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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하이큐 천사의 뼈(17R/단편 글/오이카게/스압, 문체오글거림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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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23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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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 매우 많음/FHQ AU














  사람의 골격이 모두가 다 같은 건 아닙니다. 두상의 크기, 골반의 넓이, 팔다리의 길이까지 그 크기와 모양은 모두 제각각입니다. 심지어 같은 날 한 시에 태어난 쌍둥이마저도 골격은 조금씩 차이가 납니다. 지금 바로 등의 위쪽을 만져보세요. 넓적한 어깨뼈 두 개가 잡힐 겁니다. 이 어깨뼈의 모양을 자세히 보면 꼭 날개를 닮았지요. 그래서 이 뼈를 날개뼈라고 말하기도 합니다만, 사실 옛날에는 이 두 개의 단어를 구분해서 사용했습니다. 어깨뼈가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주어진 뼈의 일부라면, 날개뼈는 일부의 사람에게만 있었던 뼈였거든요. 이 날개뼈는 사람이 성장함에 따라 함께 성장하면서 이후 피부를 뚫고 나와 실제로 날개가 되었습니다. 이러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시겠지요? 그러나 실제로 그랬습니다. 과거 신은 인간을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뼈를 포함한 인간의 모든 신체 부위를 모두 다르게 만들었으며, 그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신체 능력을 가진 인간에게 날개뼈를 심어주었습니다.





  날개뼈를 가지고 태어난 인간은 겉보기에도 차이가 났습니다. 다른 이들보다 뼈의 개수가 많았기 때문에 아이 때부터 어깨뼈 위로 살짝 뼈가 솟아나 있었지요. 마치 팔꿈치와 쇄골, 그리고 복숭아뼈가 볼록하게 솟아오른 것처럼 말입니다. 이 뼈는 성장하면서 치아가 나는 것처럼 피부를 뚫고 나옵니다. 그리고 그것은 점점 커져서 날개의 형태를 갖추게 되지요. 인간에게 날개가 생긴 순간 그 날개는 신을 향해 날아가게 되고, 신의 빛으로부터 자신의 눈을 보호하는 수단으로써 날개를 사용하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날개가 생긴 인간은 결국 신을 지키는 사자, 즉 천사天使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날개뼈를 가지고 태어난 인간이 모두 하늘을 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어요. 오로지 신에게 부여받은 고유한 능력을 끊임없이 연마해서 그것을 제대로 발현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날개가 돋아날 때까지 선하고 올곧은 마음으로 신을 맞이할 준비가 된 사람만이 날개를 달 수 있었습니다. 바로 여기, 이 카게야마 토비오라는 소년처럼 말입니다.





<천사의 뼈>

-사랑 후에 오는 모든 것들









  카게야마 토비오가 태어났을 때 마을은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작은 아기의 등에 볼록하게 솟아 있는 날개뼈의 존재가 사람들에게서는 자랑이자 축복이었기 때문입니다. 마을에 천사가 태어났습니다. 그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었지요. 그러나 마을 사람들이 행복해한 이유는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천사의 골격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의 어마어마한 능력은 곧 마을의 전력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마족들의 침입과 숱한 외부인들의 공격은 가난한 마을 사람들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천사의 골격을 가진 이 아이가 제대로 성장해준다면 그 혼자만으로도 마을 하나를 지켜내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토비오는 그 누구보다도 강하고 선하게 자랐습니다. 오로지 신을 모시는 천사로써의 미래를 생각하며 말입니다.






  카게야마 토비오는 사람들의 기대 이상으로 훌륭하게 자랐습니다. 깊은 물결처럼 부드럽고 새카만 머리카락과 그보다 새벽을 닮은 푸른 눈동자는 신을 향한 강인함과 순수함을 그대로 표현해내고 있었습니다. 그는 활을 무척 잘 쏘았습니다. 그리고 누구보다 잘 쏘기 위하여 밤낮으로 자신을 연마했습니다. 15세의 나이에도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방향을 고려해서 정확히 활을 쏠 수 있었고, 비가 오는 날이나 어두운 밤에도 표적에 빗나가지 않는 활을 쏠 수 있었습니다. 결코 숨이 흐트러져서는 안 되는 무기였기 때문에 그는 습관처럼 사람과의 대화조차 쉽게 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그는 활 이외에도 검술, 격투술 모두를 골고루 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는 말 그대로 천사의 재목, 천재였던 것입니다.







  카게야마의 존재는 시간이 흐를수록 마계에 위협을 안겨주었습니다. 무엇보다 마계에서는 같은 시점에 새로운 왕이 자리에 오르면서 무척 불안정하고 위태로운 정세를 보였습니다. 오랜 세월 세력을 잡고 있던 마왕이 숨을 거두고 그의 계승자였던 젊은 마족, 오이카와가 왕좌에 앉게 된 것이 일 년도 채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들에게 대적할 만큼의 강력한 천사의 재목이 성장하고 있었으니 경계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단순히 마을을 공격만 해서는 결코 이길 수 없습니다. 이미 그 자는 인간의 수준을 뛰어넘었습니다.”


  “이참에 마을을 송두리째 전멸시켜야 합니다.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 앞에서 그 자가 어떻게 죽음을 감당을 하겠습니까?”









오이카와는 인간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을 보며 나직하게 웃었습니다. 그는 마왕의 계승자로써 자신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될 카게야마 토비오를 여태껏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이였습니다. 그는 조용히 입을 열었습니다.







