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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하이큐 츠키히나 * 내가 지켜보는 미래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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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6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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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jbZK

 

 

네가 날 향해 미소짓던 그날

                                  나는 내 존재의 이유를 찾았으니

 

 

*

 

 

시간은 계속 흘렀다. 여전히 쇼요는 내 집에 같이 살고 있었고, 여전히 나는 바깥에 나가지도 않는 히키코모리 생활을 지속하고 있었다. 바닥에 던져둔 휴대폰은 끊임없이 제 몸을 진동시키며 나를 불러댔지만... 글쎄, 안타깝게도 부재중전화나 메세지들은 나의 흥미를 전혀 끌지 못했다. 너는 온 몸에서 빛이 나니까 밖에 나가면 안 돼, 라는 말로 쇼요를 집 안에 붙잡아두기만 몇 주, 나도 몇 년 째 넘기지 않았던 달력을 하루에 몇 번씩 쳐다보는 그는 밖에 나가고 싶어 안달이 난 듯 했다. 하긴 질리지 않는 게 신기할 생활이었지. 늘어질 정도로 자다가 해가 중천에 뜨고 나서야 부스스 일어나서는 인스턴트로 식사, 심심하면 텔레비전 좀 켰다가 얻는 것도 없는 호구조사도 좀 했다가, 그러고는 새벽 한밤중이 되어서야 잠에 드는 생활. 어릴 때는 방 안에 틀어박혀서 나오지 않는 사람이 그렇게 한심해 보일 수가 없었는데, 막상 내가 이 상황에 처하고 보니 다들 나름의 사정이 있었구나, 싶은 자기위안도 좀 하고. 아... 진짜 인생이 귀찮다. 나는 도대체 이 세상에 왜 존재하는 걸까. 너무 반복해대서 이제는 자연스러워져버린 의문들,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을 피해 배게에 얼굴을 막 파묻었을 무렵, 갑자기 쇼요가 쿵쾅거리며 뛰어와서는 내 옷깃을 끌어당겼다.

 

 

"나, 계란간장밥 먹고 싶어!"

 

 

...그래, 그러고보니 그걸 한 번 해 준 적이 있었지. 쇼요가 우리 집에서 같이 살게 된 이후로도 나는 특별히 그를 챙겨줄 이유를 느끼지 못했기에 늘 그랬던 것처럼 인스턴트로 식사를 때웠었는데, 성장기 청소년에게 좋지 않다느니 맛있는 게 먹고 싶다느니, 인간도 아닌 주제에 별 같잖은 불만을 터뜨리길래 대충 집에 있는 계란과 간장을 넣고 밥을 비벼 줬었다. 의외로 본인은 그게 마음에 들었는지 두 그릇? 세 그릇 정도를 먹어 치웠고, 지금 이 상태에 봉착한 것이다. 아니... 귀찮아, 귀찮아, 귀찮으니까 제발 좀 떨어져 줄래. 더워 죽을 것 같거든. 배고프다며 엉겨붙는 그의 머리를 밀어내고,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서는 웅얼웅얼. 내가 내 밥을 안 챙긴지도 몇 달이 다 되어 가는데, 니 밥 하나 챙겨 주자고 밖에 나가야겠어? 뭐 그런 대화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다. 분명히 아까 전까지는 밖에 나갈 생각이 단 1퍼센트도 없었는데, 내가 해주는 밥이 먹고 싶다며 날 올려다보는 그의 눈동자와 마주친 순간, 밖에 나가볼까 하는 생각들이 솟아나기 시작했다니. 아무래도 나는 정말 미친 게 분명하다.

