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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하이큐 싫어. 그런데 좋아. 2 (오이카게 글 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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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1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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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이야기  http://theqoo.net/256655372 









싫어. 그런데 좋아. 2







 

풀 네임으로 누군가를 부르는 것은 껄끄러운 일이다. 친구이든 적이든 혹은 웬수든 내가 상대에게 느낀 인상을 가지고 별명을 붙여 부르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버렸다. 이와이즈미를 이와쨩으로, 쿄타니를 쿄켄쨩으로, 카라스노의 히나타를 치비쨩으로, 그 외에도 무수한 사람들의 별명을 이름 대신 불러왔다. 그런 습관에 대해 나는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냥 그렇게 부르고 싶었기 때문에 그렇게 불렀을 뿐이었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다루는 데 익숙하고, 그것을 꽤 즐긴다는 선상에서 생겨난 습관은 아닐까. 이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불과 며칠 전의 일이니까.





언젠가 카게야마 토비오라는 이름이 굉장히 어색하다고 느낀 적이 있었다, 녀석에 대한 생각을 잠시 하다가 그의 성이 갑자기 생각이 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때 나는 내가 그를 풀 네임으로 불러본 적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카게야마 토비오는 그냥 토비오쨩이며, 그 앞에는 항상 바보’, ‘망할’. ‘재수 없는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야만 했다. 그리고 그 뒤에는 귀여운 후배가 이따금 따라오곤 했다. 내가 녀석에게 바보’, ‘망할’, ‘재수 없는이라는 말과 함께 귀여운 후배라는 수식어를 붙여준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상대에게 느낀 인상을 가지고 별명을 붙여대는 습관이 있다면 그 녀석의 경우도 마찬가지겠지. 나는 녀석이 진심으로 싫고, 재수 없고, 바보라고 생각한다. 천재라서 재수 없고 눈치라고는 하나도 없는 놈이라 바보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자처럼 바짝 추격해온 녀석이 싫었다. 싫은 이유를 생각하자면 끝도 없이 나오는데 무엇보다 나와 같은 포지션인 세터로서 무시무시한 재능을 가진 것이 꼴 보기 싫었고, 중학교 때부터 그렇게 싫은 티를 냈었는데도 눈치 없이 서브를 가르쳐 달라며 들러붙는 것도 싫었다. 그런데도 나는 가끔 녀석에게 귀여운 후배라는 말을 붙여버리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카게야마 토비오는 하나도 안 귀여운데, 토비오쨩은 진심으로 귀여우니까








 

그렇다면 지금 세이죠 체육관을 어설프게 훔쳐보고 있는 저 놈은 카게야마 토비오인가 토비오쨩인가. 나는 시선을 그쪽으로 주지 않은 채 곁눈질로 그 시커먼 녀석을 훑어봤다. 이전에도 한번 까마귀다운 오라를 풍기면서 체육관을 훔쳐보더니, 이번에도 또 온 것이다. 그는 무엇인가를 열심히 찾고 있었다. 사실 나는 그가 무엇을 찾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픽 웃음이 나버렸다. 그래, 오늘은 토비오쨩이다. 오이카와 상을 보러 온 동네 바보 정도의 인상이었다. 본인은 주변 환경과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 이곳을 염탐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두 번째라서 그런지 처음보다 주변을 덜 의식하는 것이 꽤 뻔뻔스러운 낯을 하고서 말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흰색과 아이보리, 그리고 민트의 향연인 세이죠에서 시커먼 트레이닝 복은 너무나도 튄다는 것을 본인 빼고 다 알 터였다. 바보 토비오쨩 빼고는 수상한 사람이 지금 열심히 체육관을 훔쳐보고 있다는 사실을 다 알고 있다는 말이다.








그 한심함을 더 이상 봐서는 안 되겠다 싶어, 나는 그쪽으로 시선을 돌려 손을 흔들어 주었다. 녀석의 눈이 커다랗게 벌어지며 얼굴이 파랗게 질려버렸다. 뒤로 주춤 하더니 벌러덩 나자빠진다. 역시 오늘은 토비오쨩이구나. 잔뜩 비웃어주고 싶지만 다른 녀석들이 토비오쨩을 발견하기 전에 더 놀려줘야 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잠깐, 화장실 좀.”







급히 자리를 비우고 녀석이 나타난 곳으로 달려갔다. 잽싸게 토끼고있었지만 너~무나도 눈에 뛰어서 한심할 정도였다. 나는 그를 따라 달려가 그 뒷덜미를 콱 잡았다. 그는 내 손아귀에 잡아 채여 휘청거렸다. 어어억! 이상한 괴성을 지르며 버둥거린다. 역시 오늘은 토비오쨩이 맞구나. 거기에 바보 멍청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주면 딱 맞는 날이다. 나는 그를 놓아주었다. 그제야 엉덩방아를 찧은 녀석이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입술을 꾹 다물었다.