  “언제 우리 마족이 인간을 멸망할 정도로 공격했단 말씀이신지?”






  그리고 투명하게 빛나는 창을 부드럽게 어루만졌습니다.






  “우리의 본분은 본래 인간의 타락시키는 것에 있습니다.
 인간에게서 신의 존재를 지우는 것이 신을 가장 약하게 만드는 법이지요.”


  “.....!”


  “공격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저 자가 가지고 있는 천사의 뼈를 뽑아버리면 될 일 아니겠습니까?”









  그의 옅은 눈동자에서 붉은 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마왕의 머리를 감싸고 있던 거대하고 날카로운 뿔이 차츰 크기를 줄여갔고, 어느 순간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어깨를 두르고 있던 거대한 망토를 내려놓고 어깨를 두어 번 돌렸습니다.









  “저 자는 제가 타락시킵니다. 애초에 선대 마왕님이 돌아가시기 전까지 제가 가장 그를 많이 알아보았고, 여기서 저보다 그 자에 대해 아는 마족은 없습니다. 그러니 제가 잠시 이 자리를 비우는 동안 자리를 지켜만 주십시오.”


  “마왕님!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혼의 반은 쪼개어서 자리에 앉혀놓기는 하겠습니다만 지금과 같지는 않겠지요. 어차피 여기 계신 분들, 다 제가 반쪽짜리 마왕으로 여기시지들 않습니까. 조만간 천사의 뼈를 뽑아 이 검을 장식해올 것이니 잠자코 기다리시지요.”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의 자리에 또 다른 오이카와가 나직하게 웃으며 왕좌에 앉아 있게 되었습니다. 뿔과 손톱이 사라지고 부드러운 인간의 피부가 그의 몸을 뒤덮었습니다. 그를 감싸고 있던 짙은 농도의 어둠이 어느 순간 사라졌습니다. 오이카와는 원탁 앞에 두루마리를 펼쳤습니다. 카게야마가 살고 있는 마을의 모습이 자세히 그려진 지도가 나타났습니다. 그가 손짓을 하자 지도 곳곳에 몇 개의 빛이 맴돌았습니다.








  “선대 마왕의 직계손이 아니라고 해서 자질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대신들은 이 유리창을 통해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되었는지 한번 보시지요.”








  그때였습니다. 마을을 비추는 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이 사라졌다고? 누구 아이가 사라졌대?]


  [모르겠어요. 그런데 분명 우물가에서 놀고 있던 아이 두 명이 잡혀가는 걸 본 사람이 있대요.]


  [누가 애들을 잡아가?]


  [사람은 아니었다는데... 저도 직접 본 게 아니라서...]


  [마족이래요! 우물가만이 아니에요. 숲에 아버지의 사냥을 따라 나갔다가 사라진 애도 있었대요!]


  [마족이 애들을 잡아갔단 말이야? 걔들을 어떻게 찾아?]









  마을 사람들의 말에 마족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오이카와를 보기만 했습니다.









  “아니, 마왕님... 도대체 우리 마족 중 누가 애들을 잡아갔다는 말입니까?”


  “아무도 잡아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다들 왜 저러고 난리를 칩니까? 우리는 여태껏 인간을 잡아간 일이 없는데...”


  “그저 동시에 같은 말을 흘렸을 뿐입니다. 얼마 안 가 카게야마는 제 발로 이곳을 찾아오게 될 것입니다.”


  “......”


  “인간이 얼마나 소문에 약한지 잘 알지 않습니까.”


  “그럼 인간세계로 가는 건 아니셨군요.”


  “마왕이 인간세계로 직접 가는 일은 없습니다. 단지 근처에서 기다릴 뿐이지요. 그럼 저는 다녀오겠습니다.”










* * *









  마족에 대한 공포감을 지니고 있던 사람들은 아이들이 사라졌다는 소식에 너나나나 할 것 없이 카게야마 토비오를 찾아갔습니다. 그 역시 같은 소식을 들었기에 어떻게 해서든 아이들을 되찾아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누가 사라졌는지, 몇 명이 사라졌는지에 대해서는 도통 알 수가 없었습니다. 카게야마는 사람들을 진정시켰습니다. 그리고 두 눈에 힘을 주고 말했습니다.









  “몇 명이 사라졌는지, 누가 잡혀갔는지 모르면 아이들을 구출해 올 때 놓치는 아이가 생길 수도 있어요. 정확하게 말을 해주셔야 합니다.”


  “지금 상황이 그걸 다 따질 수가 없어! 그냥 가서 마왕을 죽이고 오면 되잖아. 그럼 애들은 다 찾을 수 있다고! 이참에 마왕성을 무너뜨리면 애들도 구하고 우리 마을도 안전해질 거야.”


  “맞아, 카게야마. 너 지금 날개뼈가 거의 다 자란 상태이지? 이건 신을 위한 일이기도 해. 어쩌면 당장 내일 천사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야. 그렇다면 너에게 있어 지금의 시련은 천사가 되기 위한 시험이 되는 거지. 넌 반드시 마왕성을 가야 해.”


  “너밖에 없어. 우리 마을의 장정들은 지금 모두 성의 병사로 차출된 상황이라 마족과 싸울 만큼의 능력을 가진 이가 아무도 없다고. 천사의 자질을 가진 남자들은 장정 수백 명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어. 이번이 네가 네 힘을 발현시킬 기회이기도 한 거야.”









