만 하는 카게야마를 한심한 듯 쳐다보다가 그에게서 다시 연고를 빼앗아들었다. 그리고 카게야마의 턱을 붙잡았다. 그는 카게야마의 손끝에 묻은 연고를 다시 자신의 손끝으로 옮겨 터진 부위를 톡톡 눌러주었다.








‘쯧! 입술이 이렇게 터서는.’
‘아야.’
‘바보야, 혀로 핥으면 더 심해지거든요. 뭐라도 바르고 다녀.’
‘뭘 바릅니까?’
‘립케어 제품 많잖아. 하나 사서...’
‘오이카와 씨도 바릅니까?’
‘당연하지. 피부가 다치지 않게 관리하는 건 기본이잖아.’
‘손에도 뭘 바르시는 겁니까?’
‘뭐?’
‘손에서 좋은 냄새가 납니다.’
‘...핸드크림, 미끄럽지 않은 걸로 발라. 손톱도 자주 다듬고, 습진이 생기지 않게 잘 닦아주고.’
‘그럼 배구를 더 잘할 수 있게 되는 건가요?’








‘절대 안 가르쳐 주지!’








그때 오이카와의 손끝에서는 은은하면서도 달콤한 향기가 났었다. 카게야마는 그의 부드럽고 향기로운 손이 좀 더 오래도록 자신의 입술을 만져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오므렸다. 그의 손가락에 입을 맞춘 것이다. 오이카와는 살짝 동요한 듯 그의 입술에서 손을 떼었다. 자신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조차 모르는 열두 살 어린 아이였다. 그는 호주머니에서 작은 통 하나를 꺼내었다. 그리고 뚜껑을 열어 손가락으로 그 안의 내용물을 살짝 찍었다. 손끝에서 투명하고 달콤한 향기가 나는 무언가가 묻어나왔다. 오이카와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는 카게야마의 입술에 다시 한 번 그것을 펴 발라 주었다.








‘먹는 거 아니야.’








사탕 맛이 날 것 같은 향기였다. 오이카와의 말이 아니었다면 다시 혀를 날름거려 먹었을지도 모른다. 카게야마는 오이카와의 손끝이 스칠 때마다 입천장마저 간질간질해지는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오이카와는 그에게 립밤을 모두 발라주고 난 뒤 손끝에 남아 있는 것을 다시 자신의 입술에 발랐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 순간 얼굴에 열이 올랐다. 오이카와가 자신의 입술에 닿았던 손가락으로 다시 그 자신의 입술을 매만지는 형상이 가슴 안쪽을 간질이는 것이었다.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어딘가에 홀린 듯 눈 하나 깜짝하지 못한 채 그에게 사로잡혀 버렸다. 눈이 마주쳤다. 오이카와는 그를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시선이 맞닿은 순간부터 그 어디로도 눈을 피할 수가 없었다. 오이카와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그리고 향기롭고 부드러운 입술이 겹쳐졌다.








먹는 게 아니라고 했으면서.







오이카와는 사탕을 빨아먹듯이 그의 입술을 빨았다. 다시금 피가 배어나왔다. 약의 쓴 맛이 희미해질 때까지 계속해서 그는 카게야마의 입술을 빨아먹었다. 쪽, 쪽, 소리가 날 만큼. 숨이 가빴다. 카게야마는 허벅지 안쪽이 저려오는 것을 느끼며 주먹을 꼭 쥔 채 그의 혀를 받았다. 꼴깍 꼴깍 침을 삼키는 것만으로도 버거웠다. 그 와중에 그가 느꼈던 것은 오이카와의 입술에서 맛보았던 피의 맛과 달콤한 감촉, 그리고 뜨거움이었다.








‘다 지워져버려서는...’








오이카와는 다시 립밤을 찍어 그의 입술에 발라주었다. 그리고 난 뒤 다시 고개를 틀어 그의 입술을 빨았다. 카게야마가 어깨를 움츠리며 발발 떨었다. 오이카와는 아주 오랜 시간 그 커다란 손으로 자신의 두 뺨을 잡고 입술을 비벼댔다. 나중엔 제대로 침을 삼키지도 못하는 그 작은 턱까지 핥으며 계속해서 키스를 이어갔다. 정신이 어찔했다. 온 몸에서 열이 오르고, 그가 주는 향기로움과 부드러움 그리고 그것을 뛰어넘는 야릇한 기분에 정말이지 미칠 것만 같았다. 숨을 깔딱거리며 카게야마가 겨우 말을 내뱉었다.