 

 

*

 

 

그래, 난 미쳤다. 인정하자. 이 정체 모를 발광 생물을 집에 들여놓은 그 날부터 나는 미쳐 있었던 거다. 누가 뭐라 해도 생활 패턴을 바꾸지 않았던 내가 이 괴생물의 한 마디로 바깥에 걸어나올 생각을 하다니. 형이나 야마구치가 들으면 기함할 사실이었다. 혀를 차며 내 옆에서 신나게 걸음을 옮기는 이 녀석, 이 자그마한 녀석이 나를 밖으로 끌어냈다고 하면, 누가 믿을까. 형이 그렇게 불러대도 두문불출, 방 안에만 틀어박혀 있었는데... 아마 형이 들으면 좀 서운해 할지도 모르겠네. 피식, 오랜만에 웃음을 흘리자 어? 츠키시마 웃었어? 라며 귀신같이 얼굴을 들이대는 그의 머리를 푹, 누르고는 거칠게 헝클였다. 눈에 띄면 안 될 것 같아서 대충 집에 있는 후드집업을 하나 씌워주긴 했는데... 덩치 차이가 있다 보니 무슨 아빠 옷 빌려 입은 초등학생같은 모양새가 되어 버렸다. 놀랍게도 이 녀석의 발광은 밤에만 가능한 모양이었는지, 굳이 후드까지는 씌우지 않아도 됐었을 것 같지만... 뭐. 오랜만에 맞는 바깥공기가 생소해, 조용히 입을 가리려던 순간 어디선가 들려오는 츠키시마, 라는 목소리. 이 녀석의 목소리가 이렇게 굵었던가, 싶어 급히 고개를 돌린 그곳에는... 내가 한 때 속해 있었던 배구부의 주장. 사와무라 선배가 서 있었다.

 

 

"웬일이야? 요새 통 안 보이던데."

"아... 개인적인 사정이 좀."

"요새도 배구 해?"

 

 

...이런 만남, 불편하다. 사와무라 선배, 라는 사람 자체가 싫은 건 아니지만... 불편한 건 어쩔 수 없다. 이렇게 아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거의 99.9퍼센트의 확률로 왜 요즘 안 보였냐, 무슨 일 있었냐, 가끔은 밖에도 나오고 좀 그래라 같은 잔소리가 뒤따라오니까. 내가 설명하기 싫다는데 굳이 귀찮게 캐묻는 사람들, 딱 질색이야.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대충 상대하고 어서 장이나 봐 오자, 그런 심산으로 입을 열었는데...

 

 

"당신이 사와무라 씨예요?"

"아... 맞는데, 혹시... 누구?"

"츠키시마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배구부 주장이시라면서요?"

"...아니, 내가 언..."

"오, 그렇구나. 츠키시마 친구니?"

"친구... 친구인가, 친구인 것 같아요!"

 

 

내가 도대체 언제 이 녀석한테 배구부 얘기를 한 거지. 이런 괴생물한테 배구부 얘기를 했을 리가 없는데. 아니, 설사 얘기를 했다 쳐도 얼굴만 보고 이 사람이 주장이란 걸 알아볼 리가... 없는데? 도대체 뭐야, 뭐냐고. 뭔데... 뭔데 너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거야. 나는 너에게 아무것도 이야기해 준 게 없는데, 왜 그렇게 나를 잘 안다는 듯이 말을 해. 분명히 사와무라 선배를 봐 온 시간은 내가 너보다 오래 되었을 텐데, 너는 나보다도 자연스럽게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말할 필요도 없이 대화의 화두는, 나. 내가 그동안 집에서 어쨌고, 쇼요를 만나기 전에는 어땠으며, 나와는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같은. 도저히 두고 볼 수가 없어 쇼요의 옷깃을 잡아끌었을 때, 내 귀에 들려온 말은 망치처럼 내 머리를 딩, 하고 때렸다.

 

 

"우리, 배구 하러 가자!"

"...뭐?"

"배구 하러 가자고! 나 배구 하고 싶어!"

"그래, 츠키시마. 오랜만에 같이 하자. 다들 기다리고 있어."

"응? 츠키시마, 배구 하러 가자!"

 

 

...아무래도 난 정말 미친 게 분명했다.