  많은 사람들은 입을 모아 카게야마를 설득했습니다. 결국 아이들을 되찾는다는 것은 하나의 명분이 되었고, 마족을 전멸시킨다는 과제가 카게야마의 가슴속에 남게 되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등을 금방이라도 찢고 나올 것 같은 단단한 날개뼈를 만져보았습니다. 사람들의 말대로 이번 마족의 토벌이 카게야마에게 있어 천사로 승격될 수 있는 시험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장 강하고 날카로운 활을 챙겨 마을을 떠났습니다.









  인간세계에서 마계로 넘어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중 인간이 스스로의 힘으로 마계에 갈 수 있는 방법은 단 한 가지였습니다. 바로 ‘계절이 없는 숲’의 가장 중심에 있는 ‘마귀의 샘’에 뛰어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카게야마는 그 마귀의 샘에 뛰어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말을 몰아 마귀의 샘 앞에 도달하기는 하였으나 말과 함께 샘에 뛰어드는 것은 무척이나 위험해 보였습니다. 그는 나무에 말을 매어둔 채 자신의 무기를 꽉 안고 그대로 샘에 뛰어들었습니다. 일순간 물이 그의 주변을 확 튀었습니다. 막연하게 바로 마계로 건너갈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샘의 깊은 밑바닥에 뾰족하게 돋아나 있는 돌부리들에 온 몸이 부딪혔습니다. 몸에 생채기가 나고 피가 배어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피가 샘의 일부를 물들인 순간, 인간의 피를 마시기라도 하듯 바위들이 전율을 일으키며 뿌연 먼지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바닥이 갈라지면서 물길을 열렸습니다. 카게야마는 그 속에 빨려들어가듯 사라져버렸습니다.









  그가 눈을 떴을 때 자신이 살던 곳과는 다른 형태의 빛이 하늘을 감싸고 있었습니다. 그 빛은 도저히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는 볼 수 없었던 오묘하고도 아름다운 것이었습니다. 밤인지 낮인지조차 구분이 가지 않았으며, 주변에 자리한 동식물들 역시 그가 결코 보지 못했던 빛과 색을 띄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이곳이 마계라는 곳이구나. 카게야마는 몸을 일으키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마귀의 샘에서 다친 부분들이 점차 욱신거리며 팔다리에 쥐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보통 인간이었다면 피를 많이 흘린 탓에 그대로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카게야마는 생채기가 난 곳이 아프고 쥐가 나는 정도였을 뿐 크게 무리가 가는 곳은 없었습니다. 단지 자신이 입고 온 가죽갑옷 역시 물에 흠뻑 젖어 쉽게 몸을 움직이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토비오쨩?”


  “?!” 








그 말에 그는 몸을 벌떡 일으켜 세웠습니다. 눈앞에는 달빛처럼 창백한 얼굴빛을 한 남자가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는 할 말을 잃은 채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았습니다. 새카만 눈동자를 하고 있던 자신과는 전혀 다른 색의 눈을 가진 남자였습니다. 그것은 어느 봄 담장에 향기롭게 피어 있던 장밋빛 같기도 했으며, 한여름을 식혀주는 저녁 어스름하게 퍼져나가는 노을빛 같기도 하였고, 여름과 가을 사이 찬찬히 번져가는 산의 단풍 같기도 하였습니다. 그에게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아득하고 달콤한 과일의 향기가 났습니다. 카게야마는 온 몸에 알 수 없는 전율이 일면서 몸에서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다리에 힘이 풀렸습니다. 그대로 다시 바닥에 쓰러지려던 차, 남자는 그를 가볍게 받아올려 그를 다시금 앉혔습니다.









  “어떻게 제 이름을 아십니까?”


  “천사의 자질을 모르는 사람이 있나. 얼핏 보고도 알 수 있었어. 지금 등에 만져지는 게 날개뼈?”


   “아, 네.”


  “생각보다 작네.”


  “저도 잘은 모릅니다. 피부를 뚫고 나온 순간 순식간에 자라난다고 들었습니다.”


  “헤에~ 그럼 여기서 천사의 날개를 볼 수 있을지도?”










  그의 눈이 차갑게 빛났습니다.








  “나는 오이카와 토오루. 오이카와 씨라고 불러줘. 널 만났으니 이제 마왕성으로 가는 일만 남았어.”


  “...오이카와 씨도 사라진 아이들을 찾으러 오셨나요?”


  “글쎄. 하지만 난 목숨을 걸고 마왕성으로 가야만 하지. 도착하면 죽게 될 지도 몰라.”


  “마왕을 무찌르면 되는 거 아닙니까. 저는 마왕을 무찌르고 아이들을 찾으러 왔습니다.”


  “동행인가. 천사의 자질과 함께라니, 영광인걸.”









  그는 미묘하게 웃으며 카게야마의 어깨를 붙들었습니다. 카게야마는 잠시 놀란 얼굴로 그의 손을 떼어내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오이카와는 그의 얼굴을 부드럽게 매만지면서 속삭였습니다. ‘갑옷 벗어야지.’ 그 말에 알 수 없는 열기가 목까지 끓어올랐습니다. 카게야마는 잠시 주춤하며 몸을 떨어뜨렸습니다. 그리고 다급하게 갑옷을 벗기 시작했습니다. 갑옷을 벗자, 옷 밖으로 피가 새어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마귀의 샘에서 긁히고 다친 상처들 중 큰 것들이 벌어진 것이었습니다.








