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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하이큐 츠키히나 * 내가 지켜보는 미래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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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2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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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rzeV



 

나는 기억해,                       

                             갓 태어난 너와 처음 마주하던 그날


 


 



"...츠키시마?"


그러니까... 지금 누구신데 제 이름을 그렇게 친근하게. 이 상황에서 상황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 비단 나만의 잘못만은 아닐 것이다. 이 상황에, 이런 식으로 등장한 이런 사람을 보고도 놀라지 않는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의 주동자겠지. 이 세상 어디에 이렇게 빛나는 사람이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정정. 이 빛난다는 의미는 그러니까, 절대 내가 이 사람을 동경해서 빛나 보인다는 뭐 그런 뜻이 아니다. 그냥, 말 그대로, 이 사람이 빛을 내뿜고 있다는 뜻. 아마도 진짜 사람은 아니겠지.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 드디어 죽은 건가, 이 사람은 저승사자인가... 같은 실없는 생각들을 해대다가, 어쩌면 내가 요즘 많이 피곤했던 탓에 헛것을 보고 있는 걸 수도 있다. 그래, 헛것이어야만 했다. 그렇게 손을 뻗어, 주황빛 머리칼을 지닌 이 녀석의 볼을 주욱 잡아 당겨보고는... 아, 꿈이 아니구나.


 

"아, 아아! 아파!!"



정말로 아프다는 듯이 제 볼을 문지르며 커다란 눈동자로 날 올려다보는데... 뭐랄까. 애완동물을 키웠다면 이런 기분이 아닐까 하고 문득 생각했다가도... 다시 또 번쩍이는 빛에 눈을 찌푸릴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태양을 맨 눈으로 바라보면 이렇듯 눈이 부시려나, 뭐... 딱히 상관없지만. 생각해보니 내가 굳이 이 발광하는 존재에게 신경을 쏟고 있을 이유가 없다. 나는 그냥 이대로 집에 돌아가 쉬면 되는 것이었고, 이 존재는 길을 잃었거나... 뭐, 사람도 아닌 것 같으니 알아서 잘 하겠지. 그러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려던 참이었는데.



"나 버리고 가는 거야? 츠키시마 나쁘다, 완전 나쁘다."

 


그러니까 날 언제 봤다고 그렇게 내 이름을 친근하게 부르는 건데? 왠지 모르게 짜증이 확 치밀어, 날 지그시 바라보는 이 녀석... 어딘지 익숙한 것 같기도 한데... 내가 드디어 미쳤나보다. 이런 발광하는 존재를 만났으면 진작에 학회 같은 곳에 보고를 했겠지. 짜증스레 제 머리칼을 한 번 헤집고는,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한 번만 말할게. 난 그쪽이 누군지도 모르고, 누구신데 제 이름을 그렇게 친근하게 부르는 건지도 모르겠고, 사람같이 생겨서 왜 그렇게 발광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거든요? 아무래도 번지수 잘못 찾아오신 것 같으니까 우리 서로 갈 길 가는 게 어때요?"



이 정도 말했으면 알아들었겠지. 어서 집에나 가야겠다. ...나 오늘 뭘 하려고 했더라, 갑자기 생각이 안 나네. 아무래도 요즘 너무 쓸데없는 데 신경을 쏟아서인지 온 몸에 기운도 없고, 의욕도 없고. 오늘은 그냥 운수가 나빴던 것일 뿐, ...그래, 그냥 운수가 나빴던 거다... 라고 생각했다. 그랬는데... 이제 열쇠로 문만 열면 되는데, 어째서일까? 내 이름을 부르던 그 존재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떠나질 않았다. 내가 언제부터 낯선 사람한테 그렇게 신경을 썼다고, 언제부터 이렇게 남의 일에 관심이 많았다고... 진짜 무슨 주인 기다리는 애완동물도 아니고, 이 녀석은 아직도 아까의 그 자리에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이렇게 순수한 눈빛으로 쳐다보면 두고 갈 수가 없잖아, ...젠장할.



