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와이즈미」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그, 우시지마 와카토시의 입에서 자신의 이름이 나오는 것은. 나름 중학 시절부터 이어진 인연(오이카와가 이 말을 듣는다면 악연이라며 질색을 하겠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했다. 남들이 들으면 신기해할 이야기이지만 제대로 된 이유는 있었다. 이와이즈미가 그를 만날 때, 그 옆에는 반드시 오이카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우시지마는 오이카와에게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필연적으로 저 무심한 천재를 상대하는 것은 자신이 아닌, 오이카와의 일이었다. 누가보면 우시지마의 눈에는 오이카와밖에 안보이나 싶을정도로 우시지마가 오이카와에게만 말을 걸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은 그저 그 상황을 지켜보는 방관자일뿐. 제 성질을 못이긴 오이카와가 이와이즈미에게 손을 내밀 때가 되서야 그는 그 대화에, 그리고 우시지마의 시야에 들어올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 그는 이와이즈미에게 말을 걸었다. 물론 옆에 오이카와가 없어서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나 우시지마라면 이경우, 자신에게 말을 거는 것이 아니라 그냥 지나쳐가는게 정답이었을텐데. 순간 당황한 이와이즈미는 아무 생각도 없이 그 목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후회했다.
「졌군.」
여전히 어이없을 정도로 짧은 말이었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이와이즈미는 그가 자신을 비난하고 있다는 사실을 단박에 알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서도.
「오이카와는 유능한 세터다.」
빌어먹을 새끼. 몇 년째 그 레파토리냐. 오이카와와 함께 그를 마주칠 때면 언제나 듣던 소리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은 오이카와가 여기에 없고, 이 말이 자신을 향해있다는 그것뿐이었다. 이와이즈미는 기가 찼다. 제 아무리 평소에는 오이카와를 하찮게 대하더라도, 누구보다 오이카와의 장점을 그리고 세터로서의 능력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자신이었다. 괜히 소꿉친군줄 아냐. 거만한 얼굴로 당연한 얘기를 지껄이는 그 입을 당장이라도 찢어버리고 싶었다. 참 일관적으로 재수없는 놈이었다.
「시덥잖은 소리 하지말고. 그래서 어쩌라고?」
「세죠는 약하다. 그리고,」
너도 약하다. 그순간 이와이즈미는 참고 있던 울화가 한꺼번에 치솟아올랐다. 도대체 뭔 말이 하고 싶어 답지않게 관심도 없는 저를 멈춰세웠나했더니. 결국 이 인간은 「오이카와는 너에게 과분하다」라고 이와이즈미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아니 좀 더 나아가자면 「오이카와를 내놔라」이려나. 시합도 끝났겠다, 이제 곧 배구부도 은퇴하는데 이 놈 멱살이라도 한 번 잡아? 그러나 이와이즈미는 가까스로 그 충동을 참아냈다. 그리고 최대한 얄궂은 표정을 지어냈다. 학습능력도 없는 새끼.
「계속 그따구로 나와봐라,」
오이카와가 널 선택할 일은 평생 없을거다. 그 한 마디만을 남기고 이와이즈미는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아직도 속에서 끓어오르는 화는 좀 이따 오이카와의 머리를 잔뜩 헝클어뜨리는 걸로 소화해내자. 그렇게 생각하니 제법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2.
처음 그를 만난 것은 언제였던가. 중학시절이라는 것 이외에는 기억이 나지않았다. 우시지마의 기억 속에서 오이카와의 첫만남은 언제나 강렬한 서브와 섬세한 토스, 그것 뿐이었다. 와카토시답네, 라며 그 이야기를 들은 텐도는 박장대소했었던가. 하지만 누가 비웃건간에 우시지마는 그 첫만남에서 오이카와에게 완전히 시선을 빼앗겼다. 그리고 이윽고 그를 자신의 세터로,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은 욕망에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어째서」
그러나 우시지마의 욕망은 그 후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이루워지지 못하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오이카와 본인이 필사적으로 거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이카와는 시라토리자와 아닌 아오바죠사이를 그리고 우시지마가 아닌 저 남자, 이와이즈미 하지메를 선택하였다. 우시지마는 그 사실이 도통 이해가 되질 않았다. 객관적으로 보았을때 시라토리자와가 아오바죠사이보다 강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리고 오이카와에게는 시라토리자와에 들어올 실력이 있었고 실제로 수험생 당시, 그는 스카우트 제의를 받기도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이카와는 결국 아오바죠사이로 진로를 결정했다. 이유를 묻는 우시지마에게 그는 뭐라고 대답했던가.
「우시와카짱이랑 같은 팀이 되라니, 그게 뭐야. 나더러 죽으란 소린가?」
누구보다 강할 자신이 있었다. 실제로 지금까지 배구를 하면서 져본 적은 손에 꼽힐 정도였다. 그 손에 꼽히는 패배 역시 관동에 있는 라이벌들에 의한 것. 미야기 현 내에서라면 누구에게도, 심지어는 인정해 마지않는 오이카와에게마저 지지 않을 자신이 우시지마에게는 있었다. 자신의 곁에 있었다면 패배의 쓴 맛 따위는 맛 볼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우시지마는 오이카와에게 승리의 기쁨만을 안겨줄 준비가 충분히 되어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너는 언제나 저 남자를 선택하는가」
그렇게 특출난 인물은 아니었다. 걔중에는 강한 축에 들 지 몰라도 딱 거기까지였다. 오이카와를 전국에 데려갈 능력조차 없는 남자. 그러나 우시지마의 기억 속에서 언제나 그는 오이카와의 옆에 있었다. 함께 코트에 서 경기를 하고 작전회의를 하고, 토스를 올려받았다. 결단코 실력으로는 자신을 따라올 수 없는 그는 어째서인지 우시지마가 가장 원하는 자리에 항상 서있었다. 그 사실이 너무나 분하고 원망스럽고 미웠다.
「이와이즈미 하지메」
그 이름을 다시 한 번 불러본 것 만으로도 화가 치밀어올랐다. 어디까지 자신을 방해할것인가. 우시지마는 저도 몰래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 목적지를 잃은 채 한동안 그가 지나간 그 길을 노려보며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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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에는 몰랐는데
오이른에 눈뜨고나니 얘네 겁나 완벽한 삼각관계구요???
오이카와를 자신의 세터로 두고 싶은 우시지마 - 오이카와의 에이스인 이와이즈미,
오이카와가 극혐하는 우시지마 - 오이카와가 제일 신뢰하는 이와이즈미
존나 완벽하잖아??????ㅠㅠㅠㅠㅠㅠ
ㅅㅂ 나중에 셋이 한 대학에 들어가서 세터(라고 쓰고 오이카와라고 읽는다)쟁탈전이라도 해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어어엉ㅇ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