  “갑옷을 계속 입고 있었으면 습기 때문에 곪았을 거야. 아무리 천사의 자질이라고 해도 말이지, 인간이니까.”


  “...그래도... 인간보다는 좀 떨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도 혼자 왔고.”


  “혼자? 우와, 너무했네. 토비오쨩은 지금 열다섯 아니야? 애기잖아.”


  “...애기 아닌데요.”


  “내가 볼 때는 애긴데. 마귀의 샘에 들어올 때도 피 한 방울이면 되는데 아무도 안 가르쳐줬지.”


  “....네. 그냥 가라고만....”








  오이카와는 부드럽게 웃으며 그의 머리카락을 쓸어주었습니다. 손가락 사이로 물에 젖은 머리카락이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카게야마는 오이카와의 손에서 느껴지는 달콤한 향기와 따뜻함에 다정함을 느꼈습니다. 평소 같았다면 그 손을 떼어내고 스스로 무언가를 해야만 했을 테지만, 이상하게도 어린아이취급을 하는 오이카와의 손길을 뿌리칠 수가 없었습니다.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는 손길이었기 때문에 낯설고, 이상했으며, 이대로 뿌리친다면 더 이상 그 온기를 느낄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오이카와는 모닥불을 피워 그 곁에 갑옷을 말려주고 자신의 옷을 뜯어 카게야마의 생채기에 감아주었습니다.









  “여자친구는 있어?”


  “천사가 되면 떠나야 하니까 그런 거 만들지 않습니다. 친구든, 가족이든.”


  “외로웠겠다.”


  “? 그런 거 잘 모릅니다. 천사가 되려면 뭐든지 다 잘해야 하고, 사람들은 뭐든지 제가 다 잘 할 것이라고 생각하니 겉으로 그런 모습을 보여주기도 해야 했고... 바빴습니다.”


  “그럼 이제 알겠네. 오이카와 씨를 만나게 되었으니까.”










  오이카와는 그의 옆에 가만히 누워 그를 올려다보았습니다.









  “지금 여기서 오이카와 씨가 사라지면 토비오쨩은 외로워질 거야.”


  “아닙니다. 그냥 자면 됩니다.”


  “나는 외로울 것 같아.”


  “......”


  “이미 이렇게 만나버렸잖아.”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너를 토비오쨩이라고 불러주는 사람은 오이카와 씨밖에 없지.
그런데 나를 오이카와 씨라고 부르는 사람도 토비오쨩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네가 사라지면 이제 아주 많이 외로워질 거야.

만난다는 건 그런 거야. 오랜 시간 혼자 있었던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
단 몇 분이라도 누군가와 시간을 공유하면 그 이후의 시간은 전혀 다른 세계가 되어버리거든.”


  “어려운 거 잘 모릅니다. 오이카와 씨는 옷 안 버렸습니까?”


  “오이카와 씨는 애초에 옷을 전부 방수 가방에 넣고서 입수를 했답니다☆”







  미처 그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카게야마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습니다. 그는 옷을 대충 벗어 모닥불 옆에 말려두고는 오이카와에게서 받은 담요를 어깨에 감쌌습니다. 그리고 어색하게 그의 옆에 누웠습니다. 몸은 지치고 피곤했지만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와 함께 있는 이 시간 동안 쉽게 잠들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살짝 풀린 얼굴로 잠잠히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오이카와를 훔쳐보았습니다. 사람의 얼굴을 이토록 가까이서, 오래도록 쳐다본 것은 생전 처음이었습니다.








  “토비오쨩.”


  “아... 네.”


  “토비오쨩은 자기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본 적이 있어?”


  “없습니다. 그럴 생각도 안 해봤습니다.”









  오이카와는 몸을 돌려 그를 마주보았습니다. 그리고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카게야마가 조금 놀라 몸을 뒤로 빼려고 하자 오이카와는 그의 허리를 잡아 자신의 쪽으로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눈을 가만히 떠 그를 바라보았습니다.









  “내 눈을 잘 봐. 눈동자에 자기 얼굴이 비치잖아.”









  카게야마는 급작스럽게 가까워진 그의 몸에 어찌할 바를 몰라 머뭇거리다가 그에게서 나는 달콤한 향기에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그의 눈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습니다. 카게야마는 그때 처음으로 자신의 표정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정확히는 오이카와를 바라보는 자신이 표정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단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표정이었습니다. 이따금 물가에 비춰보았던 자신의 평온했던 얼굴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그는 동요하고 있었습니다. 동공은 커지고, 두 뺨은 붉어지고 입술은 무슨 말을 해야할지 알 수 없는 모양으로 그를 뒤흔들고 있었습니다. 오이카와는 순식간에 그의 목을 잡고 입을 맞추었습니다. 잔잔한 호수 같던 그의 영혼에 작은 돌멩이 하나가 커다란 파동을 그리며 그를 흐트러뜨렸습니다. 물결이 점차 거세지며 그의 영혼이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오이카와는 그의 입술을 살짝 물어 벌리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더욱 깊숙이 그의 순결했던 영혼을 파고들었습니다. 부드럽게 살이 마찰하는 소리와 함께 물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달리기를 하지 않았음에도 심장은 몇 번이고 피를 뿜어내며 그의 몸에 열을 올렸습니다. 오이카와는 그의 몸 위에 올라타 눈을 감고 계속해서 입을 맞추었습니다. 쪽, 쪽, 가볍게 입을 맞추는가 하면 그의 눈꺼풀과 뺨, 그리고 목덜미 모든 곳을 쓰다듬듯이 부드럽게 입을 맞추기도 하였으며 그의 몸을 벌거벗기듯 입술 안을 파헤치며 혀를 섞기도 하였습니다. 단 한 번도 마주한 적이 없던 타인의 몸짓에 카게야마는 어떻게 해야할지 알 수 없으면서도, 오이카와의 몸에서 점점 강하게 뿜어져나오는 달콤한 과일 향기에 취해서 몸에 힘을 줄 수조차 없었습니다. 오이카와는 가슴을 그의 가슴 위에 맞대고 고개를 특여 속삭였습니다.