어느 여름 길가에서 나를 쫓아오던 토비오쨩은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는데, 반대로 나를 피하려고 하는 토비오쨩은 이렇게 붙잡아두고 싶은 기분이 든다. 머릿속에서 얼마 전 꿈에서 봤던 중학생의 토비오쨩이 스치고 지나갔다. 귀여운 걸로 따지면 그때가 훨씬 귀여웠다. 키도 작았고, 두 뺨엔 젖살이 보드랍게 올라와 있었으며 바보 같은 얼굴이긴 했지만 꽤 귀여운 표정을 짓곤 했었다. 지금의 토비오쨩은 어릴 적의 모습과 겹치는 부분이 많으면서도 전혀 다른 얼굴로도 보였다. 나를 좇았던 두 눈은 어느 샌가 더욱 날카롭고 깊게 빛났다. 보드랍게 올라왔던 두 뺨은 온데간데없었고 섬세한 턱선을 그리며 얼굴이 갸름해져 있었다. 그 얼굴을 타고 내려오는 목과 어깨, 그리고 팔다리는 곧고 길게 뻗고, 살은 모두 근육으로 붙어서 단단하게 변해 있었다





 

으아, 재수 없는 토비오쨩이다.”






귀여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청년이 되어버린 카게야마 토비오에게도 나는 토비오쨩이라고 부르게 된다. 이 녀석에게서 나는 어린 토비오쨩을 찾고 있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이 녀석에게서 나는 또 다른 무언가를 발견하고 만 것일까. 애초에 체육관을 훔쳐보는 녀석을 발견했어도 아는 척을 할 이유는 없었다. 이 바보같은 놈에게 내 소중한 연습 시간을 할애할 만큼 한가하지는 않았으니까. 하지만 나는 이 녀석을 붙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붙잡아놓고 무슨 말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꿈속에서 그랬듯이, 현실의 토비오쨩에게도 같은 말을 해야만 한다고, 아주 강렬한 생각이, 아니, 욕망에 가까운 그것이 치밀고 올라왔던 것이다. 나는 속에서 일어나는 흥분으로 인해 입매가 살짝 갈라지는 것을 느꼈다.






서브 가르쳐 줄까.”


“?!”





이 말을 꺼내면, 현실의 너는 어떤 얼굴을 할까. 녀석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두 눈을 꿈뻑이며 한참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녀석의 얼굴에는 나에 대한 불신과 불안함이 한가득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나 그 말을 덥석 물고 싶다는 욕구로 그의 어깨가 덜덜 떨리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말에 당황하면서도 이 기회를 반드시 붙잡아야 한다고 생각했겠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일어났으며, 오이카와 씨의 알 수 없는 변덕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그 복잡한 생각이 엉망으로 그를 어지럽히는 듯했다. 쉽게 대답하지 못하는 녀석을 보니 슬슬 안달이 나기 시작한다.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에게 얼굴을 바짝 들이댔다.






어릴 땐 그렇게 졸졸 따라다니면서 물어봤잖아. 이제 안 배워도 돼?”






그는 흠칫 놀라 뒤로 물러섰다. 어깨를 떨고 있다. 그는 입술을 우물거리다가 겨우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 견학만으로도 충분함다!”






이 귀엽지 못한 반응을 보라. 역시 꿈속의 토비오쨩과는 전혀 다른 녀석이었다. 나는 그의 이마를 손가락을 탁 밀쳐내버렸다.






기각! 안 귀여워서 싫네.”


“?! 견학만이라도 하게 해 주십시오!”


 싫어. 내가 왜? 염탐하러 온 적한테 왜 이것저것 다 보여줘야 하는 건데? 싫으니까 당장 꺼져.”


아까는 서, 서브 가르쳐주신다고 하셨으면서!”






녀석의 목소리가 흥분으로 갈라져버렸다. 속에서 비집고 나오는 웃음을 참기가 어렵다. 아아, 이렇게 나와야지. 버럭 소리를 지르면서 매달리란 말이야. 놀려먹고 싶어지게 만들라고. 나는 가슴이 엉망으로 뛰는 것을 겨우 진정시키며, 그러나 그의 앞에서는 살짝 비웃는 낯을 겨우 유지시키며 그에게 다시 물었다.






가르쳐 주면 뭐 해줄 건데?”






나는 이 질문이 늘 하고 싶었다. 단지 이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토비오쨩이라면 두 눈을 반짝이며 기쁜 마음을 참지 못한 채 무조건 해주겠다고 말할 텐데, 너는 뭐라고 대답할 거니. 내 눈앞에 비친 토비오쨩의 두 눈은 어느 순간 파랗게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의 입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그러나 한껏 기대한 어린애 같은 얼굴이다





 

, 가르쳐 주실 겁니까?”


뭐 해줄 건데.”







그러자 토비오쨩은 나에게 고개를 팍 숙이며 말했다.







우승 빼고 다 드리겠습니다!”







이 망할 새끼가....







기각!”







중학교 때는 하늘같은 선배지만 지금은 적이라 이거지. 속에서 끓어오르는 것이 욕정이라 생각했더니, 이 바보 같은 새끼에 대한 분노의 실마리였나 보다. 내가 등을 돌리고 걸어가면 토비오쨩은 다시 열심히 나를 쫓아와서 보여 달라고 조를 것이다.







지금도 이렇게, 다급하게 내 이름을 부르며 뒤를 바짝 쫓아오는 녀석의 발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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