 

 

*

 

 

아니나 다를까, 쇼요는 배구부에 가서도 사람들과 꽤나 잘 어울렸다. 저게 진짜 오늘 처음 본 사람들과의 대화가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자연스럽고, 자연스러운. 니시노야 선배나 타나카 선배와 잘 맞았고, 야마구치랑도 오래 전부터 친구였던 것처럼 대화를 나눴다. 원래 배구부원이었던 것처럼 아즈마네 선배를 격려했고, 카게야마와도 호흡이 꽤 잘 맞는 파트너였다. 순식간에 배구부는 너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했고, 나는, 나는. 나는 멀리서 그저 너를 지켜볼 뿐. 애초에 배구가 하고 싶다고 한 건 너였으니까. 딱히 나는 배구가 하고 싶어서 온 게 아니었으니까. 그래, 나한테 귀찮게 물어보는 사람이 없으니 잘 됐지, 잘 된 일인데, 어째서? 어째서 이렇게, 뭔가, 아니야, 이상해. 어째서, 이렇게, 아쉬운 기분이 드는 건데, 아니야, 나는 아쉽지 않아, 애초부터 배구를 하러 온 게 아니었잖아, 아니야, 딱히 배구가 하고 싶은 게 아니야. 한때 내가 서 있었던 코트에 지금은 서 있지 않다는 사실이 슬픈 게 아니야, 아니야, 아니라고. 나는, 나는, 나는....

 

 

"츠키시마!"

"...왜."

"기껏 와 놓고 왜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서 있어? 같이 하자!"

 

 

쇼요에게 이끌려 코트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 잊고 있었던 감각들이 되살아났다. 고작 부활동, 그 고작 부활동이라는 배구가 나에게 얼마나 많은 것들을 가져다 주었는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수많은 일들을 겪으며 마음 속에 새겼던 그 순간들을, 나는 하나도 제대로 알지 못했구나.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는 말로 제 감정을 포장한 채 현실에서 도망쳤구나. 나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있는데, 내가 몇 달간 보이지 않았다는 걸로 날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있는데. 아직도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는데, 멍청한 나는 도망쳐버리고 말았다. 제 아픔을, 제 무기력함을 자기 자신의 문제로 인정하기 싫어서 세상 탓으로 돌려버렸구나. 나는 그저, 멍청하고 나약한 겁쟁이일 뿐이었어. 코트 위에 멈춰 선 채로, 입술을 꾹 깨물었다. 나는, 도대체, 사람이 어떻게 생겨먹으면 이렇게 멍청한 착각을 할 수 있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하마터면, 하마터면... 그래, 그때 난 자살하려고 했었지. 하마터면, 이렇게 멋진 사람들을 뒤로 하고 눈을 감을 뻔 한 것이 아닌가. 그때 죽지 않아서 다행이야, 살아남아서 다행이야, 살아있길 잘했어, 그때 널 만나길 잘했어. 너는 나의 구원자였구나, 나를 지키러 온 거구나, 뭐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뒤덮고. 가만히 서서 움직이지 않는 날 둘러싼 사람들 사이로, 그런 나를 바라보는, 너의... 미소? 어째서인지, 너는 웃고 있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눈치채기라도 한 것처럼, 이제야 제 마음을 내가 알아줬다는 듯이, 배시시. 환하게 빛나던 태양처럼, 너를 만났던 그 날의 별처럼, 그런 웃음을 띄우고 있었다. 웃고 있는 너와 눈이 마주친 순간, 나는 인정해야만 했다. 네가 흑백이던 내 삶에 꽤 많은 색채를 찾아 주었다는 사실을-

 

 

 

*

 

 

그렇게 모처럼 배구를 하고, 내일부터는 다시 나오겠다는 약속을 한 뒤, 마트에 들러 장을 보고 집으로 걸어가는 길. 봉지를 한 쪽씩 나눠 들고, 멍하니 올려다본 하늘엔 구름 걷힌 달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아까 날이 흐리길래 비가 올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나. 그럼에도 어째서인지 습한 공기는 빨리 집으로 돌아가 쉬고 싶게 만들어서, 얼른 가서 계란간장밥이나 만들어 먹자, 라고 다짐하며 발걸음의 속도를 조금 높였는데. 너는 어딘가에서부터 멈춰 서서, 내 뒷모습을 마냥 바라만 보고 있었다. 거기서 뭐 하는 거야, 빨리 와. 그럼에도 너의 대답은 없다, 지금의 너는 평소에 풍기던 분위기와 달리 아주 약간의 어색함과 생소함을 자아내고 있었고, 나는 조용히 너에게로 다가가 네 팔을 잡아끌었다. 그런데도 요지부동, 갑자기 왜 이러는 걸까 싶어 몸을 낮추고는 네 표정을 살펴보니 울음이라도 참는 듯, 입술을 꽉 깨물고는 조용히 입을 여는 네 모습이 뭔가 심상치 않다 싶어 나는 아주 조금 뒤로 물러섰다.