  “토비오는 이런 거 처음이지.”


  “...네... 어째서...”


  “바보구나. 배가 고프고 잠이 오는 데 이유가 없듯이 사람에게 끌리는 데에는 이유가 없는 법이야.”


  “...끌려...?”


  “응, 오이카와 씨는 토비오쨩에게 굉장히 끌리고 있어.”









  그는 담요를 걷어내고 매끄럽게 드러난 카게야마의 살갗을 쓰다듬었습니다. 카게야마는 일순간 온 몸이 민감해져버렸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의 팔을 붙잡고 고개를 저었지만 싫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토비오쨩은 오이카와 씨를 만지고 싶잖아.”








  하아, 그 말에 카게야마는 숨을 내려놓듯 짧게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온 몸에서 열이 차오르고 눈가가 뜨거워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오이카와는 옷을 벗었습니다. 그리고 카게야마의 손을 잡아 자신의 목에 걸치게 했습니다. 손 끝에 닿는 타인의 감촉에 카게야마는 간지러움과 뜨거움을 함께 느꼈습니다. 자신이 간직한 체온과는 전혀 다른 체온에 낯설면서도 저릿한 기분이 느껴졌습니다. 오이카와는 간지럽다며 쿡쿡 웃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카게야마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습니다. 처음 입맞춤을 받을 때 그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자신의 몸을 달콤하게 녹이는 이 사람을 만지고 싶었습니다. 카게야마는 그의 등을 끌어안았습니다. 손바닥에서 단단함과 매끄러움이 동시에 느껴졌습니다. 오이카와는 그의 귀를 혀로 적시며 나직하게 말했습니다.









  “네 머리카락... 꼭 밤물결 같아.”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칭찬이야. 처음으로 봤던 밤하늘은 정말 예뻤거든.”


  “익숙하지 않습니다. 이상해요.”


  “나도 그래. 하지만 이거 하나만 들어줘.”


  “...그만....”


  “마계에는 밤이 없어, 토비오. 그러니까... 지금만큼은 나의 밤이 되어줘-.”










  오이카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언어는 그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던 낯설고도 간지러운 것이었습니다. 그에게 있어 언어는 언제나 의미를 말 그대로 전달하기 위함이었으며 분명하지 않은 말들은 언제나 다시금 알아듣기 쉬운 언어로 고쳐야만 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오이카와의 말은 이해할 수 없는 것 같으면서도 그의 영혼에 바로 닿는 것 같은 애틋함이 있었습니다. 그 애달픈 언어는 남자의 목에서 물기가 섞인 채 낯설고도 간지럽게 그의 귀에 스며들었습니다. 카게야마는 그대로 자신의 몸을 열어 오이카와를 받아들였습니다. 단 한 번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 몸짓을, 마치 태어나자마자 걸음을 걷게 되는 짐승의 그것과도 같이 자연스럽게 이어나갔습니다.








   결코 허락되지 않은 몸의 일부가 강제로 열리면서 카게야마는 극심한 고통을 느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오이카와는 그의 몸을 끊임없이 어루만지며 그가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감각을 계속해서 일깨워주었습니다. 몸의 일부가 굳어가고, 온 몸에 피가 빠른 속도로 도는가 하면 건조하게 말라버렸던 살갗이 다시금 물기를 머금고 젖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숨이 가빠왔고, 그 자신이 한 번도 내보지 못한 신음 소리가 계속해서 새어나왔으며, 자연스럽게 그의 움직임을 따라가기 위해 보다 많이 다리를 벌리려 했습니다. 오이카와는 그의 몸을 일으켜세우며 그를 꽉 안았습니다. 카게야마는 숨을 헐떡이며 그의 몸을 마주 안았습니다. 온 몸이 뜨겁게 달아올라 흠뻑 젖어 있었습니다.








  오이카와는 다시금 그를 눕히고 깊숙이 그의 몸을 파고들었습니다. 카게야마는 고개를 비틀어 겨우 숨을 내쉬다가도 오이카와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더 보기 위해 젖은 두 눈을 깜빡였습니다. 눈이 깜빡일 때마다 땀인지, 눈물인지 알 수 없는 물기가 뚝, 뚝 흘러내렸습니다. 오이카와는 손을 뻗어 다정하게 그의 뺨을 어루만져주었습니다. 카게야마는 알 수 없는 벅찬 감정을 느끼며 그의 몸을 꽉 안아버렸습니다. 그의 등 위로 젖어 있었지만 따뜻한 온기를 품은 오이카와의 손이 느껴졌습니다.








  “한 번도... 지금까지 한 번도 그런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응.”