‘으읏, 혀...형... 으응... 읏, 힘들..어...’








‘형’이라고. 그제야 오이카와는 그에게서 입술을 떼었다. 피가 배어나와 붉게 젖은 입술이, 오이카와의 입술에도 그대로 번져버렸다. 붉었다. 그는 혀를 내밀어 자신의 입술을 핥았다. 그리고 카게야마의 몸을 꽉 안았다. 오이카와의 가슴은 아주 빠르게 뛰고 있었다. 온 몸에서 느껴지는 떨림에 카게야마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 뒤에도 두세 번 정도 다시 립밤을 바르고 입을 맞추는 행위를 이어갔었다. 하지만 ‘형’이라 부른 그 이후부터 오이카와의 입맞춤은 무척이나 다정했고 부드러웠으며 간지러웠다.    








오이카와와의 관계는 다른 어떤 이들처럼 따뜻하거나 감동적인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러나 그가 경험했던 첫 키스라는 것은 그토록 강렬하고도 강력한 것이었다. 그 고통 속에서도 카게야마 토비오를 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로잡을 만큼, 도저히 그를 놓을 수 없는 이유 중 하나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오이카와는 이미 그 사실조차도 잊었을지 모른다. 어쩌면 그 때의 기억조차도 사실 그가 생각했던 것만큼 달콤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과거는 몇 가지의 기억과 감정이 덧입혀져 사실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 변형된 기억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다. 경찰 일을 하며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수도 없이 경험한 사실이 아니었던가. 내가 생각한 과거와 실제 과거는 말도 안 될 만큼의 괴리가 있다고. 목격자의 증언이 그러했고, 피해자와 가해자의 사실관계를 조사하면서 드러나는 진술의 차이가 그러했다. 그래서 카게야마는 자신이 기억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가진 오이카와 토오루가 낯설고 생소했다. 어쩌면 노을이 지던 날의 기억 역시 지금 생각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던 일일지도 모른다. 그 생각 하나만으로도 카게야마는 숨이 막히는 것만 같았다. 그가 이맛살을 찌푸린 채 오이카와를 노려보고 있자, 오이카와는 그의 어깨를 가볍게 치며 그를 앞질러 걸었다.








“토비오, 운전할 줄 알지. 오이카와 씨 태워다 줘.”
“차 없으십니까?”
“수리 맡겼거든. 사고가 좀 생겨서.”
“사고?”
“응, 빗길에 미끄러져서 살짝 박았지. 이대로 못 볼 뻔 했어.”
“애초에 볼 생각도 없었잖습니까.”
“응? 아닌데. 난 항상 보고 싶었는데.”








카게야마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가슴 한쪽이 욱신거렸다. 참으로 쉽게도 말한다. 아니, 비꼴 이유는 없다. 오이카와에게 있어 그날의 기억은 카게야마가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것인지도 모른다. 십 년이나 지났던 아주 오래 전의 일을 기억하는 것은 머리가 아니라 감정인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에게는 숨도 쉬지 못할 만큼으로 기억되던 순간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보고 싶었어’라는 말로 덧칠할 수도 있는 것이구나. 그래서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무어라고 말을 한들 상대방에게는 전혀 다른 세계일 것일 테니 말이다. 같은 시간을 공유하였으나 그 날의 감정은 다르게 새겨지고, 기억되는 것일 뿐이었다.
오이카와가 안내한 건물 앞에 다다랐을 때, 카게야마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입을 열었다.








“차 사고, 다친 데는 없으십니까.”








오이카와는 조용히 카게야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주 한순간이었지만 숨소리마저도 제대로 내지 못할 만큼의 침묵이 흘렀다. 오이카와는 운전석에 앉은 카게야마에게 몸을 기울였다. 거울에 비친 오이카와의 옆모습에 놀라 카게야마가 고개를 돌렸다. 동공이 흔들렸다. 그는 카게야마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나중에 확인해 줄래?”








그대로 온기를 담은 숨결이 느껴질 정도의 거리였다. 카게야마는 일순간 어깨를 움츠리며 그의 몸을 밀어냈다.








“됐습니다. 자료 받고 바로 가야 합니다.”








딱 잘라 거절하는 카게야마를 보며 오이카와는 웃어버렸다. 그리고 그의 머리카락을 마구 헝클었다. 카게야마는 그의 손을 탁 치며 자신의 머리카락을 다시 정리했다. 그의 집은 9층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타는 내내 오이카와는 웃음기를 지우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의 집 앞에서 그는 카게야마의 옷자락을 붙잡으며 도어락을 보여주었다.  