"츠키시마?"

"...일단 들어오, 아니... ........들어와."


 

*



나는 지금, 예의 그 존재와 식탁 하나만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있는 중이다. 일단... 그 경위가 상당히 의심스럽지만 일단은 날 찾아온 손님...인 것 같고, 나에게 할 말도 많아 보였다. 아까부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 상태로 1시간? 아니, 2시간이려나. 이렇게 앉은 채로 2시간이 흘렀다면, 당신은 믿을 것인가? 안 믿겠지, 당장에 당사자인 나도 안 믿기는데 누가 이런 걸 믿어. 혀를 쯧 차고는 제 앞에서 골똘히 고민하고 있는 존재를 바라보았다. 그쪽이 입을 열지 않는다면, 내가 먼저 열어야겠지.


"이름은?"

"...몰라?"

"나이."

"1억살?"

"사는 곳."

"저기 하늘에!"


...정말이지 대화할 가치가 없다. 나는 도대체 무슨 영광을 보자고 이런 정신상태가 의심이 가는 녀석을 집 안에 들여놓은 건지, 슬슬 몇 시간 전의 제 행동이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어디 정신병원에서 탈출했나? 그렇다면 이 녀석이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난 이유도, 말도 안 되는 말들을 늘어놓는 이유도 전부 납득할 수 있었다. 이 녀석은 정신에 심히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정신병원으로 돌려보내야지. 음. 그렇군.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론을 내려 끄덕끄덕. 다른 사람이 본다면 나도 똑같이 정신에 문제가 있어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간과하고 있었다. 단순히 간과했을 뿐이다. 절대 몰랐던 게 아니다.


 


"있지, 츠키시마."

"...왜."

"나는 아주 오래 전부터 널 지켜보고 있었어!"



이건 또 무슨 참신한 개소리일까? 저희 방금 처음 만난 사이 아니던가요. 턱 끝까지 차오른 욕지거리들을 간신히 삼킨 채 그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무시가 답, 이라는 아주 멋진 결론을 내린 나는 망설임 없이 방으로 들어갔다. 엑, 츠키시마? 츠키시마? 저기? 날 애타게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신경쓰지 말자, 신경쓰지 말자. 신경쓰지 말자, 먼저 신경쓰면 지는 거다. 내일 잠에서 깨어나면 이 모든 게 꿈이었으면 좋겠다. 그러고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귓가를 간질이는 누군가의 목소리는 뒤로 한 채.



"잘 자."


 

*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건 꿈이 아니었다. 그 다음날 잠에서 깨어난 내 옆에는 여전히 그 녀석이 있었고, 그것은 그 다음날, 그 다음날의 다음날에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순간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언젠가부터 나는 그 녀석의 얼굴을 보며 잠에서 깨어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되었던 것 같은데... 문제는, 내가 아직도 그 녀석의 이름을 모른다는 것 정도일까. 같이 지내게 된 지 어림잡아도 2주는 지난 것 같은데... 여전히 나는 그 녀석을 야, 너, 이 녀석 같은 호칭으로 부르고 있었다. 되도 않는 신비주의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이름을 물을 때마다 그는 몰라, 글쎄 같은 대답으로 일관했고... 그럼에도 그는 전혀 이상함을 느끼지 않고 있었다. 애초에 그쪽은 내 이름도 다 알고 있으면서 나한테 자기 이름을 안 가르쳐주는 건 너무 불공평한 거 아냐? 불만을 터뜨리는 내 모습에, 그럼 츠키시마가 지어주면 되잖아? 라고 대답할 때의 그는 정말이지... 좀, 뭐랄까, 당황스럽고, 당황스러운... 그런 모습이었다.



"그래, 츠키시마가 지어주면 되는구나! 왜 이 생각을 못 하고 있었지?"