  “이게... 마지막입니까.”










  오이카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의 몸을 단단하게 안아주었습니다.











  “토비오쨩, 오이카와 씨는 말이야, 처음 봤을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네가 천사가 아니었으면... 생각했었어.”


  “그럴 리 없습니다. 모두가 제가 천사의 자질로 태어난 것을 기뻐했는데요...”


  “이상하지. 네가 천사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이렇게 만나지도 못했을 텐데. 그래도 네가 평범한 인간이었으면 했어.”










  오이카와는 그를 안았던 팔을 풀고 카게야마의 얼굴을 조용히 들여다보았습니다. 새벽을 닮은 푸른 눈동자는 오로지 오이카와 토오루의 얼굴만을 비추고 있었습니다. 그는 조용히 웃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가슴에 자신이 뺨을 대고 부드럽게 비볐습니다.









  “줄곧 토비오쨩의 인간다운 표정을 보고 싶었으니까. 지금처럼.”









  오이카와는 그의 몸을 안은 채 조용히 눈을 감았습니다. 맨 가슴 위로 빠르게 뛰는 카게야마의 심장소리가 들렸습니다. 그의 몸은 떨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이카와의 어깨 위로 따뜻한 물이 투둑, 투둑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눈을 들어 위를 바라보았습니다. 카게야마의 두 뺨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는 형언할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떨었습니다. 그 순간 오이카와의 눈앞에 마치 자작 나뭇가지가 펼쳐지듯 흰 색의 뼈가 돋아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카게야마의 등 뒤로 계속해서 뻗어나가는 섬세하고도 아름다운 뼈가 계속해서 돋아나는 것이었습니다. 카게야마는 계속해서 눈물을 흘리며 어깨를 떨었습니다. 그리고 양 손에 힘을 주어 오이카와의 어깨를 붙잡았습니다. 극심한 통증을 참는 듯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계속해서 옅은 신음소리를 흘렸습니다. 살점이 떨어져나가며 등에서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흰 뼈 사이에도 조금씩 피가 배어나왔습니다. 붉고 영롱한 핏방울이 뼈 사이로 흘러내리며 이루 말할 수 없는 광경을 자아냈습니다. 마치 흰 나뭇가지에 피어난 동백꽃잎처럼 아름답고도 무수한 핏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곧 힘을 잃고 바닥에 툭,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카게야마에게서 돋아난 천사의 날개는 더 이상 날개의 형태를 갖추지 못한 채 차가운 뼈가 되어 바닥에 떨어진 것입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하얗게 식은 얼굴로 오이카와를 바라보았습니다. 오이카와의 표정 역시 무어라 읽을 수 없는 복잡한 것이 되어 두 사람 사이에는 낯선 침묵이 공기처럼 그들을 가득 메웠습니다.









  “토비오쨩, 아픈 데는 없어?”


  “...예.”


  “아프다고 말해 봐.”


  “정말... 아프지 않습니다...”


  “딱 한 번만 그렇게 말해 봐...”


  “정말 괜찮습니다.”


  “토비오쨩은 정말 바보구나. 그렇게 말해야 오이카와 씨가 더...”










  그는 일순간 입을 다물었습니다. 언제까지나 평온하고 다정할 것 같았던 그의 표정이 일순간 일그러지며 아플 만큼 흐려졌습니다. 그러나 영문을 모른다는 듯 자신의 얼굴을 보고 있는 카게야마에게 다시금 미소를 보이기 위하여 떨리는 입가에 힘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눈두덩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어 주었습니다.










  “이제 외로워질 시간이야.”










  그의 말이 끝나자 마치 거짓말처럼 오이카와의 몸이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점차적으로 그의 육체는 풍경과 함께 자연스럽게 뒤섞이며 허상이 되어 바람에 날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카게야마의 뒤에 놓여 있던 뼈들도 함께 가루가 되어 사라져갔습니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카게야마는 두 손을 뻗어 허공을 휘저었지만 이미 그 때는 그 어떤 것도 남아 있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본능적으로 깨닫고야 말았습니다.














자신이 만난 자가 바로 그 ‘마왕’이었음을. 
 










* * *











  “이것이 바로 천사의 뼈...!”










  마족 대신들은 모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채 오이카와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나 오이카와는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지독하고 고통스러운 얼굴빛으로 그 뼈를 움켜쥐었습니다. 우드득, 소리를 내며 뼈가 으스러졌습니다. 마치 양 발에 족쇄를 단 것처럼 그는 힘겹게 계단을 올라 왕좌에 앉았습니다. 그러자 유유히 웃으며 앉아 있던 또 하나의 오이카와가 그의 몸에 서서히 흡수되더니 하나의 몸이 되었습니다. 오이카와는 눈을 감고 조용히 숨을 내쉬었습니다.









  “이제 천사는 없습니다. 다음 자질이 나올 때까지는 말이지요.”


  “아니 어떻게 이렇게 짧은 시간에 천사의 뼈를... 그것도 하나도 다치지 않으시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우리의 본분은 인간을 시험하고 유혹해서 신으로부터 인간을 분리시키는 것. 이 뼈는 천사의 것이 아닌 한 인간의 것입니다. 타락한 자질은 결국 평범한 인간에 지나지 않아요.”


  “.......”