“토비오, 잘 봐둬. 오이카와 씨 집 비밀번호니까.”
“아뇨. 범인이 여기 있지 않는 한, 다시 올 일 없을 겁니다.”








짧은 기계음과 함께 문이 열렸다. 오이카와는 문을 열어주며 표정을 지운 채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다음번엔 사람이라도 죽여야겠네.”








“재미없습니다.”
“진심인데. 들어와.”








카게야마는 눈에 힘을 주어 그를 노려보았다. 성격이 나쁜 것은 여전하다. 아니, 어쩌면 그때보다 더 지독해졌을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이번 자료만 넘겨받으면 다시 볼 일도 없는 사람이었다. 그가 용의자가 아닌 이상. 카게야마는 빠르게 그의 집을 훑어보았다. 복층 원룸의 형태였는데, 생각보다 넓지는 않았다. 예전 오이카와의 방에서 두 배 정도의 넓이였다. 언뜻 보아도 10년 전을 연상시키는 가구 배치였다. 바로 앞에는 좌식 책상과 의자가 있었고, 책상 위에는 일체형 컴퓨터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방 주변은 정리되지 않은 박스가 쌓여 있었는데, 그 안은 전부 의학 서적으로 채워진 듯했다. 이곳으로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이다. 카게야마는 책상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저 컴퓨터입니까?”
“응, 전원 켜도 돼.”








오이카와는 외투를 벗고 바로 포트에 물을 끓였다. 흥얼거리는 콧노래가 들려왔다. 그러나 카게야마는 바닥에 앉아 무릎을 끌어안은 채 전원이 켜지기만을 기다렸다. 일부러라도 오이카와의 모습을 보지 않으려는 듯이. 멀리서 은은한 커피 향이 퍼졌음에도 카게야마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저 인상을 구긴 채 입을 삐죽 내밀고 컴퓨터 화면을 볼 뿐이었다. 그러나 전원이 켜지고 나서도 카게야마는 컴퓨터 안을 볼 수가 없었다. 그제야 그는 고개를 돌렸다.








“저기, 패스워드가... 걸려 있습니다.”
“어, 잠시만- 토비오, 커피 마셔?”
“괜찮습니다.”
“그럼 우유네, 토비오‘쨩’.”








어느 순간 옆에 앉아 따뜻하게 김이 올라오는 머그컵을 건넨다. 카게야마는 얼떨결에 그것을 받아들었다. 달콤한 향기가 난다고 했더니 정말 데운 우유였다. 우유를 대접받는 것은 참으로 오랜만의 일이라 카게야마는 잠시 할 말을 잊었다. 하지만 정말 싫어하는 것은 또 아니라서-사실 너무나 좋아하는 쪽이어서-싫은 내색을 할 수도 없었다. 오이카와는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어서 마시기를 바라는 얼굴로 그를 빤히 보기만 했다. 설마 약을 타거나 하지는 않았겠지. 잠시 눈싸움을 할 기세로 오이카와를 노려보던 카게야마는 입술을 삐죽 내밀다 그것을 살짝 입에 가져갔다. 그제야 오이카와는 커피를 마시며  








“그래서, 필요한 게 뭐라고?”








라고 말을 이어주었다.








“키노시타 씨의 진료 기록입니다. 처방받은 약, 면담 내용 같은 것들이요. 패스워드 좀 쳐주세요.”








그러나 오이카와는 키보드에 손을 가져가지 않았다. 단지 커피를 마시면서 그를 가만히 보기만 할 뿐이었다. 아까까지 짓고 있던 장난스러운 미소는 온데간데없었다. 표정을 모두 지워버린 듯했다. 순식간에 얼어버린 공기에 카게야마는 입술을 꾹 다물고 더욱 눈에 힘을 주었다. 오이카와는 커피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는 너무나도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대줘.








그럼 알려주지.”








라고 말했다. 그것은 마치 매일 보는 사람에게 밥을 먹었냐고 물어보는 인사와도 같은 평범한 억양이었다. 그래서 카게야마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예?”








그러나 오이카와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카게야마의 동공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특유의 연한 갈색의 눈동자가 붉고 또렷하게 타들어갔다. 그는 이 눈을 알고 있었다. 카게야마는 일순간 온 몸에서 열이 이는 듯했다.








“패스워드는 총 다섯 글자야. 

안에다 싸게 해줘. 한 번에 한 글자 씩.”