 

 

"츠키시마, 아직도 자살하고 싶어?"

"...며칠 전까지는 그랬는데 이젠 아니야. 여전히 귀찮고, 무기력하긴 하지만... 한 번 제대로 살아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 다행이다. "

 

 

그 순간, 너는 빛나기 시작했다. 처음 만났던 그 날처럼, 온 몸에서, 아플 정도로 눈부신 빛을 쏟아내며 나를 향했다. 태양이 내 눈앞에 서 있다면 이런 기분일까 싶을 정도로 아프게, 크게, 반짝반짝... 보다는 마치 제 몸을 태워 빛을 내는 듯 뜨거운 열기에 흠칫, 몸을 움찔하고는 다시금 너를 바라보았다. 역시 너는 인간이 아니었나, 그때 봤던 그 모습이 헛것이 아니었나, 싶어 입을 뻥긋뻥긋. 뭐라도 물어봐야 하는데, 어째서일까? 지금 물어보지 않으면 나는 그에게서 아무것도 들을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전에 말했었지, 나는 널 오래 전부터 지켜봐왔다고."

 

"..."

 

"네가 처음 태어났을때, 널 보러 갔었어. 시끌시끌했었지~ 달이 태어났다고. 하여튼 그래서, 아무도 모르게 널 보러 갔었는데, 그 갓난아기가 날 보고 막 웃는거야. 그때 결심했지. 아, 나는 이 아이를 지켜주기 위해 태어났구나. 같은."

 

"너...뭐야? 정체가, 뭐야?"

 

"그렇게 말했는데, 아직도 모르겠어?"

나는 히나타야, 히나타 쇼요.

 

 

내 귓가를 간질인 그 속삭임을 마지막으로, 너는 사라졌다. 말 그대로 사라졌다. 빛에 잡아먹히는 것처럼, 얼굴을 알아보기도 힘들 정도로 커져가던 그 빛이 끝에는 너를 집어삼켜 버리고 만 것이다. 힘껏 뻗었던 내 손은 목적지를 잃고 바닥에 떨어져, 방황하고, 방황한다. 안 돼, 가지 마. 너 덕분에 겨우 삶의 의미를 찾았는데, 널 만나서 겨우 내 세상이 물들었는데, 왜 너는 가 버리는 거야. 기껏, 이제 좀 힘내볼까 싶었더니 왜 사라져버리는 건데. 더이상 네가 없는 이 세계에 내가 살아갈 의미는 없어, 없다고. 이렇게 희망을 줘 놓고, 다시 빼앗아가지 마. 나는 다시 살아가고 싶어. 다시 살아갈게, 다시 살아갈 테니까 제발, 다시 내 앞에 나타나줘. 네가 있어야 내가 살아가는 의미가 있는데, 의미가 사라져버리면 나는 어떻게 해야 돼, 이 멍청아. 실컷 일으켜세워놓고 다시 무너뜨리려는 속셈이야? 나를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뭐 그런 게 목표였어? 말해봐, 왜 대답이 없어. 대답해줘, 제발. 콘크리트 바닥 위로 무너져내린 나를 뒤덮는 것은 이내 내리기 시작한 소나기, 너는 여전히 대답이 없고, 나는 다시금 살아갈 의미를 잃어버렸다.