  “인간을 유혹하는 방법은 아주 단순합니다. 그에게 결핍된 것을 채워주는 것이지요. 저는 그 자의 결핍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오이카와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날카롭고 차분했습니다. 그가 손짓을 하자 천사의 날개는 검의 형태로 모아져 오이카와의 손에 자연스럽게 쥐어졌습니다. 그는 카게야마의 피가 배어 있는 날개 뼈를 어루만지며 차갑고도 짙은 어둠을 내뿜었습니다. 그 어둠은 지금까지 마족들이 경험하지 못했던 강력한 무게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 공기를 견디지 못한 이들은 모두가 머리를 조아리며 바닥에 엎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이카와의 목적은 바로 이것에 있었습니다. 천사의 뼈를 손에 넣음으로써 가지게 될 수 있는 왕권의 확립. 신의 직속 사자인 천사를 굴복시켰다는 것은 그만큼의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던 것입니다.









  오이카와는 그것 하나만을 위해 카게야마의 모든 시간을 공유했습니다. 투명한 창 너머로 그가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생각을 하며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며 자라왔는지 그 모든 것을 보았습니다. 그 누구도, 심지어 카게야마와 같은 인간 세계에서 그와의 시간을 공유한 인간들마저도 그 이상으로 카게야마를 지켜본 이는 없었습니다. 오이카와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을 매일같이 선명하게 그리면서 살아온 자였습니다. 자신이 선대 마왕의 직계손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에 타고난 핏줄을 계승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끊임없이 자격을 시험받을 것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천사의 뼈는 바로 그것을 일순간 잠식시키고 스스로를 진정한 마왕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도구가 될 것이라는 것도 말입니다. 그러나-







 
  “그런데 마왕님, 그 카게야마라는 자가 이곳을 찾아와 뼈를 돌려달라고 하면... 어떻게 됩니까?
다시 날개를 붙이면 큰일나는 것 아닙니까?”


  “그럴 수도 있지요.”


  “그럼 어떻게...”


  “그러나 몸에서 저절로 분리된 뼈가 다시 몸에 붙는 일은 무척 드문 일입니다.
아주 먼 옛날 단 한 번 그런 일이 있었다고 듣긴 했지만 그것 역시 믿을 수 없는 일이고요.”


  “역시... 그렇겠지요? 마왕님은 거짓말을 못하시니까...”


  “뭐, 드물긴 해도 천사의 자질에게서 분리된 뼈가 다시금 몸에 붙는 일은 단 두 가지의 경우라고 합니다.
하나는 타락한 인간이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신 앞에 속죄한 후 죽음을 감내하는 경우,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그때였습니다. 마족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급작스러운 내분이 일어난 것입니다. 오이카와는 뼈로 만든 검을 집어들고 황급히 뛰어내려갔습니다. 다행이 누구 하나 다친 이는 없었으나 하얗게 얼굴이 질려 어디론가 숨어버리는 형세였습니다. 오이카와는 손끝을 움직여 빠르게 문을 열었습니다. 희뿌연 먼지가 일었습니다. 그리고 눈앞에 두 눈을 푸르게 빛내고 있는 카게야마 토비오가 보였습니다. 그의 몸은 생채기로 얼룩져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지만 표정에는 아무런 흔들림도 없었습니다. 대신들은 소리를 질렀습니다.











  “이게 무슨 짓이냐! 인간이 어떻게....!”


 “나, 날개뼈는 줄 수 없다! 썩 돌아가거라!”










  그러나 그들의 말은 카게야마의 안중에도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그는 이를 꽉 물고 오이카와의 앞에 저벅저벅 걸어갔습니다. 오이카와는 붉은 눈을 빛내며 어두운 공기를 내뿜었습니다. 모든 마족들이 그 기운을 이기지 못해 목을 감싸쥐고 성을 뛰쳐나갔습니다. 그러나 카게야마는 흔들림 없이 그의 앞으로 계속해서 걸어나갔습니다.










  “날개뼈를 찾으러 왔습니다.”


  “몸에서 떨어져나간 뼈를 어떻게 붙이려고?”


  “붙을 겁니다.”


  “헤에, 토비오쨩... 내가 없는 사이에 신을 만났어? 아아, 그래서 회개한 거야? 이제 당장 하늘로 날아갈 수 있는 건가?”


  “주십시오.”


  “싫은데.”


  “애초에 제 뼈입니다. 그리고 사라진 아이들도 돌려주십시오.”


  “토비오쨩은 바보예요? 도대체 누가 아이를 잃어버렸대? 그 이름 아는 거 하나라도 있어?”


  “.......”


  “없지. 왜냐면 애초에 아이를 잃어버린 사람이 없거든!


그런데 사람들이 토비오쨩에게 여기로 가보라고 했지. 가엽게도 토비오쨩이 날개를 빼앗길 거라고 생각지도 못하고 아무것도 모르면서 막무가내로 보낸 거야. 토비오쨩, 아직도 모르겠니? 


인간으로 살아야만 해.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 이 개고생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누가 널 인간으로 취급해 주든? 친구 하나 제대로 사귄 적 있었어? 사람을 안아본 적은 있어?


  성스럽게 살아서 천사가 되어서 날아가면 신이 예뻐해 줄 것 같지? 그런 거 아니야... 천사는 죽을 때까지 신을 위해 살아야 존재이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거든.
이대로 돌아가서 평범하게 살아. 인간으로 살면서 누리고 싶은 것들 누리면서 사랑받고 살아. 수많은 관계를 맺으면서 잘못도 하고, 실수도 하고, 울기도 하고 화도 내면서 그렇게 살아. 이대로 돌아가면 그렇게 살 수 있어, 토비오쨩.