그 말을 끝내고 나서야 다시금 싱긋 웃는 것이었다. 손이 떨렸다. 농담이 아니다. 진심이다. 이 말도 안 되는 제안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어떻게든 설득을 해 볼까. 사망 사건이 발생했고, 연쇄살인의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한시라도 빨리 단서를 찾아내야 한다고. 하지만 만약 오이카와 토오루가 용의자이거나 실제로 이 사건과 관련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이 상황에서 컴퓨터를 보여주려고 할까. 보여주지 않기 위해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닐까. 아니, 애초에 그랬다면 여기까지 데려왔을 리 없다. 범인이라면 이런 수고를 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영장을 가져올 때까지 보여주지 않겠다고 거부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는 이 사건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없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저 나를 놀리는 것은 아닐까. 예전처럼.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카게야마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고개를 숙였다. 카게야마의 어깨가 떨리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짓이란 말인가. 단서를 찾겠다고 다리를 벌려준다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정말 미친 것이다. 하지만 만약 오이카와 토오루가 키노시타의 처방 기록과 면담 내용만 보여준다면 용의자를 찾아내는 데 큰 도움을 받을지도 모른다. 애초에 정신과에서 상담을 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상담을 받아야 할 만큼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는 말이고, 그 면담을 통해 피해자의 상황을 깊이 알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말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아니, 다른 이유는 없어야만 한다.








오이카와는 자신의 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카게야마는 숨을 죽인 채 자신의 앞에서 옷을 벗는 그를 바라보았다. 계속해서 보고 싶었던 목덜미의 문신이 천천히 형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일순간이었지만 그는 자신이 어떻게 숨을 쉬어야 하는지도 인식되지 않았다. 호흡이 불안정해지고 밝은 불빛 아래에 드러나는 그의 몸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카게야마는 두 뺨에 열이 오르는 것을 느끼며 손등으로 뺨을 식혔다. 이를 꽉 물어 붉게 열이 오르는 입술을 감추었다. 오이카와는 셔츠를 반쯤 푼 상태에서 카게야마의 목을 잡았다. 그리고 자신의 몸으로 확 잡아당겼다.







그에게서는 아득한 커피 향과 함께 은은한 살냄새가 났다. 그 향기는 카게야마에게는 너무나 익숙하고도 야한 향이었다. 오이카와의 몸에 깊이 안겼을 때 비로소 맡을 수 있었던 향기였으니까. 오이카와는 그의 귓불을 살짝 물었다. 카게야마가 고개를 숙인 채 그의 어깨에 이마를 기대자 오이카와는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속삭였다.  








“조건이 있는데, 니가 먼저 가면 한 글자 씩 까는 거야.”








카게야마는 눈을 꼭 감았다. 그러자 자신의 뺨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는 오이카와의 입술이 느껴졌다.








“어때, 박게 해 줄 거야?”








손이 떨렸다. 그는 여전히 오이카와의 어깨에 이마를 묻은 채 떨리는 손을 가져갔다. 그리고 미처 다 풀지 않은 셔츠의 단추를 조심스럽게 풀기 시작했다. 단추를 푸는 동안 오이카와는 그의 귀와 뺨에 입을 맞추면서 그의 옷 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카게야마는 고개를 들어 그의 셔츠를 벗겼다. 반듯한 선으로 뻗은 쇄골과 그때보다 조금 더 넓어진 듯한 단단한 어깨가 드러났다. 그리고 그토록 궁금했던 문신의 형체가 드러났다. 오이카와의 왼쪽 어깨에서부터 팔, 그리고 가슴께까지 마치 섬세한 펜으로 회화를 그려낸 듯 화려한 뿔을 가진 동물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오이카와의 목까지 뻗어나간 그 뿔은 마치 악마의 그것을 연상시키는 위압감을 내뿜고 있었으며, 그 그림과 이어져 내려오는 휘갈겨 쓴 듯한 영문자와 문양이 왼쪽 가슴을 메웠다. 오른쪽 팔 역시 굵고 날카로운 문양의 문신이 원을 그리며 새겨져 있었는데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카게야마는 할 말을 잃은 채 그의 몸을 바라볼 뿐이었다. 이토록 넓게 문신을 새겼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마치 다른 사람의 몸을 보는 것 같은 이질감과 낯섦에 혼란이 왔다. 카게야마는 잠시 그에게서 떨어졌다. 그리고 금방이라도 꺼질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째서... 문신을 하신 겁니까?”
“궁금해?”
“...그렇다고 하면 가르쳐 주시는 겁니까.”
“내 몸에 대해서는 언제나 네가 가장 잘 알고 있었어.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야.”