 

 

*

 

 

한 사람이 이토록 완벽하게 세상에서 지워진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예전에는 믿지 않았다. 누군가가 작정하고 자신의 존재를 지워버린다 해도 어딘가에는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어딘가에는 그의 흔적이 남아 있을 것이다. 완벽하게 사라진다는 것은, 불가능.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너는 완벽히 사라져버렸다.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마치 처음부터 너란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라져버렸다. 어느 날인가에 함께 찍었던 사진에도, 네가 멋대로 끄적여 놓던 내 노트에도, 밖에 나갈 것을 기대하며 한 장 한 장 뜯어내던 달력에도, 그 어디에도 너의 존재는 없었다. 그리고, 아무도 널 기억하지 못했다. 널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 중, 널 기억하는 것은 나 하나밖에 없었다. 네가 사라진 바로 그 다음날, 나는 학교에서 너에 대해 물었다. 혹시 제가 데리고 왔던 그 키 작은 남자애 기억하세요? 혹시나, 혹시나. 왠지 모를 기대감에 마음을 졸였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너무나도 차가웠다. 남자애를 데리고 왔었어? 어제 혼자 왔었잖아. 드디어 돌아버린 거냐? 등등. 내가 꿈이라도 꿨던 건가 싶을 만큼 완벽하게 사라져버린 너는 아직도 내 기억 속에 이렇게 선한데, 왜 아무도 너를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 기억이란 것이 이렇게 하루 아침에 사라질 수 있는 것이었나, 아니, 애초에 한 사람의 존재를 이렇게 완전히 잊어버린다는 것이 가능했던가. 모두가 널 잊고, 너마저 사라진 이 세상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진심으로 너에게 묻고 싶었다. 너에게 나는 도대체 무엇이었냐고. 너에게 나는 도대체 무엇이었길래 이렇게, 바람처럼 홀연히 사라져야만 했는가. 나는, 이렇게나, 너에게 많은 부분을 기대게 되었는데. 내게 삶의 의미를 찾아주고 싶었다면 이런 식으로 사라지지 말았어야지. 계속, 내 곁에 남아 포기하려는 나를 다독여 줬어야지. 너는 이렇게나 이기적인 존재였다. 나를 위한다면서, 정작 내게는... 너는, 나에게, 너무나도, 이렇게나.

 

 

너는 없다. 네가 없다. 더 이상 너는 없다. 처음 본 순간부터 사라지던 그 시간까지, 오롯이 나만의 세계였던 너는 더 이상 어디에도 없다. 시간이 멈춘 듯 했던 그 밤도, 환하게 웃던 너도 더 이상 이곳에는 없다. 이 단순한 사실 하나가 어찌나 나를 괴롭히던지, 흐릿해지려는 기억을 애써 되새기며 내가 지어준 너의 이름만을 되뇌었다. 쇼요, 쇼요, 쇼요. 모두가 너를 잊은 이 세상에 너를 기억하는 것은 나 하나뿐이야. 그런데, 그런데, 네 얼굴이 잘 생각이 나지 않아. 너는 어떻게 웃었더라, 화가 날 때면 어떻게 얼굴을 찡그렸더라, 기분 좋을 때 어떤 말을 했었더라, 분명 너와 있었던 일 하나하나는 내 가슴에 박혀 별이 되었는데, 너의 얼굴이 유독, 아플 정도로 흐릿해. 이제 나마저도 널 잊는다면, 너는 이 세상에서 완전히 지워지게 되겠지. 그러니 나라도, 기억해야 하는데, 기억해야 하는데, 기억나지 않는다는 게 얼마나 슬픈 기분인지, 너는 알까. 내가 널 잊는다면, 특유의 그 눈빛으로 날 바라보며 너무해, 라고. 그렇게 말하겠지. 그러니 네가 슬퍼하지 않도록 나는 널 기억해야만 하는데, 왜 그랬어. 단순히 너만 눈앞에서 사라진 거였다면 곳곳에 남은 너의 흔적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었을 텐데, 너는 너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가지고 내게서 달아나버렸다. 그런 식으로 사라지지 않았다면 분명 널 기억하는 매개체가 되었을, 액자의 빈 공간이 오늘따라 시리도록 아프다. 모든 것을 꿈으로 치부하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건가 싶을 만큼 아프다. 그러니까 달리 말하자면, 네가 보고 싶다고. 나는 네가 보고 싶다는 이 단순한 말 한 마디를 하지 못해 빙빙 돌려가며 표현해내고 있는 것이었다, 미련하게도.