"그야 말도 안 되는 생각이니까."

"왜 말이 안 돼? 난 츠키시마를 보기 위해 멀리서 찾아왔는데, 이름 정도는 지어줄 수 있잖아?"

"그러게 누가 대뜸 찾아오래?"

"진짜 너무한다. 쩨쩨시마..."


 

그냥 무시하면 되는데, 무시하면 되는 일인데... 왜 나는 저 녀석의 말을 흘려 넘기지 못하는 걸까. 한번도 자기 자신이 무른 성격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 유독 이 녀석을 만나고 나서부터는 내 자신이 생각보다 많이 무르구나, 하는 생각들을 자주 하게 되는 기분이었다. 나는 또 뭘 이렇게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건지. 이름... 이름, 뭐가 좋을까.



"...쇼요 어때?"

"쇼요?"

"날 상 자에, 볕 양 자 써서 쇼요. ...뭐, 싫으면 말아라."

"아아니! 츠키시마가 지어준 이름인데 싫을 리가! 그럼 이제 내 이름 쇼요야?"

"그래, 쇼요."

"쇼요, 쇼요... 뭔가 멋있어! 멋진 것 같아!"


 

다행히도 쇼요, 는 어거지로 생긴 그 이름을 꽤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았다. 아니... 뭐, 반응을 보아하니 내가 어떤 이름을 지어줬어도 좋아했을 것 같긴 하지만. 내가 지어준 이름이니 당연히 좋다, 라니... 세상에 이렇게 순수한 마음으로 남을 바라보는 사람이 아직도 남아 있었던가. 유독 그를 바라보고 있으면,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들의 기억이 떠올랐다. 꿈 많고, 활발했고, 보이는 모든 것들에서 무언가를 느꼈던 시절. 지금이야 아무것도 느낄 수 없게 된지 오래라지만, 분명 나도 어린 시절에는 쇼요처럼 누군가를 순수한 눈빛으로 바라봤겠지. 그 때의 날 바라보던 사람들도 이랬을까. 이렇게, 간질간질하고, 따스하고, 부드럽고.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왔을까. 보고만 있어도 즐거워서, 같이 놀자며 저를 끌어당기던 아이의 머리칼에 살포시 손을 얹었을까. 그러다가도 답지 않은 자신의 행동에 놀라 화들짝, 손을 떼내었을까. 울먹이는 눈빛으로 올려다보는 그 시선에 매료되어, 계속 바라보고만 있고 싶었을까. 너를 보고 있으면, 정말이지, 나도 내가 왜 이러나 싶을 만큼 나답지 않았다. 무감각, 무표정, 무의욕. 언제 그런 말들에 얽매여 있었냐는 듯이 봄날의 새싹처럼 하나 둘씩 피어나는 온 몸의 감각들은 생소했고, 자기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웃음은 신기했으며, 뭔가 하고 싶은 것들이 잔뜩 생겨나는 마음이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그런데도, 계속 너만 바라보고 있을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서. 네가 계속 지금과 같은 눈빛으로 날 바라봐주기만 한다면 아무것도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서, 나는 당황스러웠다. 답지 않았다. 도대체 이 감정은 뭐란 말인가. 뭔데 한낱 감정 주제에 날 좌지우지하고 난리인지, 뭔데 한낱 남자아이가 이렇듯, 내 가슴에 크게 잡아버린 건지. ...그래, 난 미친 거다. 미친 게 아니고서야 이 수많은 감정들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 그러니, 미친 걸로 해두자. 내가 미친 게 아니라면, 미친 게 아닌 이 감정의 이름을 알아버린다면, 더 이상은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았기에, 더 이상 네가 순수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봐주지 않을 것 같았기에 나는... 나는, 내 감정으로부터 도망쳤다.


 


 


*


중편이야! 하편은... 다음주쯤에나 올 것 같지만 기다려줘... 읽어주는 덬들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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