카게야마의 눈빛이 흔들렸다. 오이카와는 어느 샌가 유순한 빛을 띠게 된 그의 허리를 바짝 끌어당겼다. 그리고 다른 한 손으로 그의 넥타이를 주머니 속에 집어넣어주고는 턱을 살짝 잡아당겼다. 카게야마는 눈을 꼭 감았다. 오이카와가 고개를 틀어 그의 입술에 다가갔을 때, 마치 숨을 불어넣듯 나직하게 속삭였다.    








“나 역시 네 몸에 대해서는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었으면 좋겠어.








그렇게 해줄 거지, 토비오?”








내 몸에 대해서는 언제나 당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아마 그것은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카게야마는 그의 몸을 꽉 끌어안았다. 그리고 들릴락 말락 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허벅지 안쪽에... 자상을 입었습니다.”








오이카와는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집어삼킬 듯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벨트를 풀어 다급하게 바지를 벗겼다. 바닥에 완전히 누워버린 카게야마는 시선을 마주치지 못한 채 천천히 속옷을 벗으려 했다. 그때 오이카와가 그의 것을 바로 잡아 내리고는 양쪽 다리를 벌려버렸다. 카게야마는 점점 열이 오르는 얼굴을 고개를 틀어 훔치고, 다른 한 손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난 성기를 가리려고 했다. 그러나 오이카와는 그의 손을 잡아 젖히고 허벅지에 남아 있을 흉터를 찾았다. 하얀 허벅지와 사타구니 사이에 스치듯 그의 살을 가르고 지나간 붉은 상흔이 보였다. 차갑게 식어버린 그의 표정 위로 이루 말할 수 없는 희열과 어둠이 내리깔렸다. 그는 혀를 내밀어 자신의 입술을 핥았다. 그리고 그의 다리 사이로 달려들어 이를 드러내 허벅지를 물어버렸다.








오랜 시간 굶주린 육식동물과도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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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8 잡담 하이큐 보쿠아카파는(파던) 덬 있니...? 지금 실트다 1 23.05.15 242
617 잡담 하이큐 다시보니까 카게른이 존맛이네 2 23.04.20 239
616 잡담 하이큐 하이큐 영화화 잘됐으면 좋겠다 2 23.04.14 230
615 잡담 하이큐 오늘 보쿠아카데이다!!!!!!!!!! 2 23.04.05 117
614 잡담 하이큐 작가가 그 누구보다 보쿠아카에 진심임 2 23.03.27 427
613 잡담 하이큐 보는 중인데 여긴 파트너조 잡으면 굶을 일은 없겠다 3 23.03.27 206
612 잡담 하이큐 여기 코어 진짜 대박인듯 4 23.03.23 353
611 잡담 하이큐 하이큐도 영화개봉하면 소소하게라도 반응오겠지... 8 23.03.22 260
610 잡담 하이큐 칵히덬인데 뭔가 풋풋한...! 열정...! 노력....! 그리고 사랑!!이 보고싶으면 3 23.03.22 106
609 잡담 하이큐 카게히나는 왜 갈수록 더 뽕차지 3 21.09.09 361
608 잡담 하이큐 요즘 2차판 어떤지 아는 덬? 5 19.12.05 1,155
607 잡담 하이큐 슈퍼RTS 커플링 1~30위 4 18.04.28 3,467
606 잡담 하이큐 간만에 뽕차서 낙서했다 2 18.03.28 287
605 잡담 하이큐 갑자기 오이른에 치여따 ㅠ퓨ㅠㅠㅠㅠㅠㅠㅠㅠ 5 18.03.11 294
604 잡담 하이큐 츠키시마 형은 2차물 잘없지??ㅎ 1 18.02.11 237
603 잡담 하이큐 오이카게 외치고 갑니동 1 17.12.16 166
602 잡담 하이큐 다들 파는 커플링 적고 가자...ㅠ 10 17.12.15 322
601 잡담 하이큐 안경벗은 츳키 그려봄ㅋ.. 2 17.11.19 182
600 잡담 하이큐 ㅎㅎ..세상 귀찮아보이는 켄마그려봄-펑 8 17.11.11 254
599 잡담 하이큐 이번 화 좋은데 좋아할 수 없는 미묘한 기분이다 (당연히 스포 있음) 13 17.08.07 7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