 

 

태양이 질 무렵 나는 또다시 혼자가 되었다. 혼자... 혼자, 몇 번을 되뇌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이 지독한 단어는 어느새 내 삶의 일부가 되어 나를 좀먹고 있었다. 나는 언제나 혼자였고, 앞으로도 혼자일 것이다. 한 달 즈음은 혼자가 아니었던 날도 있었던 것 같지만, 그런 날이 있었다면 뭐 어쩌겠는가. 어차피 지금의 나는 혼자인 것을. 조소하며 방의 문을 닫아걸었다.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일 뿐이다. 나는 그저 한 여름날의 꿈을 꾸었을 뿐이고, 꿈에서 깨어나 현실을 직시하는 것일 뿐이다. 그러니, 아파하지도 말고, 슬퍼하지도 말자. 꿈에서 있었던 일로 슬퍼하는 건, 내 성격에 맞지 않아. 이제 원래의 삶으로, 원래 내가 살아야 했던 세상 속으로 다시 돌아왔을 뿐이니까, 슬퍼하지 말아라. 나는 죽지 않았고, 앞으로도 살아 있을 것이다. 이걸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나의 태양이여.

 

 

*

 

 

나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 네가 바랐던 것처럼, 의외로 멀쩡히 살아 있었다. 멀쩡히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다는 건 넣어두면 좋을 것 같지만, 나는 생각보다 멀쩡했다. 어디 병 같은 데에 걸리지도 않았고, 옥상에 올라가 자살을 기도하지도 않았으며, 노트 위에 눈물을 한두 방울씩 떨어뜨리지도 않았다. 달라진 게 있다면, 널 만나기 이전의 무기력 무의욕 무감정인 츠키시마로 돌아와 있었다는 것 정도일까. 여전히 야마구치는 하루에 한 번씩 내 방문을 두드렸고, 여전히 휴대폰에는 사와무라 선배의 부재중 전화가 쌓여 가고 있었으며, 여전히 액자는 텅 비어 있었다. 형이 말하기를 껍데기만 남은 밀랍인형, 같다고. 타인의 눈에 비치는 내 모습은 그렇게나 텅 비어 있었구나 싶으면서도, 딱히 무언가로 속을 채워넣고 싶지도 않았다. 사람이 의욕 좀 없이 살면 어떤가, 기력 좀 없이 살면 어떠한가. 멀쩡히 잘 살아 있으면 된 거지. 잘 살아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뿌옇게 김이 서린 안경을 닦아내며 창밖을 힐긋 바라보았다. 오늘도 어김없이 해는 졌다. 그러고보니 너의 머리칼이 태양을 닮은 빛깔이었는데. 지금쯤이면 부활동이 끝났으려나, 아니... 그 사람들이라면 분명 오늘도 시미즈 선배가 와서 문을 잠글 때까지 연습을 이어 갈 것이었다. 계속 그랬으니까. 네가 배구부원이었다면 그 틈에 섞여 있었겠지. 해가 지고 나서도 계속 연습을 하고 싶다며 달려들었었겠지. 좀 있으면 중간고사 기간이겠네. 이번에도 카게야마는 낙제점을 받을까. 뭐, 어련히 알아서 잘 하겠지만. 공부 가르쳐줄 필요가 없는 건 편하네. 타나카 선배랑 니시노야 선배도 엔노시타 선배가 잘 가르쳐 주실테고. 3학년 선배들은 슬슬 입시 공부를 시작할 타이밍인가... 방 안에 틀어박힌 이후로 날짜 감각이 희미해져 지금이 도대체 어느 시점인지 모르겠다. 달력을 안 넘긴지도 한참 되었고, 물론 당장 휴대폰만 한 번 열어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겠지만, 그렇게 휴대폰 화면을 자주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날짜 감각을 완전히 잃어가고 있었다. 이런 게 바로 폐인 생활이군, 어느 날인가 야마구치가 보여준 적이 있었다. 방 안에만 틀어박혀 생활하던 한 남자가 몇 달 후 시신으로 발견되었는데, 주변과의 왕래를 끊어서인지 그가 죽고 나서도 몇 달이 지나서야 시신이 발견되었다고. 참 여러모로 불쌍한 인생이다. 지금의 내 삶과 다른 점을 찾으라면... 글쎄, 좀 비슷한 것 같기도 하네.