오이카와 씨 말을 들으세요. 제발.”


  “...그럼 하나만 대답해 주십시오.”


  “......”









  “오이카와 씨는 왜 그런 말을 하십니까?”










  카게야마의 짧은 물음에 오이카와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카게야마의 지금까지 모든 삶을 지켜봐 온 유일한 자였습니다. 그는 여태껏 오로지 자신의 왕좌를 지켜내기 위해 그렇게 했을 뿐이었습니다. 그 외의 이유는 없었습니다. 애초에 “뼈를 돌려줄 수 없다, 너는 적이다.” 그렇게 말하며 힘으로 굴복시키면 되는 상대였습니다. 카게야마는 이미 날개를 잃어버려 더 이상 천사의 자질을 가질 만큼의 초인적인 능력이 없었습니다. 그가 손끝만 움직여도 그대로 그의 영혼을 거둘 수 있을 정도로 카게야마는 약해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이카와는 그를 힘으로 누를 수가 없었습니다. 카게야마는 이미 많이 다친 상태였고, 보통 인간이었다면 그가 내뿜는 기운에 숨조차 쉬지 못한 채 정신을 잃어야만 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오이카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이렇게 다가오는 것이었습니다.










  “대답 못 하시면 뼈 받아가겠습니다.”










  자신의 앞에 손을 내미는 카게야마를 보며 오이카와는 뼈를 쥐고 있는 손에 힘을 주었습니다. 카게야마는 그를 바라보며 얼굴을 일그러뜨렸습니다. 그 순간 오이카와의 눈에 카게야마의 얼굴이 비쳤습니다. 두 눈가와 코끝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고, 하얀 눈동자에는 핏발이 서 있었습니다. 그 사이로는 아직도 마르지 않은 물기가 그의 뺨을 적시고 있었습니다. 눈을 깜빡일 때마다 물이 흘러 내렸습니다. 그 눈을 본 순간 오이카와는 어딘가에 홀린 것처럼 손에 힘을 빼고 말았습니다. 카게야마는 그에게 뼈를 빼앗아 자신의 등에 내리꽂았습니다. 쿡,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어깨에 날개가 꽂혔습니다. 그리고 카게야마의 몸보다 두 배 이상 거대한 뼈가 그의 등 뒤에서 나뭇가지처럼 자라나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그의 뼈는 그의 피부를 뚫고 살을 관통하여 깊숙이 제 몸 속으로 자리를 잡아버렸습니다. 오이카와는 가슴이 내려앉는 것을 느끼며 숨을 멈추었습니다. 그에게서 다시 날개가 돋아나고 만 것입니다.










  그때였습니다. 푸른 새벽을 닮았던 그의 눈동자에 차츰 어둠이 내렸습니다. 카게야마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습니다. 그가 숨을 내쉴 때마다 그의 어깨에서 돋아난 흰 뼈 사이로 검은 색의 깃털이 자라나기 시작했습니다. 밤을 닮은 그의 눈동자에 푸른 기가 어리기 시작했다. 이미 그의 눈 안에 비치는 세상에 신은 없었습니다. 천사도 없었습니다. 그의 어깨에서 돋아난 날개는 더 이상 천계로 날아갈 수 없었습니다. 이미 그의 가슴 속에 신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오이카와의 눈을 들여다보며 고통스러운 얼굴로 미미하게 웃었습니다. 그 눈은 오로지 오이카와만을 비추고 있었습니다.










-내 눈을 잘 봐. 눈동자에 자기 얼굴이 비치잖아.













그때 그 순간 이후로.















-‘천사의 뼈’ 마침.














-카게야마가 돌아오지 않아요. 어떻게 된 일인가요?


-설마 마족에게 날개를 빼앗겼다거나... 그런 건 아니겠죠.


-빼앗기면 큰일인데.


-그럼 두 번 다시 천사로 돌아갈 수 없는 건가요...?


-그 날개 뼈 말이죠...
 천계의 신을 믿지 않게 되면 더 이상 붙지 않게 돼요.


 뭐, 아주 드물긴 해도
 떨어져나간 날개가 다시 붙는 경우가 있다면
 둘 중 하나입니다.




 ‘신’을 다시 사랑하게 되었거나,


 ‘또 다른 신’을 사랑하게 되었다거나.


















  “만난다는 건 그런 거야. 오랜 시간 혼자 있었던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

단 몇 분이라도 누군가와 시간을 공유하면 그 이후의 시간은 전혀 다른 세계가 되어버리거든.”





































-사랑 후에 오는 모든 것들, 마침.















======================================

이거 분량이... 한글 가로세로 5mm해서 8페이지짜리... 진짜 분량이 많아..ㄷㄷㄷㄷ

너무 길어서.. 과연 이걸 다 읽어주는 덬이 있을까..ㅠㅠ 아무도 없을듯....ㅠㅠㅠㅠ

여기까지 스크롤 내려줘서 고마워!!ㅠㅠ


이 글은 편집본이야~ 수위가 좀 있어서 중간에 적나라한 표현을 좀 잘라냈어!

근데 내용에 크게 지장이 있는 건 아니고~ 혹시 궁금한 성인덬들은

포스타입에서 '천사의 뼈'라고 치면 글이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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