 

 

그러고는 풀썩, 침대 위에 엎어져서는. 잠이라도 자 볼 요량으로 뒤척거리다가 눈을 문득 떴다. 오늘따라 유독 마음 한 구석이 허했다. 머리가 지끈거리질 않나, 속이 답답하질 않나. 체했나 싶다가도 먹은 게 있어야 체를 하지, 하는 생각에 부스스 침대에서 일어났다. 어째서일까, 밖에 나가는 것을 그리 즐기지 않는데도, 왠지 오늘은 꼭 밖에 나가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런 나의 생각은 무심코 튼 TV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로 인해, 더욱 더 확고해졌다.

 

 

"오늘, 역대급 밝기의 유성우가 떨어진다고 합니다. 별다른 일정이 없으시다면 뒷산에 올라 별들을 만끽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별을 그리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다. 천체관측 같은 것에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유성우에 흥미가 있는 것도 아닌데 어째서, 어째서 이렇게, 밖으로 나가고 싶은 건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오늘 꼭 유성우를 봐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성우를 봐야만 해. 왜, 왜? 어째서 꼭 이래야만 하는데? 몰라, 몰라, 모른다고. 나도 몰라. 나도 이유를 몰라. 그렇지만, 나는 오늘 유성우를 봐야만 해. 봐야만, 내 안의 이 답답한 무언가가 풀어질 것 같아. 그런 거 굳이 안 풀어도 상관없잖아? 언제부터 그런 사소한 일에 신경을 썼다고 그래. 사소하지 않아. 사소하지 않아, 전혀 사소하지 않아. 하나도 사소하지 않아. 그러니까, 나는 유성우를 보러 갈 거야. 급하게 옷을 챙겨입고는 문을 열어젖혔다. 놀라는 형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지만 지금 내게 그런 것 따위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못했다. 가야만 해. 이 네 글자만이 내 머릿속을 뒤덮었다. 그렇게 점점 속도를 높이고, 높이고, 높이고. 어느 순간부터 걷는 것의 수준을 벗어나 숨이 찰 정도로, 턱 끝까지 숨이 차오를 정도로 나는 달리고 있었다. 그렇게 달려서 무엇을 보고 싶은 걸까, 달리는 이유가 뭘까. 나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나의 이 행동은 분명 나를 극한까지 몰아가고 있었는데, 그만둬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속도를 더 높이면 더 높였지, 속도를 늦춰 숨을 골라야겠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달리고 있는가, 아마도 너를 위해서일 것이다. 너를 만났던 날도 분명 맑은 날의 밤하늘, 별이 많이 떠 있던 날이었으니 이렇게나마 너에게 닿고 싶은 걸지도 몰라. 물론 이렇게 뛰어간다고 해서 그곳에 네가 있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 그렇다면, 이게 잘못된 일이야? 어떻게든 너에게 닿고 싶다고 생각하는 게, 잘못된 일이야? 잘못된 일이라면, 나는 앞으로도 계속 잘못된 선택을 할 것이다. 잘못된 선택을 해야만 너를 만날 수 있다면, 이대로 지옥에 떨어지더라도 좋을 것 같아, 라고. 그렇게 생각한다. 아마,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내 평생의 진리.

 

 

기다려, 지금 만나러 갈게.

 

 

 

*

 

 

 

허탈한 웃음, 벅찬 호흡. 너는 그곳에 없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그래, 사실은 예상하고 있었다. 예상하고 있었는데도, 이렇게나 슬픈 마음이 드는 건 어째서일까? 조금의 기대를 가졌기 때문이겠지. 이 멍청한 녀석아, 기대를 가졌으니 그 기대가 깨지는 거잖아.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았으면 얼마나 편해. 그 기대를 가지게 만든 사람을 찾아왔어, 나는. 나로 하여금, 나도 살아갈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을 줘놓고 그 희망을 그대로 가지고 달아나버린, 이기적이고, 야속하고, 슬픈 사람. 사람이 맞았는지도 모르겠어. 정말로 내가 꿈을 꿨던 것일까. 신기루였던 걸지도 몰라. 조용하고, 조용하고, 또 조용하지. 사람이라고는 나밖에 없는 그런 사막. 별도 달도 없는, 그런 적막한 사막 속에서 발견한 오아시스. 여행자는 오아시스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다. 이 물이라도 마시지 않으면 죽을 것 같으니까. 신기루일 가능성이 크지만, 진짜 물일 가능성이 0.1퍼센트라도 있으니까. 이것이 물이 아니라고 해도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으니까. 그러니까, 아마도 나는 길고 긴 여행 속에서 지쳐 있던 여행자와도 같은 존재, 너는 오아시스의 모습을 한 신기루. 그저 그뿐이다. 신기루다. 신기루는 손에 잡히지도 않고, 나에게 말을 걸 수도 없다. 아마도 너는 분명히 존재했던 사람이었겠지만, 이렇게라도 너의 존재를 흐릿하게 만들어야 내가 너를 기억할 명분이 생겼다. 밖에 나가지도 않는 주제에, 미쳤다는 소리를 듣는 건 또 두려워서 꿈결 같은 말로 너의 존재를 포장했다. 내가 요즘 정신 상태가 좀 안 좋아서 그랬나봐, 꿈을 꿨나봐, 어차피 너를 기억하는 사람은 나 말고 아무도 없었으니 별다른 문제는 없었지만, 마음에 걸리는 것은, 내가 행한 정신승리. 널 기억해주겠다고 했는데, 세상 모두가 너를 잊어도 나만은 너를 기억할 거라 다짐했는데, 결국 난 이렇게 현실에 굴복해버리고 말았다. 나는 이 정도로 나약한 사람이었구나, 알고 있었지만. 그래, 실은 알고 있었다. 나는 딱히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 따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너와 지내던 그 몇 주간은 잠깐 내가 뭐라도 된 듯한 착각에 빠져 있었지만, 아니었다. 아니야. 나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야. 네가 그렇게 애를 써서 살려놓을 만큼 대단한 사람이 아니야, 차라리 그 때 날 그냥 내버려두지 그랬어. 그랬다면, 그냥,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이 세상에서, 조용히 내 존재를 지웠을텐데. 조용히 죽어버렸을 텐데. 왜 날 살렸어? 라고 생각한 순간, 뒤에서 들려오기 시작한 작은 노랫소리.

 

 

 

"반짝반짝 작은 별"

 

그럴 리가 없어, 그럴 리가 없는데. 너는 분명 그 때 빛에 삼켜져 사라져 버렸는데.

 

"아름답게 비치네"

 

그렇지만 이 목소리는 분명 너의 것, 내 이름을 부르던 그 목소리가 맞다. 내 귓가에서 그토록 맴돌던 그 목소리가... 맞다.

 

"서쪽 하늘에서도"

 

도대체 어째서, 왜, 내 뒤에서 너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걸까. 설마, 네가 날 만나러 오기라도 한 걸까.

 

"동쪽 하늘에서도"

 

기대감, 기대감. 절망감의 전조. 아닐 거라는 걸 알면서도, 네가 여기 있을 수도 있다는 일말의 사실에 기대감을 걸고.

 

"반짝반짝 작은 별"

 

고개를 찬찬히 돌려 바라본 그곳에는

 

"아름답게 비치네"

 

네가 있었다-

 

 

 

 

"너, 어떻게..."

"말했잖아,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고."

 

 

 

 

                                                아무런 의미 없이 올랐던 그 산에, 유성우와 함께 쏟아진 네가 있었다

                        그것은 마치 우리들의 문명이 빼앗은 밤하늘의 빛처럼, 환하게, 눈부시게.

                                      웃는 네가 내게 속삭인다-

 

 

 

 

"츠키시마, 만나러 왔어."







*




드디어... 완성... 이제 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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